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가 군사쿠데타로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신자유주의학파라고도 부르는 '시카고 보이스'(Chicago Boys)를 중용해 완전한 금산결합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해 거대한 복합투기자본이 되었지만, 마침내 1980년대 초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3년 만에 GDP가 15%쯤 축소되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결국 가장 극단적으로 시장정책을 시행했던 나라가 역설적이게도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하여 은행이 다 국유화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통해서 사실상 모든 나라들이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 한국경제 새판짜기 302~303쪽


칠레이야기의 해피엔딩은?

국유화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가 났을 때 남미에서 여러 번 금융 불안정이 야기되었을 때 칠레는 영향을 가장 덜 받고 안정을 유지했다. 혹자는 이것이 1980년대 초의 끔찍한 경험으로 금융을 함부로 자유화하면 안 돤다는 걸 알게 되어 규제를 비교적 잘했기 때문이라고도 얘기한다. 단기성 국외자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외화 가변예치의무제가 칠레가 발명한 유명한 정책상품이다.

★ 가변예치의무제
외국에서 핫머니가 급격히 유입돼 국내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로, 반입되는 외화의 일부를 외국환평형기금에 강제로 예치시키는 제도, 가변유치 대상은 거주자나 비거주자나 들여오는 외자로, 증권투자 또는 부동산투자 등 핫머니성 자금에 국한되고, 수출입대금 등 기업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외자는 제외되는 게 보통이다.


가변예치의무제라..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삼성에서 칠레까지의 거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칠레행 열차를 타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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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5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5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5월 6일 여의도 과장에서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을 취재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20대 직장인, 30대 아이엄마, 중학생을 둔 40대 엄마, 고등학생을 둔 50대 엄마 등 다양한 계층에게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물어 보았고, 그 내용을 다음날 새벽 2시경에 블로거뉴스에 게재하였다. 기사는 5월 7일 쇠고기 청문회가 열리던 점심 전후까지 블로거뉴스 메인에 올랐고, 그날 하루만 7만7천 건의 조회수에 509건의 댓글이 달려 이 문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댓글에 참여한 연령 역시 다양한 세대 분포를 보였으며 댓글의 내용은 쇠고기 수입에 대한 위험논쟁과 이 문제에 대한 책임논쟁, 촛불문화제라는 현상에 대한 논쟁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500여 개의 댓글을 일일이 분석하여 쟁점을 올려 본다. 댓글 주장의 특징을 한눈에 보기 쉽게 하기 위해 '00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 기자 주





5월 7일 다음 블로거 뉴스에 <고교생, "우리가 나설 정도면 심각하다는 뜻">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사에 7만7천 하루에만 7만7천 건의 조회수와 509건의 댓글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쇠고기 위험 논쟁 - 사망확률론, 에이즈비교론, 생명우선론 등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입장은 대체로 광우병에 걸릴 확률에 관한 논의가 많았다. 아이디 '동관'은 "광우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을 1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떡 먹다 죽을 가능성은 4만3962배나 더 높고, 담배 피우다 죽을 가능성은 434만배나 더 높다"고 밝혔다. 또 ▲목욕하다 빠져 죽을 가능성은 38만4615배 ▲촌충에 감염돼 죽을 가능성 2만1690배 ▲말벌에 쏘여 죽을 가능성 1154배"라며 논쟁에 불을 당겼다. 아이디 '유가이'는 "에이즈 환자가 득실거리는 동남아엔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며 에이즈 균을 발라 오면서 아직 공식적으로 한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광우병은 전후사정 안 가리고 거품물며 반대한다는 게 넌센스 아닌가?"며 광우병을 에이즈와 비교해 논리를 폈다. 하지만 '반확률론'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디 '라임 오렌지'는 "99%로 이상이 없다해도 1%로 이상이 있다면..그리고 1%로에 내가 속한다면..나한테는 100%인것이다."며 확률논쟁이 무의미함을 역설했다. 에이즈와의 비교 주장에 대해서도 아이디 '그렇게 따지면ㅎ'는 "에이즈도 처음에15억분의 1인 3-4명이 시작이었지만 요즘엔 4천만명"이라며 광우병이 결코 에이즈보다 심각하지 않은 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염성에 관해서 재치 있는 댓글도 많이 보였다. 아이디 '솔직히'는 "초코파이 먹어도 충분히 감염될수 있다는 것이지. 키스 해도 전염 되냐고? 키스를 하는데 상대 입에 소고기 들어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중3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다똥'의 이른바 '믿다망할론'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는 "이런 말도안돼는 개정책을 하는 정부를 오냐오냐 하면서 믿어주다나 나라 꼴 망하는수가 있어요. 시민이 이럴때 정치참여를 해야죠"라고 주장했다.




