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머니의 비밀 ㅣ 창비아동문고 208
장 프랑수아 샤바스 지음, 변영미 그림, 김주열 옮김 / 창비 / 2003년 10월
평점 :
우연히 증조할머니의 일기장을 훔쳐보게되는 미키. 일기장을 통해 할머니의 생애를 더듬어가는 방식이 독특하다. 1990년대에서 1920년대의 삶을 과연 상상하기나 할 수 있을까. 할머니도 미키처럼 열둘이었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 나이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다.
밀주업자인 아버지와 그 사실을 감추는 어머니의 추억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으려는 페이스 할머니의 생애는 그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심지어 보일러가 폭발하여 부모가 죽게 되지만 그 사실조차 함구하고 후추가루를 뿌려가며 죽음을 은폐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지난한 삶의 기록이 일기의 형식으로 남게 된다. 주인공 미키는 괴팍한 할머니를 처음에는 싫어하지만 일기장을 통해 할머니를 사랑하게 된다.
시간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 70년이라는 세월이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살아내고 있는 삶의 한복판이고, 누군가에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라니.. 할머니는 마지막 일기장만 빼고(자신이 계속 써나가야 하므로) 나머지를 미키에게 모두 준다. 그 일기장을 읽으며 미키는 앞으로 70년을 어떤식으로 채워나가게 될까.. 서사의 힘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할머니, 시간은 이상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우리 아버지는 갱'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볼 거예요. 하지만 '우리 조상이 십팔세기에 무시무시한 해적이었다'라고 소리쳐 보세요. 그럼 사람들은 할머니를 부러워할 거예요. 할머니 부모님의 행동은 할머니에게는 부끄러운 일일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는 이미 옛날얘기 속의 한 토막인걸요!"(p.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