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 오마이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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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독거 노인이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사시다보니, 씻지도 잘 못하고 냄새가 나서 지하철에서 마주쳐도 그냥 피해가기 일쑤이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분들을 많이 보기는 했는데, 실제로 사시는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독거노인들 실상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냥 힘없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다들 사연들이 있으신 분들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들은 우양재단이라는 곳을 통해 도움을 받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그나마 먹을 것은 겨우 충족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쓴 기사를 모아서 낸 책으로 관심어린 글과 담담하게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이 인상적인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은 대부분 재개발 지역에 저렴한 월세로 거주를 하시고, 겨울에는 난방을 꿈도 못 꿀 정도로 열악한 곳에서 생활을 하신다. 아무래도 혼자 살다보니 따로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자녀들이 있다고 해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지가 오래라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주로 돈을 버는 곳은 공공근로를 통해서 나온다는데, 겨울철이 되면 공공근로할 곳도 없어서 그냥 죽지 못해 사시는 것 같다.

 

누구든지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여기에 나오시는 분들의 사연도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분들을 보면서 젊을 때 돈을 다 써버리고 노후에 고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에 나오시는 분들은 젊은 시절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셨던 분들이다. 그러나 사업 실패나 결혼을 잘 못 한 탓에 인생의 길이 가난으로 흘렀고, 지금은 혼자 쓸쓸히 사는 독거 노인이 되었다. 이제와서 신세 한탄을 한다는 것이 그리 의미없는 일일 것이라 생각하여 기억 속 깊은 곳에 있는 아주 세세한 이야기는 안하시지만, 그래도 그 분들의 대략적인 인생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설이 따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는 노인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비록 초라하더라도, 과거에는 그 분들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열심히 삶을 일구시던 분들이라고 생각을 하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잘 살고 있다고 해서 노후에도 잘 살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면 나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그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큰 기쁨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분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자원봉사자의 방문이 그리 반갑다고 한다. 낯선 사람에게는 다소 경계의 눈빛을 보내지만, 일단 마음을 터놓고 나면 누구보다도 사람이 고픈 분들이 바로 이런 분들이다. 그냥 이 책을 읽는 것에 지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면 이 책을 만들어 낸 사람들도 굉장히 뿌듯해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쓸쓸한 일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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