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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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브루투스, 너마저

 

모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한 말이다. 이 유명한 말을 어떤 상황에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로마인 이야기의 율리우스 카이사르편인 4,5권을 읽으면 된다. 한 사람의 전 생애를 이토록 천천히 두껍게 읽고나니 이를데없는 충만함이 밀려온다. 더구나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이라니. 책의 뒷부분 참고문헌에 저자는 이렇게 밝혀두고 있다. "제4권과 제5권을 쓰기 위한 공부는 대부분 키케로와 카이사르가 남긴 글과 말을 그야말로 핥듯이 읽고, 읽으면서 생각하는 작업에 바쳐졌다." 사실 이렇게 자세하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기원전 1세기의 기록이 너무나도 잘 남겨져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가 직접 쓴 <갈리아 원정기>나 <내전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쓴 기록, 후대에 쓰인 기록물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 무려 기원전 1세기에 말이다.

카이사르의 정신이라면 '관용'이다. 카이사르는 전쟁에서 이겼어도 포로를 허투루 죽여버리는 일은 드물었다. 망명한 사람도 원하면 귀국을 기꺼이 허락했다. 4권의 말미에 나오는 13년을 동료로 함께한 라비에누스가 폼페이우스에게 갔을 때도 못가져간 짐을 보내줬을 뿐이다.

사생활에 있어서도 자신의 매력을 한없이 이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진짜인지 모르겠으나 원로원 아내의 1/3정도는 카이사르의 애인이었다고 하며 헤어져서도 잘 지내고(!), 애인의 자식들의 뒤까지 돌봐주었다고 한다. 대단히 많은 빚을 지고도 태연했고, 거의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으며, 그렇게 민주적인 것도 아닌데 항상 지지자들이 주변에 넘쳐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다음의 카이사르의 발언에 놀란다.

"내가 석방한 사람들이 다시 나한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는 않소. 내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따라서 남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남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관용의 가장 기본정신이 아닐까.

카이사르의 죽음은 참으로 터무니 없다. 키케로의 말대로 도대체 암살을 하고 나서 로마는 무엇이 바뀌었단 말인가. 카이사르가 살았더라면 로마는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었을까.

 

카이사르가 진홍색 망토를 휘날리며 진두지휘했던 모습이 눈앞에 상상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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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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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말투는 고집스런 나이 지긋하신 지식인께서 계속 충고를 하는 듯한 말투이다. 그런데 그 충고가 기분나쁘지 않고 너무 고지식하면서도 완고해서 도리어 웃음이 난다. 일단 출발은 우리 인간은 지적 생활을 추구해야만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한다. 지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희생해야만 하는, 또는 지켜야만 하는 강령(?)들을 나열하는데 그 조언에 내 생활을 슬쩍 뒤돌아보게 만든다. 가령 엄청나게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칸트의 하루 일과를 내 하루와 비교해보게 하여 이렇게 살 순 없군,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습관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하루를 알차게 살고 그럼으로써 지적 탐구의 매력도 느끼는 것은 물론 지적인 결과물까지 생산해낼 수 있는 삶을 산다면 후회없는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습관을 바꾸는 것조차 힘들어하겠지만 말이다. 읽을 책은 너무 많고 쫓기듯이 책을 읽을 때가 많다. 이거 다 읽고 다음 책은 이것을 어서 읽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 가난한 지식인에게 라는 꼭지가 있다. 여러 권의 문학전집 컬렉션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하는 부자와 가난하지만 한권의 책을 반복해서 몇번씩 소중히 읽고 그로 인해 삶을 바꾸는 지식인도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삶이 더 풍요로우리라 믿는다. 아직은 헝그리 정신을 갖고 열심히 사는 삶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다. 누가보면 촌스럽겠지만 말이다.

 

사람이 자기를 상실하지만 않는다면

생활은 그를 넘어뜨리지 않는다.

타고난 나를 잃지만 않는다면,

나의 전부를 잃어도 좋으리라.

-괴테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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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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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오랫동안 했다. 그 공부로 무엇을 얻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야말로 그냥 했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공부가 자의적인 공부였다는 것.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는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책을 읽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공부하는 내가 좋아지는 책 말이다. 정여울씨의 책은 앞서 몇 권 읽었는데 다소 감성적인 문장이 맘에 들때도 있고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나 좋구나.