5월 6일 여의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촛불을 전달해주는 모습

하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확률보다는 생명이라는 본질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디 '실비아'는 "고등학생으로써 교육정책에 관한 불만도 많습니다만, 버스 타고 집에 오는길에 들리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그것도 배부른 생각이더군요. 쇠고기 수입할거라는 뉴스가 나온 다음 날, 우리반은 한바탕 그걸로 시끌벅적했습니다. 부탁이니 음식이라도 마음놓고 먹게 해 주세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인생'은 연예인이나 미용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 여중생들이 서로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죽는날 얼마 남지 않았다'이거나 '인생15년도 못살았는데 벌써 죽어서 아쉽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닌다는 동생이 집에 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우리 이제 곧 죽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른들이 그 환경을 만들어 줘야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으니, 정말 학생들이 공부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5월6일 여의도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한 여학생. 침묵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


누구의 책임인가 - 정부책임론, 앙뚜와MB론, 이명박참선론, 언론책임론, 어른-20대-대학생책임론 등

과연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점도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다. 대체로 협상을 이끌어간 정부와 이를 왜곡 보도한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태가 이렇게 오도록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어른들이나 대학생, 20대들도 학생들의 날선 비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아이디 'giant'는 "협상문 원본을 보니 완전히 미국하자는 대로 도장만 찍고온 것 같다"며 정부의 협상전략을 '받아쓰기협상'이라며 비판했다.(받아쓰기협상론) 아이디 '하늘나라'는 "국민들의 behavior(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이종구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을 거론하며 "이종구란분이 미국산 소고기수입을 위해 우리 비헤이비어를 바꾸라고 한 뒤로 설렁탕 갈비탕집 매출이 폭락중이랍니다. 이제우리나라 전통 문화까지 말살해가며,미국산빼를 수입하겠다니 이게 진짜 우리나라정부,우리나라 사람들 맞습니까?"라며 한국인의 체질과 문화를 폄훼하듯 한 인상을 준 관료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21일 발언한 "싫으면 안 사 먹으면 된다"는 발언에 대해서 아이디 '로즈마리'는 굶주린 민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고한 프랑스의 마리 앙뚜와네트가 생각난다며 이른바 '앙뚜와MB론'을 펼쳤다. 이와 함께 '이명박참선론'도 네티즌의 재치를 여지 없이 보여준 주장이었다. 아이디 '우산'은 "이명박은 뭐하고 있는지, 눈,코,입 다 틀어막고 참선하나요..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안 들리나요..진짜 이 나라를 몰락시키려고 우주에서 보낸 외계인이 아닌지"라며 현직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책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아이디 '당신의견도 공감하고'는 "명바긔는 우리가 양보하면 자기도 물러서는 게 아니라 더 비키라고 우릴 때릴 인간임"이라며 이른바 '잔인명박론'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협상에 대해서 옹호하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냉정해집시다'는 다짜고짜 정부의 멱살을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물론 그누구의 의견도 묻지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린 정부에게 큰 문제가 있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정부도 미국소고기 개방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겠지요. 어쩔수 없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라고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ctharn'은 "잘못이나 책임이 있다 해두 새루 출발헌 정권에 대해 젊은이들이 1년 정도 기다릴 여유가 필요허다구 봅니다."며 정부의 대안을 기다려 보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지만,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이디 '랄리'는 "언론 느네들 다책임져라, 국론 분열시키고,정부,국민 이간질하고"라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 밖에 어른들과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거의 투표를 안 하다시피 했다는 20대는 '예비유권자'인 학생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기자가 '여의도 촛불문화제' 취재를 갔을 때 대학생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때문이었는지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배인 대학생들이 '정치부재'에 빠져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디 '하늘나라'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별 생각없이 게임하듯 참여한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놀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집회가겠나. 정말로 그아이들은 걱정이 돼서 나간 것이다. 거기 나간 애들은 적어도 게임중독이나,폭주족이나 이런애들이 아니다. 중간의 보통애들이라고 봐야한다"며 학생들의 참여에 대해서 높은 가치를 부여한 후 "그 아이들이 자기 판단에 의해 거기까지 갔을 때는 자기의 건강권을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 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우리 어른들이 각성해야 한다."며 어른의 반성을 촉구했다. 아이디 'Cristiano'는 "이번 총선 20대여성 투표율이 5%랍니다.. 이건 찍을 사람 없어서 안 찍은 게 아니라 아예 나라 돌아가는 꼴 자체에 관심이 없단 소리죠"라며 20대의 저조한 정치 참여를 비판했다. 하지만 올해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20대 여성 '유가이'는 여성을 비하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제기한 뒤 "어릴때부터 정치에 대한 생각은 ' 신문과 뉴스 첫머리 보도되는 아저씨 아줌마이들 싸우고 멱살잡는 것'이란 인상뿐인데, 어른들은 왜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안 갖으셨는지요?"라며 20대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를 이 지경으로 물려준 어른들에게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생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이디 '최화'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생들보다 낫네요~"라며 대학생들의 정치 무관심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주장에 바로 뒤이은 댓글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디 '씁쓸하지만'이 "대학생이지만 이 말이 약간불편하면서도 할말이 없네요"라며 이 주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대학생들이 좀더 책임을 느끼고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참여했다는 이담초등학교 5학년 이수정 어린이. 애독하는 어린이신문을 통해 쇠고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 부도덕한계론, 학생만나라걱정론, 삶즉정치론 등

