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출근했다. 7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오늘 오후에 휴가를 내어야 할 일이 있어서 해야할 일들을 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사실은 어제 저녁 받은 메일로 좀 마음이 상해 있다. 그래서 눈도 빨리 떠졌다고 보면 되겠다. 내가 하겠다고 했긴 했으나 성의가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안된다고 거부 당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사람이 간사하다고 매번 말하지만, 뭐든 타인으로부터의 '거부' 라는 건 괜한 상실감과 자괴감을 일으킨다. 쓸데없는 일이긴 한데,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
출근해서 커피 한잔 타서 가져오고 다시 메일을 읽어 보았다. 문구문구에 나쁜 의도는 없다. 그냥 깔끔하게 거부다. 맞지 않는다 는 거지. 흠... 화장실로 갔다. 손을 씻고 싶었다. 아 근데 화장실에서... 팀장을 만났다. (우리 팀장은 여성이다) 화장을 토닥토닥 고치고 계셨다. 들어서는 순간, 나갈까 싶었지만 그냥 들어가 인사를 했다. 그닥 상냥한 표정은 아니시라서 인사하고 바로 컵을 씻고 손을 씻는데 한마디 한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할 일이 있어서..." 라고 말끝을 흐리고 바로 튀어 나왔다... 팀장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냥 나랑은 기본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다. 상사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 느끼는 심정이다.
자리에 다시 앉았고, 팀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또각또각. 7시 10분.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음악소리. 모짜르트의 교향곡이 울려퍼진다. 나지막하게 은은하게 그러나 들으면 알 수 있을 정도의 볼륨. 아. 일찍 출근하셔서 클래식을 들으시는군? 라는 생각에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팀장의 일정은 거의 살인적인데... 그걸 버티는 힘을 아침의 클래식에서 얻는가 싶었다. 30분쯤 듣더니 사람들이 출근하는 소리가 웅성웅성 나자 꺼버린 듯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다.
문득, 나 공연 언제 갔었지? 매달 한번씩은 갔었는데. 라는 생각에 미쳤다. 프로젝트 하느라 이걸 잊고 살았었다. 주말에 퍼져 쉬느라 공연 갈 짬을 내지 못했었다. 이런. 요즘 무슨 공연을 하지? 라며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한다. 좋은 공연들이 몇 개 지나가버렸다. 모르고 있었다. 늘 가고 싶었던 통영음악제가 25일 개막했단다. 또 못갔네. 좀만 서두를 걸. 싶다. 이것저것 뒤지는 데 근간에 적절한 게 안 보여서 결국 6월달 공연을 선택했다.
기돈 크레머의 공연을 보려다가 이걸로 선택했다. 스테판 피 재키브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그리고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궁금해서. 좀더 유명한 교향악단 걸 듣고 싶기도 한데 일단 여기까지. 다른 건 또 뒤져보자. 이렇게 예매를 하고 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클래식을 잊고 살았다니. 다시금 나의 자리를 찾아야 하겠다. 월 1회 공연 보기. 이거 지켜야지.
(그나저나 넘 비싸, 클래식 공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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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공연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공연이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다 좋아한다. <2016, 이른 봄> 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차세정의 목소리가 근사했다. 소극장보다는 좀 큰 공연장이고 차세정의 유머는 매우 썰렁헀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라도 참 이쁜 공연이었다.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725
현장에서 공연을 본다는 것은, 그것이 클래식이든 가요든 뭐든 간에 좋다. 생동감이 있고 약간의 거친 음색들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내고 공연이라는 걸 보러 가는 모양이다. 조금 정신차리고 나도 문화생활로 회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