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사태가 터지자마자 방송매체에서는 사건을 파장을 애써 축소하며 봉합하기에 바빴다.

 


1995년 7월23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의 경우와 비교하며 1. 겨울이라 해수면 온도가 낮아 기름을 유입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 2. 해안과 떨어져서 지난번보다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거론하며 지난 번 기름유출 사고보다 피해액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사태에 대한 안일한 보도로 인해 당국은 초동대처에 완전히 실패했고 지금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인접국가나 대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게 지원요청을 제대로 하고 있지도 않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런 요지의 뉴스를 접하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점 매우 부끄럽다. 하지만 언론의 초동조치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은 이럴 때 여론을 만들어서 시급함을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 오늘 원유를 뒤집어쓴 철새를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당시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사태를 안일하게 대처하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여론을 제대로 환기시키지 못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보도를 하고 이에 대한 성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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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느냔 말이다!!
바다를 오염시키고 가엾은 생물들을 죽게 한 당사자들은 분명 '안전불감증'에 심각하게
걸려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하철사고, 건물붕괴, 비행기 추락사고 등 대형사고는
평소의 '사고 예방' 점검을 소홀히 해서 일어나는 것 아니냐구!
비교할 일이 아니잖아. 95년의 사건은 사건대로, 이번 사건은 사건대로 둘 다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순 없는건가.

승주나무 2007-12-11 15: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힘이 빠집니다. 태안사태, 총기탈취 사태, 삼성사태, 신정아 사태, 탈레반 사태, 소말리아 사태... 대선 이후에 불어닥칠 태풍의 전조를 보는 것처럼 불안하기만 합니다~~
 











[80%와 88만원]우석훈, 짱돌과 바리케이트의 조건

- 우석훈 강연 요지

88만원 세대의 착취구조를 하나의 '현상'으로 파악한다면 홍세화 씨는 이 현상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의 '원인'에 방점을 두었다. 반면 우석훈 씨는 '이 지경'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88만원 세대'는 한마디로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다룬 책이라면, 『왜 80이 20에 지배당하는가?』는 계층간 불균형 문제를 다룬다. 때문에 두 책은 함께 논의가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두 책을 출판한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강연의 취지에 공감한다.

우석훈 씨는 짱돌과 바리케이트라는 결과에 주목하기보다는, 그것이 필요한 조건에 대해서 주의할 것을 요청하였다. 던질 때 던지더라도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항'을 떠나 '내전상황'이나 '폭동'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향해 우리는 달려가고 있으며, 이것을 해결하는 당사자는 20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연의 요지는 12월 1일 서교동 태복빌딩에서 있었던 강연(예스24 등 주최)과 지난 11월 16일 문지문화원에서 있었던 강연(알라딘 등 주최)의 메모를 합쳐서 기록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다음은 강연 요지

<우석훈 씨(오른쪽)는 세대 간 불평등과 착취구조가 임계점을 넘은 상황이기 때문에 폭동이나 내전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20대를 대안시리즈의 '첫 타겟'으로 잡기까지

 

학위받고 12년차, 올해 지나면 13년차가 된다. 40이 되면 은퇴하겠다고 20세 때 친구들에게 공약했는데,

내년이 40이다. 이를 정리하려 10권 정도의 책을 구상하고 있는데,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4권으로 구성된 한국 경제의 대안시리즈, 이른바 ‘기승전결’ 시리즈이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1~3권까지는 모두 ‘죽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처참한 책인데, 내 식대로 표현하면 ‘좀비 영화’ 식이다. 좀비 영화 보면 모두 죽지 않는가. 드라큐라 영화는 드라큐라를 죽이지만, 좀비 영화는 다 죽는다. 공포는 헤피엔딩이 없다.

1권은 20대의 90~95%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디선가 죽는 이야기를 담았다.

2권은 1권에서 살아남은 5%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역시 여기서 죽게 된다.

3권은 1,2권의 인물들을 죽게 만든 게임의 고안자이자 권력자인 40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들 역시 이 지점에서 죽을 것이다. 

20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20대를 많이 만났고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20대가 싫었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분석하면서 애정이 생겼고,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국회의원, PD를 대상으로 20대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다른 거 이야기하자”고 넘어가려 하더라.

좌파 쪽 사람들은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20대에 대해서)

386이 만든 세계를 20대가 다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우파 역시 20대에 대해서 한결같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20대는 좌파에게서든 우파에게서든 다 싫어하는 존재가 됐다.