이번 현상에 대해서 많은 네티즌들이 논쟁을 펼쳤다.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부도덕보다 경제살리기만 중시해 현재의 정권을 너무 쉽게 열어 준 것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인상적이다. 아이디 '둥근빛'은 "애들까지 나서서 저럴 정도면 이명박 정부는 실패한 것이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부도덕한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냐!"라며 경제에 대한 도덕성의 우위를 주장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성신문들이 쇠고기 협상에 관한 사안과 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에서는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기성 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이른바 '인터넷우위론'이다.   아이디 '고구마'는 "조중동은 없는 내용 만드는 신문이고 또한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 신문이고 여긴 국민 여론을 사실대로 알리는 인터넷 토론의 광장이라는 차이점이 있쥐"라며 기성 신문에 대한 인터넷 여론의 우위를 주장했다. 아이디 '이포' 또한 "인터넷 시대가 요즘은 거짓말 안속아 절대!!!!!!!"라며 이른바 '인터넷우위론'을 뒷받침했다.
이번의 집회는 초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 역시 찬반이 갈렸다. 아이디 '허니'는 "고등학생들, 공부하기 싫으니까 별 짓을 다하는구나. 20,30 대 형누나들이 왜 가만있는지 아냐? 어차피 모든건 정치논리로 끝나게 마련이다. 너흰 그냥, 반 이명박교 교주들한테 휩쓸려 다니는 노리개일뿐"이라며 이른바 '철부지고딩'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매우 뜨거웠다. 이 댓글에 바로 뒤이어 아이디 'U2001'은 "모든 건 정치논리로 끝나기 때문에 당신도 반(反)반이명박교 교주들한테 휩쓸린 채 그런 줄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일 뿐이다. 정치와 삶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자명한데, 이에 대한 현명한 대응은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올바른 정치적 시각을 갖는 것이지 그렇게 자신이 정치와는 상관없이 고고한 척 자기기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정치혐오와 무관심조차 정치적인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른바 '삶즉정치론'을 주장했다. 아이디 'pack369'는 "세계 어느나라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모여 집회를 하는데 그렇게 평화롭게 합니까? 좀 배우고 자랑스러워해야할 우리 자식들이고 조카들이고 동생들입니다!  제발 이런 학생들을 이상한단체니 불온한 세력 운운하며 이성을 잃은 정부가 오히려 이성을 찾고 왜? 우리아이들이 이러하는지 반성해야합니다!"라며 이른바 '학생희망론'을 주장했다. 아이디 '꼼꼼히 읽어요'도 역시 "셈 없는 애들 눈으로 보니 더 정확한 거구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나라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학생뿐이라는 이른바 '학생만나라걱정론'도 제기됐다. 아이디 '하늘바다'는 4.19혁명도 고등학생들이 먼저 나섰고, 대학교로 몰려가서 대학생형들을 동참시켰다고 설명한 후 "어른들이 집 한채 가진거 어떻게 집값올리까, 누굴찍어서 재개발로 이익을 볼까 고민하는 동안에. 나라걱정은 고등학생들의 몫이 되버렸네요"라며 어른들의 정치 무관심을 안타까워했다.
촛불문화제에 대한 많은 댓글을 분석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른과 학생들의 논쟁구도가 형성되리라는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는 사실이다. 일부 보수적인 어른들이 학생들의 과도한 정치참여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을 뿐 어른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학생들의 참여가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만이 희망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아이들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얼토당토한 논리라는 것이 이번 문화제 댓글 분석을 통해 입증되었다. 특히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충고한 댓글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다.


