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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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소개를 보면 무려 ‘세상에서 공부를 가장 좋아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의 사람의 글인지라 제목처럼 문장도 약간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이 나같은 직장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공부를 업으로 삼는 학자나 대학원생, 대학생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하루 9시간의 노동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와 이 책대로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대다수의 성인은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공부를 하며 취업이 성공(?)하면 동시에 공부와는 안녕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때까지의 시간은 대학까지의 시기로 봐야하겠다.

 역시 사회적으로 인문교양을 강조하여 도서관이나 대학 등에서 강의들이 개설되기는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그런 것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나기란 개인의 굳은 의지가 없이는 실현되기가 힘들다.

물론 나같이 지적 목마름에 이 책 저 책을 주구장창 읽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유용한 측면이 있는 책이다. 고로 이 작은 책은 독자를 제대로 만난다면 한없이 빛나는 책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따분해서 바로 덮어버릴 책이 되고 말 것이다. 

 

 하여튼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공부에 도움되는 것들을 조금 옮겨보자면,

1. 사유하며 읽을 것

2. 많은 책을 남독하기 보다는 적은 책을 읽을 것

3. 읽기는 그저 사소한 자극에 지나지 않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든지 하는 자신만의 생산물을 만들어낼 것.

이렇게 세 가지가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 내가 관심있는 것만 보이듯이 책을 읽을 때도 내가 집중하는 것만 보인다. 사실 진리라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으며 그 어떤 책에서도 도움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에게 독서생활이 허락되는 그 날까지 새겨 두어야 할 말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의 가치는 어느 정도 당신 자신의 가치, 당신이 그 책에서 끌어내는 것의 가치이기도 하다. 라이프니츠는 무엇이든 이용했다. 아퀴나스는 동시대 이단자와 이교도에게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유를 받아들였지만 그 가운데 어떤 것도 그에게 해롭지 않았다. 지적인 사람은 어디에서나 지성을 발견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어떤 벽에나 자신의 편협하고 무기력한 정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최선을 다해서 무엇을 읽을지 고르되, 훌륭하고, 폭넓고, 진리에 대응하고, 신중하고, 진취적인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노력하라. 이런 특성들은 당신 자신의 특성이기도 하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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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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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저자의 다른 책들을 작년에 몇 권 읽었는데 이 책 또한 그 책들과 맞닿아 있다. 같은 사람의 생각이라서 인지 몰라도 전작들과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나온다. 이번에 읽으면서 와 닿은 부분만 언급하면.. '함'의 과잉상태에 빠진 우리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근대 이후 개인의 자아실현은 우리 현대인들의 숙명과도 같다. 주체적으로 자아실현을 하지 않는자는 직무유기인 것처럼 개인의 진정성이란 본연의 자기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를 찾아다니며 이 혁신학교 출신이 특목고로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무슨 연관인지는 모르겠다만...

 적극적인 성격으로 모임을 조직하고 세상에 내 자신을 끊임없이 알린다. 목적지를 향해 몰아가는 우리들은 여행도 목적지를 찍고 네비가 안내하는 가장 최적의 길로만 다닌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이 자아실현이 가능할 것 같다는 착각..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몰아부치는 삶은 여유가 없고 생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같지만 이는 자율적 주체로서 행하는 것이 아닌 단지 욕망의 노예로서의 역할만을 할 뿐이다. 자기가 선택한 것처럼 보였던 많은 것조차도 사실은 선택이라는 이름의 강요였던 것이다. 열심히 살수록 공허한 이유를 이 책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결론은 우리는 살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을 던지는 척하지 말고 진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발 멈추고 내 자신을 되돌아봐야한다. 이대로 가는 것을 멈춘다면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 초조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의 가치는 속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여유롭게 물러서 질문을 던지는 삶. 긴 꿀같은 연휴를 끝내야 하는 저녁밤,불안과 초조가 엄습해오지만 5월에는 좀더 느리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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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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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물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선 그렇게 좋은 느낌의 단어는 아니다. 세상물정을 안다는 것은 이제는 속세(?)의 때가 묻어 더 이상한 순수한 아이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웬만큼 살아본 경험을 담보로 남에게 쉽게 속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들여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물정과는 조금 다르다. 이 사회를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시각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도 언급했듯이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를 '세상으로서의 사회'로 인식한다면 사회학자는 '세계로서의 사회'로 인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텍스트를 노련하게 읽고 그 이론을 이 세상에 적용하여 사회를 해석한다는 것이 우리같은 범인들에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이 필요없는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해야겠다. 강신주의 다상담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이론과 실천은 절름발이처럼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언행일치라고 해서 이론과 실천이 동시에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둘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론으로 한발 나아가면 실천으로 다른 한발이 나아가면서 한 개인 나아가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반대로 행동이 먼저 나아갔는데 알고보니 이런 이론도 있었더라며 이론을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고 흔들리며 조금씩 나아가야지만 발전이 있는 것이다.

