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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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안 풀리는 수학문제의 해답지를 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스무 살에 뜰 무지개를 생각했다. 스무 살에는 도저히 서른 이후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서른까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죽어 버릴 거라던 친구와의 우정은 일 년을 넘지 못했다. 그 아이의 얘기를 들으며 지금 찾을 수 없는 그런 것들이 그 때까지 해답을 품고 있을 리가 없다고 조용히 뇌까렸다.  

서른 하고도 몇 년이 흐르고 이제는 내가 마흔도, 쉰도 심지어 여든도 될 수 있음을 수긍한다. 때로는 저만치 뛰어가버린 내가 지금의 나를 물끄러미 관찰하고 있기도 하다. 무지개를 타고 싶다고 얘기하며 미미인형을 안고 잠든 아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미래이고 나중에는 한없이 그리워할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잠재태다. 이제 숨쉬고 바라보고 느끼고 때로 분노하는 순간들이 눈물겹게 소중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커피 머그잔을 텅 내려놓는 저 아가씨는 언젠가는 자기 팔에도 검버섯이 피고, 혈압약 때문에 오줌이 자주 마려워져 커피도 조절해서 마시게 되리란 걸, 인생에 갑자기 속도가 붙고 그러다 보면 인생이 어느덧 훌쩍 지나가버려 정말로 숨이 가빠진다는 걸 알지 못한다고.
                                                                                                                                                                            -p.225~226 

 

<중략> 불현듯 아이스크림 가게의 어린 소녀들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디를 건네는 여종업원의 지루한 눈빛 뒤에 엄청난 열망과, 엄청난 욕망과, 엄청난 낙심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런 혼란이, 그리고 (그들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분노가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오, 그들은 무엇이든 끝나기도 전에 책망하고, 책망하고, 또 책망하곤 또다시 지쳐버릴 것이다.
                                                                                                                                                                               -p.250 

뉴잉글랜드 지역의 작은 해안마을 크로스비를 배경으로 중학교에서 수학을 삼십이 년 가르친, 결코 사과하는 법이 없는, 또 아무도 감히 눈물 흘릴 거라고 상상할 수 없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열세 편의 짤막한 연작 형식의 이야기들로 그려내고 있다. 올리브의 남편으로 약사인 헨리 키터리지의 햇살 이른 아침 안온한 그만의 공간인 약국으로의 출근 장면의 아름다운 묘사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사춘기 외아들 크리스토퍼가 족부전문 의사가 되어 결혼과 이혼, 재혼하는 과정, 헨리의 뇌졸중 투병, 올리브의 황혼의 사랑으로까지 전개된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처럼 펼쳐지는 단편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그들의 시점과 각각 올리브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변주하며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는다. 인간의 삶을 단편적이고 일방적으로 다루기 쉬운 소설적 허구의 맹점을 입체적이고 종적 횡적으로 섬세하게 터치하게 되는 구성적 장점은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하찮고 반복되는 일상들을 각개격파하는 필력과 조우하여 놀랍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낳는다. 누구나 경험하는, 하지만 의식의 표면에 언어로 조립하여 감히 떠올릴 수 없는 것들을 마주칠 때는 정말이지 이 작가가 신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묘한 의구심까지 생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몇 해 전, 충치를 때우면서 치과 의사가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돌리는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인지 그것이 마치 죽도록 깊은 친절인 것처럼 느껴져 올리브는 샘솟는 눈물을 숨죽이며 삼킨 적이 있었다.
                                                                                                                                                                                 -p.403 

올리브 키터리지가 매력적인 것은 그녀가 사랑을 느끼게 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커다란 등이 보일 것을 걱정해 자신이 마치 고래 같다고 느끼거나, 되바라진 며느리가 얄미워 그녀의 속옷과 신발을 몰래 훔쳐내어 던킨도너츠의 화장실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사과하는 법이 없다고 퉁박을 주는 헨리 앞에서 " 이렇게 지랄맞은 마누라라서 진짜 미안해!"라고 외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구린 인간(부시를 연상시킴)을 뽑았다,고 분노하며 "이젠 끝이야"라고 외쳐댔던 남자에게 '언젠가'는 다른 모든 심장처럼 멎을 심장을, 그 '언젠가'를 지워버리고 다시 느끼고 사랑을 갈구하는 이른넷 할머니의 모습, 지쳤지만 여전히 파도를 느끼는 그녀의 모습은 나이들어가고 열정과 생의 의지, 활력을 조금씩 반납하며 존재를 갉아먹어가는 그 허망함에 대한 삶, 생의 작은 승리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 눈물난다.  

나는 이제 여든의 나를 생각한다. 삶의 모든 희로애락을 초월한 척하며 느긋이 젊은 사람들에게 조언이랍시고 잔소리와 우는 손리를 던져 대고 "요즘 젊은 것들이란!"를 외쳐대며 은근히 그들의 젊음과 남은 시간들을 시샘하며 "나를 봐달라."고 애걸하는 대신  

조금은 주책맞아도 들이닥치는 파도를 반갑게 조금 머뭇거리는 척하며 맞아줄 테다.  

