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4월 23일이 의 날이라니!

 

그래서 여기저기 10문 10답이 올라왔었구나... ㅜㅜ

그저 다른 이상한 행사는 줄기차게 해대면서 책의 날은 어째 이리 소리소문없이 지나가는가.

어쨌거나 뒤늦게라도 10문 10답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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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제일 좋아하는 건, 침대 위에서 두 다리 쭈욱 뻗고 옆탁자 위에 커피 한잔 놓아둔 채 퇴근 후 저녁 나절에 책을 읽는 겁니다. 세상에 그런 천국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구요. 그 다음으로는 좀 아늑한 카페에 앉아, 제발 그 카페는 프랜차이즈이면 안되고, 사람이 바글거려서도 안되고, 탁자와 탁자 사이가 너무 좁아서도 안되고, 의자가 불편해서도 안되는... 그런 카페여야 합니다. 주말에 느즈막히 일어나 대충 씻고 좋아하는 책 한 권 들고 나가 그런 카페에 앉아 다시 커피 한잔 (그러고보니 책볼 때 커피가 안 빠지는 비연이네요) 조금씩 마시며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전자책은 거의 안 읽고, 무조건 대부분 종이책을 선호합니다. 전자책은 들고다니기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몇 번 시도해보았었는데 제게는 영 맞지 않더군요. 화면도 낯설고 손으로 넘기는 것도 낯설고. 그저 종이를 손가락으로 사악사악 넘기는 재미가 책읽는 재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는 아날로그적 인간인 듯 합니다, 저는.

 

읽으면서 줄도 긋고, 포스트잇으로 좋아하는 단락 있으면 붙여 놓기도 하고... 좋은 구절 있으면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고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표시를 하긴 합니다만, 접거나 책에 낙서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덕분에 중고책으로 팔 때는 최상급의 영예를 누리곤 합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잔뜩 놓여 있습니다... 읽다간 만 책들, 보고 싶어서 그냥 올려둔 책들. 머리맡에 책을 놔두면 머리가 무거워질 것 같아서 안 하고 싶은데 또 싸악 치워버리면 매우 허전해져서 말이죠.

 

 

 

 

 

 

 

 

 

 

이 정도가 생각나네요. 이 밖에도 영어공부하겠다고 사둔 책과, 몇 권의 인문서적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침대 머리맡에 두면 그게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 더 안 읽어지는 것 같아요. 오늘 가서 좀 정리를 해볼까 싶어집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전 무조건 읽고 싶은 책은 사서 책장에 두서없이 꽂아두는 스타일입니다. 가급적 색깔이나 출판사, 장르 등등으로 분류해서 정리해두고 싶은데 쌓이는 책은 많고 버리는 책은 별로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아무 데나 공간 남으면 꽂아버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절대 남이나 다른 기관에 주는 일 없이 다 가지고 있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책을 공유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져서 가급적 정해놓고 중고서점이나 아름다운 가게 같은 곳에 내보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가... 언제인가. 기준이 모호하긴 합니다만, 중학교 무렵까지는, <빨간머리 앤> 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셜록 홈즈의 소설들을 좋아했습니다. 조금 조숙했던 탓에 브론테 자매의 책들, 특히 <폭풍의 언덕>을 많이 좋아했었고 우리나라 작가들은 김동인이나 김유정의 책들을 탐독했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소설을 죽자고 읽었던 같아요. 나이들어서는 다른 책들도 읽게 되었지만.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흠.. 제 책장에 세워져 있는 책이 하나 있는데... MARVEL의 역사책입니다. MARVEL 히어로들 초창기부터 1990년대까지의 변천사와 역사를 담은 무지하게 두껍고 큰 책이죠. 개인적으로 MARVEL류를 좋아해서 이 책을 가끔 쓰다듬으며 보고 있습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카뮈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손에 꼽힙니다. 그리고 얼마전 돌아가신 움베르토 에코. 요즘 작가들로는 줄리언 반스와 닉 혼비,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베 미유키, 폴 오스터.. 등등등. 우리나라 작가들은... 박경리와 박완서.

 

무엇이 알고 싶으까요. 그들의 인생에 대해서 쭈욱 듣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의 일들, 부모님, 배우자, 자녀... 그리고 학창시절.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 지, 주말에는 뭘 하며 쉬는 지.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는 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냥 인간으로서의 작가들을, 작품 속에서가 아니라 육성으로 듣고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생각만 해도 좋네요. 그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걸 상상만 해도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많습니다.. 너무 많아요... 쌓아두고 못 읽고 있는 것들 중에 긴 작품들은 대부분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답니다. <로마의 일인자>나 <로마제국쇠망사> 이런 류의 역사책들. 다시 읽겠다고 사둔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그리고 다양한 인문서적들. 언제 한번 한두달 날잡고 책 읽을 날을 꿈꾸지만.. 참 사는 게 뜻대로 안되는 거죠.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레미제라블>. 2권 읽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재미있는데, 5권까지 가는 게 험난하네요. 침대 머리맡에 진치고 있는 책들 중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봐야겠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세권이라니.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밖엔. 무인도니까 외롭겠죠.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을테니 책으로 머리를 번잡하게 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래도 넘 신나는 책은 싫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책에서 신나하는 사람들 보면 속상할 것 같기도 하고.

 

최근에 읽어서인지 <스토너> 이거 들고 가고 싶어요.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뭔가 생각하게 하는 것 같지만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한, 그러나 아릿한. 읽으면서 외우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을 들고 가겠어요.  단테의 <신곡>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책들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뭔가 무인도라는 곳과 어울릴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소설 한 권을 들고 가렵니다. 특히 <얼간이>. 그냥 미미여사의 책을 읽으면 무인도에서라도 괜히 두려워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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