"저도 고딩이에요. 근데 집회가는건 나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근데 우리가 광우병에 대해서 좀더 잘 알고 가야할 듯해요
남들이 하니까... 눈에 보이는게 나쁘니까 해서 가는게 아니라
광우병에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갔으면 좋겠어요"(아이디 '와우')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 책가방이나 등 뒤에 태극기를 붙인 모습이 자주 보였다. 어느 한 학생 네티즌은 "집회에 참여한 우리들도 국민이고, 애국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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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의 남녀관계는 마름과 소작인이라는 계급구조에 가려진 빛바랜 사랑이거나 짝사랑이다."
"그건 너무 확대해석 아이가. 점순이와 머스마(사내아이의 강원도 방언)의 애틋한 사랑이 본질이제."

청량리역에서 김유정역까지 가는 전세 기차 안에서 일행과 김유정 작품에 대해서 데퉁스런 토론을 하던 중에 진행요원에게 '지적'받았다. 4월 27일 일요일 아침잠을 달래고 부랴부랴 9시에 청량리역에서 집결하여 다시 청량리역으로 돌아온 시간이 저녁 8시 반이었으니 11시간 넘는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김유정 문학촌에 찾아가는 길에는 유난히 미복행색의 인물들이 많았다. 인하대 국어교육과 김영 교수가 그 중 한 사람이다. 제2회 유정문학상을 받은 김중혁 작가의 시상소감을 듣고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며 매우 흥분하는 눈치다. 중국과 일본에서 찾아온 교수도 따로 소개를 하기 전에는 존재를 숨기려고 하였다. 나도 이참에 '시민기자'라는 명함을 감추고 '문청(문학청년)'으로 김유정을 맞고 사람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윤리강령 첫줄에 "시민기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라"고 되어 있는데, 운치 있는 문학기행 아닌가. 올해로 김유정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서 그런지 손님이 워낙 복작거렸다.  


 

333 : 청량리에서 김유정으로 향한다는 기차표의 표시가 한결 운치가 있다. 김유정 작가를 오랫동아 연구해온 유인순 교수에 의하면 작가의 이름으로 역명을 지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일본에도 사람 이름을 딴 역명이 있지만, 문인이 아니라 무사의 이름이라고 한다. 유인순 교수의 책 위에 열차표를 살짝 포개보았다.

 

 

열차 안에서 동백가지 꺾고 '호드기'를 직접 불다

 

김유정역으로 찾아가는 열차에는 문학적 격조가 넘쳐났다. 김유정은 당대의 작가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프리미엄을 얹지 않고도 흥미롭게 읽힌다. 그것은 당시 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따스하면서도 치밀하게 관찰해내 그들의 삶을 밀착된 언어로 농도 있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인순 교수에 의하면 당시의 방언과 비속어, 육두문자, 관용어 등을 가리지 않고 문학 작품 안에 담고 있다. 예컨대 '낙엽'(落葉)이라는 한자어를 쓰지 않고 '떨잎'이라는 우리말을 구사하며, '추수'(秋收)라는 말 대신 '가을걷이'를 사용했다. 이는 의도된 우리말의 채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표준발음기호와는 다르게 춘천의 당시 말들을 그대로 소리나는 대로 옮겼기 때문에 사전에 잡히지 않는 낱말이 많았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에 대해 해독하기 어렵다는 일반의 비난이 적지 않았으나, 한국문학전집의 김유정 편 <동백꽃>(문학과지성사) 책임편집을 맡은 유인순 강원대 교수는 "띄어쓰기와 문법구조를 전혀 무시하고 작품을 썼던 작가 이상은 관용하면서 김유정의 실험에 대해서만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유 교수는 전집 편집 당시 구절 하나, 기호 하나를 가지고도 출판사의 편집자와 매일같이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그래서 김유정의 텍스트는 반드시 원본을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도서출판 '강'에서 <원본 김유정 전집>이 출간된 상태다.
김유정으로 가는 열차는 '동백꽃 열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동백꽃은 가수 이미자가 부르는 붉은 꽃이 아니라 '생강나무'에서 나는 노란 꽃이라는 것이 김유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소양강 처녀>에 나오는 동백이 바로 그 노란 동백이다. 이 같은 오해를 없애기 위해 그들은 '동백가지'를 방문객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가지를 잡고 그 끝을 깨물었더니 강한 향기가 풀풀 올라와 코를 확 찔렀다. 작품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점순이'와 '나'가 '노란 동백꽃 속으로 함께 뒤섞여 파묻히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때 정신을 아찔하게 했던 '알싸한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점순이가 머스마에게 수작을 부릴 때 사용하던 '호드기'도 직접 불어 보았다. 대개 '서울 촌놈'들이어서 '픽 픽'하는 바람 소리만 났지만, 개중에는 제법 구성진 가락으로 호드기를 뽑는 이들도 있었다. 당찬 계집 점순이가 무척 궁금했다.

