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한 지 곧 한달이 되어간다. 애초에도 활활 타오르지 않았던 신입사원의 열정은 이미 사그라든지 오래, 나는 이미 출퇴근 지하철과 잔업에 쪄든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작년에 써둔 글을 본다. 미래가 불투명했기에 쓸 수 있었던 글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던 날 꽤나 괜찮게 생각했었기에 요즘은 당췌 글을 쓰기가 힘들다. 

쑤퉁의 책을 한 권 읽었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지만, 막상 쓸 수가 없다. 나의 감상은 그의 글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도 못한 듯 해서 거르고 거르고 하다보면 남는 게 한 단어 조차도 없다. 언젠가 날을 잡고 써보리라 다짐하곤, 정말로 날을 잡에 컴퓨터 앞에 앉지만 쓸 말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노력한 것에 비해 그 성과가 덜한 것을 첫째로 꼽자면 다이어트가 아닐까 싶다. 한동안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노력을 쏟던 난 포기하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주를 최소로 먹자는 신념 아래 술을 마시다 보니 평소보다 쉽고 빠르게 취한다. 게다가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꽐라의 모습을 이젠 어느 누구에나 보여주고 있다. 그래봤자 남들도 다 취했을 때고 나 역시도 별다르게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 쪽팔리진 않는다. 설사 쪽팔린다 하더라도 나만 당당하면 되니까. 

ㅋㅋ 며칠 전엔 가카를 알현할 기회가 있었는데, 전날 술먹고 알람을 못들어서 대단한 지각을 하고 말았다. 평소엔 술 마셔도 잘만 일어나서 비록 취중 업무수행이라도 말끔히 하곤 했는데.. 가카님.. 나의 마음이 이 정도야.. 당신한테. 이쪽 일이 평소에 아무리 잘해도 중요한 행사에서 실수 한 번으로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인데, 하물며 그 분이 오시는 행사에 지각을 하다니 진짜 미치겠다. 술, 너란 놈.  

사람은 참 영리해서 심지어 어린 여직원들의 텃세에도 적응한다. 못 할 것만 같았던 직장 생활에도, 술이 안깨거나 잠이 안깬 평일의 아침 6시에도, 책이나 영화가 전무한 날들에도, 다 적응하더라. 다시 불투명한 미래를 꿈꾸며,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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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2011-10-31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첨엔 꽐라의 모습을 부끄러워 다음날 미칠 지경이다가
이젠 안 꽐라의 모습을 보이는게 더 이상해지는 경지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만 당당하면 된다는 이야기 대공감!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11-01 15: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부럽나요??
다들 애정남 봤다고 얘기할 때보다도 못한 반응이던데 ㅋㅋㅋㅋㅋㅋㅋ

안꽐라 이상한 거 맞습니다. 오히려 안꽐라의 모습이 전 더 부끄러워요 ㅋㅋㅋ
술마셨을때 더 당당 ㅋㅋ 술당당ㅋㅋ

LAYLA 2011-10-3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취업했었군요! 맞아요 잉여롭지 않은 삶은 인간답지 못해요..

Forgettable. 2011-11-01 15:28   좋아요 0 | URL
잉여인간이야말로 가장 인간스러운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랄라님 축하해요 +_+

2011-11-01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3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2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디 2011-11-0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 링크를 안걸어 드릴수가 없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858uS_Z8yeI

Forgettable. 2011-11-03 09: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분 허리 스프링 성능이 대단한데염ㅋㅋ 오늘 아침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벌써 2번째 지각...ㅠ

2011-11-0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안하고 알 수 없을때, 당장은 무척 힘이 들지만 시간이 흐른 후 돌이키고 나면 그때가 아름답게 느껴지는게 참 신기하면서도 약오르더라구요-_- 긴 세월 후 잊혀지지까진 않더라도 어차피 그럴듯하게 채색되어 기억될텐데, 지금 당장은 왜 이렇게 아프고 쓰린 건지 ㅠ

그나저나 여직원들의 텃세, 여자들의 세계는 무서웠어요; 친구가 어쩌다 학원에서 따돌림 비슷하게 당한다는데 받은 문자 하나를 보여주더라구요. 험한 어투도 아니었는데 읽는 제가 다 안색이 파래질 지경이었음; 제가 그런 문자 받으면 못 견딜 것 같아요. 아무튼 텃세나 따돌림은 왠지 그 사람이 뛰어나서 시기하거나 못 마땅해서 시작되는 것 같더라구요. 힘 내시고 그나저나 피비님이랑 다들 언제 보죠?; 시간이 갈수록 시험은 다가오고 시간이 더 안 나네요;;;