20대한테 물어봐다. 다 싫다고 하더라. 20대는 특이하게 서로가 서로의 증오대상이기도 하다. 경쟁구도를 이렇게 만들어 왔는데, 당연한 귀결 아닌가.

10대한테 물어보니까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 20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집단은 ‘장사꾼’ 소위 마케팅 담당자들이다.

제일기획은 20대를 ‘껌값’으로 판단한다.

삼성은 20대는 생각이 없는데, 애들이 결국 소비자가 될 테니까 삼성을 좋아하게 만든다.

CF 촬영하는 여배우를 보면 이런 흐름을 알 수 있는데, 주로 40대 초반이나 30대 후반이다. 가수 역시 3~40대 아니면 10대이다. 20대는 상당히 특수한 조건이 된 것이다.  

솔직히 이 책 처음 시작할 때는 20대가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10대들이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하다”가 원제였고, 10대가 주제였다.

이 주제에 맞추다 보면 나머지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10대, 20대 정리하다 보니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20대를 잡았다.


<우석훈 씨는 자신과 같은 세대인 386 세대에 대한 증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이 애를 낳고 기득권이 되면서 배신을 했다는 것이다. 개개인으로 보면 그렇지 않지만, 집단으로 볼 때 386은 위선적인 집단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누군가 '삥당'을 친 것이 틀림없다

88만원 세대는 경제적 모델이 담겨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아버지(T1)와 아들(T2)이 살고 있다고 했을 때, 자산의 흐름을 나타내 보면 20+80(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20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증여를 받은 것이고, 80에 대해서는 스스로 개척한 것이다. 이것이 2대의 모델이라면 3대의 모델로 세분화 해보자. 아버지(T1)와 나(T2)와 나의 아들(T3)는 20+60+20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아버지에게 20을 증여받아서 80을 개척한 것 중에서 아들에게 20을 증여해 주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20의 단위로 세분화해 보면 세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결국 세상의 흐름을 자산의 흐름으로 유추하는 것이 경제학의 관점이다.

이것을 자연환경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어쨌든 ‘현재’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지분이 각각 포함된 개념이다. 그런데 과거로부터 20을 받았는데 미래에게 20을 주지 않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20이라는 일정한 자산이 분배되는 형태를 기본 분배라고 한다면 뒤로 갈수록 30, 40, 50 하는 식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발전적인 분배의 형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까 기본적으로 분배해야 할 20 중 어느 정도, 또는 상당 부분이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누군가 ‘삥땅’을 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20대의 노동강도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은 누가 보든가 ‘착취’라고 해야 옳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안정적 교환’을 이야기하면서 만족스럽게 주고 받은 상태를 ‘just'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는 ’unjust'라고 할 수 있다. (우석훈은 <시사IN> 3호 커버스토리에 기고한 글에서 새뮤얼슨의 '세대 간 중첩 모델'과 균형성장론자인 솔론의 '세대 간 형평성', 그리고 존 내시의 '내시 균형' 의 틀을 적용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원래 인간은 20을 받으면 40을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놈이 40을 받아쳐먹고 10밖에 안 준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이 불균형이다. 세대 간 불균형이 바로 이것이다.

누가 삥땅을 쳤나. 나는 386 이전 세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386이 밉다. 미운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다시피 한다. 자기들은 과외도 안하고, 그 사람들 스스로가 사회에 들어가면 좋아질 것이라고 떠벌이고 다녔다.

하지만 애를 낳고 나더니 달라지더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의식을 갖고 있다. 하나하나는 그렇지 않지만 집단적으로 보면 분명히 위선이다.
 
 

뺏기면 뺏겼다고 얘기해야 안 뺏아간다

한국사회는 한마디로 ‘lock-in' 갇혀 있는 상태이다.

이것은 황우석 사태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데, 당시 MBC PD수첩에 황우석 편 방영을 반대한 비율이 98%였고, 찬성한 비율이 2%였다.

이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라는 장치가 가동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QWERTY"라는 말이 있다.

