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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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세를 읽다보면 서술이 두서없고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써야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런 일관성 없는 것은 에세 자체가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쓴 책이기 때문이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사람의 사고라는 것은 당연히 변하게 마련이고 몽테뉴는 초고를 수정하기도 하고 새로운 소재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에세이를 정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저작권법이 없었기 때문에 남의 글을 베껴 쓰는 것이 문학 기법으로 높이 평가 받기도 해서 여러 사람이 쓴 책으로 존재하기도 했고 일부분만 발췌하거나 글 전체를 축약, 확대, 심지어 삭제해서 다른 책으로 출판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또 1662년 제2판이 나왔을 때 이 책이 반종교적이고 위험한 책이라는 이유로 거의 180년간 금서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에세 초판이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헬레니즘의 핵심인 스토아주의, 에피쿠로스 주의, 회의주의 덕분이었다.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때에도 기뻐 날뛰지 않고 모든 일이 꼬일 때에도 실의에 빠지 않으면서 냉점함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영원불멸하는 진리가 있다고 단정짓지 않는 것, 모든 것을 의심해 보는 것 등 에세 전반에 나오는 몽테뉴의 사상적 배경은 헬레니즘의 영향이다. 

몽테뉴가 살았던 시대는 허약한 왕권, 탐욕스러운 경쟁, 경제적 어려움, 종교적 갈등의 고조로 결코 평탄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내전이나 전염병 때문에 고생한 것을 보면 그가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 어떤 마음 자세가 필요했을지 어렴풋이 짐작해볼 따름이다. 그와 중에도 이런 고전을 남겨 후세들이 곱씹어 시대마다 다른 해석들을 낳는 것, 이것이 바로 고전이 주는 매력인 것 같다. 에세를 읽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훌륭한 책이다. 에세의 내용 뿐 아니라 책이 나온 시대적 배경, 몽테뉴의 생애까지 두루두루 알 수 있는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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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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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에서도 여전히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에서는 아직 뒷부분을 읽어보지 않았으나 이후 황제들의 잘잘못의 기준은 카이사르가 되는 듯하다. 카이사르가 대단한 인물인 것도 있겠으나 카이사르에 대한 사랑을 넘어 편애가 엄청나다. ㅎㅎ

8권에서는 총 6명의 황제가 등장한다.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베스파시아누스, 티투스, 도미티아누스가 그들이다. 앞의 세명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는 집권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길어야 2년 정도였으니 황제가 되자마자 갈아치워지는.. 뭐 하나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다보니 뭐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당연히 사회는 어수선했고 베스파시아누스(서기69년~79년)의 최대 과제는 무너져가는 제국을 안정되게 재건하는 일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새로운 제국의 체계들은 이미 카이사르가 마련했고 이를 확고히 한 것은 아우구스투스였으니 베스파시아누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책임감과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건전한 상식이었다. 창의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베스파시아누스였지만 제위에 오를 때 공약한 대로 무난하게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게 된다.

아들인 티투스(서기79년~81년)는 나이도 경험도 업적도 부족하지 않고 선정을 베풀고자 한 인성마저 훌륭한 게다가 반대파도 없는 황제였다. 하지만 티투스에게는 고난이 닥치는데 바로 엄청난 재난들이 여러번 몰려온 것이었다.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80년 로마 도심의 대화재, 81년 전염병까지 재난의 사후처리에만 밤낮 몰두하다 끝나버렸다. 시민들이 유대공주와의 결혼을 반대하자 독신으로 살았고 현장에서 재해를 진두지휘했던, 가끔 목욕탕에도 깜짝 나타났던 황제였는데....

마지막으로 베스파시아누스의 둘째아들인 도미티아누스(서기81년~96년)가 제위에 오른다. 서민적인 티투스에 비해 귀족적인 생활로 미움을 샀던 황제는 여러가지 공공사업, 게르마니아 방벽 건설에 착수했으나 결국에는 기록말살형으로 황제로서는 가장 치욕스런 생을 마감한다. 


베스파시아누스가 제위에 오른 뒤 도미티아누스가 죽을 때까지 27년을 세 황제가 다스린 셈이다. (플라비우스왕조) 로마 제국이 직면한 위기를 수습하고, 제국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고, 게르마니아 방벽 건설을 비롯한 수많은 정책을 시행하여 제국의 활력을 되찾고, 로마 제국이 번영으로 나아갈 기반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5현제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8권은 살짝 내용이 늘어지며 지지부진하게 읽었다. 이제 9권으로 나아간다. 




포스투무스에게

인생을 즐기는 것은 내일부터 하자고? 그러면 너무 늦다네. 즐기는 것은 오늘부터 해야 돼. 아니, 그보다 현명한 건 어제부터 이미 인생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네.   -시인 마르티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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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7 - 악명높은 황제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7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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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은 아우구스투스 이후의 4명의 황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로마 제국은 카이사르가 기획하고 아우구스투스가 구축하고 티베리우스가 반석처럼 다져놓았다.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는 자신만의 새로운 정치를 하기 보다는 그 체제를 견고하게 다지는 일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제정 로마는 다음에 누가 뒤를 이어도 튼튼한 반석일 수 있었다. 비록 만년에 카프리섬에 은둔하는 둥 성격상의 결함을 가진 티베리우스였지만 역사저술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몸젠은 티베리우스에 대해서 "로마가 가졌던 가장 훌륭한 황제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였다.