Forgettable. 2011-11-14 09:34   좋아요 0 | URL
오~ 가끔 전 이런 코님의 문장에 놀라곤 해요.
좋아서 계속 읽어보게 되네요 ㅋㅋ

여직원들의 텃세는.. 이제 괜찮아졌어요. 저의 발랄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ㅋㅋㅋㅋㅋ 다 제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라기 보단 잠과 술이 덜깨서 지껄인 헛소리로 빈틈을 마구 보였더니 절 좀 편하게 대하더군요. 백치미를 선보였다고나 할까 ㅎㅎㅎ 원래 여성들의 텃세는 정말 질투에서 비롯되는 건가봐요~
안색이 파래질 정도였다니. 풉 ㅋㅋㅋㅋ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갑니다. ^^ 기말고사가 끝나면 볼수있을까요 우리?...

버벌 2011-11-15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글을 읽은 것은 예전인데 다시 와서 웃고가요. 저는 지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아침까지 푸욱~ 잠을 자 본적이 없거든요. 언제나 긴장하고 잠을 자서인지 (다음날 새벽출근시에요) 아침에 눈이 떨려서 커피만 몇잔을 마시는지 몰라요. ㅡㅡ;;; 다이어트는... 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왜 웃을까요?ㅋㅋㅋ

Forgettable. 2011-12-01 14:3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정말요? 저는 정말이지.. 아침잠도 많고 저녁잠도 많고 낮잠도 많아서.......;;;;;;
긴장하고 자도 가끔 나가야 하는 시간에 일어나서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곤 하지요.. 하하
동생이 허리나가겠다고 -_-;;;;
다이어트는 전 이미 포기했습니다. ㅋㅋ

2011-11-15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1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oasis 2011-11-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ㅉㅉㅉ 이제 한달여 남짓 남앗는데 벌써 술바보? 연말에는 길에 누워서 다니겠네 ㅋㅋ

Forgettable. 2011-12-01 09:16   좋아요 0 | URL
누구야?
 

  

아, 시원하고 좋다. 

면접을 몇번 봐봤지만, 기억에 남는 건 가장 가고싶었던 회사의 면접을 어이없는 실수로 망쳐버리고는 1주일동안 도돌이표를 돌려댔던 경험이다. 그 정도 급의 실수를 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인데, 4년이 지난 오늘 또 비슷한 경험을 하는 참사를 맞이했다.  

그렇게 벙찌게 면접을 끝내곤, 점심도 못 먹은 터라 힘이 쪽 빠져서는 터덜터덜 지하철로 향했다. 이젠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멍하게 지하철에 앉아 있는데, 한 무리의 젊은 남자아이들이 탔다. 연예인 준비를 하는 애들인지, 모델들인지, 몸매가 쫙 빠져서는 옷도 예쁘게 입고 무리 지어 있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산한 오후의 지하철 한 켠에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살짝살짝 춤을 추는 아이도 있었는데, 마침 내 아이팟에서도 일렉트로닉 클럽음악이 나오고 있어서 박자가 맞아 꼭 내가 듣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서로 다른 엠피쓰리로 서로 다른 이어폰을 꼽고 눈길도 한 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와 함께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귀엽다, 좋다, 행복했다, 이런 심정이 아니었다. 꿈과 이상에 부풀어 있던 시절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쪼글쪼글하게 현실에 찌들어 지하철 한 켠에 바닥으로 흘러내릴 것처럼 앉아있던 난 그들의 젊음과 매력이 부러웠다. 귓가를 울리는 클럽음악이 어쩐지 부끄럽기도 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어린 시절을 그리워했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 ‘어림’에 질투를 느끼며 나도 이제 늙어가나, 하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라고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 피부 톤이 한 톤 어두워진걸 보지도 않고 느낄 정도로 어둠의 자식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일은 또 내일의 어두움이 기다리고 있겠지.
이런 나날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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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9-2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에요.. 어둠 말구요..흐흑
같이 힘내요~^^ 불끈.

Forgettable. 2011-09-23 10:46   좋아요 0 | URL
태양이.. 뜨긴 떴네요. 햇살 맞이하고 비타민 충족좀 하러 등산 다녀와야겠어요!!
꼬마요정님도 화이팅! ^^

다락방 2011-09-2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졸려 죽겠는데 밤 열시반에 치킨을 먹고 잤더니 오늘 아침에 눈이 퉁퉁 부었어요. 오늘은 오늘의 음식들이 찾아왔어요. 밥 먹고 사무실 와서 또 빵 먹고 있어요.