사람들은 노년의 시기는 고요와 평온의 시기라고 자주 말한다. 나는 이런 태도가 오해를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중략> 흥분을 하면 더 크게 흥분하고, 근심이 있으면 더 깊이 근심하게 된다. 상처는 더 아픈 것 같고, 고통은 더 강렬하며, 눈물은 더 쉽게 흐르고, 즐거움은 더욱더 절정에 이른다. -칼 로저스 <사람-중심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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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2-2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403쪽의 글은 부끄럽지만 저도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제 치과의사의 손은 따스하기까지 하더군요.
전혀 모르던 작가였는데 블랑카님 덕분에 알게되었네요. 남은 한해도 건강하시고 부지런히 읽고 쓰시는 모습 새해에도 여전히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blanca 2010-12-28 21:37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도 그런 경험이 있군요. 저도 있어요. 잊고 있었던 느낌이었는데 여기에서 만나네요. 반딧불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역사 쪽으로 뻗은 반딧불이님의 독서의 길이 새해에도 시원하게 쭉쭉 뻗어나가기를 바랍니다.

다락방 2010-12-2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만 보고 혹시 [일곱번째 파도]의 리뷰인가 싶어 들어와 봤는데 오, 올리브 키터리지 군요! 이 책 드디어 읽으셨군요! 별 다섯을 보고 제 마음이 다 흡족해요. 이 책 정말 좋지요? 포스트잇 붙인 곳을 저는 지금도 가끔 꺼내어 펼쳐보곤 해요. 며칠전에 깐따삐야님이 쓰신 리뷰에서도, 그리고 blanca님의 리뷰에서도,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인용하신 걸 보고, 역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다르구나 하는걸 새삼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다른 부분들에 밑줄을 그어도 이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만나네요.

이 책 정말 좋았어요, 저도. 가끔 꺼내어봐도 후회 없는 책이에요. 아, 잠들기전에 이 리뷰를 읽어서 무척 좋아요!

blanca 2010-12-28 21:4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는 사실 이 책이 좋다는 말에 큰 기대 없이 읽었기에 더 화들짝 놀랐답니다. 정말 와우!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퓰리처상을 주는 작품은 이유가 있구나, 싶었구요. 저는 참 이상하게요. 마지막에 올리브와 그의 늙은 남자친구가 아이를 때린 일과 성장한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을 나누는 대화 부분이 참 와닿더라구요.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을 이처럼 돌아보게 된 경험은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엘리자베스들은 다 글을 잘 쓰나 봐요^^;; 저는 이제 다 정리하고 권해주신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2-2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너무 괜찮다면서요?
나두 책장에 꽂혀있어서, 지금 때만 노리는 중인데...
아아, 거기다 칼 로저스의 <사람-중심 상담> 이야말로, 읽으려고 벼르고 벼르는 책인데
블랑카 님이 먼저 읽었군요. 아하하. 역시.

blanca 2010-12-28 21:4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있어요? 그럼 당장 읽으셔용!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진부한 추천을 드립니다. 칼 로저스는 아기 낳고 대화법 모임을 엄마들이랑 하다 읽게 되었어요. 전반부는 정말 눈물날 만큼 감동적이었는데 후반부는 졸리더라구요--;;

cyrus 2010-12-2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눈길만 주고 있었는데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blanca 2010-12-28 21:43   좋아요 0 | URL
cyrus님 꼭 읽어 보세요. 연말 독서용으로 제격이랍니다. 마음이 훈훈해지고 삶이라는 것에 조금 진지하고 조용한 되새김질을 할 수 있게 한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요!

비로그인 2010-12-2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두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 읽느라 리뷰를 제대로 읽지 못했네요.
문체는 비록 다르더라도 문장 안에 전혜린도 있고 오정희도 있는 듯해서 계속 읽게 되는군요^^

blanca 2010-12-28 21:45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전혜린과 오정희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들이라 움찔하네요. 설마요--;; 전혜린, 하면 저는 고등학교 때 빨간표지로 읽었었는데 독서로 깊어진 눈동자,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오정희는 <유년의 뜰> 단어 정리를 하기도 했었는데. 다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네요. 댓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sslmo 2010-12-2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홀~
이 책이 이런 책이었군요.^^

여러분들의 리뷰에서 봤는데,
다락방님의 말씀처럼 각자가 다른 것을 보고 읽어낼 수 있구나...하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저도 그럴 수 있을까요?
들이닥치는 파도를 조금 머뭇거리는 척 하며 맞아줄 수 있을까요?

blanca 2010-12-28 21:4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저도 하도 좋다고 해서 몇 번이나 서점에서 보다가 살까 말까 망설이다 여기에서 주문해 버렸어요. 기대도 하지 않았고 그냥 선전만 요란한 책이 아닌가 했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양철나무꾼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요즘 제가 뭘 할 수 있나, 무엇을 원하나,에 대한 답이 안 나와 참 답답하답니다.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저는 회한의 파도를 맞을 것 같아요.....

like 2010-12-2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지난 주말에 올리브 키터리지 끝냈어요. 좋은 책이지만 좀 더 나이들어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서야 빨강머리 앤의 마리라 아주머니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올리브 키터리지 부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blanca 2010-12-28 21:49   좋아요 0 | URL
like님 똑같은 책이라도 감상과 느낌이 다를 수 있지요. 지난 주말에 이 책 읽으셨던 거예요? 저랑 같이요^^;; 그런데 <빨간머리 앤> 얘기하시니 갑자기 막 읽고 싶어져서 어쩌요? 잊고 있었어요...저도 어릴 때는 마릴라가 괴팍하고 냉랭한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최근에서야 얼마나 마음이 따뜻하고 외로운 사람인 줄 알게 되었어요.

깐따삐야 2010-12-2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죠? blanca님의 리뷰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게 되실 것 같아요.

blanca 2010-12-29 21:49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정말 완소였어요. 소설에 대한 열망이 다시 되돌아올 만큼. 눈물나더라구요. 깐따삐야님 리뷰 덕택이지요.

