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 - 플러스 에디션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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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특별히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단순하게 세상을 조금 더 경험했을 뿐인데, 이미 세상은 나를 어른이라고 부른다. 분명히 어릴 때보다는 아는 것도 많아지고, 낯가림도 없어졌지만 그래도 이런 것만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릴 때 동경했던 어른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실망스럽다. 나는 아직까지도 어릴 때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렸다. 아마 사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어른이라고 하나보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책도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사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직장에서 자리가 어느정도 잡히면 주변에서 결혼을 하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그렇게 해서 결혼도 하게되면 이제 아이 걱정도 해야한다. 모두가 틀에 박힌 인생을 살고 있는데, 나까지 그것에 맞추어 가야할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예전에 나왔던 책을 개정증보판으로 펴낸 책으로 내용이 한층 보강되었다. 사실 예전에 나온 책은 미처 읽어보질 못해서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일단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산뜻하고 담담한 저자의 목소리에서 진실이 느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이 책을 쓴 저자는 인생의 모든 것을 겪어본 진정한 어른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고 있는 조언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안 좋은 기억이 있으면 그 기억과 화해를 하는 행위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프로이트적인 관점에서 심리학자가 할만한 조언이다. 분명히 우리가 하는 행동은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원인이 모두 과거에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수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치료가 아예 불가능한 병은 없을테니, 그 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존재해야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지에 대해 따뜻한 조언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내용 중에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혼란에 대해서 쓰인 글도 있었다. 사실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나보다. 주변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경우, 어른으로 살기가 두려운 경우, 성장통, 우울함에 대해서 실제 치료 경험을 예로 들어가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분명히 나의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나의 들쑥날쑥한 기분 변화에 힘들어했던 주변 사람들도 덕분에 조금은 관계가 개선된 듯 하다. 물론 사람의 기분이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이런 기분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다. 사실 항상 즐겁기만 한 사람도 과거 자신의 아픔을 감추려는 반증의 행동이기 때문에 더 큰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따끔한 조언에 왠지 한 쪽 가슴이 뜨끔해지는 것은 분명 나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리라.

 

사실 책 하나로 어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 중에서 내가 필요한 내용들을 뽑아내어 자신의 마음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책 한 권 값은 해내는 것이 아닐까. 어른의 세계에서는 마음이 힘든 일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기쁜 일도 분명히 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솔직해진다면 어른되기가한결 쉬워질 것이다. 어린아이 같은 나 자신의 모습에 지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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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 - 기분 좋은 내추럴 생활 소품 만들기 행복한 손놀이
김미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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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느질을 썩 잘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쪼물딱쪼물딱 만드는 것은 좋아해서 손바느질도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왠지 반갑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조금 특이하다. 원래 홍차를 좋아해서 관련 책까지 내었다는데, 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악세사리를 만들다가 본격적으로 손바느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리넨의 특성상 조금 바랜 듯한 느낌이 자연스러워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바느질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차근차근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을 해 놓은 덕분에 나도 쉽게 따라할 수가 있었다. 책 표지부터 앙증맞고 귀여워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이 책에는 다양한 생활소품들이 실려있다. 사실 좀 거창한 것은 별로 없고,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만한 작은 물건들이 많다. 아무래도 홍차를 좋아하다가 바느질을 시작한 경우라서 그런지 차에 관련된 소품들도 있고, 바느질과 관련된 소품들이 많다. 그리고 파우치라든지 작은 주머니에서 천 가방 등의 생활 소품이 많은 편이다. 이런 작은 소품의 겉에 자수를 놓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에 맞추어 이 책의 가장 뒤에는 자수본도 실려있다. 그리고 별도로 있는 종이에는 천을 재단할 수 있는 본도 실려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바느질을 하는 과정이 실물로 실려있는 사진에 나와있는 천과 같은 무늬의 일러스트로 그려져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천의 안과 밖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고, 따라하기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하나쯤은 따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열심히 뒤적거린 끝에 바늘집을 만들기로 했다. 평소에 바늘집이 없어서 바늘을 제대로 보관할 곳이 없기도 했던터라, 이 책을 보고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바늘 자체가 그리 큰 물건이 아니니 이렇게 예쁜 집을 만들어주는 것도 괜찮겠다. 그리 많은 천이 들어가는 작업은 아니라서 집에 뒹굴고 있던 천과 책과 함께 들어있던 장식용 단추를 활용해서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일단 시작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손이 상당히 많이 간다.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완성이 되지 않나보다. 만드는 과정은 조금 까다로웠지만, 다 만들고 나니 뿌듯하다.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작품들이 실려있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커다란 담요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것은 나중에 별도로 해보아야겠다.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거대한 작품은 없으니, 뭔가 거창한 것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다른 책을 참고해보아야겠다. 하지만 손바느질로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크기는 손바닥만한 크기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옷 같은 작품들은 미싱과 같은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 더 낫다. 소소한 소품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초보자도 따라하기 좋고, 뭔가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중급자에게도 참고가 될만한 책이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소소한 생활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책을 보고 따라한 바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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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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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 감동적인 책을 만났다. 사실 이 책을 쓰게 된 홍영녀 님의 책은 이미 예전에 한 번 나왔었다는데, 나는 이제서야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잔잔한 그림의 표지와 내용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두 저자 중 이미 한 분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래도 그 감동은 참 오래 남는다. 이 세상에 와서 잔뜩 일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책 하나쯤 남기고 가는 것도 괜찮은 느낌이다. 아주 나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충분히 나의 어머니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으니 그 감동이 더 커진다. 이토록 어머니에게 잘하고자 하는 효녀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에 보기 드문 딸도 딸이지만, 자식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참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았다. 원래 서울집에 살다가 시골이 좋다면서 시골로 내려가신 어머니는 정말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신다. 그래서 96세까지 사셨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부지런함은 많이 배워도 모자라겠다.