뽀.............

Forgettable. 2011-09-23 10:47   좋아요 0 | URL
지금 내가 가장 먹고싶은것은 라면과 치킨입니다.
그래서 닭가슴살을 먹으려고 해요. 아침엔 계란을 먹었구요.

근데 치킨먹어도 눈이 붓는구나?! 혹시 라식의 부작용???

엄마가 독서금지를 해서.. 컴터 앞에만 앉아있는 나날이에요. 산에 가야지.

Mephistopheles 2011-09-2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젊은 날의 패기와 열정은 사라졌지만....연륜과 잔머리로 그걸 커버하려고 발악하는 40대가 댓글 남기고 갑니다.

Forgettable. 2011-09-23 10:48   좋아요 0 | URL
호호 언제나 메피님은 '여기 나도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위안해주시지만....
메피님은 제 동경의 대상인걸요. ㅠㅠ 나보다 잘난사람의 위안은 위안이 아닌지라....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9-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애들이 있어 삶은 그래도 아름답고나..
뽀님도 예쁘고.. 아 이 무슨 맥락에 맞지않는 소린지 --''
 

   
 

세이메이는 술병을 들어 두 개의 잔에 술을 따랐다. 
"오늘은 술을 마시러 온 것이 아니란 말일세."
"허나 술을 거절하러 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네는 말주변이 좋군."
"이 술은 더 좋을 걸세."
세이메이는 이미 잔을 손에 들고 있다.
히로마사는 등을 곧게 편 채 잔을 손에 들었다.
"그럼."
"음."
서로 말을 주고받고, 두 사람은 잔의 술을 비웠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신다. 그리고 술자리가 좋아서 모임에 가는게 아니라 술이 좋아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내게 세이메이같은 친구의 말은 가슴이 막 설렌다. 이 글귀를 보자마자 나도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친구에게 써먹겠다고 다짐 ^^  

요즘 소주를 먹기가 좀 힘들어져서 이 얘길 아는 분에게 했더니 그분이 그러신다. 사람이 평생 마실 술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이 주종에 따라 다르다, 내가 마실 소주의 양은 한계점이 다다른 듯 하니 맥주나 와인, 양주로 주종을 바꿔보아라.. 라고 하셨는데 그말이 진리다. 그날은 둘이서 와인을 세병 마셨는데 취하기만 할 뿐 속이 괜찮았다. 오오! +_+ 항상 위염을 앓으며 취하기도 전에 속부터 안좋아지는 내게 이 술은 금상첨화. 속쓰림 없이 술에 취할 수 있다. 하하, 양주와 나의 궁합은 캐나다에서 이미 내가 평생 마실 양주의 반이상을 마셨기 때문에 알고 있었고..

소주보다 비싸긴 하지만 집에서 마시면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는 와인과 양주라곤 하지만, 사실 돈 더주고 나가서 마신 적이 더 많다. 그래서 언제나 카드값은 눈물나지만. 그러나 맛있는 술 앞에서 반짝거리는 내 눈망울은 어찌하나. 아사히의 엔젤링을 쓰다듬으며 씩 웃으면 변태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함께 웃고 있는 친구도 있다. 뭐 친구 반응이야 어떻든 상관은 없다, 내 앞엔 술이 있으니. 

하지만 당분간 술을 자제해야 한다. 밤낮없이 흥청망청 술에 취해 시간을 마구잡이로 보낸지도 어언 4개월째. 이젠 정말로 취업에 사력을 다해 매진하고 캐나다에서도  찌지않았던 살도 좀 빼야겠다. 카드빚 관리도 좀 하고. 하지만 끊을 순 없으니 1주일에 한 번의 기쁨을 남겨두는 건 나의 쾌락론에 대한 예의. 당분간은 메그레도, 필립 말로도, 세이메이도 안녕이다. 책 속에서 날 유혹하며 술마시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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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1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추천 안할거에요. 흥!

Forgettable. 2011-09-20 09:53   좋아요 0 | URL
ㅋㅋ 좀만 기다리면 금방 복귀한다니까?

poptrash 2011-09-1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데서 흰 당나귀 응앙응앙 우는 오늘 밤도 술잔이 바람에 스치우네요

Forgettable. 2011-09-20 09:56   좋아요 0 | URL
잎새에 이는 바람같은 요런 댓글에도 나는 괴롭습니다........

