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 5만 시간의 연구 끝에 밝혀진 31가지 마음의 비밀
스티븐 그로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은 거창한데, 내용은 빈약한 책인 듯. 그냥 31가지의 상담사례를 그다지 깊이없게 알려줄 뿐,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큰 감흥을 주지 않는다. 5만 시간이나 연구한 것치고는 너무 사변적인 내용에 그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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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인가.... 라디오를 듣는데, 트루먼 카포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도 좋아한다는 작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작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스무살 나이에 유명해져서 승승가도를 달리다가 말년은 비참하게 끝냈던 사람. 실화를 배경으로 한 르뽀형 소설 '인 콜드 블러드'라는 명작을 남긴 사람... 원제가 'Complete stories of Truman Capote'인 <차가운 벽>의 단편소설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귀가 번쩍 뜨였다. 어. 이거 나도 사두었는데. 심지어 우리 엄마는 바로 읽고 좋다고 하셨었는데... 난 아직이네? ㅜ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는 거다. 읽고 있던 <관찰의 힘>을 부랴부랴 마무리하고 (근데 이 책, 생각보단 별루였다..;;;) <차가운 벽>을 꺼내들어 보니 2008년에 출간. 그러니까 내가 몇 년을 책장에 놔두었던 거야..ㅜ 책을 쟁여 놓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물론 이 책을 사게 된건, 그 전에 <인 콜드 블러드>를 읽고 나서 너무 놀래서 (정말 놀랐다. 이런 책을 쓰다니!) 그 이후에 <차가운 벽>이 나오길래 바로 샀던 기억이 난다.


 

 

 

 

 

 

 

 

 

 

 

 

 

 

 

 

이제 와서 뒤져보니 글쎄 최근에 트루먼 카포티의 책 시리즈가 나왔더라는. 그러니까 내가 갖고 있는 책들은 다 구판이 되었고 신간이 비슷한 컨셉의 표지들로 나왔더라는 거다.

 

 

 

 

 

 

 

 

 

 

오오. 이런. 글자체가 좀 우스꽝스럽게 변했고 책마다 색깔을 입혔구만.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표지들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한데... 암튼 간에 그새 이런 책들이 나오다니. 나머지도 다 구입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라면서 보관함에 퐁퐁퐁~

 

다시 <차가운 벽>으로 돌아가서.... 트루먼 카포티가 데뷔할 즈음부터 쓴 단편소설들을 연대순으로 모아둔 책이다. 첫번째 소설의 제목이 '차가운 벽'. 지금 1/3 정도 읽었는데 처음엔 좀 미숙한 것 같고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고 그랬는데, 점점 나아져 가고 있다. 오헨리상을 여러번 받은 사람답게 (이 책 중에 있다) 내용이나 작풍이 상당히 재미있고 짜임새 있다. 가끔 섬짓한 내용도 있고. ('미리엄' 이런 거...)  재미있는 대목들 밑줄도 쳐두었으나 지금은 회사니까 패스.. 나중을 기약.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 인생은 정말 알고보면 남루했구나. 벼락부자된 아버지와 성적으로 미숙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버려졌다가 나중에 어머니가 재혼해서 거두어졌고...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큰 유년시절 속에서 길러졌을 컴플렉스와 정서적 결핍들이 나중에 여러가지로 인생에서 힘든 부분들을 만든 게 아니었을까. 유명했고 유명한 사람들과 교류도 잦았지만, 나중에 결국 약물에 찌들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걸 보면 참 인생이란, 특히나 이런 사람의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에겐 좋은 책을 안겨 주었지만, 자신의 인생은 힘들었을 사람. 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그런 인생을 살게 해주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평범하고 행복하고 안온한 인생을 바랄 듯. 물론 그렇게 한다면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인류역사상 점 하나의 구실도 못 한 채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가끔 판단이 안 선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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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8-2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신간들에서는 트루먼 카포티가 아니라 트루먼 '커포티'라고 표기했다. 커포티. 흠...
 
관찰의 힘 (반양장) -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를 보다
얀 칩체이스 & 사이먼 슈타인하트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 위너스북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보다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광고에 나온 얘기들이 다라고 해도 좋을 듯. 사람의 사소한 행동들, 무의식중에 하는 상징들 등에서 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고 이것이 또한 비즈니스도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시사점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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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참 좋다. 거기에는 항상 이치와 윤리를 초월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얽힌 깊고 다정한 개인적인 정경이 있다. 이 세상에 음악이라는 것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요컨대 언제 백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은) 더욱더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p143

 


 

 

 

 

덥디 더운 일요일. 무릎팍 쯤에 조준된 선풍기를 중간 정도의 세기로 틀어놓고 의자에 앉아 침대에 두 다리를 떡하니 올려놓은 책, 가벼워서 들고다니기 좋다며 박박 우겨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펼쳐들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실황중계를 들으며 보내는 일요일 오후. 아 편하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정말 신이 내린 피아니스트야.. 감탄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정말 촌철살인이야 놀라면서 그렇게 있자니 아 이런 게 상팔자라는 건가 싶다. 일주일의 무거운 일들을 다 내려놓고 기억 저 편으로 밀어버린 채 휴일을 보낼 수 있다니 말이다.

 

지난 번 페이퍼에도 썼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번 에세이는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내 맘과 똑같은 내용들이 많아서 아주 술술 읽혔다.

 

 

줄곧 소설을 써왔지만 글쓸 때 역시 그런 감정의 기억이란 몹시 소중하다.