QWERTY 자판(쿼티 자판)은 영어 타자기나 컴퓨터 자판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자판 배열이다. 자판의 왼쪽 상단의 여섯 글자를 따서 이름 붙여졌다. 이전의 자판은 주로 알파벳 순서로 배열되었는데 자판을 타자기로 칠때 인접한 키를 연달아 치게 되면 자주 엉키는 문제가 발생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QWERTY 자판이다. 때문에 속도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느리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현대의 워드프로세서 체제에서는 필요가 없지만 관습의 저항으로 고치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는 과연 어떻게 ‘창조적 파괴’(앙팡 테리블 : enfant terrible)를 맞을 거냐 하는 것이다.

20대의 권리장전 한 열 몇 개는 만들어 보았지만, 여러분한테서 나와야 할 거라고 생각해 과감히 생략했다. 그 이상 이야기하면 답을 주는 것이므로 지웠다. 성형수술/우울증/사회부적응 친구들 나중에 다 뺐다. 구도만 들어도 충분히 슬프기 때문이다. 슬픈걸 다 빼고 났더니 다 무섭다고 하더라.

19세기 영국 이야기.인간이 살면서 그 나라 부자들이 20세에 결혼하지 않은 게 영국이 처음이다.

인도에 가서 돈을 벌어오든지 공을 세웠는데, 지금의 20대는 공을 세울 기회가 없다. 영국 당시 35세 결혼이 유행이었는데, 영국 사회에 벌어졌던 일하고 지금이 비슷하다. 영국은 그 이후 큰 전쟁 2번에 대영제국의 명예가 무너졌다. 19세기 영국 시, 소설을 많이 읽기를 권하고 싶다. 19세기 중후반, 20세기 후반까지 포스트모던이 유행하여 전세계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배고픈 것과 배고프지 않은 것의 원형이 바로 19세기 영국에 있었다.
뺏기면 뺏겼다고 얘기해야 안 뺏아간다. 지금 20대가 뭐가 필요한가. 다른 나라로 20대가 힘든 게 거의 없다. 자본주의 이런 사례 없고, 1~2년 안에 이런 게 풀려야 한다고 본다.

외부의 적이 있다면 서로 친해지겠지만, 지금 20대는 한명씩 끌려가서 죽는 구조이다. 카프카의 ‘성’이 바로 그런 구조다. 대학 축제도 마케팅으로 넘어갔다. 20대 세대주로 독립이 안 돼 있다. 독립세대에 대한 지원을 유럽에서 다 돼 있다. 요구를 해야 하는 거다. 지금까지 그런 요구가 한 번도 없었다. 안 요구하면 원래 없어지는 거다. 헌법적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데, 지금 상황이 사실 헌법에 안 맞는 거다.


<우석훈 씨(왼쪽)는 88만원 세대가 자신들이 빼앗긴 권익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그것을 되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요구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인 한 독자와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한방 찍다> 


 

다음은 방청객과의 문답

허정윤 학생(인천 삼산고등학교)= 1. 언니와 함께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보았는데, 본인이 자신이 88만원 세대라는 것을 인지 못해서 답답하다. 이런 언니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하겠나?

2. lock-in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을 낸다면

 

- 1. 88만원 세대의 이름을 짓는 데 여러 과정이 걸렸다.

먼저 승자 독식의 시대를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충고했다. “그거 당사자들이 들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바꿨다. 베틀로얄이라는 말은 희랍시대 왕 앞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서 이긴 놈, 즉 살아남은 놈만 영광을 보았다. 하지만 당사자들 대부분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막장세대, 끝장세대라는 말도 있었다. 즉 10대는 막장세대, 20대는 끝장세대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정성적인 규정이었다. 자기가 평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식을 과학적 인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자신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선민의식은 허위일 수밖에 없는데, 이거 깨기가 힘들다. 그보다 더 인간적인 문제일 수 있다. 분명히 평균 맞는데, 자신은 평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치기 어렵다.

 

2. 게임을 풀어나갈 때 개입해법(individual play)과 집단해법(team play)이 있다.

예컨대 노벨상을 타고 싶다고 하자. 이것은 개인 해법이기도 하고 집단해법이기도 하다. 노벨상은 기여도에 따라 주는 것이다. 취직은 개인적 해법으로 되는 것이지만, 구조를 바꾸는 사람일 때는 팀플레이로 풀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 저쪽에서 팀플하면 우리도 길드를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비정규직의 문제의 경우 학교에서 동의서를 발행하거나 구청 지원금을 통해서 시급을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문제가 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종의 공포감에 있다. 이제까지는 팀이 하나도 없었다. 50대는 곗돈 문화. 30~40대는 노동조합문화가 있는데, 20대 이후부터는 아무런 조직이 없다.