웽스북스 2011-09-2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왔지' 라는 정없는 응답을 준비해두는 저는
금주 4일차! :)

Forgettable. 2011-09-20 09:5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술친구가 하나둘 줄어서 외로우시겠어요 ㅋ
전 오늘로 3일차에요!! 홧팅 ㅋ

다락방 2011-09-20 11:11   좋아요 0 | URL
둘다 안놀아. 흥!!

Forgettable. 2011-09-21 12:27   좋아요 0 | URL
뻥치시네 ㅋㅋ

lazydevil 2011-09-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절한 처방.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필립 말로우보다, 매튜 스커더 쪽으로 선회해보세요.
필사적으로 술을 끊으려는 스커더의 노력, 정말 눈물 겨워요.

Forgettable. 2011-09-21 12:23   좋아요 0 | URL
하하.. 눈물이 왜 자꾸 나는지 ㅠㅠㅠㅠㅠ
알콜섭취를 하지 않으니 우울감 증폭률이 대단하네요. 흑흑

lazydevil 2011-09-22 01:09   좋아요 0 | URL
진짜루 매튜 스커더와 똑같은 증상을...
알콜중독자 탐정 매튜는 너무 술마시고 싶어서...
근데 술을 끊고 싶어서... 엉엉 울어요~~^^

전 오늘 치맥으로 간단히... 냉장고에 남은 막걸리도 마저 비우고 잘까 고민중...ㅋㅋ

Forgettable. 2011-09-22 21:02   좋아요 0 | URL
힝.. 오늘 5일째인데 벌써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아까 정말로 울뻔했다는;;
치맥! 제가 지금 제일 먹고싶은게 치킨인데 말이죠. 바베큐~~ ㅋㅋ 아오 맛있겠다 ㅋㅋㅋ
닭대신 계란먹고 오늘밤도 버텨볼랍니다.ㅠㅠ

복돌이 2011-09-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 이제 곧 한국가니까 좀 쉬어두는것도 나쁘지 않지 흐흐흐....

Forgettable. 2011-09-21 12: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첫 댓글인데 이런 술 얘기에 댓글이라니 ㅋㅋㅋ 당신답구료.
미쿡안가? 바로 한국와? 얼른와~~~~ 나 몸관리 해둘게!!

2011-09-21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2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친구들과 술 마실 계획을 세우며 가방을 싸고 있는데 한 무리의 남자아이들이 들어왔다. 새학기라 반 아이들의 얼굴을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분위기상 다른 반인 것 같았다. 리더는 우리를 지나쳐 시선을 고정하고 창문가까지 직진했다. 순간이었지만 난 그가 나를 그냥 지나쳤다는 것에 안도를 하고, 분위기가 심싱치 않은 것을 느껴 교실 밖으로 뛰어나오는 순간 소리가 들렸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찌르는 걸 보고 있는 것만큼이나 선명한 청각 효과. 북찢는 소리와 피가 흐르는 소리, 비명 소리가 함께 들려왔고 난 친구와 함께 귀를 막고 교실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시선을 똑바로 고정한 그의 눈빛이 하스미의 그것과 비슷했을까? 내가 달리던 그 복도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악의 교전]을 읽은 이후로 악몽퍼레이드다. 하루에 하나씩 꾸고 있다. 읽을 땐 막상 그렇게 무섭단 느낌은 아니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하스미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하스미의 시점에서 모든 사람들은 단지 하스미가 조종하는 꼭두각시 인형이나 도구라는 느낌이 강했기에 자의인지 타의인지 나는 하스미의 입장에서 모든 사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고 고백하자면 그가 실수없이 일을 잘 해내길 바라고 있기까지 했다. 처단되는 수많은 목숨들이 생명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한 바였고 그의 능력이었다면 나는 감탄해마지 않았겠지만 혹시 내게도 무의식중에 숨어있는 잔혹한 부분이 있을까 두려웠다. 싸이코패스인 하스미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두려웠던 것이 아니다. 하스미의 입장에서 모든 이야기를 바라보고 나였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라고 계속해서 되뇌어보는 내 자신이 두려웠다. 설령 그가 완전범죄를 기하고 아무 문제 없이 풀려나 내 목을 조여오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공들여 저지른 범죄가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일까? 

살육을 일삼는 게임에 중독이 되었던 적도, 나보다 힘 없는 생명체를 괴롭히는 것을 즐긴 적도, 고통에 대하여 무감각했었던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왜 하스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걸까? 사디즘과 마조히즘에 매료되었던 적은 있었지만 하스미는 그러한 쾌락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수학 문제를 풀듯이 눈 앞에 닥친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풀어나간다. 설령 그 해결 방법이 살인일지라도.  

