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내내 화장하고 밖으로 나오는 건 참 귀찮은 일이었다. 특히 어제는 회사에 나왔어야 했고... (이게 컸던 걸까? ㅜ) 주말 중 하루 정도는 화장 안하고 맨 얼굴로 늘어진 잠옷 하나 입은 채 집안에서 뒹굴뒹굴 하는 것도 인생에서 큰 여유이자 윤활유인데 말이다.

 

지난 토요일은... 오전에는 아빠 스마트폰 교체를 하러 같이 갔었고 오후에는 학원에, 그리고 저녁엔 선배 언니 만나 피자와 와인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더랬다. 밤늦게 들어와... 일요일 아침, 때려 죽여도 못 일어날 것 같던 몸을 일으키고 회사라는 곳에 나왔고... 능률 제로 상태로 같이 나오겠다던 과장이 응급실에 실려갔음을 통보받고 더더욱 하기 싫어져서 그냥 대충 지내다 퇴근.. (왜 나갔니..ㅜ) 저녁엔 일본에서 온 지인과의 만남이 있어서 고깃집에서 맥주와 고기를 대박 먹었다.

 

그러고보니, 먹고 마시고 수다하고... 이런 게 회사라는 공간을 벗어나면 내가 주로 하는 일이다.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어제의 저녁 모임은... 사실 좀 힘들었다. 모임을 가지다보면 사람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는데, 한명이 유독 까칠하고 내게 간섭을 한다. 살쪘다고 밥도 못 먹게 하고 아침부터의 식단과 운동에 대해 잔소리하고... 내 일에 대해서도 더 올라가야 한다 말아야 한다 이런 걸로 갑론을박한다. 재미없게스리.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한테 간섭하는 거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일단 두 번 같은 얘기 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자꾸 같은 소리로 날 제재하는 게 짜증(!)이 난다. 결국 참다가 짜증을 내버리긴 했지만 .... 만남의 횟수를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쭈욱 같은 감정을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면 알수록 좋아야 하는데, 알면 알수록 버거워지면 참 난감하다. 그래서 가급적 거리를 약간은 둔다는 게 나의 방침인데... 이 모임이 그 거리가 좀 좁혀지면서 날 힘들게 하고 있다. 어제 저녁부터 계속 찝찝.

 

 

뜬금없이, 요즘 읽고 있는 책 얘기를 하자면, 찰스 디킨즈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란, 더할 나위없는 것 중의 하나이고, 디킨즈의 소설들은 늘 나를 재미나게 했었기에 들었다. 처음엔 (고전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고, 최근 소설들과는 다르게 템포도 느려서 진도도 안 빠지다가 중간 이후부터는 무지하게 흥미가 생기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방랑기..?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그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끼리 얽히고 섥힌 관계들이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 책.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

 

한달째 잡고 있는 책이다. ㅜㅜ 출퇴근 때 지하철에서만 읽고 있는데 내용이 녹록치 않아서 빨리 넘어가지질 않기도 하고 이반 일리치의 책은 특성상 생각을 좀 하면서 읽어야 하기에 더 그러한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역사 이야기 - 콜럼부스 이런 - 가 나와서 좀더 재미나게 읽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책들을 보면, 아 이 사람은 정말 난 사람이야. 시대를 이렇게 앞질러 가다니 이런 감탄사만 연신 하게 된다. 그러면서 괜한 자괴감이.. 나는 누구인가. 뭘 하고 있는가.

 

에잇. 이런 비교는 금물이다.

 

 

 

책을 싸짊어지고 어디 가서 읽다가 와야겠다. 6월 초 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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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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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6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7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몰랐다. 4월 23일이 의 날이라니!

 

그래서 여기저기 10문 10답이 올라왔었구나... ㅜㅜ

그저 다른 이상한 행사는 줄기차게 해대면서 책의 날은 어째 이리 소리소문없이 지나가는가.

어쨌거나 뒤늦게라도 10문 10답 해보련다.

 

**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제일 좋아하는 건, 침대 위에서 두 다리 쭈욱 뻗고 옆탁자 위에 커피 한잔 놓아둔 채 퇴근 후 저녁 나절에 책을 읽는 겁니다. 세상에 그런 천국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구요. 그 다음으로는 좀 아늑한 카페에 앉아, 제발 그 카페는 프랜차이즈이면 안되고, 사람이 바글거려서도 안되고, 탁자와 탁자 사이가 너무 좁아서도 안되고, 의자가 불편해서도 안되는... 그런 카페여야 합니다. 주말에 느즈막히 일어나 대충 씻고 좋아하는 책 한 권 들고 나가 그런 카페에 앉아 다시 커피 한잔 (그러고보니 책볼 때 커피가 안 빠지는 비연이네요) 조금씩 마시며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전자책은 거의 안 읽고, 무조건 대부분 종이책을 선호합니다. 전자책은 들고다니기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몇 번 시도해보았었는데 제게는 영 맞지 않더군요. 화면도 낯설고 손으로 넘기는 것도 낯설고. 그저 종이를 손가락으로 사악사악 넘기는 재미가 책읽는 재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는 아날로그적 인간인 듯 합니다, 저는.