어차피 몰리고 몰렸다는 것을 알면 단결을 하게 된다.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난 극장 모델’이라고 부를 만한데, 사람들은 열 사람을 따라가며 군중을 만드는 데 그것이 출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앞 사람이 출구를 모른다면 나는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95%에게는 해답이 없고, 나머지 5% 역시 해답이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구조를 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20대 내에서 욕구가 생겨서 힘이 커지는 것이 좋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해법으로 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참에 집단해법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규선 선생님 질문(인천 삼산고 국어교사)= 현실이해 명쾌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짱돌 들고 바리케이트를 쳐라! 는 명쾌하지만 그렇도록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가. 경제학으로 설명이 되나. 막막한 벌판에 선 느낌이다. 학교에서 학생을 어떻게 만나고 20대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성찰이 빠를까? 짱돌이 빠를까? 짱돌드는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혼란스럽다.

 

- 수능을 이기는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원에서는 100% 이기지 못한다. 문집 만드는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학생은 무조건 100점을 받게 돼 있다. 책 잘 읽고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 점수를 잘 받도록 설계됐고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수능 문제를 다 외워버릴 거라고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논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논출책 10여권을 다 외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논술 채점 교수 이야기 들어보니까 학원에서 나온 교재를 보더라. 학원 표 비슷한 거 찾는 것이 채점의 중요한 과정이다. 학원에서는 이것을 깨려고 책을 자꾸 바꾼다. 이렇게 채점자와 학원에서 자꾸 전쟁을 하는데, 참 한심한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원 가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공교육 내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

전쟁이 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군가 부처님에게 물은 적이 있다. 부처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과부, 어린이, 노약자 돌보고 어른들이 대화를 많이 해라”

이 상태로 간다면 1,2년 내에 폭동이 난다. 폭동이 나려면 나는데, 폭동은 히틀러처럼 갈 확률이 높다.

혁명은 그렇지 않지만. 어떻게 하면 폭동으로 가지 않고 합리적으로 갈 수 있을까

책 보고 인문학 성찰이 답이지만 20대 비례대표 국회 건의, 주거권, 노동권 등 100만명 권리청원선언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짱돌이든 무엇이든 던져야 하지만, 어떤 것을 던지는 것이 효과가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고3 수능 총파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고3이야 다음 해에 들어가면 되니까. 외국에는 상식적으로 없는데, 우리에게만 이상하게 있는 것들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키는 10대가 쥐고 있다. 문제는 위에서 시킬 수 없고, 똑똑한 10대가 많이 탄생하는 해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생각해야 하겠지만.

 

 