   
 

"당신은 전율을 느끼고 싶어서 살인을 한다는 말이야?" 
하야미는 멍하게 하스미를 응시했다.
"아니, 그런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야. 살다 보면 누구나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잖아?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하지. 나는 너희들과 비교해서 그런 순간에 선택의 폭이 훨씬 넓은 거야."
"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놈은.
"가령 살인이 가장 명쾌한 해결방법임을 알아도 보통 사람은 주저하지. 혹시라도 경찰에 발각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탓에 아무래도 공포가 앞서게 돼. 그러나 나는 달라. X-sports 애호가들처럼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생긴다면 끝까지 해내거든. X-sports와 다름없이 중간에 망설이지 않고 위험해도 과감하게 질주하면 의외로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얘기야. 어때? 이 정도 설명이면 이해가 돼?"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언제나 그랬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을 얼마 전에 완독했는데, 그 때는 정해진 '악마'가 있었다. 나는 그 악마만 증오하고 두려워하면 됐었다. 피가 철철 넘치고 등장인물들의 공포가 내게도 전해왔지만 그저 살인범만 잡으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악의 교전]은 다르다. 작가는 매력적인 하스미를 두려워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가 모리타트의 휘파람을 불든, 미소를 지으며 살인을 일삼든, 아이들의 절규가 얼마나 처절했든, 그는 내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난 내가 두려웠다. 왜 난 이딴 인간(인간이라 할 수 있다면)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있는걸까?  

오늘도 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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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11-09-1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리뷰 좋은데요. 당장 사고 싶게 만드는.
근데 두 권이란 말입니까.ㅠ 사서 동생 줄까...

Forgettable. 2011-09-16 11:16   좋아요 0 | URL
제가 싸이코패스 취급당할까봐 두려워하면서도 이렇게 강렬하게 뭔가를 느낀 적은 처음이라서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더군요. ^^
예전에 우리 강호순에 대해 입장차이가 있었잖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 그 땐 많이 어렸었구나 싶더라구요. ㅎㅎ

하이드 2011-09-1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내게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같은 느낌. 웰메이드고, 난 물론 기시 유스케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기시 유스케 팬이 아닌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는 작품. 나에겐 여전히 <천사의 속삭임>과 <신세계에서>가 탑!

Forgettable. 2011-09-17 13:17   좋아요 0 | URL
진짜 재밌었어요. >_<
책을 읽는 동안엔 몰랐는데.. 읽고 나서 한동안 무서워 무섭다를 입에 무의식중에 달고 있더란;;
사실 기시 유스케 작품 중에 [검은 집]만 읽지 못했는데..
전 이 작가 작품은 순위를 못매기겠어요. 그냥 좋은거/별로인거 로 나눌뿐 ㅋㅋㅋ 순위를 매길 수 없어 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1-09-1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어쩌지. 뽀 리뷰를 읽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직 장바구니 결제전인데 이걸 넣을까요 말까요. 아우.

Forgettable. 2011-09-17 13:18   좋아요 0 | URL
넣었어요??
아직 안샀다면 내 책 빌려줄 의향 있음 ㅋㅋ 하지만 전 기시 유스케 책은 소장을 원칙으로 하므로 드릴 순 없어요 ㅠㅠ 미안. ㅋㅋㅋㅋ

책좀 그만사 ㅋㅋㅋㅋ

비로그인 2011-09-1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심리 저도 알 것 같아요. 작가가 교묘하게 살인범을 동일시하게 만든걸까요? 악몽 꿀까봐, 이 책은 날 밝을 때 읽어야겠어요. 그래도 소용 없을 것 같지만... ( '')

Forgettable. 2011-09-17 13:2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아침에 읽었는걸요;;
소용없더라구요.

어제 친구랑 만나서 이책에 대해서 계속 얘기했는데..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가끔 내 안에 있는 싸이코패스 본능을 일깨우는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고;; 우린 제정신으로 살기엔 너무 각박한 서울에 살고 있나봐요. 여튼 여운이 대단합니다.

mira 2011-09-1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얼마전 도서관에서 보았는데 앙 이런 내용이었군요 무서운 책이란 느낌이 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Forgettable. 2011-09-17 13:22   좋아요 0 | URL
오 벌써 도서관에 들어와있나요?
전 연체로 인해... 당분간은 책을 빌리지 못할 예정이라 ㅠㅠ
서재 가보니 추리/미스터리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기시 유스케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
 

살면서 쿨하지못해 미안했던 적이 있다. 헤어진지 1년이 지났는데도 마음이 그대로여서 이따금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새벽에 전화가 오면 받지도 못하곤 '너였지?'라고 이별한 연인에게 문자를 보낸다던가, 노래방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며 이별의 아픔에 질질 짜기도 했던 것은 약과다. 내가 깊이 짝사랑하던 이와 연애를 하고싶다 고백하는 친한친구에겐 쿨한척 하며 그러라고 해놓고서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온갖 시를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전체공개'로 써두고는 일촌을 끊고 전화번호를 지워버리기도 했다.  