비로그인 2010-12-2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그냥..
책에 관해 쓰신 글을 읽는 느낌은 조금씩 읽어 내려가는 순간 얼른 뛰어가서 책이라도 사와야 할 듯한..
blanca님 멋져요~ ^^


blanca 2010-12-29 21:4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이 추운데 눈 맞으며 사 오세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답니다.^^

꿈꾸는섬 2011-01-04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리뷰는 언제나 좋아요.^^
올리브 키터리지, 정말 좋지요.

blanca 2011-01-04 16:08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덕택입니다. 저엉말 좋았어요. 저 이 책 안 읽으려 했는데 님 리뷰 읽고 당장 주문했더랬어요^^
 
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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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남자는 재산이 없었고 여자는 상류층이었다.
여자는 죽은 어머니를 대신하여 따르는 노부인에게
설득당하여 그 남자와 헤어진다. 

그 남자는 역시나 성공하여 돌아온다.
여자는 더이상 젊지 않다.
여자는 담담하려 한다.
남자도 무심하려 한다.
남자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짐짓 빠진 척 한다.
여자는 가문의 후계자와 로맨스에 빠질 뻔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둘은 다시 맺어져
결혼한다. 

이 어쩌면 구태의연하고 평범하기 그지 없는
로맨스가 제인 오스틴 그녀의 목소리를 빌어 펼쳐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마법을 경험한다. 제인 그녀가 과장, 허풍이 심하고 나비 날개 같은
찬연한 문체로 무장한 것도 아니다. 단조롭고 담담하고 때로는 심드렁하게 남녀 주인공의 궤적을 그려간다. 
열정과 에로티시즘이 빠져 나간 그 빡빡한 관계망에 내면의 달뜬 이끌림, 망설임, 기다림을 살살 뿌려 넣고
그녀는 유유히 사라진다. 그러면 우리들은 결국 제인 오스틴식의 로맨스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연애를 변주하는 방식은 아무리 멋을 부려도 결국 건드려야 할 어떤 핵 주변을 맴도는 것 이상이 될 수 없는 것같다.
끌림. 끌려가는 그 자발적 무기력과 끌고가는 그 수수께끼 같은 힘들이 만나고 때로는 어긋나고 합치되는 경로를
자박자박 밟아 나가는 문장들은 우리의 잊혀진 그 수많은 로맨스의 기억과 소망, 상상의 섬세한 결을 타고 들어온다.
그러면 금새 뜨거워지는 것이다.  

물론 혹자들은 그녀의 소설 속에서 간과된 시대 의식, 정치적 배경, 캐릭터들의 단조로운 반복 등을 단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산 자신의 삶 바깥을 넘어서는 것들을 욕망하지 않았고, 그녀의 타협은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편이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것만을 썼다고 서머싯 몸은 얘기한다.
다이나믹한 서사의 역동도 격변기의 시대상도 열기있는 토론도 빠져나간 그녀의 소설이 가지는 미덕은
서머싯 몸이 이미 더없이 적절하게 상찬했다. 그의 상찬을 빌려오고 싶다. 

오스틴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에서 하마터면 빠뜨릴 뻔했던 게 하나 있다. 그것은 그녀의 소설이 아주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녀보다 더 위대하거나 더 유명한 작가의 작품보다 그녀의 것이 더 재미있게 읽힌다. <중략> 어떤 작품에서도 뭐 그리 대단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쪽을 다 읽고 나면 다음 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여 독자들은 열심히 책장을 넘긴다. 하지만 다음 쪽에서도 그리 대단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에겐 또 다음 쪽이 간절해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설가는 소설가로서 가장 귀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서머싯 몸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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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 지금 너무 놀랐어요. 문동 문학전집에 오스틴의 이 작품이 있었다니.
요즘 하도 각 출판사마다 문학전집들을 쏟아내서 좋긴 하다만,, 읽을 시간도 많이 부족하네요^^;;

blanca 2010-12-24 22:36   좋아요 0 | URL
cyrus님, 저도 최근에 발견하고 덥석 샀답니다. 정말 고전출판 붐이지요. 수요자 입장에서 좋긴 한데 자꾸 읽고 싶은 책들이 줄을 서서 큰일입니다.^^;;

꿈꾸는섬 2010-12-2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메리 크리스마스~~~
블랑카님의 세계문학전집 읽기는 꾸준하군요. 부러워요.
저도 내년엔 좀 더 건실한 독서계획을 세워야겠어요.^^

blanca 2010-12-24 22:37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도 지금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 보내시고 계시죠? 너무 추워서 잠깐 나갔다가 동태되어 돌아왔네요. 차도 어찌나 밀리는지. 산타크리스마스 역할을 하려면 애가 잠을 자줘야 하는데 같이 잠들게 생겼어요--;; 꿈꾸는섬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마녀고양이 2010-12-24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비커밍 제인 이라는 영화 보셨어요?
거기 나오는 제인이 제인 오스틴이잖아요. 결국 원하는 남자와 결혼 못 하고, 평생 독신으로 사는.
그래서일까요, 그녀의 작품은 모두 감미로운 사랑이야기이죠.
저는 그녀의 작품에서 달콤함과 동시에 그녀의 결핍에 대한 씁쓸함을 읽어요.
그래서...... 맘이 아파져버려요.

내가 좋아하는 블랑카님, 메리 클스마스, 쪼옥!

