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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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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겨울마다 법정스님의 책을 읽는다. 년초의 다짐들은 비록 한달도 못가지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시간이라는 구속에 나도 어쩔 수 없는 노예가 된 듯 그렇게 살아간다. 독서로써 마음의 정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법정스님의 책을 읽을 때 마다 깨닫는다. 스님은 요 몇년사이 폐렴으로 몸이 많이 안좋으셨나보다. 병원 입원까지 하시고 지금은 좀 어떠실지 걱정이 된다.  

 많은 좋은 말씀들이 나오지만 과거에도 미래에도 매이지 말고 현재를, 깨어있는 상태로 살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숨을 쉬고 있으면 살아있는 것이고 이 숨이 끊어지면 죽은 것이다. 이렇게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진리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집중해야할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이다. 매일 해가 뜨고 새날을 맞는 것이 단순한 어제의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깨어있는 또 하루를 살라는 말씀이다. 매순간 스스로가 다음 생의 자신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친절과 자비'로써 살아가는 것.. 올 한해 자주 이 말씀을 상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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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 100년간의 삶을 통해 얻은 지혜의 메시지
엠마뉘엘 수녀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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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의 연속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란 궤적은 그런 선택의 발자취들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을 선택으로 이끄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생각나는 사람들 소로우와 스콧 니어링과 그리고 여기 엠마뉘엘 수녀님이 계시다. 100살을 한달 앞두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내가 신앙이 있는 것도 아니요, 종교조차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지의 저 나이드신 수녀님이 커다란 책을 무릎에 놓고 손가락으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자꾸 눈이 간다. 종교적인 공감은 없더라도 수녀님이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 역시 사람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충분히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 인간들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사랑에 대해 비교적 냉소적인 나이지만 많은 책들을 통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의 근원은 결국 사랑받고 싶은 욕구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택하는 이유도 누군가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엠마뉘엘 수녀님이 스무살에 수녀원으로 들어간 이유도 하나님과의 전적이고 영원한 사랑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재밌는 것은 수녀님 역시 어떤 남자에게 끌렸던 순간이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참으로 소탈하고 재밌는 구석이 있는 분이란 생각을 했다. 또 그런 누군가로부터의 전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자신의 전 생애를 걸쳐 넝마주이들을 위해 낮은 곳에서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겠지.  

 오히려 그런 인간적인 고뇌들을 확인해서 이 분에게 더 정이 가는 것 같다. 수녀가 쓴 책은 처음 읽는데 수녀가 되는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하게되는 맹세, 고뇌 등등을 엿볼 수 있어 나는 이 책이 좋았던 것 같다. 우리와 같은 속세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들을 하지 않아도 되니 더 넓은 시야에서 자신의 온 힘을 쏟아내며 살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속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삶을 선택하며 살기 힘든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수녀님의 마지막 모습이 짠하다. 하지만 그것은 죽음의 어두움이 아닌 평온함, 평화 그 자체이다. 다른 번역서들이 더 있는 것 같은데 찾아서 읽어야겠다.  

 많은 구절들 중에 다음의 구절이 나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 모든 인간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 명심해야겠다.  

"판단하지 말라." 이 문장을 나는 수감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훨씬 더 잘 이해했습니다. 나는 그들을 상황에 가로막힌 형제나 자매들로 보았습니다. (중략) 

 파스칼은 언젠가 모든 걸 요약하는 표현을 썼습니다. "인간의 위대함과 비참함". 그는 단지 악인들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 대해 말한 것이었지요. 모든 남자, 모든 여자는 나쁜 일을 할 수 있으며, 더할 나위 없이 관대한 행동도, 최고로 영웅적인 행위도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같은 사람이 말입니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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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용서 상처와 용서 -미니북
송봉모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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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인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알게 한 사람은 나에게 상처라면 상처라 할 수 있는 것을 남기고 떠난 이다. 추천이라기 보다 책얘기라면 귀가 커지는 내가 책 제목을 유심히 들었던 탓이기 하다. 처음에는 촌스러운 표지에 두께도 얇아 별것이겠나 했는데 웬걸 이건 내 이야기이지 않은가. 밑줄을 쫙쫙 치면서 어느새 다 읽어버린 나를 발견했다. 무엇보다 동감한 부분은 우리가 사소한 일에 상처를 받는 이유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외로움과 고독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한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을 옮겨본다. 

첫째, 사소한 상처에서 헤어나려면 기대하지 말라.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뿐이다. 둘째, 사소한 상처에서 헤어나려면 추측하지 말라. 추측하면서 상대방과 상황을 내 멋대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사소한 상처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앞으로 인정과 애정이 없이는 못 산다는 얘기를 하지 말라. 우리에게는 한가지 환상이 따라다닌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이로부터 존경받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 귀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사소한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자기 존중심이 없는 이들은 쉽게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단죄한다.  

키에르케고르는 결국 인간은 모든 것에 좌절하고 끝에 다달았을 때 신을 찾는다고 했다. 문득 요즘 종교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연히 어제본 홍상수감독의 <해변의 여인>에서 고현정이 아직도 사람을 통해서 뭔가를 받으려 한다는 것이 힘들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필요한 것을 그 자체로 받으려 하면 좋을 것을.  