 

읽으면서 줄도 긋고, 포스트잇으로 좋아하는 단락 있으면 붙여 놓기도 하고... 좋은 구절 있으면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고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표시를 하긴 합니다만, 접거나 책에 낙서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덕분에 중고책으로 팔 때는 최상급의 영예를 누리곤 합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잔뜩 놓여 있습니다... 읽다간 만 책들, 보고 싶어서 그냥 올려둔 책들. 머리맡에 책을 놔두면 머리가 무거워질 것 같아서 안 하고 싶은데 또 싸악 치워버리면 매우 허전해져서 말이죠.

 

 

 

 

 

 

 

 

 

 

이 정도가 생각나네요. 이 밖에도 영어공부하겠다고 사둔 책과, 몇 권의 인문서적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침대 머리맡에 두면 그게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 더 안 읽어지는 것 같아요. 오늘 가서 좀 정리를 해볼까 싶어집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전 무조건 읽고 싶은 책은 사서 책장에 두서없이 꽂아두는 스타일입니다. 가급적 색깔이나 출판사, 장르 등등으로 분류해서 정리해두고 싶은데 쌓이는 책은 많고 버리는 책은 별로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아무 데나 공간 남으면 꽂아버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절대 남이나 다른 기관에 주는 일 없이 다 가지고 있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책을 공유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져서 가급적 정해놓고 중고서점이나 아름다운 가게 같은 곳에 내보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가... 언제인가. 기준이 모호하긴 합니다만, 중학교 무렵까지는, <빨간머리 앤> 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셜록 홈즈의 소설들을 좋아했습니다. 조금 조숙했던 탓에 브론테 자매의 책들, 특히 <폭풍의 언덕>을 많이 좋아했었고 우리나라 작가들은 김동인이나 김유정의 책들을 탐독했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소설을 죽자고 읽었던 같아요. 나이들어서는 다른 책들도 읽게 되었지만.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흠.. 제 책장에 세워져 있는 책이 하나 있는데... MARVEL의 역사책입니다. MARVEL 히어로들 초창기부터 1990년대까지의 변천사와 역사를 담은 무지하게 두껍고 큰 책이죠. 개인적으로 MARVEL류를 좋아해서 이 책을 가끔 쓰다듬으며 보고 있습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카뮈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손에 꼽힙니다. 그리고 얼마전 돌아가신 움베르토 에코. 요즘 작가들로는 줄리언 반스와 닉 혼비,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베 미유키, 폴 오스터.. 등등등. 우리나라 작가들은... 박경리와 박완서.

 

무엇이 알고 싶으까요. 그들의 인생에 대해서 쭈욱 듣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의 일들, 부모님, 배우자, 자녀... 그리고 학창시절.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 지, 주말에는 뭘 하며 쉬는 지.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는 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냥 인간으로서의 작가들을, 작품 속에서가 아니라 육성으로 듣고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생각만 해도 좋네요. 그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걸 상상만 해도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많습니다.. 너무 많아요... 쌓아두고 못 읽고 있는 것들 중에 긴 작품들은 대부분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답니다. <로마의 일인자>나 <로마제국쇠망사> 이런 류의 역사책들. 다시 읽겠다고 사둔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그리고 다양한 인문서적들. 언제 한번 한두달 날잡고 책 읽을 날을 꿈꾸지만.. 참 사는 게 뜻대로 안되는 거죠.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레미제라블>. 2권 읽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재미있는데, 5권까지 가는 게 험난하네요. 침대 머리맡에 진치고 있는 책들 중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봐야겠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세권이라니.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밖엔. 무인도니까 외롭겠죠.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을테니 책으로 머리를 번잡하게 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래도 넘 신나는 책은 싫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책에서 신나하는 사람들 보면 속상할 것 같기도 하고.

 

최근에 읽어서인지 <스토너> 이거 들고 가고 싶어요.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뭔가 생각하게 하는 것 같지만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한, 그러나 아릿한. 읽으면서 외우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을 들고 가겠어요.  단테의 <신곡>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책들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뭔가 무인도라는 곳과 어울릴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소설 한 권을 들고 가렵니다. 특히 <얼간이>. 그냥 미미여사의 책을 읽으면 무인도에서라도 괜히 두려워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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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투덜거리는 것도 그마안...