BRINY 2010-12-24 10:41   좋아요 0 | URL
'비커밍 제인' 보고 찡했어요. 특히 그 마지막 장면!

blanca 2010-12-24 22:39   좋아요 0 | URL
마녀고앙이님! 저 못봤어요.. 그런 영화들 너무 좋아하는데. 제인 오스틴 얘기이군요. 평생 독신으로 살아 그런 로맨스에 환상을 깨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나봐요^^ 마녀고양이님도 행복하고 근사하고 다복한 크리스마스 전야가 되기를!

2010-12-24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0-12-2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어수선한 연말에 저를 낚는 책들이 여기저기서 막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요.^^
메리 크리스마스, 블랑카님.

blanca 2010-12-24 22:45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도 메리크리스마스!! 연말이라 저도 마음이 북적북적거려요. 저도 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요새는 두 권씩 쌓아 놓고 읽고 있는데 너무 소설 위주로 읽은 것 같아 다른 분야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강박관념을 느낀답니다. 섬사이님 행복한 연말 되세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역시 몸의 글을 인용하시는군요.그 책에서 몸이 소개한 <데이비드 커퍼필드>나 <백경>의 서평도 기다리겠습니다.<톰 존스>도 몇 년 전 다시 번역되었으니 10권 모두를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blanca 2010-12-24 22:48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몸은 지겹게도 우려 먹고 있답니다. 참 신기하게도 천천히 다 읽어가게 되네요. 읽고 나서 몸의 서평을 읽으면 더 와닿더라구요. 책 내용을 모르고 읽었을 때와 또다르게 다가와요. 노자님도 메리크리마스!

2010-12-25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5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5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2-2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틱한 제인이나 이런 리뷰를 쓰시는 블랑카님 모두 좋아합니다.
연말이네요, 어느덧. 블랑카님의 글을 읽을 수 있었던 한 해라 더욱 좋았어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blanca 2010-12-25 21:0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올해 프레이야 언니를 알게 된 건 제게도 큰 행운이랍니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방향을 보여주셨어요. 오늘 행복하게 보내셨죠?
 

이래저래 계획에 없던 이사를 하느라 각종 문제들이 엉켜 의기소침하다.  

서툴고 만만해 보여 그러는지 다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원칙을 지키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하는 모습들도 화가 난다.
아직도 나는 배우고 무장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팀원으로 그저 실무적인 문제만 처리하고
의사결정은 모조리 팀장님이 책임지고 해주셨던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있다.
나의 실생활에서의 자잘한 문제들도 자꾸 그런 식으로 결정을 미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는 이제 중년이 되어가는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차악을 택하는 것과 연결되는 지점과는 되도록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 
체념과도 그만 만나고 싶다.
나이가 들어 정말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툭툭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
살수록 삶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아이의 백설공주 발레복이 너무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산타 할아버지가 조기 택배 발송한 것으로 되버리고 말았다. 
입고 자다 불편한지 울먹여서 벗겨 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또 사주어야 하는 것인지, 산타할아버지 약발을
이것으로 끝내야 하는지 갈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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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12-21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해야 하는 글이 이렇게 멋지면 어떡하라구요~
나이가 들어 정말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툭툭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
살수록 삶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근데,우리의 그 부족한 부분들을 우리의 아이들이 채워주니까요.
아직까지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걸 믿는 공주님까지 말이죠~^^

blanca 2010-12-21 21:4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제가 좀 올해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자꾸 나이먹는다는 것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도 결국 미성숙한 일인 것 같아요. 저 요즘에 자꾸 산타할아버지를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믿었던 제 모습과는 달리 아이가 올해가 마지막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믿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자꾸 말 안 들으면 할아버지 선물 안 주신다,를 남발하니까 그 얘기 할 때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더라구요 ㅋㅋ

섬사이 2010-12-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저희 꼬맹이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시면 어쩌지?'하면서
걱정하다 어린이집에 갔어요.
요즘 자기가 좀 울었다나요?
크리스마스마다 아이 선물 때문에 007작전 버금가게 선물 준비를 하게 되죠?
택배가 아이 없을 때 눈치껏 도착해야 하는데 어긋나면 참 난감해요.
산타할아버지의 조기 택배 발송이라, 순발력 있게 잘 대처하셨네요.

저도 살수록 삶이 더 좋아지고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툭툭 튀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발...^^

blanca 2010-12-21 21:45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꼬맹이 넘 귀여워요. 좀 울었다구요^^;;; 완전 어긋났어요. 눈치도 없이 바로 뛰어 나와서 내 꺼야? 이러는데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기도 뭣하고. 사실 제가 찔려서 그냥 풀러 줬어요 ㅋㅋㅋ 섬사이님 꼬맹이는 어떤 선물을 기대하고 있을지 또 받을지 궁금하네요^^

마녀고양이 2010-12-2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코알라에게 말하길,
요즘 산타 할버지는 택배 아찌를 닮았어~ 라고 했어염. ^^
바빠서 일찍도 오네.. 이렇게도 얘기해줘뜸. 으하하.

blanca 2010-12-21 21:45   좋아요 0 | URL
마고님 ㅋㅋㅋㅋ 코알라 아가씨는 이제 산타 안 믿죠? 크리스마스 선물은 준비하셨나요?

