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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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태어남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산다는 것은 곧 육체의 쇠락의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죽어간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며 존엄한 인간성을 지닌 우리중 어느 누구도 죽음이라는 경험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인생에 있어서 대략 스무살 무렵이 육체의 최고 전성기라고 보았을 때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허물어져 가는 과정이다. 뼈는 소실되고 몸의 체액은 빠져나가고 생식능력은 물론 몸의 온갖 장기들의 기능은 줄어든다. 객관적인 사실인 통계수치를 읽고 있노라면 오히려 죽음이란 것이 매우 슬픈 감상적인 것이 아닌 누구나 겪게 되는 사건이라는 생각에 아무 감정이 없어진다.  

저자는 50대 중반이고 저자의 아버지는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97세의 늙어가는 아버지는 이 글에서 핵심적인 이야기 소재이다. 그런데 죽음을 코앞에 둔 아버지는 그것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지만 저자는 초연하게 죽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90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운동을 할 정도로 아버지는 건강한데 저자는 각종 질환에 고통을 겪고 있다. 곳곳에 보이는 유머감각이 삶의 고통을 잠재우는 듯하다. 죽음이 두려울 때 나라는 개체는 인간이라는 종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한다면 그 두려움이 좀 덜해질까. 죽음을 겪는 것도 모두에게는 한번만 일어나는 일이고 그 경험을 얘기해줄 사람도 없으니 그 답을 구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한 일이다.  

 내가 이제껏 지지부진 늘어놓은 이야기는, 어쩌면 이 한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개체는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 당신도,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도, 물론,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세포들의 생명을 전달해주는 매개동물에 지나지 않아요. 우리는 각자 10개에서 12개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어쩌면 치명적인 돌연변이 일지도 몰라요.우리는 그 돌연변이들을 아이에게 전달하지요. 아버지는 제게, 저는 내털리에게. 유전자가 불멸하는 대신 우리는 늙어 죽는 대가를 치러야 해요. 아버지는 이 사실에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것처럼 느끼죠. 저는 그 사실에 짜릿하고 속이 시원해요. 제가 보기에 삶은 단순하고 비극적이에요. 그리고 기이하리만치 아름다워요. p.312 

 삶은, 내가 10세부터 줄곧 말해온 대로, 무지무지하게 흥미롭다. 44세인 지금의 삶은 24세일때보다, 굳이 말하자면, 더 빠르고, 더 통렬하고, 뭐랄까, 더 절박하다. 나이아가라폭포를 향해 달려가는 강물처럼. -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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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차가운희망보다뜨거운욕망이고싶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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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게도 이 책 이전에 장애인과 관련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장애인의 삶은 나의 관심 영역 밖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비장애인과 함께 이 세상을 이루어 살아나가는 장애인이란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력은 사뭇 당당해 보인다. 제목은 물론 이거니와 서울대 출신에 로스쿨에 재학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력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이력때문에 그는 많은 정체성의 고민을 한듯 보인다. 재활원에서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까지의 과정에서 당당한 사람이 되고자 일어서려는 과정이 눈물겨워 보인다. 대학에 진학하고나서는 88만원 세대라 불리우는 이십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가 하면 장애인들 속에서는 온전히 장애인의 문제에 빠져있지 못하는 자신을 의식하게 된다. 요컨대 그는 장애라는 자신의 배경을 늘 인식하고 있으면서 그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끊임없이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장애에 관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파헤치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 이전에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털어내야만 했을 것이다. 그가 특별히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는 자기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그에게 나타나 어떤 길로 인도해준 고마운 사람들도 그가 특별한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인것처럼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의 성공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런 관점으로만 이 책을 본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이야기일뿐이다.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좀더 많은 장애인들의 생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때 이 책을 진정으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민하는 젊은이의 모습에는 그가 장애인인가 비장애인인가 하는 것은 생각해 볼 것도 없는 일이다. 그의 앞날이 그 누구의 젊은이의 앞날처럼 창창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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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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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6세기에서 18세기에 프랑스 귀족들이 궁정에서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책같기도 하고 화려한 도판으로 미술책 같기도 하다. 각 꼭지들은 한장의 그림으로 시작하는데 한장의 그림에서 그 시기의 생활을 발견하는 저자의 세심한 눈길이 느껴진다. 내용도 무척 풍부하고 책 자체가 아주 정성들여 만들어졌다. 지금은 당연한것 같은 문화들이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그것들이 도입되던 시기에는 얼마나 신선한 충격이었을지.. 재밌는 것은 프랑스의 왕이나 귀족들의 삶은 외부에 자유롭게 공개되어 있었다고 한다. 베르사유궁에는 어느 정도의 복장만 갖추면 누구라도 드나들 수 있었는데 왕이 식사하는 장면까지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 베르사유궁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한 몫을 하고 있었다.  