88만원 세대의 질문=88만원 세대 중에서 뭉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거나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우리가 집단적으로 저항을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 공유된 경험이라는 것이 있다. 가투에 나가면 열 사람의 바깥쪽에 있고 내가 안쪽에 있는 상황이 행복하다. 속도 역시 맞춰서 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안 잡힐 수 있다. 돌을 안 던진 친구가 돌을 던진 친구에게 10만원씩 준다. 싸우지 않은 친구들이 싸우는 친구들에게 물적/심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잡혀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스크럼은 안 잡혀가려고 하는 것이다. 공유된 경험이 틀을 만든다. 처음부터 탈법을 할 필요는 없다. 모일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 바둑둘 때 집이 있어야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마는 있는 데 모두 죽은 대마이다. 많은 집, 조그만 집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대도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잘 안 될 거다. 기타를 칠 때도 처음에는 어렵다. 하지만 기타와 자꾸 대화를 하다 보면 나중에는 클라이막스까지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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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가 뽑은 올해의 단어는 
'죄수의 딜레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검찰이 격리된 공간 안에 죄수 두 명을 가둬놓고 최선, 차선(차악), 최악이라는 3개의 선택권을 줬을 때 죄수가 최선과 최악을 피한다는 결과를 원리로 끌어온 이론이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88만원 세대들이 착취 구조에서 개별적인 해법만을 고민하여 사회변화의 여지가 없게 된 현 상황을 분석한 우석훈이 올해 말에 사용한 이래 삼성비자금 파문과 BBK파문을 떠돌아다니는 악령이다.
검찰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대선주자에 갇혀서 몸보신을 선택하되 국민적 신뢰를 배반하는 결과를 택했다.
우리나라 국가기관, 언론이 모두 삼성판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용기를 잃었다. 그래서 올해의 단어는 '죄수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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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사회 읽기
    from Fly, Hendrix, Fly 2008-01-01 00:14 
    사실 중요한 건 그 실천이겠지만, 일단 읽어야 한다. 무지한 행동주의가 낳은 지금의 상황이다.
  2. Even if it's so hard to confront of it, don't give up
    from 2008-01-04 13:10 
    Even if it's so hard to confront of it, don't give up There's nothing easy for you There's no one easy for you There's no dreams easy for you   But Don't forget your starting mind It was easy but it made to this position and made you not to
  3. 캐드제작 대행--캐드죤-010-8098-0815
    from 도면제작.출력(캐드죤사무소)010-8098-0815 2008-02-07 21:59 
    도면사무소-캐드죤010-8098-0815 캐드제작 대행--캐드죤-010-8098-0815 팩스02-6442-8815 인테리어도면
  4. 이벤트 응모:지금 훔치고 싶은 문학동네의 책 10권
    from 2008-02-22 14:01 
    문학책을 정말 좋아하고 가끔 글도 쓰는 50대 아줌마입니다 . 정말 문학적 가치가 큰 작품을 만나게 되는날은 정말 행복합니다. 요즘은 기다리는 작가의 글이 좀처럼 나오질 않아 심심하던중 문학서적을 이벤트하는 걸 알고 기쁨과 , 설레임으로 참가합니다. 열거하는 책중 읽은것도 있고 읽고 싶은 것도 있어요.제게 행운을 빌어주세요^^ 1) 연어  2)연금술사  3)달을 먹다  4)리진  5)오시리스의 신비  6)책
  5. 호텔, 그것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from 곁길에 선 책꽂이 2008-04-05 01:21 
    www.hoteljava.co.kr 호텔자바를 위하여
  6. 배려
    from 2008-07-03 15:40 
    제가 배려라는 책을 읽은것은 6개월전이다.자기들 생각에는 회사내에서 다들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내보내면서각자 자기만 생각하는데서 좌충우동 일을 하면서 서로를 배려 하는 모습을 그려 넣었던 작품이라  제 마음도 흐뭇했던 작품입니다.
  7. 나에게 책이란 '푸른 바다'다
    from 사막의고독한검객 2008-07-05 21:22 
    책 속에는 수많은 단어와 수많은 이미지가 살아숨쉰다.  이름모를 해초들과 물고기들, 그리고 바다속에 스며드는 찬란한 태양빛.  아직도 태양이 비치지않는 심해에는 도저히 상상조차 하지못할 생물들이 존재한다. 나는 책의 바다속에서 내가 살아갈 힘과 비전을 낚아올린다.    
  8. 10문 10답 이벤트
    from yangys0619님의 서재 2008-07-22 01:02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심리학을 일상에 적용시킨 책이나 인류학,역사 ,세계관 등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로마인 이야기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시오노 나나미,이외수,박완서,마광수,정진홍 등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웽스북스 2007-12-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렇게 훌륭한 단어를 골라주시니, 감히 참석하기가 어려워요 ㅋㅋ

비로그인 2007-12-06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올해의 단어"라.....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죄다 정치 얘기 하지만,
정치의식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옆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죄다 '대선'이다.
그런데 듣고 보면
대선 이야기는 맞은데
정치 이야기는 아니다.
얼마 전에 4:3으로 석패한 한일전과 묘하게 닮았다.

사람들은 한일전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의 '대선 이야기'를 '한일전'과 오버랩시켜 본다.

대선만담 : 김경준이가 온다더라, 왔다더라
한일전 야구 : 고영민이가 1회에 솔로홈런을 쳤다더라

대선만담 : 민주신당하고 민주당하고 단일화가 깨졌다더라
한일전 야구 : 챤스에 김동주가 병살타를 쳤다더라

대선만담 : 내일 검찰에서 결과를 발표한다라
한일전 야구 : 9회에 일본 특급 마무리 우에하라로 교체됐다더라



저마다 대선 이야기이지만 그들은 좀처럼 분석을 내놓지 않았다.
대개 변수의 결과나 변화양상의 외양만을 그대로 반복할 뿐이었다.
그나마 한일전에서는 부정 오더를 해서 일본팀이 항의를 했던 점이나,
투수 기용을 특이하게 해서 일본팀을 교란했다는 정도의 전략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텐데,
이번 대선에서는 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언론이 경마식 보도를 자꾸 하니까,
사람들이 경마장식 만담을 나눈다.
세상이 경마판이 된 것 같다.