꿈꾸는섬 2010-12-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설공주 발레복, 너무 예쁘겠어요. 핑크 공주님 정말 많이 좋아했겠네요.
전 어제 토이저러스가서 큰애 로봇이랑 작은애 악세사리 패션가방 사왔어요.

blanca 2010-12-21 21:4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토이저러스 가셨어요? 로봇이랑 가방. 따악 맞춤하게 잘 사셨네요. 발레복은 나비 날개처럼 이쁘긴 한데 커서 어깨가 자꾸 내려가 버리네요. 유치원 가면 발레도 못 다닐 것 같아서 좀 아깝기는 해요^^;;

꿈꾸는섬 2010-12-24 01:25   좋아요 0 | URL
유치원에서 특기 수업으로 발레 하지 않나요? 우리 애들 다니는 유치원은 일주일에 한번 해요. 여자 아이들도 바글바글하대요. 그래서 두번으로 늘었다죠.

blanca 2010-12-24 22:49   좋아요 0 | URL
안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쉬워요--;; 두 번이라니 참 부러워요!

cyrus 2010-12-2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만약에 제가 아이를 가진 부모였으면 블랑카님처럼
난감했었을 겁니다. 발레복을 입은 채 잠을 자는 아이 모습이 상상되니
귀여울거 같습니다.^^

blanca 2010-12-21 21:47   좋아요 0 | URL
cyrus님 ㅋㅋ 진짜 완전 난감해요. 자는 모습만큼은 진짜 이쁘답니다. 낮에 맘에 드는 것들은 꼬옥 걸치고 입고 들고 불편하게 잔답니다.

비로그인 2010-12-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사가셔야 하는 blanca님 생각하면 좀 서글픈데, 따님 말투랑 동작들 상상하니 막 재밌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1달, 좀 내 보이기 부끄러운 것들도 있지만 뭔가 blanca님이 같이 걸어주신 계단의 기록을 마무리 할 시점과 비슷할 것 같네요 ~ 오늘은 좀 나긋한 저녁 되시길 빌겠습니다.

blanca 2010-12-21 21:5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그래도 그 문제는 항상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그러네요. 어떤 마무리일까요? 노트일까요? ^^ 오늘은 정말 좀 나긋해졌어요. 고마워요^^

후애(厚愛) 2010-12-2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는 정말 싫어요.
이곳으로 이사올 때 정말 좋았는데... 조용하고.. 그랬는데 전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다른 사람들이 이사를 왔는데 아래층과 옆집 너무 시끄럽게 해서 속상해 죽겠어요.
그런데 이사는 정말 못하겠어요..

blanca 2010-12-23 23:03   좋아요 0 | URL
후애님, 저도 그 번거로움, 추위를 생각하면 정말 걱정이랍니다. 그래도 지금 사는 곳은 언덕이라 다리가 너무 아파서 갈 곳이 평지라는 데에 위안을 얻고 있답니다.
 

여자는 실로 저 늘 어두운 밤에 깊숙이 숨어서, 낮 동안은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 없고, 다만 '꿈일 뿐인' 세계에서만 환영처럼 나타난다. 그것은 월광처럼 휘뿌옇고, 벌레 소리처럼 가늘고, 풀잎의 이슬처럼 여리고, 요컨대 암흑의 자연계가 만들어낸 처절한 도깨비나 요괴의 하나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그늘에 대하여> 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는 이런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을 여성문화의 '황천'이라며 극찬한다. 오사카의 몰락한 상류 계층의 네 자매 이야기로 일본판 <작은 아씨들>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세설>의 작가가 정작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고백한 산문에서는 여성을 그저 '여자'로 어둠을 뱉어내는 구중중하고 어둑신한 존재로 폄하한다. 일본인 특유의 그늘과 어두움에 대한 감정적 지향을 전통 건축물과 종이, 그릇 등과 연결하여 섬세하고 고혹적으로 표현해 낸 문장들은 정작 여성 그 자체를 그저 그림자에 잠긴 사물로 물화하는 대목에서 튕겨 나온다. 군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당시 식민치하의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대목은 분명 일부이긴 하지만 거북살스럽다. 소설에서 작중 인물의 시선이 투과한 허구의 안전막을 걷어 낸 후 작가가 하는 말들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세설>이 가지는 그 엄청난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고백한다.  

소설이 소설로 읽힐 때 가장 소설로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허구적이고 작위적이라는 완충장치를 벗어던지고 하나의 실현으로 독자를 포박해 올 때 우리는 문학이 주는 극치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세설>은 엄청난 즐거움을 준다. 서사의 기복이 큰 것도 아니다. 그저 단조롭게 네 자매의 일상들이 셋째 유키코의 혼담과 어우러져 전개된다. 당시가 전시라는 상황적 특성은 하나의 간주에 불과하다. 똑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난 일본의 문학과 우리의 문학을 대비시키켜 보겠다고 생각하면 감히 계속 읽어나갈 엄두가 안 날 만큼 분위기의 낙차가 크다. 반세기가 넘어 당시의 꽃 구경, 반딧불이잡이, 프랑스어 교습, 독일인 가족과의 친밀한 교제를 읽으며 즐거움을 느끼다 끼어드는 혼란감은 문득문득 치미는 생목 같았다. 따사롭고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식민치하 우리 조상들의 처절한 생활고와 핍박상을 그린 이야기들의 기억과 만날 때는 물론 대단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멀미가 나기도 했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아이들 양육과 생활에 치여 지친 장녀 대신 그 역할을 떠맡은 둘째 사치코, 고분고분하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오사카 여자의 전형으로 그려지는 유키코,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자유 연애와 스캔들에 얽히고 자기 일을 당돌하게 추구해 나가는 막내 다에코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소설이 끝난 그 자리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맴돌고 있을 것만 같다. 특히나 노처녀로 몇 번이나 결렬되는 맞선의 주인공인 유키코의 혼담이 마무리되는 결말은 그녀가 결혼하고 나서 또 어떤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한없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모 포털 사이트에 그녀의 결혼이 성사되는지 여부의 질문이 올라와 있을 정도이니. 작가가 철저히 여성들의 입장에 동화되어 그녀들의 감정의 결을 세심하게 다루는 모습은 그가 과연 여성을 단지 그늘의 미학의 부속품 정도로 호기당당하게 묘사한 대목과 어긋난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혼담을 마치 처분을 기다리는 듯히 순종적으로 대처하는 유키코에게 그런 흔적이 언뜻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문득 생기 있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녀의 면면이 이런 그늘을 지워 버린다.  

