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시원하고 좋다. 

면접을 몇번 봐봤지만, 기억에 남는 건 가장 가고싶었던 회사의 면접을 어이없는 실수로 망쳐버리고는 1주일동안 도돌이표를 돌려댔던 경험이다. 그 정도 급의 실수를 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인데, 4년이 지난 오늘 또 비슷한 경험을 하는 참사를 맞이했다.  

그렇게 벙찌게 면접을 끝내곤, 점심도 못 먹은 터라 힘이 쪽 빠져서는 터덜터덜 지하철로 향했다. 이젠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멍하게 지하철에 앉아 있는데, 한 무리의 젊은 남자아이들이 탔다. 연예인 준비를 하는 애들인지, 모델들인지, 몸매가 쫙 빠져서는 옷도 예쁘게 입고 무리 지어 있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산한 오후의 지하철 한 켠에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살짝살짝 춤을 추는 아이도 있었는데, 마침 내 아이팟에서도 일렉트로닉 클럽음악이 나오고 있어서 박자가 맞아 꼭 내가 듣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서로 다른 엠피쓰리로 서로 다른 이어폰을 꼽고 눈길도 한 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와 함께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귀엽다, 좋다, 행복했다, 이런 심정이 아니었다. 꿈과 이상에 부풀어 있던 시절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쪼글쪼글하게 현실에 찌들어 지하철 한 켠에 바닥으로 흘러내릴 것처럼 앉아있던 난 그들의 젊음과 매력이 부러웠다. 귓가를 울리는 클럽음악이 어쩐지 부끄럽기도 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어린 시절을 그리워했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 ‘어림’에 질투를 느끼며 나도 이제 늙어가나, 하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라고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 피부 톤이 한 톤 어두워진걸 보지도 않고 느낄 정도로 어둠의 자식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일은 또 내일의 어두움이 기다리고 있겠지.
이런 나날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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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9-2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에요.. 어둠 말구요..흐흑
같이 힘내요~^^ 불끈.

Forgettable. 2011-09-23 10:46   좋아요 0 | URL
태양이.. 뜨긴 떴네요. 햇살 맞이하고 비타민 충족좀 하러 등산 다녀와야겠어요!!
꼬마요정님도 화이팅! ^^

다락방 2011-09-2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졸려 죽겠는데 밤 열시반에 치킨을 먹고 잤더니 오늘 아침에 눈이 퉁퉁 부었어요. 오늘은 오늘의 음식들이 찾아왔어요. 밥 먹고 사무실 와서 또 빵 먹고 있어요.

뽀.............

Forgettable. 2011-09-23 10:47   좋아요 0 | URL
지금 내가 가장 먹고싶은것은 라면과 치킨입니다.
그래서 닭가슴살을 먹으려고 해요. 아침엔 계란을 먹었구요.

근데 치킨먹어도 눈이 붓는구나?! 혹시 라식의 부작용???

엄마가 독서금지를 해서.. 컴터 앞에만 앉아있는 나날이에요. 산에 가야지.

Mephistopheles 2011-09-2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젊은 날의 패기와 열정은 사라졌지만....연륜과 잔머리로 그걸 커버하려고 발악하는 40대가 댓글 남기고 갑니다.

Forgettable. 2011-09-23 10:48   좋아요 0 | URL
호호 언제나 메피님은 '여기 나도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위안해주시지만....
메피님은 제 동경의 대상인걸요. ㅠㅠ 나보다 잘난사람의 위안은 위안이 아닌지라....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9-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애들이 있어 삶은 그래도 아름답고나..
뽀님도 예쁘고.. 아 이 무슨 맥락에 맞지않는 소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