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들 둘에 막내딸이라고 하면, 제가 고이 자란 양념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오빠만 둘이라는 건, 공주와 하늘땅만큼 차이가 난다는 거, 아시나요?
오빠들이 저지른 엽기사건 3가지만 읊어보겠습니다.

1. 내기 금물
여섯살 때 일입니다.
작은오빠와 큰오빠가 내기를 했습니다.
불개미는 사람을 무나 안 무나.
너무나 투철한 실험정신을 가진 두 사람은 불개미를 잔뜩 잡아 제 옷 안에 집어넣었고,
더 억울한 건 절대 엄마한테 이르면 안 된다고 으름장까지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날 밤 제가 펄펄 열이 나는 바람에 결국 오빠들의 만행은 발각되긴 했지요. 흑흑흑

2. 천리안 사건
초등학교 1학년 때 앞집 수정이와 제가 사이좋게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지요.
큰오빠와 그 친구인 도형오빠가 슬그머니 다가왔습니다.
오빠들은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천리안을 만드는 약이 있다며 친구와 나를 열심히 꼬셨죠.
긴가민가 하면서도 결국은 오빠들의 반협박에 넘어가 눈을 감았고, 오빠들은 열심히 약을 발라줬습니다.
"으아아악"
나는 울며 불며 화장실에 가 세수를 하고, 친구는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그제서야 겁이 난 오빠들이 내 친구를 업어 앞집에 내려주고 도망쳤다지요.
덕분에 큰오빠는 어머니에게 흠씬 매질을 당하고 앞집에 가서 무릎꿇고 손들고 싹싹 빌었습니다.
대체 뭘 발랐냐구요?
호랑이 고약을 아시는지?
제 친구는 너무 늦게 씻어내는 바람에 다음날까지 눈도 제대로 못 떠
병원가서 정밀검사를 받는 등 저보다 좀 더 심하게 곤욕을 치뤘죠. -.-;;

3. 해부할 게 필요해!
초등학교 2학년 때라 생각됩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오빠가 생물시간 해부실습을 위해 '해부셋트'를 사게 되었습니다.
미리 연습한다며 개구리를 잡아 해부를 시도한 건 좋았으나 마취약을 너무 적게 쓴 겁니다.
내장이 드러난 채 펄떡 펄떡 뛰어다니는 개구리는 정말 끔찍했어요.
간신히 개구리를 도로 잡은 뒤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앞마당에 생매장을 했지요.
그런데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오빠들은 새로운 해부감을 찾기 시작.
하지만 오빠들도 더 이상 생물 해부는 엄두를 못 내고 제 인형을 해부하기 시작한 겁니다.
마론인형 하나랑 못난이 인형 하나가 제가 가지고 있던 인형의 전부였는데,
그나마도 뇌수술, 심장수술, 사지수술로 모두 절단이 났고,
더 더 더 억울한 건 마론인형 뇌수술하다 해부칼이 부러져 새 해부셋트를 사야하게 된 큰오빠가
모든 죄를 저에게 뒤집어 씌운 겁니다.
어린 마음에 어찌나 억울하던지.
게다가 작은오빠는 내가(?) 해부한 인형이 꿈에 귀신되어 나올 거라고 하는 바람에
밤에 화장실도 못 가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금도 생생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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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11-20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오빠가 둘이란건 이런 끔찍한 일도 있는거군요. 휴~~ 갑자기 부모님께 감사하게 되었어요. 저에게 오빠를 만들어주시지 않은걸....^^

chika 2005-11-20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가 태권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그것도 다행이라 여겨주세요. 저는 한동안 연습상대로(태권도를 배우지 않는데도!), 네, 그것도 발차기 연습상대로 맞으며 살았던적도.... ;;;;

hnine 2005-11-20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들...너무해요...

mong 2005-11-20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들....이제는 잘해 주시죠? ^^
오빠없는 몽은 부러워 추천하고 가요~

호랑녀 2005-11-2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해리포터의 프레드와 조지 쌍둥이형제 수준이로군요.
울 오빠는 범생이였습니다.(집에서는!)
12살이나 어린 저랑 놀아준다고 태권도하다 제가 내지른 주먹에 코를 얻어맞아 일주일 동안이나 코피를 흘렸다죠 ^^

릴케 현상 2005-11-2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벤트 중이시군요...=3=3=3

라주미힌 2005-11-2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절 실험대상으로 ㅡ..ㅡ;;;;
준비물(이상한 화학재료) 줏어먹거나 바로 냄새를 맡고 그랬는뎅...

날개 2005-11-2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하하~ 조선인님 넘 불쌍해요..^^

▶◀소굼 2005-11-2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조선인님도 치카님도; 라주미힌님도;;

숨은아이 2005-11-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들로 태어나지 않은 게 울 엄마 아빠한테는 불만이었을지 몰라도 제 여동생한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네요. -.-

깍두기 2005-11-2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빠들 귀엽습니다.

가시장미 2005-11-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빠들은 너무해용!! 저도 저희 오빠 때문에 고생 많이 했는데.. 으흐흐흐
근데 그 독하다는 호랑이 고약을 눈에요? ㅠ_ㅠ 으메 생각만해도 따끔거려요 ㅋㅋ

조선인 2005-11-21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오빠가 있는 장점도 있답니다.
치카님, 그거에 일상다반사이고 사건이 아니니 안 썼죠. 큰오빠가 합기도를, 작은오빠가 권투를 했습니다. -.-;;
hnine님, 좋은 점도 있었어요. 자기들의 전용 장난감이니까 남이 손대는 꼴(?)은 둘 다 절대 못 봤지요. ㅎㅎ
몽님, 고3때는 오빠들이 저녁마다 마중을 왔지요. 덕분에 여고를 다니던 저, 무지하게 인기 좋았습니다. *^^*
호랑녀님, 제가 코피를 흘린 적은 많았습니다만. ㅎㅎ
자명한 산책님, 추천을 하셨다는 거죠? 그죠?
라주미힌님, 제 자신이 저지른 일도 좀 있죠. 건조제를 먹었다거나. 캡슐약을 분해해서 가루찍어먹기나.
날개님, 흑흑 정말 불쌍하게 여기는 거 맞아요?
소굼님, 여동생 있어요?
숨은아이님, 분명 다행이었을 거에요.
깍두기님, 지금 생각하면 천하무적 악동이었죠.
가시장미님, 님 얘기도 들려주세요.

릴케 현상 2005-11-2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지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