1930~40년대의 일본 상류층의 풍속과 간사이의 지방색과 여성 문화가 다채롭게 그려져 있어 그것만으로도 진진하다. 간사이 특유의 사투리를 살릴 수 없어 번역자는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 <태백산맥>의 전라도 사투리가 가지는 무게감을 떠올린다면 그 아쉬움을 쉬이 떠올릴 수 있다. 원문으로 읽는 맛은 또다른 감칠맛이 있을 것 같다.  

온갖 사념들이 머리 속을 휙휙 스치고 지나갈 때 시작해 볼만하다. 잡념을 일소한다. 뒷얘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그 근질근질한 싫지 않은 초조함에 정작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저만치 대책없이 물러간다. 심각하게 무게잡고 진지해지겠다고 생각하면 또 한없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작품이다. 그냥 이야기 그 자체에 푹 젖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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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2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소설로 읽힐 때 가장 소설로서 비극"이라는 표현, 오래 생각하게 되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blanca 2010-12-21 21:5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후와님 카프카 관련 글을 두 번이나 읽고 어쭙잖은 댓글을 달려다 지워버렸던 참이었어요. 카프카를 전혀 읽지 않은 내가 다는 댓글이 내가 읽어도 참 멋쩍더라구요. 그 페이퍼는 참 놀라웠어요. 다른 작가들에 대한 얘기도 기대될 만큼. 후와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문체를 가진 작가는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비로그인 2010-12-23 01:42   좋아요 0 | URL
어이쿠! 그런 무시무시한 질문에 답해드릴 만큼 폭넓은 독서를 하는 사람이 못 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최소한 댓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블랑카님의 문체에 빠져들게 되는군요^^

마녀고양이 2010-12-2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내가 페이퍼에서 인용하려 했던 말을 후와님이 먼저 하셨네. ^^
어째 만화 후쿠야당의 아씨들(? 뒷부분이 확실하지 않네여..)가 생각날까요?

여자란 구중중하고 어둑신한 존재라,, 최근 날 보면 그런 생각을 긍정하게 되염. ㅠㅠ

blanca 2010-12-21 21:53   좋아요 0 | URL
후쿠야당의 아씨들, 궁금해지는데요. 에이, 마고님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사실 요즘의 제가 그렇죠. 마고님은 목소리만 들어도 상큼하고 상쾌하고 밝은 그런 여인이랍니다.

반딧불이 2010-12-2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에 푹 빠져보고 싶게 하는 페이퍼네요. 그러고보니 소설 읽은지가 한참 된듯..

blanca 2010-12-21 21:54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저는 또 요새 너무 소설만 읽어서 좀 그래요. 다 소설뿐이더라구요. 역사 기행은 잘 하고 계시죠? 페이퍼,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cyrus 2010-12-2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의 <세설>에 관한 글을 읽고나니, <세설> 독서에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blanca 2010-12-21 21:56   좋아요 0 | URL
cyrus님 정말 재미있어요. 나중에는 3권이 없는 게 아쉬워지더라구요. 남자가 쓴 여자들 얘기가 이렇게 와닿기는 처음이에요^^

비로그인 2010-12-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책 세 권을 놓고 얘기하시는 blanca님의 말투와 책과의 거리감이 좋게 다가오네요~

책과 읽는 이. 그 사이를 너무 넓지도 않게, 너무 좁지도 않게 열어주시는 시선이 멋져 웃음 지어봅니다 !! ^^

blanca 2010-12-21 21: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웃음 아이콘이 저는 또 기분좋게 느껴지네요. 느낌표도. 이제 저는 이 집에서는 아마도 마지막 주문을 한 번 더하고 이 책들을 옮기게 될 것 같아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공간에 저도 모르게 묻어 있던 애착이 좀 낯설고 아쉽고 그래요....
 

영영 헤어져 버려 도무지 볼 길 없는 사람들이 나의 꿈에서는 항상 말이 없다.
꿈에서도 나는 그립고 사무친다. 했어야 하는 말들은 꿈에서도 누락되어 있고 당신들은 생전의 가장
처연하고 아픈 모습을 재연한다. 