 

  책에서 기억나는 부분은 개인에 대한 관심이 곧 자기 속에서 사회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나 개인이 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문제들.. 그것들에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 이 책의 힘은 여기에 있다.

 개인에 대한 관심은 나의 이익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작은 단위 속에서 반복되는 사회라는 커다란 단위에 대한 생각이다. 개인에 대한 관심을 나의 이익에 대한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개인을 언급할수록 탐욕스러워지지만, 자기 속에서 사회를 발견하는 사람은 개인을 언급할수록 품이 넓어진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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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 사월의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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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인가구의 삶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조망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분히 자기 고백적이기도 해서 글의 진심까지 느끼며 재밌게 읽었다. 1인가구하면 미혼, 비혼의 숫자가 늘어나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통계학적으로 볼 때는 노년이 길어지고 이혼, 사별 등으로 인해 노후에 혼자사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노화, 외로움, 고독 등은 대개의 사람들이 겪고 싶어하지 않은 두려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운좋게(?) 4인용 식탁에 앉을 수 있는 가정을 꾸렸다 할지라도 노후에 따뜻한 가정속에서 비경제적 목적의 애정을 주고받으며 죽을 수 있는 확률이 예전보다는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목적에서 이 책의 내용을 접근해나가면 단순히 1인용 식탁에서 생활하는 사람 뿐 아니라 지금은 혼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도 혼자 살 수 있는 단독인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혼자 살았던 단독인의 대표적인 예는 그 유명한 몽테뉴와 쇼펜하우어에서 찾을 수 있다. 몽테뉴는 38살에 이제 관계밀도는 0으로 만들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올인하겠다며 치타델레라 부른 성으로 들어가버린다. 간과 쓸개를 때로는 빼놓아야 하는 직장생활을 그만둘 수 있다니 우리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이런 삶이 가능했던 이유는 슬프게도 혼자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 치타델레를 꿈꿀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쳇바퀴처럼 되풀이되는 질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나는 누구고, 나는 어떤 사람이길 원하며,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이라는 질문이 사춘기에는 추상적이었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더욱 집요하게 다가온다. 답은 결국은 자기가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각주까지 다 읽고, 인용에 나오는 책까지 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오래간만에 만나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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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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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내용이 재밌다고 한다면 어디까지나 지은이가 글을 맛깔나게 쓰기 때문이다. 소재는 암울하고 단 한달이라도 이런 일들을 체험하라고 한다면...

제목이 인간의 조건이다. 최소한 책을 읽는 나를 포함한 우리는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으로 태어나기만 하면 인간이란 말인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아야 인간인 것이다. 지은이가 일을 시작하려하면 사람들은 한결같이 물어보았다. 젊은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저자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다양한 힘든 일을 전전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가 흔히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서술하고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는 고맙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점은 그나마 나에게 친숙한 아르바이트인 편의점과 주유소 알바였다. 감정노동의 힘든 점이 잘 그려져 있다. 와, 세상에 이렇게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많단 말인가.

원양어선을 타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소개소에 40만원을 주는데 이 돈이 아까워 선주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돼지농장의 더러움과 오이 비닐하우스의 쪼그려 하는 일의 힘듦. 공장 생산직 노동의 무료함과 위험성이라는 양면성. 하지만 섣불리 그 일들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최고의 신성한 노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글은 정말 재밌지만 현실은 슬프고 힘들다. 노동의 고됨이 문장 하나하나에 배어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일을 한달 한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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