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맘 때 첫눈이 오지 않았던가.
2.
어젠가, 한겨레신문에 난 김민식 PD의 글이 화제가 되었었다. 화제가 되었다.. 라고 하니 뭐 좋은 일인 것 같네. 구설수에 올랐었다... 가 맞겠다. MBC 파업을 주도했었고 나름 반짝이는 (글이 훌륭하다기보다는) 책을 낸 사람이라 내가 뭔가 기대란 걸 했었나보다. 그 글을 읽고 그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사실 다시 한번 봐야했다. 그렇다.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배신감? 절망감?.. 보다 욕설터짐.
사과의 글을 올렸고 컬럼글도 내렸다지만, 그런 글을 쓰면서도 (아마 몇 번은 고쳤겠지?)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 저자나, 그런 글을 실으면서도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 신문사 데스크나... 다 그놈이 그놈인가 싶고.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은데 그 저자가 남성임을 생각하게 한다. 편견을 가지지 않겠다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 어제는 정말 입에서 욕이 나오고 있었다. 그 어머니의 인생과, 그 어머니의 인생을 바라보는 아들(놈)이 교차하면서 이 세상의 지식인이라고 하는 남성들의 수준은 도대체 그 바닥이 어디인가 라는 비통함까지 들었다.
3.
오늘, 세미나가 있었다. 기업 임원이 와서 자기네 현황이랑 얘기하는 시간이었는데,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 끝나고 누군가 질문을 했다. 현장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어떻게 하느냐고? 귀가 솔깃. 내가 관심있어하는 부분이다. 근데 그 분의 대답. "서로 스킨십을 하면서 잘 지내야죠." 이게 뭔 말인가. 커뮤니케이션 얘기하는데 왠? "글고 남자들만의 그런 거 있잖아요. 술 먹으면 얘기 잘 되는 거. 저 술 잘 합니다." ... 여기가 21세기 맞나? 타임머신을 타고 "back to the past"를 한 이 더러운 느낌은 뭔지. 그 앞엔 젊은 여성들도 삼분의 일은 차지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럼, 술 잘 먹어야 일이 잘 된다는 뜻인가?... 물론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 있나요? 할 수도 있지만 그 한마디에서 그 사람의 업무태도가 드러났고 나머지 질문들에 대한 답도 딱 그 수준이었다.
4.
세상은 많이 변헀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20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회사라는 데 다니면서 술 잘 먹으면 유리할 수 있다. 남자들의 교류는 주로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여자들이 회사에서 자리 매김하기 위해 술자리에 억지로 가고 술 잘 먹는 시늉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런다고 남자들끼리의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다 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성별이 섞여있으니 재미나다, 그 정도. 무엇보다 21세기에는 이제 밤에 늦게까지 술을 먹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교류를 하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집에서 일할 판이고 얼굴 안 보고 화상으로 다 해결해야 할 판이다. 실력을 키워야 하고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그걸 바탕으로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세워야 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여성들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술을 먹어야만 커뮤니케이션이 된다고 생각했던 남성들이 걷어지면, 남는 것은 실력으로 무장한 여성들일 수 있다.
5.
이 맘 때가 되면 좋은 시절이 오리라 생각했었다. 첫 눈을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다들 첫 눈 오는 시기가 마음 속에 다르게 각인되는 것처럼, 어쩌면 좋은 시절도 다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좋은 시절은 좀 남아 보인다. 정서적 폭력 운운하며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걸 당연시하고 남자들끼리 술 진탕 먹고 교류하는 것을 업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으니.. 좀더 기다려야 할까보다.
6.
책이나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