그 날 꿈은 또 그랬다. 나의 할머니는 여전히 슬펐고 초라했고 너무 많이 늙어 있었고 아팠다.
나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또 일어났다.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은 단 하나다. 사랑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나의 네 사람은 다 그 말들을 듣지 못했다. 하지 못한 말들은 영영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내 마음의 가장 여린 속살 부근에 옹크려서 속살댄다.
내가 죽을 때까지 그 회한들은 함께 할 것이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 우연히 그 그림책의 제사를 읽다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이제는 올리비아를 못 볼 나의 그리운 아버지께 

 

작가 이언포크너의 딸을 모델로 한 자신의 그림책 주인공인 '올리비아'를 더 이상 보지 못할 나의 그리운 아버지께, 라는 말은 내가 당신을 보지 못하는 그리움과 아쉬움보다 이제는 더이상 사랑했던 것들을 보지 못할 떠나는 이들의 그 마음을 챙기는 시선이라 생각되어 더 찡했다. 남겨지는 자들의 슬픔이 떠나는 이의 아픔과 슬픔을 압도하는 것이라고 누가 단정지을 수 있을까. 다만 남겨진 우리들의 그리움과 슬픔과 아쉬움, 사랑으로 그 상처를 메워주기를 허망하게나 바라본다. 영혼이라는 것이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그건 나의 삶을 유의미하게 만들기 위한 변명거리이기도 하다. 

추운 날씨, 슬픈 소식들, 이사 문제 등으로 심란한 터에 우연히 어떤 분의 강력 추천 글을 보고 <세설>을 읽게 되었다. H님 서재에서 이 출판사의 실한 편집에 대한 얘기를 귀동냥하기는 했지만 받아보고는 그 촘촘한 자간과 개미허리만도 못한 여백에 압도당했다. 

 

 

 

 

 

 

 

처음에는 정말 눈이 피로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실로 꿰매는 사철 방식으로 책 배도 안 갈라지고 워낙 재미있어서 더 촘촘해도 좋았겠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1930년대 간사이 지방의 몰락한 귀족 가문의 네 자매들의 결혼생활, 중매 얘기들이 어찌나 사실감 있고 생생하게 잘 그려져 있는지 정말 오랜만에 넘어가는 책장이 아깝다,는 아쉬운 느낌을 가지게 됐다.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죽는 바람에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노벨 문학상이 돌아갔다,는 얘기를 구태여 동원 안해도 이 책은 충분이 정말 충분히 각종 사념들을 몰아내고 이야기의 즐거움에 몸을 맡길 수 있게 해주는 미덕으로 가치를 증명한다.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 

다만.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시기라는 깨달음이 갑자기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녀들의 호화롭고 다이나믹한 삶과 정치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시선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건 의식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도 한 또 의도되기도 의도되지 않기도 한 반응이다. 이런 일본에 대한 양가감정은 한류문화에 관대하고 관광객들에게 지극하게 친절한 그들의 태도와 결코 과거의 잘못을 시원하게 시인하고 실리적인 배상 문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는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과도 닿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내를 친구에게 양도한다는 공개 의사 표시를 해서 당시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에로티시즘적인 작품도 많이 썼던 작가가 전혀 에로틱하지 않고 여성적이고 아기자기한 풍속 묘사와 재미가 그득한 이런 책들 썼다는 것도 같은 맥락 같기도 하고. 

항상 회한이 들 현재의 실수 주위를 맴도는 나의 삶도 그렇고.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것이 결국 생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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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그 빽빽함 때문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을 좀 두려워해요. 이 책은 상당히 마음이 동하는군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읽었어요. 너무너무너무 재밌게요.

저도 내년 1월 말에 이사에요. 멀고 먼? 수원으로요. 경기도민이 되기 전에 전시회나 많이 가놓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blanca 2010-12-17 21:14   좋아요 0 | URL
만치님, 저도 <아웃오브아프리카> 원작이 열린책으로만 번역되어 있어서 너무 읽고 싶은데 그 작은 글자에 겁이 나서 계속 못 읽고 있답니다. 정말 빽빽하더라구요. 그런데 또 똑같은 책값에 그렇게 활자를 빽빽히 박아 넣는 게 독자를 배려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재미있죠!!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정말 보기 드문 수작인 것 같아요. 만치님도 이사가세요? 저는 근처로 가는 거긴 하지만 아이가 어리고 급작스러워 걱정이 많이 되요. 수원으로 가시는군요!

순오기 2010-12-1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언 포크너의 이야기에 마음이 출렁하네요~~~~~~ 울 아버지가 생각나서.

일본문학에 거리를 두는 나도 어쩜 일제강점기 영향이 아닐까 생각되는...

blanca 2010-12-17 21:1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버님이 돌아가셨군요. 아, 그러실 수 있어요. 일본문화에 대하여 완전히 젖어들고 감동받는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과 거리낌이 저도 모르게 교육으로든 언론으로든 한 귀퉁이에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온세상이 은세계가 되었어요. 순오기님 계신 곳도 그런가요? 제 남동생은 전라도에서 낼 열심히 상경하려고 한답니다. 오랜만에 세 형제가 다 모이기로 했답니다.^^

cyrus 2010-12-1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을 좋아하는데,, 평소에 일본문학을 많이 접하지 못한터라
아직 <세설>만큼은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은 작품입니다.^^;;

blanca 2010-12-17 21:17   좋아요 0 | URL
cyrus님, 그렇다면 이런 빽빽한 편집에 이미 익숙해져 계시겠군요^^ 저는 사실 열린책 세계문학전집은 처음이에요. 아주 재미있어요. 전혀 인내심이 필요치 않은 책이니 나중에 여유되시면 꼬옥 읽어 보세요.

후애(厚愛) 2010-12-17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 가위에 눌려서...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요..

잘 지내시죠?
즐거운 연말 되세요^^

blanca 2010-12-17 21:18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가위에 눌리세요? 저 예전에 고3때 정말 너무 많이 눌려 그 고통 두려움을 알아요. 저는 정말 숨이 막혀 막 버둥대고 그랬는데...주무시기전에 행복한 생각들만 하세요. 새해에는 아무쪼록 건강하고 행복한 후애님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랍니다.