 

19 : 알싸한 향의 동백가지와 호드기를 김유정의 책 위에 올려놓았더니 퍽 어울렸다.  


'김유정' 이름이 들어간 상을 받는다는 것

 

39 : 김유정역은 1914년 신남역으로 불렸으나 그로부터 90년이 지난 2004년에 김유정을 기리기 위한 마을 주민의 성원으로 김유정이란 이름을 찾았다.

 

 

강원도 춘천에 소재한 김유정 역에 도착했다. 김유정 역은 경춘선이 개통된 1914년 당시의 행정지명인 신남면의 이름을 따라 '신남역'이라고 불렀으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작가를 기리고 작가의 고향인 실레마을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가꾸기 위해 2004년 마을주민 전체의 협의에 따라 역명을 '김유정'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단체사진을 찍고 역사를 나섰더니 색동 차림의 꼬마 농악대가 손님을 맞았다. 흥겨운 길트기를 따라 김유정 문학촌으로 들어가자 마침 '제2회 김유정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었다.  

김유정문학상은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강수력발전처가 재정지원을 약속해 김유정 소설의 문학사적 가치 전승은 물론 한국소설문학의 새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우수한 작품을 시상하고자 지난해 제정했다. 상금은 3,000만원인데, 이 유래 또한 매우 문학적이다. 김유정 문화행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상금을 후원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전 사장이 남긴 말이 일품이다.

"북한강 물이 마르지 않는 한 지원한다." 

 김유정문학상은 원래 11월에 시상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축제일에 맞춰 일부러 6개월 안의 작품만 가지고 평가를 했다. '변경된 룰'에 의해서 행운의 주인공이 된 작가는 펭귄뉴스를 쓴 김중혁 씨다.  

근작 10편 중에서 이승우의 <실종사례>와 임철우의 <봄비는 내리고>, 김중혁의 <엇박자D> 세 작품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 심사는 문학평론가 김치수 씨, 소설가 오정희 씨, 김유정 문학촌장 전상국 씨가 맡았다. 김유정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김유정 문학상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평가 대상작품이 "작가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며, 김유정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와 삶의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하며, 출품작 중에서 걸작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으로 각 작품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오정희 씨는 심사평에서 임철우의 경우 마지막 결말의 구성전개는 인정할 만하지만, 자위적 설정이 노출되어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을 탈락 이유로 밝혔다. 이승우의 작품은 지하철 사고를 계기로 평범한 부분의 관용과 이해관계 등을 잘 표현했으나 작가의 평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중혁의 작품은 "자칫 소홀히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에 천착하여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합창에서 엇박자를 낸 사람을 포착해서 삶의 모습과 연결시키려는 참신성과 구성의 치밀성, 주제의 현대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심사위원 전원의 동의를 얻어 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수상자인 김중혁 씨의 당선소감은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소감문의 내용 또한 '수작'이므로 내가 듣고 적은 전문을 옮겨 본다.

 

김유정 선생 덕분에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곳에서 뜻깊은 상을 받게 되었다. '김유정'이란 이름이 들어간 상을 받게 되어 좋겠다는 동료 작가들의 시샘을 많이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 기쁨을 실감했다. 10대 후반 나는 보일러 수리공이 되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었는데, 엉뚱하게도 전국 도로에 보일러를 깔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차가운 눈을 녹이고 그보다 더 차가운 노숙자의 '등어리'를 데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세상을 바꾸거나 수리하여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내가 쓰는 소설이 실질적 도움을 주는지 의심을 많이 했다. 쓸데없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술이 대단하지는 않을지라도 사람들에게 소용이 된다고 생각한다. 콧노래나 낙서, 좀전에 길트기를 구경하던 아이가 흥얼거리던 노래 자락 순간순간이 예술이 아닐까?