그 외 더 찌질한 기억들은 쪽팔리니까 자체 기억상실증이 발동하여 지워진듯 하지만 그렇게 찌질했던 나도 헉 소리 날 정도로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은 찌질한심 그 자체다. 보면서 내가 얼굴이 다 빨개질 정도로 진상이다. 아무리 봐도 별 의미 없는 남자들의 행동을 죽 읊고는 "그래도 우린 오해를 하면 안된다, 남자들은 '그냥'하는거다." 라고 뭔가 대단한 사실을 깨우쳤다는 양 진지하게 말하는 양미숙의 얼굴을 보면 한숨도 나오고 웃음도 나오고 얼핏 눈물도 난다. 왜 눈물이? 나 역시 내게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 남자들이 나한테 관심있어서 묻는 것이라 확신하기에 남일 같지 않더라.   

좋아하는 여배우가 몇 있다. 그 중 하나가 공효진이고 그녀의 호감형 인상을 참 좋아했는데 [미쓰 홍당무]에서 비호감의 매력을 발견하곤 그 의외성에 놀라고 재미있고 신기했다. 어떻게 주체가 안되는 곱슬머리에 안면홍조증이라 좋아하는 사람이 말만 걸어도 귀까지 빨개져버리는 촌스러운 여자 양미숙. 외모도 마음도 비호감이긴 한데 짝사랑하는 서선생이 보낸 특수문자 하나에 혼자 오해하고 모텔 엘레베이터에 쭈그리고 앉아서 엉엉 울고있는 모습을 보면 미워할 수가 없다. 얼굴이 남들보다 심하게 빨개지는 것처럼 그녀의 마음의 막도 남들보다 과하게 얇을 뿐이었던건 아닐까.  

찌질하지 않기 위해서 그 동안 어찌나 많은 노력을 해왔던가. 쿨한 척만 하고 속으론 여전히 찌질해서 결국엔 그걸 드러내곤 더 찐따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쿨한 여자가 되었다면 그 노력이 가상키나 하겠지. 난 모태찌질이다. 단지 지금은 찌질한 정도가 되기 전에 애초에 끊어버리자며 포기가 빨라졌고, 가끔 하는 부끄러운 행동들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제발 쿨해지자'라고 술만 마시면 외쳐대던 날들은 갔다. 지금은 '쿨하지 않은게 어때서! 쿨한 사람이 어딨냐?' 라며 오히려 당당해한다.   

그래서인지 배우가 가장 멍청해보이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고등학교 축제에서 밀가루와 오만 잡쓰레기들을 맞아가며 공연한 양미숙과 서종희가 공연을 끝내고 깔깔거리며 교문을 나서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보일 수 없었다. 찌질함과 쿨함은 한끝차이인데 난 대체 뭘 위해 노력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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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1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타입이라서요, 그 사실만으로도 당황스러울때가 많아요.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 앞에서 붉어져서 좋아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구요. 이건 잘 치료가 안되더라구요. 전 제가 이렇다는 사실이 몹시 싫어서 이 영화를 끝까지 안 볼 생각이에요. 제 친구중에도 저랑 비슷한 타입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이 영화 얘기하면서, 우리는 절대 보지말자, 보면 감정이입 오만프로 되서 질질 짤거다, 이랬었어요. 이 영화는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 어휴. 안봐 안봐 안볼거에요.

전 인간이 기본적으로 쿨해질 수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쿨하다는 말을 멋지게 써먹는거겠죠. 쿨한 인간은 없어요. 다만 쿨한척 하는 인간이 있을뿐이지.

Forgettable. 2011-09-15 11:56   좋아요 0 | URL
이거 보고 은근히 울었다는 사람 많더라구요. 근데 전 의외로 괜찮았어요. ㅋㅋ 결말도 귀엽고 괜찮았어요. 그러니 봐도 나쁘지 않을거에요. 추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빨개져도 문제지만 안좋아하는데 빨개져도 문제겠네요. 아 짜증나..
근데 락방님 내 앞에선 안빨개지는거 보면 나 안좋아하나봐..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안좋아한다고하는거 뻥인줄 알았는데......