비로그인 2010-12-1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아몬드 링을 끼고 있어요. 너무 얇고 작아서, 이것보다 큐빅 시계가 더 존재감이 크더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전 완벽해지기 보다는 신선하고, 원본 그대로의 무엇인가가 되기를 원했으니까요. 물론, 내가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종종, 이 다이아몬드 링을 지금 마시는 커피 속에 빠뜨린다면 어떨까. 이 네임펜으로 슥 그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작은 다이아몬드는 너무 약해 보여요. 최선을 다해 손등의 광채를 더해줍니다만 네임펜이 옆에 있으면, 그 광채가 무모해 보여요. 이 컷팅이 불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걸 보면 때때로 난 좀 슬퍼집니다. 사람은 늘 같을 수가 없어요. 나는 그들이 아닙니다.

우리 나라엔 명예 살인이 없구나. 있다면 어땠을까. 우리 나라엔 카스트 제도가 없구나. 있다면 어땠을까. 수드라의 삶과 브라만의 삶은 겹칠 수 있을까.

있을까와 없을까 사이, 제가 블랑카 님의 글을 읽었고 이런 생각이 물 밖으로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금요일 오전. 전 커피를 마셨고 이 서재에 오기 전엔 줌파의 unaccustomed earth를 주문했습니다. 날씨는 흐리멍텅하게 맑아요.

blanca 2010-12-17 21:23   좋아요 0 | URL
쥬드님....댓글을 읽으며 또 어렴풋이 쥬드님의 심중을 헤아려 봅니다. 무슨 얘기인지 어떤 아픔인지 어떤 충동인지 그 실체를 명확이 알 수는 없어도 느낌을 헤아려 봐요. 명예 살인과 카스트 제도. 인간 간의 정리에 개입하면 무서운 단죄가 되는 사회의 구속력이잖아요. 삶은 겹쳐져요. 순간이지만. 그리고 또 어긋나 버리고.

쥬드님의 줌파의 책을 읽고 참 많이 스산해졌었는데....어떤 감상을 느끼게 되실지 궁금해요...

마녀고양이 2010-12-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 그 말이 안 나와요, 미안해요, 고마와요, 사랑해요....
아직도 쑥쓰러워서 못 하겠어요. 아마
부모님이 제 생일을 챙겨주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 같아요.
우리 코알라는 잘 앵겨서 참 다행이예요.

blanca 2010-12-17 21:24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도 그래요. 정말 친정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는 도저히 못하겠어요--;; 벌써 남편도 그렇게 되어 버렸는걸요. 저도 딸아이만 부둥켜 안고 사랑한다,를 미친듯이 남발하고 있는데 이 얘기는 다른 사람들한테 하지 못한 것들을 그러 모은 것만 같아요.

oren 2010-12-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한......
글 앞부분을 읽다가 저도 요즘 비슷한 감정들을 가슴깊이 느끼곤 합니다.
늘 건강하시던 아버님께서 요즘들어 조금씩 병환이 악화되는 것 같아서요.
지난 주말에도 입원하셔서, 병상에 계신 아버님을 뵈러 다소 먼 길(일산↔분당)을 오갈 때마다 '아버님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노라면 자꾸만 가슴 속이 울렁거리더군요.

모순......
저는 종교는 따로 없지만, 한국을 떠나 뮌헨에 정착한 현각스님의 최근 인터뷰 기사는 무척 공감이 느껴지더군요.
* * *
-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기억하는 불자들이 많더라. 제일 좋아하시는 경은 무엇인가.
- "순간경! 이 커피향을 맡는 순간, 재즈를 듣는 순간, 걷고 이야기하고 시장에 가는 모든 순간,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나누는 순간,순간,순간 ······"

blanca 2010-12-17 21:26   좋아요 0 | URL
oren님..가족 중에 아프신 분이 있을 때의 그 무거운 마음과 힘듦을 기억하고 있어요. 정말 마음껏 한껏 다 표현하고 안아드리셨으면 좋겠어요. 벌써 하고 계시겠지만요.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현각스님, 제가 기억하는 그 하버드 출신의 스님이 맞나요? 아니면 혼동하고 있는 건지...순간경! 명언입니다. 순간 순간 마구 행복하고 마음껏 누리고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금요일밤의 여유와 펑펑 내린 눈의 행복 만끽하고 계시죠?

노이에자이트 2010-12-1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설>. 제가 갖고 있는 세로줄 2단 구식 번역본으로도 500쪽 가까운데 그걸 독파했군요.대단합니다.

blanca 2010-12-20 15:49   좋아요 0 | URL
노자님 세로줄이라구요? 세로줄이라면 예전에 <빙점>을 세로줄로 정말 힘들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정말 속도가 안 나더라구요. 이 책은 워낙 서사 중심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그렇게 더디지는 않았어요. 세로줄이었다면 아직도 읽고 있을 거예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0 17:51   좋아요 0 | URL
저는 세로줄에 익숙해요.돈을 아끼기 위해 헌책방에서 산 세로줄로 된 책들을 읽는 걸로 독서를 시작했으니까요.인문사회과학은 삼성문고로 시작했는데 국한문혼용에 세로줄이라 한자공부 겸 해서 읽었죠.소설은 을유문화사와 정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공부했는데 물론 본문이야 세로줄에 한글이지만 역주는 국한문혼용이더군요.누워 읽다가 그 자세로 문장 옆에 줄 그을 땐 세로줄이 더 편해요. 으하하하! 부럽죠?

2010-12-1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0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