나는 게으르다. 늦게 일어나고 빈둥거리고 빈번이 약속을 깨고 중요한 것을 방치하기 일쑤다. 2,000년에 소설가로 등단하고 올해에 겨우 두 번째 책을 냈다. 하지만 게으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었고 머물러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느려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상이 큰 응원이 될 것이다. 나는 게으르기 때문에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속도는 계속 유지할 것이다. 기분 좋아서 빨리 내달리거나 부담스러워 미적거리지도 않겠다. 나는 내 속도로 가겠다.

 

143 :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펭귄뉴스>의 작가 김중혁 씨가 선정됐다. 당선작은 <엇박자D>

 

 

'작가 이름'의 문화 행사 퇴색되어 가고 있어 아쉬워

 

한편 이번 시상식에서는 김훈, 은희경, 윤대녕, 전경린, 김애란, 김연수, 강여울 등 대한민국에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작가들이 모두 모였다. 때문에 나의 사진기는 매우 즐거웠다.

김유정 문학기행에서는 이 밖에도 이팔 청춘들이 두 명의 점순이가 되기 위해 경합을 벌이는 일명 "점순이를 찾아주세요" 행사를 가졌다. <봄봄>의 '참새만한 점순이'와, <동백꽃>의 '당찬 점순이'에게 각각 30만원의 거금이 상금으로 쥐어졌다. 뿐만 아니라 <동백꽃>에서 벌였던 '닭싸움'(투전)을 재현했다. 실제로 고추창을 듬뿍 먹여 싸움을 벌이는 맛이 여간 매콤하지 않다. 직접 닭을 잡는 '닭잡이'를 했다. 가장 화끈하게 닭을 잡는 손님들에게는 '토마토' 한박스가 택배로 배달되었다. 모두들 흥겨운 '닭놀이'에 흠뻑 빠져들었다. 닭을 잡으려고 날뛰고 날아다니고 하는 통에 사람이 닭을 잡는지 닭이 사람을 잡는지 헛갈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른 팀들은 김유정 작품에 실렸던 장소들을 답사했다. 유인순 교수와 전상국 촌장이 안내를 맡았다.

이번 행사의 실무를 맡은 뮤지엄뉴스(www.mnews25.com)의 곽교신 편집국장과 열차를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다가 '인터뷰'가 되고 말았다. 나는 문학행사를 누리며 행복했지만, 운영을 맡은 그는 썩 개운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세세한 부분에서 운용상의 미진함을 보인 점을 아쉬워했다. 예컨대 '닭잡이'를 위해 준비한 비용이 100만원에 달하지만 닭이 어디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점 하며, 닭을 '처리'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상품권'으로 교환해달라고 사전에 제안했으나 결국 준비가 되지 못했다.

그보다 그는 문화행사의 취지를 점점 퇴색돼 가는 세태에 안타까워했다. 예컨대 효석문학상은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가 행사를 접수하면서 경제적 효과는 톡톡히 얻었으나 최초의 취지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한 학교 선생님이 학교 내에서 백일장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행사까지 키워놓았지만, 그는 현재 지쳐서 손을 놓으려고 한다는 전언이다. 다행히 '김유정 문학행사'는 김유정의 높은 작품성과 이를 아끼는 격조 높은 독자들 덕에 현재의 풍모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것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실용정부가 섰으니 그 다음은 알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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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2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시민기자'님 덕분에 안방에서도 분위기를 충분히 맛보고 있으니 감사합니다!!
강원도쪽은 못 가봐서...김유정이나 이효석 관련된 곳 다 가보고 싶어요.
동백꽃은 강원도에선 '동박꽃'이라고 불렀다죠. 작년에 어머니독서회에서 '동백꽃'토론하고 올렸던 리뷰가 있는데, 부시럭부시럭~

승주나무 2008-04-28 15:46   좋아요 0 | URL
잘 키운 시민기자 열 기자 안 부럽다 ㅋ 이런 건가요^^
눈이 즐거우셨다면 다행입니다. 리뷰를 찾으면 제에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늘빵 2008-04-2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었겠군요! 아쉽.

