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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로모프 1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0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지음, 최윤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3월
평점 :
나는 어떤 사건을 다룬 소설보다는 확실히 인물의 성격, 특징을 다룬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성격이 확연히 다른 서너명의 인물이 나온다. 제목이기도 한 오블로모프. 그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가진 지주이지만 부자는 아니다. 다소 쇠락해가는 집안의 오블로모프는 무척 게으르고 행동력이라고는 없는, 특별한 목표의식도, 이루어야할 꿈도 없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그의 친구 슈톨츠는 늘 바쁘고 재산을 모으고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인물이다. 슈톨츠와 올가는 현실에 안주해있는 오블로모프를 늪(?)같은 그의 일상에서 구원하고자 조언하고 행동을 하도록 종용하기에 이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느 쪽인가, 어떤 삶이 옳은 삶인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것이 바른 삶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올가와의 사랑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기질 차이였다. 올가는 오블로모프의 나태함을 고쳐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블로모프는 갖은 핑계를 대어 결혼을 미룬다. 올가가 생각하는 남편상은 지금 그대로의 상대가 아니라 미래에 자신이 그리는 이상형이었다. 처음에는 게으른 오블로모프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바쁘게는 살지만 텅빈 영혼을 갖을 바에는 오블로모프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삶도 자기 자신만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블로모프가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사랑하게 된 연인은 자신을 위해 헌신한 아가피야 마트베이브나였다. 소설에서 아가피야가 집안 살림을 분주히 하는 장면이 자주 묘사되곤 했는데,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헌신할 수 도 있구나, 하며 재밌게 읽었다.
1권은 앞부분은 조금 지루하지만 뒷부분과 2권은 정말 후루룩 읽혔다.
2016년이 밝았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마치 오블로모프의 인생처럼), 일상의 작은 일들 하나하나가 허망한 것이 아닌 그것들이 쌓여 내 인생, 내 기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새삼 깨닫게 된다. 많이 기록하고 많이 행동하고 좋은 책들을 더 많이 만나는 2016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