 

이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주제별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사실 어머님의 글만 읽으면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그 감동이 덜한 부분을 딸이 자세하고 생생한 설명으로 뒷 쪽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덕분에 어머님의 글이 좀 더 잘 읽혔다. 한글을 나중에 깨우쳐서 조금 서툰 글이지만, 정말 느낀 그대로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지는 감동이 이루말할 수가 없다. 원래 책을 보고 그리 눈물을 흘리는 편은 아닌데, 이 책에서 만큼은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엄마의 존재가 나에게도 참 큰가보다. 아직까지 나의 어머니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고, 몸 건강하신데 그래도 내가 어릴 때보다는 많이 마음이 약해지고 작아진 것을 느낀다. 아마도 세월의 흐름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나보다. 아무튼 나이가 들수록 아이 같아지고, 자식들에게 의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주인공인 홍영녀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고생을 많이 해서 편안한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 자식들이 이제 편안하게 사시라고 가져다 드려도 또 자식들에게 다 주고 만다. 정말 욕심이 없는 분이시라 어떤 대목에 있어서는 참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큰 딸은 그것을 가끔씩 야속하게 생각해서 엄마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 때도 있었다. 나 같으면 그냥 편안하게 어머니 마음에 들도록 그냥 받아버리겠는데, 그것마저도 마음이 불편했나보다. 아무튼 1주일에 한 번 이상 어머니를 찾아뵙는 정성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자주 자식들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글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나이가 들면 어머니와 가까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야 좀 더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언제나 들어도 참 푸근하다. 이렇게 솔직 담백한 글이 미처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머릿글을 읽으면서 이제서라도 이 책이 이 세상에 다시 나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누구 한 분의 어머니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 생각이 가득 담겨있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딸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머니가 무척 그리운 날에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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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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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 해드려라.'는 말은 우리가 주변에서 익숙하게 듣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도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엄마의 존재가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사실 학생일 때는 무언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실제로 돈을 내가 벌어보니 지금까지 내가 썼던 돈들이 얼마나 피땀을 흘려서 모으고 계셨던 것인지 실감을 하게 된다. 물론 돈을 주로 버는 것은 아빠의 몫이지만, 그래도 그 돈을 잘 쓰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 쓰는 것이 더 어렵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동안 별로 말도 안 듣고 했던 행동들이 조금씩 반성하게 되고, 그래서 요즘에는 엄마에게 무조건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다만 가끔씩은 그 사실을 까먹고 막 대할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신현림 시인은 지금은 곁에 없는 엄마를 그리면서 그동안 엄마와 쌓았던 추억이라든지, 딸과의 추억을 풀어놓으며 다른 사람들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엄마와 함께 하면 좋을 일들을 서른 가지로 늘어놓았다. 사실 이것만 있겠냐만은, 그래도 나름대로 중요한 추억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놓은 글이다. 엄마라는 이름 외에도 여자, 아내라는 많은 이름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나의 엄마는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수퍼우먼이다. 자식이 불의를 당하는 일을 보면 절대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고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이 힘들게 하여도 언제나 나의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덕분에 내가 나쁜 길로 가지 않고 지금까지 착실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만약에 엄마가 없었더라면 한없이 나약한 나의 의지가 좌절되어 실망할 때가 많았을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일 중에 나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함께 여행을 가는 일이다. 어릴 때는 가족 전체가 같이 모여서 여행도 자주 갔는데, 이제 어른이 되고나니 내 동생이나 아빠는 각자 일에 빠져서 여행을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덕분에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와 나는 둘이라도 신나게 돌아다니자고 생각을 해서, 요즘에는 둘만 가는 여행이 무척이나 익숙해졌다. 