설령 나이를 먹어도 그런 푹푹한 원풍경을 가슴속에 갖고 있는 사람은 몸속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잇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다지 춥지 않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귀중한 연료를 모아두는 차원에서라도 젊을 때 열심히 연애하는 편이 좋다.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선율에 미친 듯이 끌리는 시기란 인생에서 아주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방심해서 가스 잠그는 것을 잊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일도 가끔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p171

 

 

대학 후배가 9월에 결혼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늦은 나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배보다야 먼저 가는) 후배의 결혼과 사랑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생각 저생각 옛 상념들이 밀려든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었는데... 똑 부러지는 성격인데도 마음은 여리고 심정적인 의지도 많이 하던 아이였던 지라 힘든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냥 그렇게 늙어질까 싶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생각했다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지나간 세월의 편린들이 가슴을 쿡쿡 찔러대기도 한다. 그래도 무라카미씨의 이 글을 읽으면서 좀 안심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냥 늙어가면서 춥지 않은 추억들을 만들어내던 과정이었다 생각하니, 오히려 인생이 풍요로와보이는 느낌.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썼을 지도 모르는 무라카미씨의 작은 글들과 호로비츠씨의 아름다운 협주곡으로 많이, 많이 위로받는 일요일이다.

 

 

추천하고 싶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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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의 이 책 시리즈는 가벼워서 좋다. 어제의 헤세의 글을 다 읽고 깜빡 잠이 들어 출근할 때 들고 갈 책을 잊어버리고 선택하지 않은 바람에, 아침에 부랴부랴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잠깐 망설였다. 그냥 가져가지마? 흠... 그러나 책이 없으면 왠지 불안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 급하니까 가장 가벼운 걸로 나온다는 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가벼운 만큼 내용도 가벼워서 오늘 오고가는 길에 끝나지 않을까 싶다.

 

 

생각컨대, 인간이란 본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자, 오늘부터 달라지자!' 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어떤 것이 없어져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형상기억합금처럼, 혹은 뒷걸음질쳐서 구멍 속으로 숨어버리는 거북이처럼 어물어물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버린다. 결심 따위는 어차피 인생의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옷장을 열고 팔도 제대로 끼어보지 않은 슈트와 주름 하나 없는 넥타이를 보면서 그런 사실을 통감했다. 그러나 반대로 '딱히 달라지지 않아도 돼'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희한하게 사람은 달라진다. 이상한 얘기지만.

 

 

역시나 하루키. 일상의 작은 틈새에서 어쩜 이렇게 마음을 잘 읽어내는 것이냐. 특히 저 표현 '어물어물'에서 팟 웃어버렸다. 정말 모양새가 그런거다. 확 안 하지도 않고 뺄까 말까 뺼까 말까 망설이면서 점점 뒤로 물러나는 꼴이라니. 그러면서 온갖 변명을 다 대는 것이지. 이러쿵저러쿵.

 

올해만 해도 내가 굳게 결심한 게 몇 건이더냐. 물론 건강상의 문제나 회사의 일복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수첩 한귀퉁이에 적혀진 그 '결심'이란 것들 때문에 무지하게 가끔 무거운 기분이 된다는 거, 부인할 수가 없다. 어쩌면 난, 할 수 없는 일 내키지 않는 일을 결심이라는 항목에 밀어넣어 자기에게 강제하고 있는 거 아닐까.. (라고 또 변명..ㅜ)

 

 

우리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 아직 밤이 되기는 일렀고 손님은 우리와 그 사람들뿐이었다. 아마 남자는 이십대 후반 여자는 이십대 중반쯤. 둘 다 인물도 괜챦고 도회적이면서도 깔끔한 옷차림에 굉장히 스마트한 분위기의 커플이었다...(중략)...남자는 '슬슬 꼬셔볼까' 생각하고 있고, 여자도 '그냥 넘어가줄까' 궁리중이다. 잘되면 식사 후 어딘가의 침대로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테이블 한가운데에 페로몬을 머금은 안개가 자욱히 떠있는 것이 보인다...(중략)...

 

그러나 그런 약속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분위기도 프리모 피아토가 나오자 운산무소, 문자 그대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쪽 남자가 '츠르릅 츠르릅!' 하고 엄청난 소리를 내며 파스타를 입안으로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정말로 압도적인 소리였다. 계절이 바뀔 때 지옥의 문이 한번 열렸다 닫히면서 나는 것 같은 소리. 그 소리에 나도 얼어붙었고, 내 아내도 얼어붙었고, 웨이터도, 소믈리에도 얼어붙었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도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숨을 삼키고 모든 말을 잃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남자만은 무심하게 츠르릅 츠르릅 하고 너무도 행복하게 파스타를 먹었다.

 

이 대목에서 완전히 빵 터져서.. 통근 버스 안에서 소리를 죽이고 웃어야 했다. 멋진 남녀. 무르익은 분위기. 아름다운 레스토랑... 그리고 급작스러운 소음. ㅎㅎㅎㅎ 당사자의 무심함이 더 웃긴. 그러고보면, 가끔 이런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절대 내지 않을 것 같은 소리를 내는 멋진 사람들. 트림이라든가, 방귀라든가... 먹을 때 후루룩 짭짭이라든가. 그런 일련의 경험들이 떠오르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지더라는. 아침 출근길이 참 유쾌(?)해졌지 뭔가.

 

아 일해야지. 점심시간이 길었네...하루키의 에세이가 소소하게 즐거워서 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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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8-0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결심의 재발견'을 노리고 있는거죠.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생각만말고 움직이며 몸과 뇌와 마음을 잔뜩 써주는거죠.

비연 2013-08-09 16: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생각보다 움직임이 중요한 듯... 다시한번 해볼까봐요 그렇게 결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