이 책을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얻었는가, 이런 것 보다 공부를 하는 이유, 공부를 하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읽혀서 가슴이 찡하면서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잃지 않으며 살아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조금더 깨어나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이 어수선하고 험난한 세상에 나의 주관을 잃지 않고 내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겠다. 무엇보다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포스트잇 엄청나게 붙여가며 책을 읽었다. 또 다른 책의 세계로의 안내, 그 책을 만나는 순간 내 삶도 조금 더 깊어지길.

 

여러분은 가장 끊어 내기 힘든 열망이 무엇인가요. 제 경우는 자기애입니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여전히 많습니다. 삶을 돌이켜 보면 자기애의 굴레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오곤 했습니다. 때로는 권력이나 재물에 대한 욕구보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지요. p.189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리라.

누가 가장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참다운 인간은 집단이

강요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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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1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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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덟 명의 인물의 삶을 통해 품격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덟 명의 인물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는데는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다른 자기계발서들과는 달리 자신, 자아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능력주의 사회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드러내고 (big me), 나는 가치로운 사람이며, 칭찬받아야 마땅하고, 남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믿어지는 오늘날의 어찌보면 절대적인 것 같은 삶의 노하우(?)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불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절제나 금욕, 겸양과 같은 기존의 가치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한다. 성공적인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닌 외부에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이 달라지면 나약하게도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물들은 결함을 갖고 있지만 그 결함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을 뛰어넘고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똑같은 도덕적 환경이 주어져도 인생의 길을 헤쳐가는 방법과 경로는 모두 다르다. 내게 주어진 것, 천직, 소명에 순응함으로써 불필요한 방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글쎄 조금 인생의 경험이 쌓인 후라면 모를까 아주 젊었을 때 부터 이렇게 하기란 쉬운 일 같지는 않다.

자신의 감정, 사생활의 공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읽는 것도 재밌었다. 프랜시스 퍼킨스나 아이젠하워 같은 사람이 사생활에 대해 거의 공개하지 않는 반면 빈민의 어머니 도러시 데이는 자신의 내적인 삶을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고해에 깔린 전제는 단순한 자기표출이 아니라, 길게 보면 우리의 문제가 모두 같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었다.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일, 나로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프랜시스 퍼킨스의 삶의 철학에 가장 매료되었던 것 같다.

결함 없는 사람은 없다. 그 결함이 나를 성숙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만 비교할 것, 이 책에서 얻는 교훈이다.

 

성숙함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서 얻는 게 아니라 이전의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고, 유혹을 받았을 때 굽히지 않는 사람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성숙함은 빛나지 않는다. 성숙함은 사람들을 유명하게 만드는 성향들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사람은 안정되고 통합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성숙한 사람은 내면이 조각난 상태에서 중심이 잡힌 상태로 변화한 사람이고, 마음의 불안과 동요에서 벗어난 사람이며, 삶의 의미와 목적에 관한 혼돈이 가라앉은 사람이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에 따라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무엇이 옳은지를 결정하는 견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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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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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러시아 문학을 통해 소설가들이 말하고 있는 음식문화를 설명한다. 러시아 문학사를 한번에 훑으면서 좋아하는 음식이야기까지 나오니 일석이조란 생각이 든다. 러시아 문학하면 내가 알고 있는 소설가들은 고작해야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홉, 정도인데 그 마저도 많은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어서 줄거리가 나오는 부분은 내가 읽은 책 위주로 훑어 보았다. 러시아 문학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유용하게 읽혀질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 이 많은 작품들을 접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새로운 책을 소개받는 기분이 될 것이다. 내가 찜한 책은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와 스탠리 엘린의 <특별요리>라는 추리소설이다.

어떤 음식이 훌륭한 음식일까? 비싼 음식이든 값싼 음식이든, 채식이든 육식이든지는 정말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맺음말에 쓴 것처럼 나에게 지금 주어진 한끼에 감사하며 너무 배부르지 않게(거의 늘 배부르지만ㅋ)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된 것 아닐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 나오는 음식들이었다. 죽음이 코앞인 상황에서 인간의 고결함이 어떤 것인지 이 책은 말해준다. 짐승과 인간이 어떻게 다른가, 좋은 음식은 무엇인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도 이 책을 읽으니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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