이렇게 가끔 여행을 다녀오면 기분도 전환되고 좋은 추억과 함께 새로운 문화적인 신선함도 느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그 외에도 이 책을 보니 함께 할 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 중에서도 꼭 해드리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혼자만의 공간 만들어 드리기'이다. 사실 취미 삼아서 재봉이나 십자수, 한지 공예 등 하시는 일이 굉장히 많은데, 그것들을 따로 할 만한 작업공간이 없어서 항상 식탁이나 거실에서 작업을 하곤 하신다. 아마도 개인적인 작업대가 있다면 거기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면서 편안하게 쉴 수 있을텐데, 집에는 다른 가족들의 공간만 있을 뿐, 정작 엄마의 공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나중에 꼭 엄마의 공간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나의 과제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엄마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사실 뭐든 좋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와 함께 한 친구로서 누구보다도 나를 잘 이해하는 엄마를 위해 뭔가 받을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뭔가를 드릴 수 있는 그런 장한 딸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많이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좀 해드려야 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이 한 번쯤 읽어본다면 공감할만한 문구들이 많은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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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 오마이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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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독거 노인이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사시다보니, 씻지도 잘 못하고 냄새가 나서 지하철에서 마주쳐도 그냥 피해가기 일쑤이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분들을 많이 보기는 했는데, 실제로 사시는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독거노인들 실상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냥 힘없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다들 사연들이 있으신 분들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들은 우양재단이라는 곳을 통해 도움을 받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그나마 먹을 것은 겨우 충족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쓴 기사를 모아서 낸 책으로 관심어린 글과 담담하게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이 인상적인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은 대부분 재개발 지역에 저렴한 월세로 거주를 하시고, 겨울에는 난방을 꿈도 못 꿀 정도로 열악한 곳에서 생활을 하신다. 아무래도 혼자 살다보니 따로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자녀들이 있다고 해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지가 오래라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주로 돈을 버는 곳은 공공근로를 통해서 나온다는데, 겨울철이 되면 공공근로할 곳도 없어서 그냥 죽지 못해 사시는 것 같다.

 

누구든지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여기에 나오시는 분들의 사연도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분들을 보면서 젊을 때 돈을 다 써버리고 노후에 고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에 나오시는 분들은 젊은 시절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셨던 분들이다. 그러나 사업 실패나 결혼을 잘 못 한 탓에 인생의 길이 가난으로 흘렀고, 지금은 혼자 쓸쓸히 사는 독거 노인이 되었다. 이제와서 신세 한탄을 한다는 것이 그리 의미없는 일일 것이라 생각하여 기억 속 깊은 곳에 있는 아주 세세한 이야기는 안하시지만, 그래도 그 분들의 대략적인 인생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설이 따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는 노인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비록 초라하더라도, 과거에는 그 분들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열심히 삶을 일구시던 분들이라고 생각을 하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잘 살고 있다고 해서 노후에도 잘 살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면 나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그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큰 기쁨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분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자원봉사자의 방문이 그리 반갑다고 한다. 낯선 사람에게는 다소 경계의 눈빛을 보내지만, 일단 마음을 터놓고 나면 누구보다도 사람이 고픈 분들이 바로 이런 분들이다. 그냥 이 책을 읽는 것에 지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면 이 책을 만들어 낸 사람들도 굉장히 뿌듯해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쓸쓸한 일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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