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오랜만에 참 감동적인 책을 만났다. 사실 이 책을 쓰게 된 홍영녀 님의 책은 이미 예전에 한 번 나왔었다는데, 나는 이제서야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잔잔한 그림의 표지와 내용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두 저자 중 이미 한 분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래도 그 감동은 참 오래 남는다. 이 세상에 와서 잔뜩 일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책 하나쯤 남기고 가는 것도 괜찮은 느낌이다. 아주 나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충분히 나의 어머니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으니 그 감동이 더 커진다. 이토록 어머니에게 잘하고자 하는 효녀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에 보기 드문 딸도 딸이지만, 자식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참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았다. 원래 서울집에 살다가 시골이 좋다면서 시골로 내려가신 어머니는 정말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신다. 그래서 96세까지 사셨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부지런함은 많이 배워도 모자라겠다.
이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주제별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사실 어머님의 글만 읽으면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그 감동이 덜한 부분을 딸이 자세하고 생생한 설명으로 뒷 쪽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덕분에 어머님의 글이 좀 더 잘 읽혔다. 한글을 나중에 깨우쳐서 조금 서툰 글이지만, 정말 느낀 그대로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지는 감동이 이루말할 수가 없다. 원래 책을 보고 그리 눈물을 흘리는 편은 아닌데, 이 책에서 만큼은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엄마의 존재가 나에게도 참 큰가보다. 아직까지 나의 어머니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고, 몸 건강하신데 그래도 내가 어릴 때보다는 많이 마음이 약해지고 작아진 것을 느낀다. 아마도 세월의 흐름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나보다. 아무튼 나이가 들수록 아이 같아지고, 자식들에게 의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주인공인 홍영녀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고생을 많이 해서 편안한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 자식들이 이제 편안하게 사시라고 가져다 드려도 또 자식들에게 다 주고 만다. 정말 욕심이 없는 분이시라 어떤 대목에 있어서는 참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큰 딸은 그것을 가끔씩 야속하게 생각해서 엄마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 때도 있었다. 나 같으면 그냥 편안하게 어머니 마음에 들도록 그냥 받아버리겠는데, 그것마저도 마음이 불편했나보다. 아무튼 1주일에 한 번 이상 어머니를 찾아뵙는 정성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자주 자식들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글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나이가 들면 어머니와 가까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야 좀 더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언제나 들어도 참 푸근하다. 이렇게 솔직 담백한 글이 미처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머릿글을 읽으면서 이제서라도 이 책이 이 세상에 다시 나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누구 한 분의 어머니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 생각이 가득 담겨있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딸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머니가 무척 그리운 날에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