이히뤼야~~!! 디기딕 디기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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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0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늘 들은 가장 재미있는 발언은..
"노무현이 이명박을 지지하면 아마 이명박 지지율을 20%대로 떨어트릴 수 있을텐데."
였습니다. 우리나라 정치현실이 참 씁쓸하죠...

웽스북스 2007-12-05 22:4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그 발언 정말 재밌고 씁쓸하군요-_-
 









[80과 88만원]<2부>홍세화, 탈의식을 위하여

- 홍세화 강연 요지

"지금은 약자들조차도 서로 증오하고 있다. 연대의식이 강하겠나. 나는 비관적이다.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있는데, 어디서 단추를 찾을 수 있겠나."

"나는 비관적으로 본다. 20대는 기대를 안 하고 오히려 10대에게 기대를 한다.

20대는 집단적인 힘으로 할 수 있는 토대가 없다."

홍세화 씨는 '비관'이라는 말을 입에 자주 담았다. 하지만 그의 비관주의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얼렁뚱땅 아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데서부터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 실상이라는 것이 좌절과 절망의 실상이다. 실상을 깨우치지 않고서는 '거대한 뿌리'를 만져보지 못한다는 것이 홍세화 씨의 주장이다. 12월 1일 강연의 내용을 요약했고, 방청객과의 문답을 정리했다. 방청객의 질문에 우석훈 씨와 함께 대답을 했기 때문에 질문의 내용은 중복될 수 있다. (우석훈 강연 요지는 딸림기사 참조)


다음은 강연요지

20의 소수가 80의 다수를 지배하는 유력한 2가지 방법

 

<작은책>에서 주최한 ‘작은책 스타’ 노동, 역사, 인권, 여성, 교육 문제를 다뤘고 그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 바로 최근 출간된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철수와영희)이다.

거기서 나는 80과 20의 관계가 무엇이길래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에도 80이 계속 지배되는가 하는 문제를 교육과 관련해서 썼다.

보수정치인까지 한결같이 양극화 문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화 사회에서는 80이 지배해야 마땅하다. 민주주의라는 말을 희랍어로 말하면 democracy, 즉 '다중지배체제'가 된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철인정치가 되지 못하므로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소수가 대다수를 지배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판명된 지배방법이다.

1. 80을 분열시킨다. 이를 이주노동자/내국인노동자(노노갈등), 여성/남성, 숙련노동자/비숙련노동자, 정규직/비정규직 등등으로 나누면 저희들끼리 분열하므로 단결되지 못한다. 이를 지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 80 스스로가 자기의 처지를 배반하게 만든다. 즉 80에 속하면서 20을 편들도록 의식화한다. 이는 학교교육이나 언론장악 등 현재 일반화된 체제의 틀로 가능하다.

 

지난 11월21일 비정규직법안이 발효되고 나서 이랜드 홈에버, 뉴코아 30~50대 어머니 노동자를 취재했다. 만 5개월째 파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전에 하루 종일 서서 8~12시간 동안 일해서 월 80만원을 받았다. 그나마 고용은 안정되리라 생각했는데, 외주화가 되면서 계약해지에 당면했다. 그 이전에는 자동연장되면서 ‘재계약’이라는 개념조차도 몰랐지만, 계약해지에 직면했다는 현실에 처하자 그제야 노조에도 가입을 하고 파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홍세화씨는 역사적으로 20은 80의 내부분열을 책동하고, 80 스스로 자기의식의 배반을 하게끔 세뇌하는 과정을 통해서 80을 지배해왔다고 설명했다> 

 

취재하면서 짓궂은 질문 2가지를 물어봤다.

첫 번째 질문은 "80만원 받아서 뭐하십니까?"였다.

 절대 다수가 생활비에 보태지만 그 중에서도 3~40만원은 꼬박꼬박 사교육에 썼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계층상승의 기회가 오겠는가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 질문은 차마 지면에 싣지 못했다. 솔직하게 대답해 달라고 했다. 파업 2달 전만 해도 노조는 물론 파업의 당사자가 되리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대선때 어느 당에 투표하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제일 재밌었던 것은, 가장 많이 나온 것이 H당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아직 닫혀 있지 않았던 때의 ‘열린당’. 그리고 ‘민노당’ 지지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80에 속하지만 의식은 철저히 20에 치우친 증좌다.