 

그냥 오늘이 월요일이다 생각하고 근무하고 있다. 어차피 해야 할 거, 받아들이자. 그게 정신건강상 좋고 일도 능률이 오른다. 일요일이라고 회사 나오면 안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포기할 수 없는 야구관람을 위해 점심은 2시에 딱 시간 맞춰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걸로 결정했다. 지인의 추천에 따라... 신제품인 뉴욕 어니언쉬림프 맥버거 세트...를 골랐다. (근데 일요일에 맥도날드에 사람이 미어터지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헥헥)

 

 

 

 

 

 

이거 맛있다. 추천이다.

 

아주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에, 맛도 바삭바삭한 느낌과 함께 아주 좋다. 쉬림프 버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꽤 만족스러웠다. 보이는가. 스마트픈으로 야구 틀어놓은...ㅎㅎㅎㅎ 근데 오늘은 타격들이 영 안 좋네. 벌서 3회초인데... 계속 두산은 삼자범타를 날리고 있음이다. 어제 넘 무리했는데 동점으로 끝나서 김이 팍 새두만.... 선수들이 넘 지치지 않았으면 싶다. .. 저 많은 관람객들 속에 내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지척에 두고 이게 뭔 짓이냐... 라고 안 하려고 했는데 다시 한번 투덜이 스머프 되어버린 비연. ㅜㅜ

 

아.. 세시까지만 나의 시간을 가지자. 좀 졸다가 야구보다가. 아침 9시반부터 나와서 일을 했으니 잠깐 쉬어도 된다.. 라고 내 맘대로 정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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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4-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ㅜㅜ 수고많으시네요ㅠㅠ 어제 두산 연장12회까지했었죠. 오늘은 승리기원하며^^ 비연님도 얼른 퇴근하시길;;;

비연 2016-04-10 15:32   좋아요 0 | URL
moonnight님, 정말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할 수 없다 포기하고.. 야구나 옆에 틀어놓고. ㅎㅎㅎ;;;; 지금 4대 1 되었어요! 수빈과 병헌의 활약이 대단...ㅋ 그나마 이게 위안이네요^^;;

비연 2016-04-10 20:46   좋아요 0 | URL
으악... 졌어요! ㅜㅜㅜ

moonnight 2016-04-10 21:17   좋아요 0 | URL
흑흑 저도 보고 안타까웠어요.ㅠㅠ; 제가 좋아하는 팀도 졌ㅠㅠ;;;;;;;;;;;;;;;

비연 2016-04-11 08:26   좋아요 0 | URL
어제는 moonnight님이나 저나... 야구로 인해 힘빠졌던 날...ㅜ
월요일 보충해서 제발 화요일부터는 잘 해내길... 기원해보는 ...
 

 

어젠,

오후에 '반차' 씩이나 받고

병원 순례를 다녔다.

 

진정 순례였던 것이 오후에 세 군데나. 그것도 거리가 다들 엄청 떨어진 곳들이어서, 정말 정신없이 이동하고 가서 검사받고 결과듣고 그랬다. 그렇게 다 돌고나니 저녁 7시. 검사 받는다고 점심도 못먹고 다녔더니 아. 정말 몸도 맘도 파김치가 되어 버렸었다. 

 

다행히, 안 좋은 곳은 없단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이라는 결론.

 

사실.... 더 이상 병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심이었다.

그러니까 방점이, 내가 안 아파서가 아니라 더 이상 병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구나에서 안심이었다는 게 묘했다. 물론 기저에는 아프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안심이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어제 심정은 그것보다 병원에 가지 않는다. 이게 더 컸다.

 

병원은, 다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맘에 병이 드는 것 같다. CT 검사를 처음 받아보았는데 (본격적인 CT 말이다) 방사선동위원소가 담뿍 담긴 조영제를 혈관에 투입하는데 그 느낌이 끔찍했다. 뒤이어 온 몸이 정말 뜨끈해졌다. 이 동위원소들이 내 몸에 쫘악 퍼지는 게 느껴졌다. 심하게 뜨거워져서 깜짝 놀랐다. 곧이어 잦아지기는 했지만, 당분간 그 느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저,

내 건강 내가 챙겨야

이 '수모' 를 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젯밤엔 몸도 맘도 지쳐서 9시부터 기절해 자기 시작했고 아침에 5시쯤 눈을 떴다. 너무 잤더니 잠도 안 오는데, 회사는 가기 싫은 거다. 휴가를 내고 가지 말까 를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우선은 일어나 씻고 나오기는 했다. 그렇게 누워서 이생각 저생각 하는 동안, 아. 정말 나를 챙겨야겠구나. 이젠 어리지 않아서... 아니 젊지 않아서 스트레스와 과로가 몸과 마음, 정신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구나... 정신 차려야겠다.... 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

 

병원에 오면 항상

'을' 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게 서러우면 안 와야 하는 거다...