승주나무 2008-04-28 15: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아쉬워요~ 먹고살기가 쉽지 않죠^^;;

2008-04-2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4-28 15:47   좋아요 0 | URL
수정했습니다. 지적 고마워요~

프레이야 2008-04-2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여름에 가족과 함께 갔었어요.^^
강원도 동백꽃의 알싸한 향은 맡아보지 못했지만 사춘기 남녀의
그 마음은 아뜩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승주나무 2008-04-28 15:48   좋아요 0 | URL
네~ 온통 봄봄과 동백꽃에 대한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 그 작품들이니까요.
저는 그보다 그의 도시적인 작품들에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시간이 되면 그에 관한 리뷰를 좀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Jade 2008-04-2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엄청 재밌으셨겠어요~~~~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ㅜㅠ

승주나무 2008-04-28 15:48   좋아요 0 | URL
진짜 아쉬워요~ 제이드 왔으면 누구보다 더 즐거워했을텐데~
웬디양 님이 더 아쉬워하더군요 ^^;
 

경찰에 대한 <동아>의 오해..."기자가 더 무서워"
<동아> "경찰, 신분증 제시없이 무원칙 수사"...해당경찰·작성자 "신분증 제시"



취재하고 분석하고 기사 쓰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기자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잘 알았다.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는 아니지만...
이번 건은 취재도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력도 너무 낭비했고 편집하는 분들을 너무 고생시킨 것 같다.
원본 기사를 볼 때는 좀 민망한 생각도 들고.....

 

일방적으로 '경찰의 무원칙 수사'로 몰고가

 

<동아일보>가 사실 확인 없이 추측 보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3월 19일과 28일 화일초등학교 남학생 두 명이 동일범으로 의심되는 괴한에게 납치될 뻔한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다.

 

관할서인 강서경찰서는 사건 수사에 나섰고 이 중 일부 경찰이 가택 탐문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택 탐문수사를 미리 통보받지 못한 주민 두 명이 4월 5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에 문의글을 올렸다. 이 중 한 명은 경찰의 신분증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 불안하다고 문의했다.

 

강서경찰서는 다음날 답변글에서 "근래에 강서구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하여 모든 형사가 가가호호 방문하여 탐문 수사중에 있습니다"라고 밝힌 후 "형사를 사칭한 범인도 있을 수 있으니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며 경계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4월 9일자 30면 <기자의 눈>('경찰이 더 무서워') 코너에서 경찰이 상부의 압박을 받아 허둥지둥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고 수사했다며 경찰의 '과실'을 비난했다.

 
4월9일자 동아일보 <기자의 눈> 기사 전문


두 건의 문의글이 '잇따른 항의글'로 둔갑

 

이 기사는 "경찰이 먼저 신원을 밝히는 게 기본인데도 되레 시민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라며 "적법절차를 어기고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수사는 그 목적마저 의심받을 수도 있다"며 경찰의 '무원칙 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문의글을 남긴 주민과 강서경찰서 경찰관의 말은 이와 다르다.

 

"혹시나 싶어 여쭙니다"라며 지난 5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문의글을 남긴 작성자 '이은주'씨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신분증을 우선 제시하였고 탐문수사의 취지와 최근의 사건사고 내용을 설명한 후 낮에도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어 "<동아일보>에서 확인전화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 '강서경찰서에 대한 동아일보의 오해' 작성자 이은주씨는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해줬다면서 <동아일보>가 추측기사를 썼다고 글을 올렸다.

실제 이씨는 9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강서경찰서에 대한 동아일보의 오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 형사님은 신분증을 제시해주었"다고 하면서 "되도않게 오해를 하여 기자 마음대로 추측기사를 썼더군요. 강서구민으로서 기분이 나빴습니다"라고 글을 올려놓았다.

 

강서경찰서 경찰관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동아일보> 기사에 나오는 이아무개씨와 통화를 해 확인한 결과 탐문수사를 한 경찰관은 분명히 신분증을 제시하였으나, 애를 돌보는 등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관의 소속과 이름을 분명하게 보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동아일보> 기자는 기사에 "어린아이들까지 돌보느라 신분증도 확인하지 못한 채 "라고 썼으면서도 어린아이들 돌보느라 신분증을 확인 못한 것을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몰고갔다. 

