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한 지 곧 한달이 되어간다. 애초에도 활활 타오르지 않았던 신입사원의 열정은 이미 사그라든지 오래, 나는 이미 출퇴근 지하철과 잔업에 쪄든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작년에 써둔 글을 본다. 미래가 불투명했기에 쓸 수 있었던 글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던 날 꽤나 괜찮게 생각했었기에 요즘은 당췌 글을 쓰기가 힘들다.
쑤퉁의 책을 한 권 읽었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지만, 막상 쓸 수가 없다. 나의 감상은 그의 글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도 못한 듯 해서 거르고 거르고 하다보면 남는 게 한 단어 조차도 없다. 언젠가 날을 잡고 써보리라 다짐하곤, 정말로 날을 잡에 컴퓨터 앞에 앉지만 쓸 말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노력한 것에 비해 그 성과가 덜한 것을 첫째로 꼽자면 다이어트가 아닐까 싶다. 한동안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노력을 쏟던 난 포기하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주를 최소로 먹자는 신념 아래 술을 마시다 보니 평소보다 쉽고 빠르게 취한다. 게다가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꽐라의 모습을 이젠 어느 누구에나 보여주고 있다. 그래봤자 남들도 다 취했을 때고 나 역시도 별다르게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 쪽팔리진 않는다. 설사 쪽팔린다 하더라도 나만 당당하면 되니까.
ㅋㅋ 며칠 전엔 가카를 알현할 기회가 있었는데, 전날 술먹고 알람을 못들어서 대단한 지각을 하고 말았다. 평소엔 술 마셔도 잘만 일어나서 비록 취중 업무수행이라도 말끔히 하곤 했는데.. 가카님.. 나의 마음이 이 정도야.. 당신한테. 이쪽 일이 평소에 아무리 잘해도 중요한 행사에서 실수 한 번으로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인데, 하물며 그 분이 오시는 행사에 지각을 하다니 진짜 미치겠다. 술, 너란 놈.
사람은 참 영리해서 심지어 어린 여직원들의 텃세에도 적응한다. 못 할 것만 같았던 직장 생활에도, 술이 안깨거나 잠이 안깬 평일의 아침 6시에도, 책이나 영화가 전무한 날들에도, 다 적응하더라. 다시 불투명한 미래를 꿈꾸며,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