 

.

.

.

 

그나마 '괜찮다' 라는 얘길 들어서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모닝커피를 한잔 했다.

건강한 행복감이 든다는 거, 이런 일상적인 것들이 지속될 수 있다는 거,

이런 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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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3-3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파서 장기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시면 ^^..

비연 2016-03-30 09:23   좋아요 0 | URL
넵넵... 정말 아픈 분들도 있는데... 투덜대면 안되겠죠...^^;;;;
열심히 면역력 강화를 하자 결심하는 차원에서 쓴..ㅎㅎ

cyrus 2016-03-3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 아프면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생겨요. 지갑의 돈이 줄줄 새어나가죠, 치료받는 데 투입되는 시간이 아까워요. 외출을 쉽게 못할 수도 있어요.

비연 2016-04-03 22: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치료받고 외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해야 뭐든 할 마음이 생기는 듯요.
 

 

오늘은 일찍 출근했다. 7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오늘 오후에 휴가를 내어야 할 일이 있어서 해야할 일들을 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사실은 어제 저녁 받은 메일로 좀 마음이 상해 있다. 그래서 눈도 빨리 떠졌다고 보면 되겠다. 내가 하겠다고 했긴 했으나 성의가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안된다고 거부 당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사람이 간사하다고 매번 말하지만, 뭐든 타인으로부터의 '거부' 라는 건 괜한 상실감과 자괴감을 일으킨다. 쓸데없는 일이긴 한데,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

 

출근해서 커피 한잔 타서 가져오고 다시 메일을 읽어 보았다. 문구문구에 나쁜 의도는 없다. 그냥 깔끔하게 거부다. 맞지 않는다 는 거지. 흠... 화장실로 갔다. 손을 씻고 싶었다. 아 근데 화장실에서... 팀장을 만났다. (우리 팀장은 여성이다) 화장을 토닥토닥 고치고 계셨다. 들어서는 순간, 나갈까 싶었지만 그냥 들어가 인사를 했다. 그닥 상냥한 표정은 아니시라서 인사하고 바로 컵을 씻고 손을 씻는데 한마디 한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할 일이 있어서..." 라고 말끝을 흐리고 바로 튀어 나왔다... 팀장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냥 나랑은 기본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다. 상사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 느끼는 심정이다.

 

자리에 다시 앉았고, 팀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또각또각. 7시 10분.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음악소리. 모짜르트의 교향곡이 울려퍼진다. 나지막하게 은은하게 그러나 들으면 알 수 있을 정도의 볼륨. 아. 일찍 출근하셔서 클래식을 들으시는군? 라는 생각에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팀장의 일정은 거의 살인적인데... 그걸 버티는 힘을 아침의 클래식에서 얻는가 싶었다. 30분쯤 듣더니 사람들이 출근하는 소리가 웅성웅성 나자 꺼버린 듯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다.

 

문득, 나 공연 언제 갔었지? 매달 한번씩은 갔었는데. 라는 생각에 미쳤다. 프로젝트 하느라 이걸 잊고 살았었다. 주말에 퍼져 쉬느라 공연 갈 짬을 내지 못했었다. 이런. 요즘 무슨 공연을 하지? 라며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한다. 좋은 공연들이 몇 개 지나가버렸다. 모르고 있었다. 늘 가고 싶었던 통영음악제가 25일 개막했단다. 또 못갔네. 좀만 서두를 걸. 싶다. 이것저것 뒤지는 데 근간에 적절한 게 안 보여서 결국 6월달 공연을 선택했다.

 

 

 

기돈 크레머의 공연을 보려다가 이걸로 선택했다. 스테판 피 재키브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그리고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궁금해서. 좀더 유명한 교향악단 걸 듣고 싶기도 한데 일단 여기까지. 다른 건 또 뒤져보자. 이렇게 예매를 하고 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클래식을 잊고 살았다니. 다시금 나의 자리를 찾아야 하겠다. 월 1회 공연 보기. 이거 지켜야지.

(그나저나 넘 비싸, 클래식 공연은)

 

*

 

최근에 본 공연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공연이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다 좋아한다. <2016, 이른 봄> 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차세정의 목소리가 근사했다. 소극장보다는 좀 큰 공연장이고 차세정의 유머는 매우 썰렁헀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라도 참 이쁜 공연이었다.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725

 

 

 

 

 

현장에서 공연을 본다는 것은, 그것이 클래식이든 가요든 뭐든 간에 좋다. 생동감이 있고 약간의 거친 음색들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내고 공연이라는 걸 보러 가는 모양이다. 조금 정신차리고 나도 문화생활로 회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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