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틀 남았지만, 내일과 내일 모레는 여기다 글 남길 여유가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책 읽을 여유도 많지 않을 것 같아 오늘 잠깐 결산을 해볼까 한다, 올해를. 사실 고백하건데, 2019년은 독서 측면에서는 망하기도 하고 흥하기도 한 한 해였다. 게을렀고 넷플릭스와 왓챠에 정신이 많이 팔려 있었다. 하지만, 또 여성주의 책읽기 라는 기회를 통해서 오랜만에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보내기도 했었다. 알라딘에 글 올리는 것도 아주 드문드문이어서 이번엔 올해의 서재에는 낙방, 북플 마니아로만 당선된 결과도 낳았다. 북플 마니아라고 하는 건 아마 매일 전철 타고 다니면서 한번씩 확인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큰 활동은 없었는데.

 

 

1. 발견1 -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유

 

 

 

 

 

 

 

 

 

우연히도 둘다 '시몬'이다. 이 두 분의 발견은 올해 내 삶을 보다 풍요롭게 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천재성, 쟝 폴 사르트르와 계약결혼한 작가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어서 그녀의 대표작 격인 <제2의성>은 그냥 제목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전체를 다 읽어내려가면서 아, 이래서 보부아르 보부아르 하는구나 새삼 느꼈다. 놀랐고 신기했고 감탄했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이 책의 범주를 벗어나는 대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폭넓은 이야기들을 역사적 사회적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나가는데 길고 촘촘한 책이었지만,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사실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았다.

 

시몬 베유는 삶 자체가 상징적이었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고 여성과 사회와 유럽을 위해 헌신한 위대한 삶이었다. 그가 철학자라거나 작가가 아니라도 그의 글 한대목 한대목 모두 가슴에 박혀왔던 것은, 그의 일생이 겪은 많은 일들이 불행과 좌절로 내려앉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확장해나갔기 떄문이 아닐까 싶다. 올해 시몬 베유의 책들을 여러 권 읽었는데 모두 주옥 같았다.

 

 

2. 발견2 - 샤론 볼턴, 스가 아쓰코

 

 

 

 

 

 

 

 

 

 

소설과 에세이 쪽에서 내가 새롭게 발견한 작가들이다. 샤론 볼턴의 소설들은, 아, 참으로 놀랍다. 그가 묘사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상처 투성이이지만 비굴하지 않고 쓰러질 듯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근간에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뱀이 깨어나는 마을>은 소재 자체가 대단히 흥미로와서, 사실 제목과 표지 때문에 망설이며 안 보았던 것인데, 일단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고 자기가 힘들다. <피의 수확>도 마찬가지. 번역된 책 중에 아직 <희생양의 섬>이 남아 있다는 것에 안도할 정도.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들은... 글쎄. 매우 뛰어나다 매우 아름답다 이런 건 아닌데 묘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이탈리아 여행 가기 전에 읽어서인지.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살았고 그곳에서 결혼도 했었고 서점도 운영했었고.. 그 경험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의 묘사가 따뜻하게 다가오는 글들이었다.

 

 

3. 소설1 - 고전적인 소설

 

 

 

 

 

 

 

 

 

 

나이가 들수록 고전적인 소설들에 끌리는 건, 나이가 들어서겠지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사실 위의 소설들은 고전이라고 하기는 뭣하고 조금 이전부터 지금까지를 다 망라하고 있지만, 글의 내용들이 그냥 세대를 관통한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라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 네 소설 전부, 내게는 매우 인상적인 소설들이었고 올해의 책들에 꼽아도 무색하지 않은 책들이었다. 앨리스 먼로의 <거지소녀>를 읽고는 그의 소설들을 몇 권 더 구입했고 앞으로 포크너의 소설들도 좀더 읽어볼 생각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영화로 봐서 다 안다 생각했던 것인데 책으로 읽으니 또 달랐다. 매우 관능적이지만 아름다운,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데도 그 속에 빠져 마치 실제인양 몰두했었던 책이다. <귀환>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 소설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잃어버린 아버지, 그 세대의 이야기, 그 속에서 용서와 화해를 하는 하는 글이 좋았다. 슬프기도 했고.

 

 

4. 소설2 - 여전한 즐거움

 

 

 

 

 

 

 

 

 

 

 

계속 나왔으면 하는 경찰소설 시리즈물들도 이번에 잊지 않고 한두 권씩은 나와 주었다. 당연히 다 읽었고. 에드 맥베인이나 M.C. 비턴, 마이 셰발&페르 발리의 <87분서 시리즈>와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정말 한 권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설들이고 끝날까봐 조바심 내게 하는 책들이다. 올해 나온 책들도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다음 번역본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주었다.

 

 

5. 실망 - 철푸덕

 

 

 

 

 

 

 

 

 

기대가 크니까 실망도 큰 법이겠지. 엘레나 페란테의 초기작들은 이미 그의 멋진 작품들을 다 읽은 사람에게는 조금 미숙함이 느껴져 실망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초기작 세 권 중 두 권 읽다가 나머지 한 권은 나중에 .. 하고 미뤄두고는 아직 안 읽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역시 이제 에도시대 소설만 쓰는 게 어떨까 싶다. <이유>라든가 <모방법>이라든가에서 사회 미스터리에는 한계를 다 한게 아닐까 싶다. <비탄의 문>이 아주아주 나쁘다 는 건 아니지만 2권 다 읽는 데 조금 힘들었다. 마이클 로보텀은 진작에 그만 두었어야 했는데, 왜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자꾸 돈 주고 사서 읽는 지 모르겠다.  이걸로 끝이다. 다신 읽지 않기로.

