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님 '오늘의 요리' 페이퍼를 보고 나도 지난 주 무리해서 했던 요리가 생각났다.. 흠냐.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에 우리집에서 와인 파티를 했다. 아는 언니들이 두 명 오는 거였는데 며칠 전부터 심히 신경이 쓰였고 이번엔 뭘 먹나 고민하느라 며칠을 끙끙. 이런 파티 같은 걸 잘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부러워 하면서 간단요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름 간단요리라고 선택했는데, 요리를 잘 못하니... 이게 핀트를 잘못 맞춘 것이다. 음식을 손질하고 써는 데 시간이 엄청 들고 힘든 일이라는 걸 절감하면서 우씨우씨 했더랬다.

 

베이컨야채말이. 난 그냥 야채 가져다가 말면 되는 줄 알았지. 흑. 아스파라거스 사서 다듬고, 빨간색 파란색 파프리카 얇게 자르고 팽이버섯 잘라대고 그것들을 모아서 베이컨에 돌돌 말고... 돌돌 만 거 두 개를 들고 이쑤시개에 꽂고 끝엔 심지어 통마늘까지 꽂은 후.. 오븐에서 200도에 15분. 중간에 뒤집기도 해야 하고. 아. 소스를 만들라고 레시피에는 되어 있었으나 허니머스터드 소스와 돈까스 소스를 발랐다. 이 모양새가 나오기까지 숱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참스테이크. 채끝등심을 사다가 네모지게 자르고 올리브유와 마늘편으로 재운다. 그동안 양송이버섯 자르고 오이고추 자르고 파프리카 자르고... 소스 만들고... 으악. 볶고 섞고 한 후... 레시피에 따라 파슬리가루까지 뿌렸다. (언니들 왈, 레시피 보고 한 게 표가 나네. 파슬리는 왜 뿌렸냐? ㅜ)

 

 

 

 

 

 

연어감자 샐러드. 이건 정말 간단했는데.. 감자 삶아 식히고 연어 잘라놓고 소스 만들어 (사워크림이랑 올리고당이랑 소금 후추 조금) 섞으면 되는데.. 양 조절 잘못해서 소스를 넘 많이 뿌린 나머지 뭉쳐진 모습..ㅜㅜ 그래도 모양 내겠다고 부추 송송 썰어다가 위에 얹었다.

 

 

 

 

 

집에 사람을 초대하면 음식도 음식이지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엄청 신경이 쓰인다. 청소하고 물건 재배치하고.. 우리 사이가 그런 사이니? 라고 언니들은 핀잔 줬지만 막상 자기 집에 사람 부른 주인장은 그게 아닌 것이다. 거금들여 (흑) 꽃도 한다발 사서 꽂았다. 흠. 돈은 들었지만 꽃은 꽂아놓으니 기분이 좋아지긴 하더라.

 

 

(저 옆에 보이는 책, '여성성의 신화' ㅎㅎㅎ)

 

 

그렇게 토요일에 준비하느라 애쓰고 부어라 마셔라 했더니 일요일에 몸이 완전 맛이 가서 온종일 끙끙 대었다... 는 슬픈 이야기. 역시 나이 들면 적당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근래 들어 유독 더 피곤해서 조심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음식만들기는.. 좋긴 한데 참 손이 많이 간다. 이 참에 제대로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이 또 한번 불쑥 올라왔지만.. 그러니가 레시피대로 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이라 말이다.. 시간도 없고... 요리 배우는 데 강습료가 장난이 아닌지라.. 좀더 생각하기로. 앞으로 당분간은 그냥 다 사서 먹을 거다.  

 

흠? 근데 제목은 와인 파티인데 와인 사진은 없다? ... 먹느라 정신 없어서 와인 사진은 스킵되었구나.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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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27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비연님이 한 요리는 제가 한 요리랑 차원이 다른데요! 완전 고급져요!
그렇지만 제가 최근에 요리를 하면서 생각한게, 정말이지 재료 손질하는데 너무 어마어마한 시간이 든다는 겁니다. 저 얼마전에 청경채볶음밥 하는데, ‘청경채 썰어서 연두 넣고 달달 볶으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고 뚝딱 될줄 알았는데 청경채 써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는거에요... 하아. 하다가 너무 빡이 쳐가지고 준비된 양 다 썰지도 못하고 시간은 자꾸 가고... 아빠는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시고.... 정말 재료준비가 너무 짜증나요. 베이컨 야채말이에 야채 썰때마다 으윽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같아요. 물론 내가 한 요리를 다른 사람들이 잘 먹으면 너무 좋긴한데, 먹는 순간 너무 짧잖아요... 요리하는데 들이는 시간은 길고 치우는데 들이는 시간도 길고....

돈주고 사먹읍시다, 비연님. 화이팅!!

비연 2020-04-27 13: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레시피엔.. 그냥 썰어서 볶아 이지만 실제 할 때는 씻고 썰고 볶는데 엄청난 정성이. 이건 해봐야 아는 거죠. 게다가 설겆이.. 오 마이 ... ㅜㅜ 저도 그래서... 이제 돈 주고 사먹으려구요! 락방님, 홧팅!

