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요일 오후, 도서관으로 향했다. 누군가에게 도서관은 시간 있을때 가서 여유롭게 책 읽는 장소라면, 사서에게 도서관은 특히 휴일의 도서관은 근무의 연장이다. 가끔 우리 도서관이 아닌 다른 도서관에 가서 책 읽을때 비로소 휴식이 된다.
명절 전까지, 아니 다음주 화요일까지 끝내야하는 업무가 있음에도 끝까지 버티는 나쁜 습성은 언제나 고쳐질까? 간부회의 시간에 관장님이 "직원들이 바쁘다고 하면서 야근을 안해요. 야근을..." 하는 소리에 괜히 찔렸다.
오전에 아이와 청소를 하고, 커피 한 잔 마신 후 도서관에 왔다. 눈이 많이 내렸음에도 주말의 도서관은 문전성시다. 문득 햇살 가득한 자료실 창가에 앉아 책 읽는 사람의 모습이 한없이 부럽다. 퇴직후, 주 1회는 도서관에서 살아야지. 바리스타과정, 꽃꽂이, 도자기도 배워야지.
일하기 전에 휴일에도 출근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알라딘에서 새해 첫 주문을 했다. 올해는 교양서적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온지 오래된 책 오만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책을 고르다보니 든 생각. "대체 지금까지 뭔 책을 읽은거냐." 월 2권의 책을 읽어서는 급변하는 시대에 낙오되기 쉬운데 참으로 게으름을 피운다. 관장님은 1년에 무려 백권의 책을 읽으신다는데...좀 더 부지런해지자. 사은품 중 유리잔이 탐난다. 2개 세트면 좋겠네.
주변에 선물은 많이 했으면서 정작 끝까지 읽지 못했다. 예화가 많아 읽기도 편한데....
아이들도 읽게 할 욕심에 주문한다.
살아가면서 선택의 귀로에 설 때 '정의로움'만 기억하면, 이 사회가 이렇게까지 일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과한 욕심은 버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집에 한 권쯤은 소장하고 있어야겠지. 깊이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을듯.
2월이 가기전에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조선 왕의 업적을 정확하게 기억만 해도.....
이 책 읽고 한국사 시험에 도전할지도.....
부당한 징수에 항의해서 세금을 내지않은 소로우의 용기......절대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시민의 권리는 누려야겠다. 아는 것이 힘!
나이들수록 '월든'을 이해하게 된다. 더 나이가 들고 어쩌면 전원생활을 꿈꿀지도 모르겠다.
소박하게, 최소한으로.....
아이를 위해 매달 구입해야지 마음먹었지만 작심 2달로 끝난 한심한 엄마....
올해는 이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하자.
국어학원은 따로 다니지 않으니 이 책이라도 열심히 읽게 하자.
고로, 매달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한다.
대기만성형 정현이. 이제야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는듯 하다.
긴 인생 좀 늦게 가면 어때.
엄마는 너를 믿는다!
아이가 물을 끓이고 커피를 갈아, 정성스럽게 타준 한 잔의 커피. 딸기를 씻어 다소곳하게 접시에 담고 땅콩 한줌도 함께 내온다. 휴일 아침엔 가끔 이런 호사를 누린다. 남편에게 기대했지만 이루지못한 꿈을 아이가 대신 해준다. 아이에게 요즘 '현빈 닮았다'는 말을 주문처럼 한다. 갸름한 턱이랑 오똑한 코를 빼면 전혀 닮지 않았지만 강한 믿음은 나중에 이루어질수도?
마시고 남은 커피는 보온병에 담아 가져왔다. 좁은 공간이라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사무실에 혼자 있는 휴일의 고요가 참 좋다. 전화소리도, 직원들의 말소리도 없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창밖에는 눈이 흩날린다. 눈 오는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사무실. 일하러 도서관에 왔으면서 뭐하는거니? 자 이제 일하자. 5시까지 끝냄이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