분명히 그들 스스로 자기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산당 선언에 이런 말이 나와 있다.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지배계급의 이념이다. 이는 대중매체와 교육을 점령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지속한다. 의식세계를 토해내는 것은 지배체제이다. 그것이 사람들을 스스로 배반하게 만든다.



자기의식의 배반자 - 이랜드 파업노동자 지난 대선 때 대부분 한나라당 투표해

 

일단 의식 안에 들어오면 계속 그것을 배반하려 드는 본성이 있다. 예컨대 무상교육은 나를 위하는 정책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식은 처지에 따라가지 않는다. 아무도 표를 찍지 않는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은 주체적인 것이 아니라 주입됐다. 교육과정에 완전히 차단당한 것이다.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나를 생각해보자. 주체적이 아니라 주입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스며든 것이다.

삶을 규정하는 것은 몸과 의식이라고 할 때, 만약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몸 자체가 알려준다. 그러나 의식은 절대 그렇지 않다. 자기 처지를 배반하더라도 의식을 끊임없이 고집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자기 처지를 배반하더라도 그 의식을 끊임없이 고집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내 몸의 주인은 나이지만, 내 의식은 자라는 사이에 누군가 내 의식을 끊임없이 지배할 위험성이 있다. 의식세계는 사회가 온통 범잡해 있다.

한 사회의 의식이라는 것은 지배계급의 것이다. 요구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주체적 의식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하는 바라는 것이 태어날 때는 당연히 ‘無(무)’였을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형체를 갖게 되나. 삶의 궤적에 따라서 환경에 조우하고 선택하는 바에 따라서 결정된다. 한국사회의 교육과정이란 개인의 의식과정을 제압해버렸다.

 

<홍세화 씨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주요 매체 등이 만들어 놓은 '자기의식의 배반'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의식화'되어 있던 사고의 틀을 벗고 '탈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람을 설득하기란 정말 어렵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단지 고집에 머무른다면 설득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때 ‘고집’에 ‘합리화’가 더해진다.

누군가 사람은 합리적 동물이라고 했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오히려 ‘합리화의 동물’에 가까운 것 같다.

믿던 바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예컨대 한겨레를 보던 분이 다른 아파트단지로 이사하면 몰상식한 신문으로 바꾸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경품 등이 화려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 분은 미안한 마음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겨레의 논조를 비판하기 시작한다. 한번 형성한 의식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마주앉은 고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을 향해) 앞에 앉아 계신 선생님께 질문을 드린다.

선생님은 교장, 교감선생님이 손톱만큼이라도 변할 거라고 생각하시는가?

그럼 그 옆에 앉은 학생에게 똑같이 질문할 수 있다.

학생은 선생님이 손톱만큼이라도 변할 거라고 생각하시는가?


 

사회문화의 기본적인 성숙 없이, 구원, 믿음이라는 것은 철저히 거짓

 

자기의식의 배반을 피하는 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폭넓은 독서를 통해 구축한다.

2. 열린 토론을 통해 구축한다.

3. 직접 견문(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구축한다.

4. 도를 닦아서 구축할 수 있다.

 

위의 것을 조합해야만 의식의 배반을 극복할 수 있다. 책은 세계와 만나는 창이다. 책의 저자들은 어떤 환경에 처했고 어떤 인생을 선택했나. 교육과정이 책읽기를 거의 멀리 하게 하고 있다. (서양의 경우) 독서, 토론이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토대인 것에 비해서 우리는 철저히 주변적이다. 사회문화의 기본적인 성숙 없이, 구원, 믿음이라는 것은 철저히 거짓이다.

지금 여기 오신 분들이 대한민국 일반계층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오기까지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국가권력이나 대중매체, 학교교육을 뚫고 자유인의 사고에 자극을 받았을 수 있다. 대학에서 선배를 잘못 만났거나(웃음) 학교구조를 한번 세심히 살펴 보라. 근대식 학교라고 하지만 일제시대의 잔재에 불과하다. 군국주의 일본의 한국 식민화 일찍부터 정형화되었다. 군사학교가 전범인 것이다. 운동장은 연병장, 구령대는 사열대, 수위실은 위병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결국  학교라는 공간을 어떻게 민주화시킬 것인가. 교사모임, 학생회, 교과서를 어떻게 민중/민주화시킬 것인가. 교장이라는 국가주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다음은 방청객과의 문답

전 학년이 80점에서 한두 점 올리려고 노력하는 이 답답한 구조

 

40대 독자 권인숙 씨(한겨레 신문 독자) = 대안이 뭔지 막막하다. 아이들의 엄마이다. 중2 여자애가 12시 반에 온다. 아이들이 그렇게 하니까 자기도 그런단다. 대안학교 보내기도 어려운데 출구가 안 보인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탁한다. 어려운 해법 말고.

