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근간에는 책이나 음반이나 이런 거 안 사려고 했다. 시간도 없고 집에 계속 날라오는 박스도 민망하고 해서 말이다. 근데 어느날, 후배한테 책 한권 사주려고 (그렇다고 책선물을 그만둘 수는 없는 거다) 인터넷서점을 쭈욱 둘러보고 있는데 (알라딘말고도 교보문고 등을 가끔씩 순례하곤 하니까) 어? 교보문고에 예치금이 있네? 이게 뭐지?...기억을 더듬어보니 아...작년인가 내가 책을 한꺼번에 샀다가 한번 취소하고 그대로 묻어둔 돈이었다! 그걸 깜빡 잊고 있었던 거다. 물론 대부분의 책을 알라딘에서 구매하다 보니 교보문고에서 책 살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확인을 못했었다는 게 더 큰 이유이겠지만 (알라딘 사랑? ㅋㅋ). 어쨌거나 20만원 상당의 돈액수를 보니 이게 마치 공짜로 생긴 돈 같아서 속이 근질근질 보관함에 두었던 책들이 눈앞에 어른어른 거리는데..아 정말 이 지름신이란. 게다가 지하철을 타면 가끔씩 책을 들고 타는 착한 남녀들의 손에 요즘 새로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들려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속에서 열망같은 것이 부르륵~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러니저러니 이유를 많이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책을 샀다 이얘기. 흑. 난 정말 안 사려고 했다고. 너무 쌓였다고. 하면서도 내 지갑에서 바로 빠지는 돈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꾸욱....그리고 그게 어제 도착을 해주었다. 큰 박스에 담겨서.
그 돈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이 책. 첨에는 'IQ' 인 줄 알고 아? 포레스트 검프나 아큐정전같은 내용인가 했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더라는..이게 '1'이라니..켁.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사실 많이 좋아하진 않는다. 오히려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에서 그 필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일상적인 얘기를 아주 야단스럽지 않으면서도 잘 표헌한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상실의시대'도 그닥 그랬다면 할 말 없는 거지. 근데 묘하게, 이 책은 계속 끌렸다. 그래서 호불호를 떠나서 일단 읽어보기로 결정. 그나저나 왠 하드커버? 잘 때나 읽겠다. 무거워서.
워낙 야구를 좋아해서, 이거 나오자마자 사고 싶었다. 사고보니 '봉중근선수의 사인볼'을 사은품으로 주더군. 나의 꿈이 있다면, 미국의 야구장을 한번씩 다 돌아보는 건데 (우리나라도 제발 이런 꿈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도대체 야구장이 볼 게 이리 없어서야) 일본의 야구장도 돌아보고 싶어진다. 일본도 한신타이거즈니 주니치드래곤즈니 열렬 야구팬이 많으니 (그러고보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신타이거즈 열렬팬이었다!) 이런 책도 나오나보다. 이번 총리지명자인 정운찬교수가 차라리 있으면서 이런 야구관련 책이나 하나 내주었으면 좋았을것을. 청문회 내용 보니 그냥 안 하는 게 나았을 뻔 했다 싶어서 말이다.
이 피아니스트 좋아해서 최근 근황 보겠다고 dvd를 샀는데. 뚜껑 열어보니 좀 실망이다. 그냥 달랑 dvd 한 장 외에는 아무 것도 없고 표지도 조잡하고. 마치 복사본을 산 것 같은 느낌이라 후회 중이다. 일단 보고나서 얘기해야겠지만, 그래도 좀 구색을 맞추어서 팔지 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인가? 암튼 한번 보고나서 불평하자...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 1권을 읽고 오호. 이 사람이 이런 글도 잘 쓰네? 싶어서 2권도 주저앉고 샀다. 난 에도가와 란포의 환상적이고 기괴한 추리소설이 그닥 별로였는데 (사람들은 왜 이것에 열광하지? 할 정도로) 그냥 평범한 추리소설에서 그 재능이 확 다가온다. 대단히 재미있는 착상이 많고 플롯도 독특하고. 새롭게 발견하는 에도가와 란포다.
흠. 사 놓고 보니 몇 개 안 되는데..돈은 많이 들었구만..ㅜㅜ 여하간 이 모든 것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날을 위해..오늘도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