 

 

6. 기타라고나 할까

 

 

 

 

 

 

 

 

 

 

이 책들도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책은 김영민 교수의 책만 읽은 것 같다.. 흠. 사놓은 것들은 몇 권 되는데 다 한 켠에 놓아두기만 (아멘)... 내년에는 사둔 책들을 좀 읽어봐야겠다. <나방사냥꾼>의 저자인 앤 클리브스도 사실 내겐 올해 '발견'의 하나이긴 했다. 아니 이런 재미있는 책을 왜 이제야 내놓은 거야. 구픽. 힘내주세요 라고 속으로 영차영차를 외치고 있는 중. 토바이어스 울프의 책들이나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앤소니 호로비츠의 <맥파이 살인사건> 모두 훌륭한 책들이었다. 특히 <루거 총을..> 은 그 걸쭉한 말들을 어떻게 번역해내었나 신기할 정도였고 매우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이며 속이 다 시원한 스토리였다.

 

 

***

 

올해 시작할 때는 소설 좀 그만 읽고 비소설을 읽자 읽자 했었는데 결국 페미니즘 책을 주요하게 읽었고 나머지 비소설들은.. 몇 권 못 읽었다는 게 반성점이고... 읽은 책의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에 더욱 심각한 반성점을... 실토해야할 것 같다. 내년에는 좀더 열심히 읽자 이 수많은 책들을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지.. 라는 결심에 그만, 어제인가 또 책을 주문해버렸지만 (아니 도대체 읽자, 와 사자, 가 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사고 읽자, 도 아니면서).. 어쨌든 2020년은 좀더 분발하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물론 알라딘 활동도 더 열심히 해야지.. 이눔의 회사가 보안으로 글쓰기를 막아 놓는 바람에 더욱 뜸해졌다고 살짝 탓을 돌리면서.

 

알라디너 여러분들, 한 해 너무나 애쓰셨습니다. 책 읽느라 글 쓰느라,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살아 내고 버티느라. 올해 한 해를 지내온 여러분들 모두가 승자임을 기억하시고.. (승자와 패자가 뭐 중요하냐고 한다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만..)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힘차게 맞이하시구요!

 

(좀 빠르지만)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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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9-12-30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이르지만 비연님도 2020년 새해에 더욱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비연 2019-12-30 02:09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에는 더 자주 뵈어요^^*

단발머리 2019-12-30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론 스톤 <피의 수확>은 대기중입니다. 비연님과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읽어보려고 해요. 기대는 만발인데, 좀 무섭기도 해요.
<뱀이 깨어나는 마을> 전....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드 맥베인이나 M.C. 비턴, 마이 셰발&페르 발리의 <87분서 시리즈>와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전 모두 처음 보는 책과 작가들이라서요. 도전해보고 싶어요. 비연님 페이퍼는 경찰소설 시리즈로의 초대 및 뽐뿌네요^^

비연 2019-12-30 09:08   좋아요 0 | URL
<피의 수확>, 실망 안 하실 겁니다~ 저는 <피의 수확>이 좀 달달한 부분이 있어서 좋았구요 ㅎㅎㅎ
제가 원래 경찰소설 광팬이라..ㅋㅋㅋ 나오는 건 다 읽는데 사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작품들은 그냥 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재미난 소설들입니다. 추천요^^

단발머리 2019-12-30 09:11   좋아요 1 | URL
비연님의 달달 멘트에 읽던 책 던지고 샤론에게 풍덩할 기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2-30 09:12   좋아요 0 | URL
매우... 좋은 기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30 09:15   좋아요 1 | URL
이번 기회에 비연님 달달함의 진수를 제가 함 확인해보겠습니다.
취향이 어떠신지.... 저랑 비슷하신지.... 달달인데 알고 보니 다크 초콜렛인지 말이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19-12-31 08:20   좋아요 1 | URL
에 단발머리님...샤론 스톤이 아니라 샤론 볼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31 08:23   좋아요 1 | URL
이거 지우지 말아야겠어요. 제가 이렇게 확실한 개그를 구사했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람을 느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은 모르신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2-31 08:27   좋아요 0 | URL
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예 몰랐던 비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2-31 08: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너무 빵터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31 09:10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런 사람이에요. 글자 하나로 다락방님께 빵 하나 드렸습니다. 오래오래 기억해주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12-31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 스가 아쓰코! 혹시 김영민 에세이 읽구 읽으신겁니까?? 제가 그렇습니더!!
올한해 일과 독서 부지런하시느라 고생하신 비연님:)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 좋은 이웃되주셔서 고맙습니당~

비연 2019-12-31 23:2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김영민 에세이 ㅎㅎㅎ 저 김영민 글 좋아라 하거든요~ 올해 쟝쟝님 알게되어 넘 좋았구요 새해에도 우리 좋은 이웃 되어요!^^

블랙겟타 2020-01-01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대로 비소설에 편중되어 있다보니 소설 이야기 할때마다 모르구.. 새롭네요 ^^
저는 올해는 소설을 읽어보기로 비연님이 추천하신 소설도 꼭 읽어보기로! 작년에 여성주의 책을 같이읽게되어서 저도 힘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ᴗ•)
올 한해는 저도 글로서 자주 보여드릴께요
비연님,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٩(ˊᗜˋ*)و

비연 2020-01-02 07:38   좋아요 1 | URL
겟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올해 겟타님의 글들 기대할게요! 저는 소설을 좋아해서 꾸준히 읽는데 소설의 무한한 세계에 들어오신다고 하니 완전 반갑네요 ㅎㅎㅎㅎ 함께 책읽게 되어서 올해도 멋진 한해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