근데 쿨한 인간들이 있더라구요. [악의 교전]보니까 ㅋㅋ 인간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튼 이 리뷰도 곧 써야지.

다락방 2011-09-15 14:33   좋아요 0 | URL
하아-
나는 안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왜 내 말을 듣지를 않아요, 뽀? 나는 뽀를 안좋아합니다. 네? 알아들었어요?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6 09:37   좋아요 0 | URL
안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빨개지는 얼굴이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안빨개지기도 하나보죠?

라로 2011-09-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이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신다는거 알지만 이 글은 또 뭐래요!!!^^
정말 좋은걸요!! 찌질한 인간이라 그런가, 제가 말이에요!!!
저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혼자 착각하는 찌질한 중년 여성 다녀갑니다.ㅎㅎ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9-15 11:59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요즘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대폭 상실해서 억지로라도 낑낑거리며 쓰고 있는 중이에요 ㅋㅋ 쓰다보면 감을 찾겠지 싶어서 ^^
영화는 더 재미있어요. 웃음이 픽픽 나오다가 배우가 안쓰러웠다가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잘 표현을 못하겠으니 영화 보세용 ㅋㅋ
찌질한 우리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냅니다 ^^

비로그인 2011-09-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네요, Forgrttable님 :)

양미숙... 비호감인데 미워할 수가 없어요. 내가 뭐! 앙탈을 부려도 눈 부라리며 채팅을 해도 그저 귀여워 보이던 걸요. 사진 찍는 장면은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왠지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쿨하지 못한 나를 애써 괜찮다고 위로해줄 사람 어디 없나 주위를 살펴봐도, 딱히 위로 받을 구석을 찾지 못한 심정도 공감이 가고. [달의 제단]의 주인공도 찌질남이라면 찌질남인데... 그 책 생각도 나네요 ㅎㅎ

미지근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되도록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현실은 찌질하지만 ㅠㅠ)

Forgettable. 2011-09-15 14: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말없는수다쟁이님^^

전.. 피부과 의사에게 웃겨죽으려고 하면서 '커진다커진다커진다..'를 얘기하는 장면이 너무 부끄럽고 막 죽을것 같아요 제가 더ㅋㅋㅋㅋ 하지만 미워할 수 없더라구요. 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얼굴이 더 빨개져 ㅠㅠ

전 차갑게 보이는 여성이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요. 그 속에 뜨거운 불을 감추고 있는 사람요. 아마 제가 그러질 못하니까 동경하는 거겠죠..

무스탕 2011-09-1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포스터중에 공효진 얼굴이 이~~따만하게 나온거 있잖아요. 머리는 잔뜩 산발을 하고.
그거 보면서 아, 공효진이 제대로 망가졌구나.. 했었는데 결국 영화는 안봤어요. (못봤던가..? --a)
찌질하면 어때요? 적당한 찌질은 인간미를 옴팡 높여줘서 차라리 귀여울때도 있지요 ^^

Forgettable. 2011-09-15 14:03   좋아요 0 | URL
공효진이 이거 찍으면서 이거 하면 예쁜여배우로 남기는 글렀구나, 했었대요. ㅎㅎㅎ
하지만 '배우'인생에 한 점 찍었다고 생각했어요. 예쁘게 나오진 않아도 멋있었거든요.
적당히 찌질하고 어느정도 컨트롤이 되면 괜찮지만 ㅋㅋㅋㅋㅋㅋ 양미숙은 ㅋㅋㅋㅋ 아... 모르겠어요. 귀엽긴 한데... 찌질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

poptrash 2011-09-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루이]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쪽팔려서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밤중에 이불을 차게 만드는 그런 기억들이.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40%은 그런 순간들이었다." 뽀님 때문에 저도 이 대낮에 손발 오그라드는 온갖 기억들의 역습을... ㅜ_ㅜ

Forgettable. 2011-09-15 14:0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아까 이 글을 쓰기 전에 한참 제 찌질함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샤워를 하지 않고서는 못배길 정도가 되어 얼른 씻었어요. 막 구질구질함이 온 몸에서 기어나오는 것만 같은 기분 아시나요?
팝님은 어쩐지 쿨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 똑같구나 ^^

Arch 2011-09-1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허지웅 책 봤는데 거기서도 미쓰 홍당무 얘기 나와요.
이 영화는 처음엔 그저 그랬는데 (박찬욱에, 대단한 신인 감독 입김이 셌죠) 곱씹어볼수록 좋더라구요.
나는 영화 보면서 낄낄대면서 웃었어요. 의사랑 면담할 때랑 채팅할 때. 이건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러면서.