라로 2020-04-27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이컨 말이를 할때 한가지 야채만 넣어서 하는데 저렇게 해도 보기 좋네요! 배고파서 그런가? 더 맛있어보여요~~. (배고픈데 아이스크림 먹으며 알라딘에 있 ㅠㅠ) 암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또 젤 맛있다고 생각하는 베이컨 말이는 베이컨에 water chestnut (한국어로 뭐라 하는지? 중국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재료인데요) 넣은 거에요. 그다음이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거스는 윗부분만 사용하는 게 좋아요. 밑부분은 질긴 섬유질이 많아서 베이컨하고 먹으면 따로딸로 놀아서 별로더라구요. 재료 아낀다고 예전에 다 사용해 봤는데 이제는 가차없이 밑둥 싹 잘라버립니다. ^^;; 암튼 아는 거 나오면 말이 많아지는 건 안 고쳐지네요. ^^;;;;
근데 저 맨 앞에 크게 사진에 나온 분홍색 하늘하늘한 꽃이름이 뭐에요? 장미도 아니고 카네이션도 아니고 이쁘네요.

비연 2020-04-27 15:14   좋아요 0 | URL
라로님! 그렇군요. 아스파라거스 어쩐지 뭐는 질기고 뭐는 잘 씹혀서 이게 왜 이러지 했는데 밑부분도 같이 써서 그런거였나봐요. 저도 다음에 할 때는 (혹시 한다면..ㅜ) 하나만 넣어볼게요. water chestnut이 뭔지 찾아봐야지... 라로님 팁 보니 한번 더 할 용기가 나기도 하네요 ㅋㅋㅋㅋ 네 개나 넣느라 (레시피 ㅜ) 정말 힘들었거든요..

꽃이름은.. 살 땐 알았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휘발...ㅎㅎ ㅜㅜㅜㅜㅜㅜ 집안에 꽃을 놓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져요 (괜히 딴 말.. 먼산.. ㅎㅎ;;;)

책읽는나무 2020-04-27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쓰려고 보니 꽃이름?? 음...뭔가? 저도 모르게 기어 올라가 다시 꽃사진 쳐다봤네요^^
카네이션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오렌지색이랑 분홍색 카네이션??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ㅋㅋ
예전에 하이드님 꽃 받아볼때 엄청 열심히 외우고 다녔었는데 다 까먹었네요ㅋㅋㅋ

암튼....우와 전 음식 사진이랑 꽃사진을 보고 감탄했네요.꼭 제가 초대받은 느낌입니다^^
손님 초대해 놓음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신경 많이 쓰이는데...혼자서 뚝딱 뚝딱 저 많은 걸 다 해내셨군요~~^^
베이컨말이를 보니 예전에 울애들 소풍갈때 베이컨으로 김치랑 밥을 말아서 이쑤시개 꽂아 줬던 기억이 나네요....유부초밥이랑 베이컨말이 몇 개 하는데도 혼자서 식겁하고,애들 보내놓고 기진맥진 했었던 기억이....ㅜㅜ
맛나고 즐거운 모임이었겠어요^^

비연 2020-04-28 08:00   좋아요 0 | URL
ㅋㅋ 카네이션은 아니었는데... 뭐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나이다 ㅠㅠ
맛나고 즐거운 모임이긴 했으나 앞뒤로 청소와 설겆이를 잔뜩 하고 나니 이틀 정도 후유증이 남아서 (체력도 안 좋은 마당에..ㅜ) 다시는 못하겠다 싶네요. 근데 유부초밥.. 흠.. 이건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고... 하다가 접습니다 ㅎㅎㅎ

보슬비 2020-04-2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와인을 술술부르게 하는 요리들이예요. 정말 가족이 먹는 요리야 그냥 만들지만, 손님초대 요리는 차원이 다르죠. 평소 자주 하는 요리도 손님초대용은 왜 간도 양도 안 맞는지...^^;; 베이컨 말이는 진짜 누가 만들어주면 먹을수 있는 요리네요. 저도 이런 요리 받아보며 술마시고 싶어요. ㅎㅎㅎㅎ

비연 2020-04-28 08:0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와인을 두 병이나 먹었더나는... ㅎㅎㅎ 손님 초대 하면 그릇도 신경 쓰이고 플레이팅도 신경 쓰이고 전부 다 신경 쓰이는 것 같아요. 맛도 불안하고..흠냐. 저도 베이컨 말이는 앞으로 누가 만들어주면 먹으려구요 ㅎ

단발머리 2020-05-01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루에 한 번씩 들어와 비연님 요리 구경하고 가잖아요. 요리도 요리지만 전 첫번째 요리 베이컨 말이의 접시에 그만 깜놀하고 말았습니다. 손님 초대가 무엇인지 아는 분의 플레이팅이라고 하고 싶네요. 색상도 모양도 너무 이뻐요. 물론 맛있었겠죠? 침 꿀꺽!!!

비연 2020-05-01 20:1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ㅎㅎ 저 위의 접시를 알아보시다니! 이번에 회심작으로 하나 마련한 거거든요. 베이컨 말이와 잘 어울려서 혼자 흡족해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ㅋㅋㅋㅋ 맛은 .. 맛은 없지 않았던 것 같으나, 역시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향후 일년은 안할 일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