*
친구를 만나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공원을 산책했다. 워홀 체험기에서 본 캐네디언 남친이 생겼어요 어쩌고 글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서양인이 보는 동양여인의 미는 같은 동양남성이 추구하는 그것과 다르다고 동의했다. 나도 동양적으로 생기고 싶어!! 라고 절규했더니
누나, 동양인이잖아.
응. 그래. 내가 나 동양인인거 까먹고 있었다.
**
날씨가 부쩍 좋아지면서 윗통을 벗고 조깅을 하는 훈훈한 남성들을 많이 보는데, 얼마 전 [빅뱅이론]에서 본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공대찌질이 하워드가 조깅하는 여인네가 자기를 쳐다보고 미소짓고 지나갔다며 저여자 나한테 반한게 틀림없어! 라며 그 여인네를 쫓아가는 에피소드였는데.... 오늘 진짜 아 딱 저정도면 좋겠다, 정도의 윗통 벗은 적당한 근육남이 조깅을 하며 내게 미소지어주며 지나쳐갔다..
난 순간 친구와 나의 친밀함 정도를 잊은채 "ㅇㅏ.... 남자.." 까지 얘기하고 흠칫 멈췄는데 친구는 이해했다.
***
친구 집에 놀러가서 저녁을 해먹고, 말로만 듣던 친구의 '프랑스인' 룸메를 만났다. 호주처럼 눈만 돌려도 유러피안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유러피안 금지구역인것만 같은 이곳에서 '프랑스인'은 내게 은근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는데 음, 억양만 좋았다. 프렌치 액센트의 영어가 듣기는 어려워도 무척 매력적이니;;
근데 친구가 메신저로 "누나 외국인 남자친구 만나고 싶댔잖아, 룸메 어때?" 이런다. 친구야, 농담해? 아유 시리어스?? 그랬더니 "룸메가 누나 예쁘다고 한국어 과외해달라고 물어보래서-" 음 한국어 과외가 한국어만을 바라지 않을거라는게 왠지 예상되어서 나중에 맥주나 먹자고 마무리하긴 했다만 ㅋㅋㅋㅋ 그냥 자랑하고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외국인에게 먹히는군. 훗. 하지만 지하철 백날 타고다녀도, 백날 커피숍에서 책읽으며 앉아 있어도, 누구나 너무도 쉽게 당한다는 헌팅은 당하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