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인가.... 라디오를 듣는데, 트루먼 카포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도 좋아한다는 작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작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스무살 나이에 유명해져서 승승가도를 달리다가 말년은 비참하게 끝냈던 사람. 실화를 배경으로 한 르뽀형 소설 '인 콜드 블러드'라는 명작을 남긴 사람... 원제가 'Complete stories of Truman Capote'인 <차가운 벽>의 단편소설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귀가 번쩍 뜨였다. 어. 이거 나도 사두었는데. 심지어 우리 엄마는 바로 읽고 좋다고 하셨었는데... 난 아직이네? ㅜ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는 거다. 읽고 있던 <관찰의 힘>을 부랴부랴 마무리하고 (근데 이 책, 생각보단 별루였다..;;;) <차가운 벽>을 꺼내들어 보니 2008년에 출간. 그러니까 내가 몇 년을 책장에 놔두었던 거야..ㅜ 책을 쟁여 놓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물론 이 책을 사게 된건, 그 전에 <인 콜드 블러드>를 읽고 나서 너무 놀래서 (정말 놀랐다. 이런 책을 쓰다니!) 그 이후에 <차가운 벽>이 나오길래 바로 샀던 기억이 난다.


 

 

 

 

 

 

 

 

 

 

 

 

 

 

 

 

이제 와서 뒤져보니 글쎄 최근에 트루먼 카포티의 책 시리즈가 나왔더라는. 그러니까 내가 갖고 있는 책들은 다 구판이 되었고 신간이 비슷한 컨셉의 표지들로 나왔더라는 거다.

 

 

 

 

 

 

 

 

 

 

오오. 이런. 글자체가 좀 우스꽝스럽게 변했고 책마다 색깔을 입혔구만.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표지들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한데... 암튼 간에 그새 이런 책들이 나오다니. 나머지도 다 구입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라면서 보관함에 퐁퐁퐁~

 

다시 <차가운 벽>으로 돌아가서.... 트루먼 카포티가 데뷔할 즈음부터 쓴 단편소설들을 연대순으로 모아둔 책이다. 첫번째 소설의 제목이 '차가운 벽'. 지금 1/3 정도 읽었는데 처음엔 좀 미숙한 것 같고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고 그랬는데, 점점 나아져 가고 있다. 오헨리상을 여러번 받은 사람답게 (이 책 중에 있다) 내용이나 작풍이 상당히 재미있고 짜임새 있다. 가끔 섬짓한 내용도 있고. ('미리엄' 이런 거...)  재미있는 대목들 밑줄도 쳐두었으나 지금은 회사니까 패스.. 나중을 기약.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 인생은 정말 알고보면 남루했구나. 벼락부자된 아버지와 성적으로 미숙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버려졌다가 나중에 어머니가 재혼해서 거두어졌고...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큰 유년시절 속에서 길러졌을 컴플렉스와 정서적 결핍들이 나중에 여러가지로 인생에서 힘든 부분들을 만든 게 아니었을까. 유명했고 유명한 사람들과 교류도 잦았지만, 나중에 결국 약물에 찌들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걸 보면 참 인생이란, 특히나 이런 사람의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에겐 좋은 책을 안겨 주었지만, 자신의 인생은 힘들었을 사람. 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그런 인생을 살게 해주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평범하고 행복하고 안온한 인생을 바랄 듯. 물론 그렇게 한다면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인류역사상 점 하나의 구실도 못 한 채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가끔 판단이 안 선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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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8-2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신간들에서는 트루먼 카포티가 아니라 트루먼 '커포티'라고 표기했다. 커포티.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