17세기에는 기본식사가 하루에 두끼였다고 한다. 디너라고 부르는 점심식사와 수페라고 부르는 저녁 식사가 그것이다. 루이 14세의 음식에 대한 집착은 그의 불우한 유년에게 기인한다. 서류한장까지 직접 서명해야 직성이 풀렸고 궁 안을 자신을 상징하는 태양으로 휘감을 정도의 권력과시가 심했다. 과식으로인한 장염, 편두통,소화불량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둥근 모양의 접시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도 루이 14세때부터이다. 이전까지는 네모난 접시가 씌였다고 한다. 시계가 부르주아지의 가정에 일반화된 것은 18세기 초엽부터라고 한다. 그 당시로는 이해될 수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생활을 엿보고 나니 그녀에 대한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또 루이 14세,15세,16세의 품성이나 사생활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참고문헌을 보니 저자가 얼마나 열심히 이 책을 만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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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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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총 21가지 주제를 가지고 진중권씨와 정재승씨가 각각의 관점에서 글을 서술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중권의 글쓰기 방식은 그의 이전작들에서 많이 보아온 것들이었고 정재승의 책은 '과학콘서트' 한권 만을 읽은 것 같다. 주제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라서 그런지 재밌게 읽었다. 일상의 현상들을 뒷받침하는 많은 이론, 배경들을 알고나면 웬지 마음이 안정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식욕(?)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지 뭔가 정리되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에 끌린다.  

 나도 키티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을 좋아하는데 키티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재밌다. 쌍동이 여동생이 왼쪽인가에 리본을 달고 있다고 하고 키티네 가족이 고양이 까지 키우기도 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접했다. 키티가 입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키티의 감정을 읽기 힘들어 자신과 동일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동일시가 불가능하기에 그런 물건들을 더욱 구입하게 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꿈꾸는 세상은 정말 내가 어렸을 때 상상하던 것들이다. 봉투에 들어갈 수 있는 컴퓨터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렸을 적 상상했던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보면 어린이의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 알 것 같다. 정재승씨는 뇌공학과의 교수라고 하는데 이름이 생소하다. 글에서 인간이 어떤 사고를 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반응한다는 문장이 많이 나온다. 참으로 상상력이 요구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꼭지에 '박사'에 대해 쓴 글이 재밌다. 박사를 따려고 불철주야 노력했던 그 시절이 가장 좋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반면에 박사가 아닌 진중권(제가 또 한번 언급하여 죄송합니다. ^^)은 우리나라의 학벌위주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몰래카메라의 아이디어가 존 파울스의 <마구스>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신기하다. 역시 모든 분야가 그물망처럼 이루어져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개콘과 같은 개그 프로를 보며 반전개그를 통해 지능이 발달할 수 있다니 개콘 열심히 봐야겠다. ㅋㅋ  진중권의 책 <교수대위의 까치>는 99퍼센트 구글검색으로 얻은 자료를 가지고 썼다고 한다. 21C에 걸맞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봐야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아직 그런 방식으로 쓴 글을 신뢰하기에는 거부감이 있는 구세대인 것 같다.

 한 가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 사회적인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하고 인체과학으로 볼 수도 있다. 음악과 미술이 함께 어울어지는 예술이 있을 수 있고, 가상현실은 예술과 과학이 함께 만나야 가능하다. 아마도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 언제부턴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다방면에 다재다능한 사람이 요구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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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부터의 도피 -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일련의 사회현상을 심층 분석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5
에리히 프롬 지음, 원창화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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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고 한 행동은 온전히 나의 것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스스로 읽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많이 보아온 책이다. 의외로 분량이 얼마되지 않고 잘 읽혔다. 계급사회가 분명하고 모든 권한이 신에게 있다고 믿어온 중세와 달리 근대인들은 자유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자유를 얻게 됨과 동시에 극도의 불안감, 고독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모든 선택은 나에 의해 비롯되지만 그런 권한의 댓가로 스스로를 책임지는 의무를 떠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개인들은 이런 무력감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형태의 권위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스스로를 새로운 속박에 기꺼이 예속하도록 만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유롭다,고 할때의 자유는 보통은 일차적 속박을 벗어난 상태 즉 소극적 자유를 의미한다.  

 소극적 자유만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오늘날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 재밌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정상이라 배우며 적개심이나 분노를 어떤 상황에서든 조절할 수 있도록 배운다. '자기 것'이 아닌 감정을 연습하여 종국에는 나의 진심조차 헤깔리게 된다. 또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안다는 것 또한 힘든 일이다. 획일화된 교육으로 독창적인 사고는 거부당한다. 이런 많은 요인들로 인해 우리가 적극적 자유를 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에의 자발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며 그 예로 예술가의 삶을 들고 있다. 사랑과 일로서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살아보자는 것이다. 하.하. 말처럼 쉽지 않다. 타인의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살기에는 치뤄야 할 댓가가 너무 많다. 많은 질문들을 던져준 독서여서 흡족스럽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있었던 그대는 진정... 끝으로 프롬은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이러한 자유로부터의 도피행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여 옮겨본다.  

 우리는 긍정적인 해답이 있다고 믿는다. 자유가 성장하는 과정은 악순환이지만은 않다는 것, 사람은 자유로우면서도 고립되지 않고, 비판적이면서도 회의적이지 않고, 독립적이면서도 인류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으로서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와 같은 자유는 자아를 실현하여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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