양미숙의 뜨거움이 부끄럽고 멋쩍지만 거기서 나를 보니까 사랑스럽... 아니, 나도 얼굴이 빨개졌어요.

Forgettable. 2011-09-15 14:25   좋아요 0 | URL
전 박찬욱감독 각본이랬나 그래서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거든요. 코믹을 가장한 잔혹? 외설? 뭐 이런 것들이 잔뜩 들어있을 줄 알구요. ㅎㅎㅎㅎㅎ
근데 첨부터 너무 빵빵터져서 ㅋㅋ 피부과의사랑 면담할때는 진짜 미치겠더라구요.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게 아치님 말대로 그 안에 내가 있으니까.
아치는 책도 많이 읽네요~

pb 2011-09-1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모태 찌질이었는데
인생이 막장생활이 되면서부터 언젠가 찌질함이 사라져버렸어요..;
예전엔 속으로 끙끙 앓으며 뱉지 못한 말들이 이젠 진짜! 저는 속으로 말한 줄 알았는데 어느새 입 밖에 나와있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남친들과 술마시는건 그냥 일상-_-

그나저나 저도 미쓰 홍당무 너무너무 좋아해요. 개봉날 영화관에서 이거 보다 뒤집어졌는데 감독 차기작이 진짜 궁금할 정도로. 이세상에 둘도 없는 캐릭터 양미숙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6 09:40   좋아요 0 | URL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캐릭터이지만 또 보면 어딘가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역시 찌질함과 쿨함은 한끝차이라고, 자기가 찌질하단걸 인정하고 당당해지기 시작하면 ㅋㅋㅋ 찌질한것도 쿨해지는거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몰라요 ㅋ

나도 구남친이랑 술먹고 싶다................ <-은근한 흑심 발동

mira 2011-09-1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때론 양미숙이 부럽더라구요 너무나 현실적이고 눈치가 빨라 피곤한 삶이라고 느낄때도 있는데 양미숙처럼 찌질하게 사는것도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이 ㅎㅎ

Forgettable. 2011-09-16 09: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mira-da님 ^^
찌질한것도 이정도가 되면 부러울 정도이긴 하죠. ㅋㅋㅋ 이 영화 보신 분이 꽤 많네요. 이렇게 많이 댓글이 달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

전 [고도를 기다리며]공연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turnleft 2011-09-16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은 "아빠 미워!" ㅋㅋㅋ

Forgettable. 2011-09-16 09:4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거기서 완전 빵 터졌지요. ㅋㅋ 아 댓글 달다보니 명장면들이 수도 없이 생각나요!

무해한모리군 2011-09-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실생활에서 양미숙 찜쪄먹게 찌질한 행동을 많이 해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어찌나 동감이 되던지요.
나는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해서 찌질한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봐요~
뽀님의 찌질한 모습은 상상도 안가는군요.

Forgettable. 2011-09-16 09:45   좋아요 0 | URL
전 휘모리님의 찌질한 모습이 상상도 안가는데.. 휘모리님이라면 아무리 찌질한 행동을 해도 멋있어보일것 같아>.<

그나저나 축하합니다. ㅎㅎ 축하할 일 맞죠? 전 기분이 이상해요;

Mephistopheles 2011-09-2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만 그런가요. 남자도 연애하다 헤어졌을 때 충분히 찌질해져요.^^ 그리고 전 저 쿨하다란 표현이 참 별로에요. 온혈동물 인간이 변온동물 파충류가 아닌 이상 어떠케 쿨할 수가 있다고...ㅋㅋㅋ 그리고 저 영화 찍고 나서 평소 공효진씨와 친분있는 감독이 이랬데요. "넌 이미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영화를 찍었기에 이제 영화 그만찍고 죽을 일만 남았다." 라고.. 그만큼 이 영화에서 공효진씨는 최고였어요. 물론 재 개인적인 사심이 가득한 평가이긴하지만 객관적이더라도 이는 충분히 공감하리라 보고 싶어요.

Forgettable. 2011-09-23 10:53   좋아요 0 | URL
전 영화 보면서 '이거슨 분명 공효진의 진짜 모습인게 분명해..'라고 거듭거듭 생각했죠.
연기가 아니잖아요? 이미??!!!

쿨해질 수 없는 찌질함을 인정하고 당당해질 때 우린 진정 멋있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ㅋㅋ 그래도 우리가 온혈동물이기 때문에 진정 차가워질 순 없겠지만요?! ㅎㅎㅎ 그렇다고 제가 멋있다는 건 아니고 ( '') 맞나?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