 

칼리굴라는 티베리우스에게서 안팎으로 적이 없는 평화로운 제국과 건전한 국가 재정, 막대한 흑자를 물려 받는다. 티베리우스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 신설하지도 않은 채 건전한 국가 재정을 이룩,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도 자금을 저축할 수 있었다. 티베리우스와는 정반대의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칼리굴라는 세금 폐지나 축제, 불거리 등 자신의 인기를 높여주는 화려한 일만 했다. 스스로가 노래경연대회에 까지 나가 우승하는 황제라니.. 말다했다. 속주 통치나 변경 방위 등 일반 서민들의 관심을 끌지 않는 수수한 분야에서는 티베리우스의 방식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티베리우스의 조카이며 게르마니쿠스의 동생인 클라우디우스는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으나 게르마니쿠스가 살뜰히 보살펴주었다.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는 클라우디우스가 성인이 된 후에도 그를 공직에 앉히려 하지 않았으나 대신 소년 시절부터 정열을 쏟은 역사연구와 저술에 전념하는 것은 인정해주었다. 로마 제국 중앙정부의 요직을 원로원에서 선출하였으며,  각종 오락 스포츠 장려하였다. 칼리굴라가 방만하게 운영했던 재정을 재건하고자 대규모 수도 공사를 재건한다. 일찌기 공공 사업의 중요성 인식(수도공사, 오스티아 항만공사)하였고 매사에 솔직하고 개방적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네로황제가 그 다음이다. (나는 어렸을 적 코메디 프로인 최양락이 생각난다는...) 네로황제하면 기독교박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기독교도가 생겨난 것은 제2대 티베리우스의 만년이고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처형된 것은 서기 33년이다. 예수가 죽은 뒤부터 시작된 사도들의 포교활동은 그들의 동포인 유대인을 대상으로 먼저 이루어졌고, 예루살렘의 유대교회가 예수에게 보인 적개심이 예수가 처형된 진짜 원인이었다는 사정도 있다. 쨌든 큰 불의 방화죄를 기독교도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많은 사람들을 처형하기에 이른다. 서기 64년의 이 박해사건이 네로를 로마 역사상 최고의 유명인으로 만든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쿠오바디스>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네로를 묘사했다고 하니 <쿠오바디스>를 읽어봐야겠다.

 

읽으면서 가계도가 복잡하고, 드문드문 읽다보니 몇몇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잊거나, 같은 이름 다른 사람인 경우도 많아 가계도를 계속 들여다보아야했다. 적어가며 읽었는데 생각보다 로마의 역사가 이렇게 재밌다니.. 이 책을 발판삼아 다른 책들까지 섭렵하겠다는 야심찬 결심을 뒤늦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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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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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아우구스투스의 그 무엇도 아닌 '건강'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작년 7월 더운 여름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이소라는 설치미술가의 전시회를 보았다.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아니었고 그 장소에 가고 싶었는데 하고 있었던 전시랄까...

 

그런데 생각보다 좋았다. 인상적인 인터뷰가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자신은 항상 피곤하고(특히 사람을 만나는 것), 건강에 대한 염려가 늘 있다고 했다. 그분이 언젠가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하며 건강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건강이 좋지 못하더라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건강과는 무관하게 많은 일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했단다. 작년에 나는 질병휴직을 했기 때문에 몸의 한곳에서 무너지는 건강이 다양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어떻게 살았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거창하게도....

 

선천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함, 그러나 건강유지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음, 식사도 배가 고프면 하고 간식만 하다가 정작 식사할 때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함, 배가 고프면 물에 적신 빵 한 조각과 수박 한 쪽, 피곤하면 언제 어디서나 드러누움, 수면도 불규칙하고, 더위와 추위에 약함.. 이것이 책에서 읽은 아우구스투스의 건강상태이다. 맘에 드는 것은 타고난 약골이었음에도 그다지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런데 또 77세까지 살았다. 물론 그래서 가까운 이들의 죽음도 많이 봐야했다.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신체건장한 아그리파의 죽음부터 혈통을 잇기 위해 양자로 삼은 외손자들의 죽음들도 모두 아우구수투스의 죽음을 앞섰던 것이다. 카이사르처럼 주변에 늘 사람이 많으며 유쾌하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아그리파, 마이케나스)을 곁에 두고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놀란 것은 책의 맨 뒤쪽에 있는 가계도였는데 혈통을 잇기 위해 행해지는 친인척끼리의 결혼이다. 특히 딸인 율리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을 여러 번 했으니 인권이란 것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7권도 기대된다. 다른 책들때문에 엉금엉금 읽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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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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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이기도 하고, 사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강대에서 라틴어 강의를 맡아 수업했던 강의록을 책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라틴어라고 했을 때 나는 수레바퀴 밑에서나 나오는 유럽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렵게 배우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 언어라는게 떠오른다. 19쪽에 나오는 라틴어 do동사의 활용표만 보더라도 엄청난 표 한장으로 요약되어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불어나 독일어를 공부하는 것은 라틴어에 비하면 껌이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행에 옮기기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어려워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라틴어가 조금이라도 궁금한 사람에게는 아, 이런 것이 라틴어구나하는 걸 알게 해준다. 저자가 사제라고 생각해서인지 글에 때가 뭍지 않고 순수하다고 느껴진다. 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편지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목이 메인다. 내 젊은 청춘이 기억나서였을까... 뿐만 아니라 로마의 문화, 사회, 교육제도 전반에 관한 상식도 간간히 전하고 있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p.151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이라고 한다.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라고 한다. 인간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준다. 어떤 기억이냐에 따라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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