 

- 정말 어렵다. 사회 총체적인 문제가 녹아 있다. 단초 같은 것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청춘시대 온통 억압되어 있어서, 그것이 폭발하면 겉잡을 수 없이 나온다. 입시폐지 대학 평준화 운동. 그리고 죽음의 트라이엥글. 온 세상이 전쟁을 벌이는 구조에서 모두 개인적인 해법을 찾아서 헤매고 있다. 개별적인 해법은 어차피 없다. 굳이 개인적인 해법을 찾는다면 ‘도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늠름한 삶을 살아가고 가치관이 정립되고, 이를 자식에게 전수할 때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살 수는 있을 것이다.

프랑스처럼 뛰쳐나올 가능성이 있겠느냐?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있을 거라고 믿고. 기대를 하고 있다. 억압의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서열화된 대학 시스템은 대표적인 우민화 정책이다. 학교, 선생님, 학부모 모두에게 억압이다. 단편적인 지식 암기다. 단순화 강조. 이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가리고 만다.

자신의 사회적 존재적 위치를 알지 못하게 하는 지배권력, 줄세우기 쉽게 만드는 지배구조. 아주 좁은 공간에 갇혀 좁은 내용으로 평가하는 것이 4지 선다의 특징이다.

70점, 80점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몇등이냐의 가치는 교육을 왜곡시킬 뿐이다. 전 학년이 80점에서 한두 점 올리려고 노력하는 이 구조를 보면 답답하다. 모든 학생이 엄청난 공부를 하지만 대학 가면 다 잊어버리는 구조를 보면 더 답답하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권인숙 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자식이 12시 반에 들어오면서 친구들을 따라가려면 별 도리가 없다는 말을 듣고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황규선 씨 질문(인천 삼산고 국어교사) = 현실이해 명쾌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짱돌 들고 바리케이트를 쳐라! 는 명쾌하지만 그렇도록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가. 경제학으로 설명이 되나. 막막한 벌판에 선 느낌이다. 학교에서 학생을 어떻게 만나고 20대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성찰이 빠를까? 짱돌이 빠를까? 짱돌드는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혼란스럽다.

 

- 고등학교 과정 속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교육이 너무 없다. 너무 모르는 10대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 한국 젊은이는 사적 관계는 영악하지만, 사회/공적 관계에서는 맹탕이다. 외국, 특히 유럽의 젊은이들은 사적 관계에서는 순진하지만, 사회/공적 관계에서는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에 프랑스 학생들이 나섰다. 그것은 시민권/사회권/노동권의 문제이며.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고등학교 필수 교육과정 안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우선 알게 해야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명제를 외우기만 하는 수준이 우리나라의 교육이다. 사회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주체적 자아’로서 깨닫는 것이며, 주체적 자아가 자신의 사회적 가치와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영어단어만 암기시키는 것만으로는 영어를 할 수 없다.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 학생들의 등급을 매겨야 하는 상황이 선생님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선생님들 어깨 무겁다. 중/고등학교 선생님은 선배도 되어야 하고 동지도 되어야 한다. 

 

88만원 세대 청년 = 88만원 세대 중에서 뭉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거나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우리가 집단적으로 저항을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 나는 비관적으로 본다. 20대는 기대를 안 하고 오히려 10대에게 기대를 한다.

20대는 집단적인 힘으로 할 수 있는 토대가 없다. 사회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 당시 386세대와 유신세대는 20대였다. 당시 20대는 정치적 억압 상황에 처해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해야 했다. 지금은 가정 꾸미고 아기 낳고 정치적 동물의 성격이 죽고 경제적 동물의 성격만 남고 말았다. 20대는 아버지 세대와 달리 정치적 억압상황이 없고, 억압의 경험이 없는데, 과연 어떤 정치적 반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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