작지만 굉장히 유용한 책이었다. 사람의 성장에 단계가 있다면.. 문득 이 책을 내게 알게한 이는 나보다 위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지만 인식의 전환이 쉽지 않다. 인식을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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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6-16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지말고 추측하지말고 인정과 애정없이 못 산다 말하지 말것.
이렇게 얻고 갑니다.^^

스파피필름 2009-06-16 09:15   좋아요 0 | URL
하하 ^^ 그런데 그게 어렵지요.. 좋은아침이에요.

네꼬 2009-06-1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좋은 책이 있었네요. (천주교 신자면서도 몰랐던 1人) 침착하고 따뜻한 리뷰도 참 좋아요. 두번째 추천은 저예요. :)

스파피필름 2009-06-16 16:58   좋아요 0 | URL
네꼬님 오랜만이어요 ^^ 칭찬에 몸둘 바를... 제가 극히 일부만 옮긴거라 직접 읽어보시면 더 와닿는 구절이 많을 듯해요. 용서하기, 자기존중감갖기.. 부분에서도 좋은 말들이 많더라구요.
 
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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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사람은 이 세상이라는 '현실'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속에 살고 있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 이것봐라 한문장을 쓰면서도 생각이라는 말을 또 하고 있다. ㅋ)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의 법문을 모은 이 책을 소중히 들고 다니면서 아껴 읽었다. 만난 친구에게 이 책 너무 좋아라고 외쳤다. 너무 오버하다가 <공부하다 죽어라>를 <죽도록 공부해라>로 바꿔 말하기까지.

 그런데 말이지. 이런 역설은 정말 처음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내 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교육받는다. 특별히 그런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이된다. 즉, 이기적이 된다는 말이다. 자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은 자기존중감을 키워주고 자신감을 길러주며 생활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자기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때문에 모든 고통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해를 입히기도 한다. 평범하고 일시적인 행복에 집착하게 되면서 갈망을 키우게 되고 그 갈망을 채우지 못해 더욱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이 생각부터 없애야 한다고 한다. 자아가 공함을 깨닫는 지혜, 스스로의 구체적인 존재가 실제로는 비존재임을 깨닫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수행을 거듭하다보면 나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 최우선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고, 자비심을 기르게 되어 궁극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장난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고통이 찾아올 때 마다 고통을 받는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문을 외웠다. (사실 이 방법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_-) 고통의 원인을 제거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받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나의 업을 정화시키는 수행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고통이 조금이라도 완화되었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역시 이 표정(-_-)을 지을 것이다. 그러나, 삶에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밑줄이 여기저기 쳐진 이 책을 조용히 꺼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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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 박완서 묵상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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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백하건대 저는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이 주님을 말하는지 몰랐어요.  그저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이 우리주변에 어딘가에 있을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라고 혼자 상상을 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분명히 묵상집이라고 되어있었건만 그렇게 생각해버린 것 있죠. 스스로 옳고 아름답기를 원해서 였을까요? 아무튼 이 책과의 첫만남이 이리 시작 되었답니다.

또 하나 고백하자면 저는 교회에 가본 적이 아주 어렸을때 동네 친구따라 크리스마스날 초코파이 얻어먹으려고 가본 적밖에 없다는 겁니다. 흐흐.. 어렸을 때 이런 경험쯤은 누구나 한번은 있잖아요. 다 큰 지금에도 천주교인은 성당엘 가고 기독교인은 교회에 간다는 것 정도밖에 모르는 정말 종교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런 책을 읽게 된것도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일 수 있겠지요. 가끔 성경을 완독(?)해봐야 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실천은 못했고 이런 생각조차도 아주 오래전 생각입니다. 그래서 하루에 몇장씩만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명색이 묵상집이니 한달음에 소설처럼 읽을 수는 없잖아요. 줄거리가 있는 책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런데 신기하게 몇장씩 읽을 때마다  나도 박완서씨처럼 주님께 말을 하고 싶어졌다는 겁니다. 비록 그 성경구절은 이해할 수 없어도 말이에요. 그리고 박완서씨가 알려준 것 처럼 당신이 옳고 아름다우신 분일꺼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는 나조차도 조금 착해진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겁니다. 그래 몇장 더 읽었으니 주님의 가르침을 얻었으니 어제의 나보다 좀더 착해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에요.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성경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착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래도 안 읽은 것 보다는 좀더 나아졌구나라는 허술한 리뷰 하나를 저는 남깁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가르침을 얻고 좀더 옳고 아름다워지기를 빌어봅니다.

** 이 책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가톨릭의 <서울주보>의 '말씀의 이삭'에 발표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각 꼭지가 정확히 3page이다. 한번에 쭈욱 읽을 책은 아니고 손가는 곳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몇장씩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어디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김이 빠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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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두었는데 아직 못 읽고 있어요. 아무 곳에 두고, 조용히 아무때나
생각하며 읽어야겠군요. 저도 신실하지 못한 신앙인이지만, 사실 이름뿐이죠.
시어른들의 압박에 못이겨 신앙을 갖게 되었지만 굳이 어느 한 종교보다는
어떤 절대자가 있다는 생각만은 하게 됩니다. 역시, 어디 실었던 글을 모았다는 게
헛점 아닌 헛점이 되겠군요.^^

스파피필름 2007-02-1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어른의 압박에 못이겨 ^^ 저도 그런 생각해요.. 절대자가 있다 아니 있었으면 좋겠다구요.. 점점 제 자신을 못 믿겠어서 그런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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