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메이는 술병을 들어 두 개의 잔에 술을 따랐다. 
"오늘은 술을 마시러 온 것이 아니란 말일세."
"허나 술을 거절하러 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네는 말주변이 좋군."
"이 술은 더 좋을 걸세."
세이메이는 이미 잔을 손에 들고 있다.
히로마사는 등을 곧게 편 채 잔을 손에 들었다.
"그럼."
"음."
서로 말을 주고받고, 두 사람은 잔의 술을 비웠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신다. 그리고 술자리가 좋아서 모임에 가는게 아니라 술이 좋아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내게 세이메이같은 친구의 말은 가슴이 막 설렌다. 이 글귀를 보자마자 나도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친구에게 써먹겠다고 다짐 ^^  

요즘 소주를 먹기가 좀 힘들어져서 이 얘길 아는 분에게 했더니 그분이 그러신다. 사람이 평생 마실 술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이 주종에 따라 다르다, 내가 마실 소주의 양은 한계점이 다다른 듯 하니 맥주나 와인, 양주로 주종을 바꿔보아라.. 라고 하셨는데 그말이 진리다. 그날은 둘이서 와인을 세병 마셨는데 취하기만 할 뿐 속이 괜찮았다. 오오! +_+ 항상 위염을 앓으며 취하기도 전에 속부터 안좋아지는 내게 이 술은 금상첨화. 속쓰림 없이 술에 취할 수 있다. 하하, 양주와 나의 궁합은 캐나다에서 이미 내가 평생 마실 양주의 반이상을 마셨기 때문에 알고 있었고..

소주보다 비싸긴 하지만 집에서 마시면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는 와인과 양주라곤 하지만, 사실 돈 더주고 나가서 마신 적이 더 많다. 그래서 언제나 카드값은 눈물나지만. 그러나 맛있는 술 앞에서 반짝거리는 내 눈망울은 어찌하나. 아사히의 엔젤링을 쓰다듬으며 씩 웃으면 변태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함께 웃고 있는 친구도 있다. 뭐 친구 반응이야 어떻든 상관은 없다, 내 앞엔 술이 있으니. 

하지만 당분간 술을 자제해야 한다. 밤낮없이 흥청망청 술에 취해 시간을 마구잡이로 보낸지도 어언 4개월째. 이젠 정말로 취업에 사력을 다해 매진하고 캐나다에서도  찌지않았던 살도 좀 빼야겠다. 카드빚 관리도 좀 하고. 하지만 끊을 순 없으니 1주일에 한 번의 기쁨을 남겨두는 건 나의 쾌락론에 대한 예의. 당분간은 메그레도, 필립 말로도, 세이메이도 안녕이다. 책 속에서 날 유혹하며 술마시지마!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1-09-1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추천 안할거에요. 흥!

Forgettable. 2011-09-20 09:53   좋아요 0 | URL
ㅋㅋ 좀만 기다리면 금방 복귀한다니까?

poptrash 2011-09-1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데서 흰 당나귀 응앙응앙 우는 오늘 밤도 술잔이 바람에 스치우네요

Forgettable. 2011-09-20 09:56   좋아요 0 | URL
잎새에 이는 바람같은 요런 댓글에도 나는 괴롭습니다........

웽스북스 2011-09-2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왔지' 라는 정없는 응답을 준비해두는 저는
금주 4일차! :)

Forgettable. 2011-09-20 09:5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술친구가 하나둘 줄어서 외로우시겠어요 ㅋ
전 오늘로 3일차에요!! 홧팅 ㅋ

다락방 2011-09-20 11:11   좋아요 0 | URL
둘다 안놀아. 흥!!

Forgettable. 2011-09-21 12:27   좋아요 0 | URL
뻥치시네 ㅋㅋ

lazydevil 2011-09-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절한 처방.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필립 말로우보다, 매튜 스커더 쪽으로 선회해보세요.
필사적으로 술을 끊으려는 스커더의 노력, 정말 눈물 겨워요.

Forgettable. 2011-09-21 12:23   좋아요 0 | URL
하하.. 눈물이 왜 자꾸 나는지 ㅠㅠㅠㅠㅠ
알콜섭취를 하지 않으니 우울감 증폭률이 대단하네요. 흑흑

lazydevil 2011-09-22 01:09   좋아요 0 | URL
진짜루 매튜 스커더와 똑같은 증상을...
알콜중독자 탐정 매튜는 너무 술마시고 싶어서...
근데 술을 끊고 싶어서... 엉엉 울어요~~^^

전 오늘 치맥으로 간단히... 냉장고에 남은 막걸리도 마저 비우고 잘까 고민중...ㅋㅋ

Forgettable. 2011-09-22 21:02   좋아요 0 | URL
힝.. 오늘 5일째인데 벌써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아까 정말로 울뻔했다는;;
치맥! 제가 지금 제일 먹고싶은게 치킨인데 말이죠. 바베큐~~ ㅋㅋ 아오 맛있겠다 ㅋㅋㅋ
닭대신 계란먹고 오늘밤도 버텨볼랍니다.ㅠㅠ

복돌이 2011-09-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 이제 곧 한국가니까 좀 쉬어두는것도 나쁘지 않지 흐흐흐....

Forgettable. 2011-09-21 12: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첫 댓글인데 이런 술 얘기에 댓글이라니 ㅋㅋㅋ 당신답구료.
미쿡안가? 바로 한국와? 얼른와~~~~ 나 몸관리 해둘게!!

2011-09-21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2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