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대한 <동아>의 오해..."기자가 더 무서워"
<동아> "경찰, 신분증 제시없이 무원칙 수사"...해당경찰·작성자 "신분증 제시"



취재하고 분석하고 기사 쓰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기자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잘 알았다.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는 아니지만...
이번 건은 취재도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력도 너무 낭비했고 편집하는 분들을 너무 고생시킨 것 같다.
원본 기사를 볼 때는 좀 민망한 생각도 들고.....

 

일방적으로 '경찰의 무원칙 수사'로 몰고가

 

<동아일보>가 사실 확인 없이 추측 보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3월 19일과 28일 화일초등학교 남학생 두 명이 동일범으로 의심되는 괴한에게 납치될 뻔한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다.

 

관할서인 강서경찰서는 사건 수사에 나섰고 이 중 일부 경찰이 가택 탐문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택 탐문수사를 미리 통보받지 못한 주민 두 명이 4월 5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에 문의글을 올렸다. 이 중 한 명은 경찰의 신분증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 불안하다고 문의했다.

 

강서경찰서는 다음날 답변글에서 "근래에 강서구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하여 모든 형사가 가가호호 방문하여 탐문 수사중에 있습니다"라고 밝힌 후 "형사를 사칭한 범인도 있을 수 있으니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며 경계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4월 9일자 30면 <기자의 눈>('경찰이 더 무서워') 코너에서 경찰이 상부의 압박을 받아 허둥지둥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고 수사했다며 경찰의 '과실'을 비난했다.

 
4월9일자 동아일보 <기자의 눈> 기사 전문


두 건의 문의글이 '잇따른 항의글'로 둔갑

 

이 기사는 "경찰이 먼저 신원을 밝히는 게 기본인데도 되레 시민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라며 "적법절차를 어기고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수사는 그 목적마저 의심받을 수도 있다"며 경찰의 '무원칙 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문의글을 남긴 주민과 강서경찰서 경찰관의 말은 이와 다르다.

 

"혹시나 싶어 여쭙니다"라며 지난 5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문의글을 남긴 작성자 '이은주'씨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신분증을 우선 제시하였고 탐문수사의 취지와 최근의 사건사고 내용을 설명한 후 낮에도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어 "<동아일보>에서 확인전화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 '강서경찰서에 대한 동아일보의 오해' 작성자 이은주씨는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해줬다면서 <동아일보>가 추측기사를 썼다고 글을 올렸다.

실제 이씨는 9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강서경찰서에 대한 동아일보의 오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 형사님은 신분증을 제시해주었"다고 하면서 "되도않게 오해를 하여 기자 마음대로 추측기사를 썼더군요. 강서구민으로서 기분이 나빴습니다"라고 글을 올려놓았다.

 

강서경찰서 경찰관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동아일보> 기사에 나오는 이아무개씨와 통화를 해 확인한 결과 탐문수사를 한 경찰관은 분명히 신분증을 제시하였으나, 애를 돌보는 등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관의 소속과 이름을 분명하게 보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동아일보> 기자는 기사에 "어린아이들까지 돌보느라 신분증도 확인하지 못한 채 "라고 썼으면서도 어린아이들 돌보느라 신분증을 확인 못한 것을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몰고갔다. 

또 <동아일보> 기사에는 "5일 강서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이처럼 경찰의 무원칙한 가택탐문수사로 불안감을 느낀 주부들의 항의글이 잇따라 올라왔다"고 써있으나 실제로 이번 탐문수사 건과 관련해 올라온 글은 두 건 뿐이며 그것도 '항의글'이 아니라 확인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한편 기자는 <동아일보> 기사의 취재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기자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또 질의 내용을 담아 이메일을 보냈으나 그 기자는 아직까지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사실 확인은 보도의 기본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와 <경향신문>이 지난 3월 20일부터 1주일간 한국언론학회 회원 190명을 대상으로 '한국 언론상황에 대한 진단 및 평가'를 물어본 결과 언론학자의 96.3%가 한국 언론이 위기라고 답변했다. 언론의 신뢰도 부문에서도 70.5%가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언론재단이 2006년 실시한 언론수용자(일반독자) 의식조사에서 언론수용자들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태도(30.5%)'를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사실 보도는 신문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최근 안양초등생 납치·살해사건과 각종 성추행, 성폭행 미수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상황에 편승해 제대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경찰 때리기'에만 몰두한다면 언론의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8.04.16 10:0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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