또 <동아일보> 기사에는 "5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이처럼 경찰의 무원칙한 가택탐문수사로 불안감을 느낀 주부들의 항의글이 잇따라 올라왔다"고 써있으나 실제로 이번 탐문수사 건과 관련해 올라온 글은 두 건 뿐이며 그것도 '항의글'이 아니라 확인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한편 기자는 <동아일보> 기사의 취재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기자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또 질의 내용을 담아 이메일을 보냈으나 그 기자는 아직까지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사실 확인은 보도의 기본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와 <경향신문>이 지난 3월 20일부터 1주일간 한국언론학회 회원 190명을 대상으로 '한국 언론상황에 대한 진단 및 평가'를 물어본 결과 언론학자의 96.3%가 한국 언론이 위기라고 답변했다. 언론의 신뢰도 부문에서도 70.5%가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언론재단이 2006년 실시한 언론수용자(일반독자) 의식조사에서 언론수용자들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태도(30.5%)'를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사실 보도는 신문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최근 안양초등생 납치·살해사건과 각종 성추행, 성폭행 미수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상황에 편승해 제대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경찰 때리기'에만 몰두한다면 언론의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8.04.16 10:0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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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받았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회원으로 가입한 지는 꽤 됐지만
별다른 활동은 못하고 있다가,
아시는 분은 알다시피 내 인생을 흔드는 사건이 터진다,
아니 그냥 사소한 사건인데 거기에 내 인생을 통째로 투사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시민기자가 되었다고 해서 명함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나에게 명함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행동'을 하리라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런 행동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데는
한 선배 시민기자의 영향이 크다.
주부이면서 열정적이고 파워풀한 그 선배는
뚫고 찾아다니고 발품팔지 않으면 무엇이든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만으로는 몹시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작가'를 만나러 다니기로 했다.
여기서의 '작가'란 황석영처럼 바쁜고 유명한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숨은 재주꾼을 찾아내서 수면 위로 끌어당기고 싶다.

그리고 '독서'라는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 독서가 가지고 있는 깊은 의미를

함께 울고 웃고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든 가능성은 '독서'라는 토양 위에 뿌리를 걸치리라 믿는다.




시사IN에서 오마이뉴스로
같은 언론사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다른 의미이다.

시사IN이 국지전이었다면 오마이뉴스는 '전선'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제 별 변화가능성 없는 하나의 대상을 향해 펜대를 닳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무한한 가능성과 대상을 향해 펜대를 이리저리 휘두를 것이다.

물론 수많은 휘두름은 허공을 향하겠지만~

 

 덧 : 명함 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나의 스타일이 여지없이 나타난 글이지만,

'시민기자'라는 이름은 당분간 나를 대표하게 될 것이기에 약간 오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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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8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8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8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9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4-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우리 명함이랑 색깔이 비슷하네요
저 한장 주실 거죠? ㅋㅋㅋ

승주나무 2008-04-08 12:10   좋아요 0 | URL
그릉가요~
당근 두 장 드려야죠 ㅋㅋ

웽스북스 2008-04-08 12:2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그럼 한장은 사칭하고 다녀야겠다 ㅋㅋ

Mephistopheles 2008-04-0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앞으로 우리 업계쪽에서 일어나는 비리 관계는 승주나무님께 찌르면 되는 건가요?

승주나무 2008-04-08 13:50   좋아요 0 | URL
네 적극적인 제보 바랍니다.
특히 알라딘계는 제 나와바리니까 두 눈 부릅뜨고 관찰을 해야죠 ㅎㅎ

Jade 2008-04-0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승주님 저도 한장 주세요~~~

승주나무 2008-04-08 15:46   좋아요 0 | URL
넵~ 가방하고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한장 드릴게요^^

드팀전 2008-04-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드릴 정보 소스가 무지하게 많지만...^^
깊은 목구멍을 보호해주실 수 있어요...ㅋㅋ
우리 정보망도 좀 있어서 제가 저지른 짓인지 다 알거에요 ㅜㅜ

승주나무 2008-04-09 00:34   좋아요 0 | URL
ㅎㅎ 취재원은 목숨걸고 지킵니다~
일단 소스의 건더기라도 좀 ^^;

L.SHIN 2008-04-0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데요. 명함도 이쁘고 수첩도 이쁘고~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자
가장 고귀한 번뇌의 삶.
나무처럼 뿌리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흡수하되 가지에 맺는 열매는 엄히 선별하여 세상에
유익이 되는 것이기를 -

아, 그래서 '승주나무'인거겠죠? (웃음)

승주나무 2008-04-09 00:35   좋아요 0 | URL
찬사이십니다. Lud-S 님^^
어찌 욕망이 없겠습니까? 아마 책임감이나 사명감보다 욕망이 더하겠지요
암튼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만들어보겠습니다^^

2008-04-09 0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9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0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4-1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맹활약을 기대합니다^^

승주나무 2008-04-10 12:08   좋아요 0 | URL
혜경 님 감사합니다.
원래는 출판 쪽을 전문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사회부 기자의 면모를 보이는 기사를 준비중입니다.
반향이 너무 클 것 같아서 이곳저곳 신중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사가 거의 다 됐으니 조만간 블로그에 공개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