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꺼는 대로 삶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자유이지만 우리는 대개 이 자유를 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내가 엿본 여자의 내면은 하고 싶은 말들, 다른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오는 말들로 살아 생동하고 있었다.
- P12

그저 와이프일 따름이 구나. 이 남자는 행사 자리에서 만난 여자들 이름을 십중팔구 잊는 편이어서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였다.
그래서 늘 이름 대신 누구누구의 와이프 또는 여자 친구라고 칭했다. 마치 그 여자들에 대해선 누구의 배우자 또는 동반자인지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말이다.
우리에게 이름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누구인 걸까?
- P18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건 그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다는 의미다. 모두가 즐거이 누리는 가정, 순조롭게 기능하는 가정을 짓는 일은 수완과 시간과헌신과 공감 능력을 요한다. 다른 이들의 안녕을 건설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넉넉한 인심에서 비롯하는 행위다.
- P21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쟁취하고자 분투한 사람치고 그에 수반하는 비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 P26

이는 내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서 다룬 주제이기도 한데, 그 글에서 난 우리가 알기를 꺼리는 것들이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너무 면밀히 바라보려 들지는 않는 것들이 아닐까추측했다. 프로이트는 아는 것을 알지 않으려 하는 이런소망을 동기화된 망각motivated forgetting이라 불렀다.
- P96

헛간에서 메두사 신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내 안에 메두사가 들어앉았다. 메두사가 내 내면에 깃든 게 반길 일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메두사는 막강한 힘을지닌 여자이자 심기가 거슬린 여자였다. 남성의 시선을피해 눈을 돌리는 대신 정면으로 되쏘아 보며 맞서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두사는 신화 중에서도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고, 결국 여자가 잔혹히 참수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여자의 머리 (곧 마음, 주관, 주체성)와 몸의 분리로, 여자의 머리가 지닌 잠재력이 그만큼이나 위협적이란 듯이 말이다.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위협적인 여성 권력을 끝장내고 남성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에서 메두사를 참수한 것이리라 추정한 바 있다.  - P97

오웰은 1936년에 쓴 「코끼리를 쏘다』란 산문에서 제국주의자는 "가면을 쓰며, 얼굴이 가면에 맞춰 점차변해 간다"는 데 주목했다. 와이프 또한 가면을 쓰고, 그갖가지 변형된 모습에 맞게 얼굴의 양태가 달라진다. 집안의 주소득자인 여성 중에 그들이 성취한 성공을 빌미로 남자 식솔에게 간사한 제재를 받는 이도 있었다. 남성반려자가 원망과 분노, 우울감에 빠진 경우였다.  - P99

남자가 성공적인 사람으로 간주되는 이유가 여자들을 (가정에서, 일터에서, 침실에서) 진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면,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실패하는 것을 위업으로 여겨야 마땅하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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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진행 중일 때 우리는 그때까지의 일은 깡그리 잊는다. 그 직전까지는 우리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양. 행복은 오직 현재 시제로만 발생하는 감각이다.  - P14

온 세상이 죽도록 상상해 온 ‘여자‘가 ‘어머니였다. 향수에 젖은 환상으로 우리 삶의 명분을 바라보는 이러한 현상을 재조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작 우리 부터가 어머니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온갖 활개 치는 환상을품고 있었으며, 한술 더 떠 그에 못 미치거나 실망을 주고싶지 않다는 욕망을 저주처럼 달고 있었다. ‘사회 구조가상상하고 정치화한 ‘어머니는 망상임을 미처 납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은 어머니보다 이 망상을 더 사랑했다.  - P24

신가부장제는 우리에게 수동적이되 야심 찰 것을, 모성적이되 성적 활력이 넘칠 것을, 자기희생적이되 충족을 알 것을 요구했다. 즉 경제와 가정 영역에서두루두루 멸시받으며 사는 와중에도 우리는 강인한 현대여성이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만사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게 일상사였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 P25

둘째 단서는 백인 아이들이 속으로 흑인 아이들을무서워한다는 사실이었다. 무서워한다는 건 걔들이 흑인아이들에게 돌을 던지고 다른 못된 짓을 하는 걸 보면 알수 있었다. 백인은 흑인을 무서워했는데 이건 백인이 흑인에게 못된 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한테 못되게 굴면안전하지 못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안전하지 못한 기분이 들면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남아공의 백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 P52

아빠가 사라졌다.
탄디웨가 욕조에서 울었다.
피트는 이마에 구멍이 생겼다.
조지프는 손가락을 물어뜯겼다.
싱클레어 선생님이 종아리를 때렸다.
수박이 그새 자랐는데 난 거기 없었다.
마리아와 엄마는 멀리 있다.
조언 수녀님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빌리 보이는 감옥에 있다.
- P85

정치와 빈곤이 마리아를 자기 자식들로부터 격리시켰고 그 대신 돌봐야 하는 백인 아이들로 인해, 자기의 돌봄 아래 있던 모든 사람과사물로 인해 마리아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하루가 저물 무렵에야 그는 삶의 활력을 빼앗고 피로감을 안기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성품과 생의 목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신화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내 다른 기억들에 관해서라면알고 싶지 않다. 영국에 도착했을 때 내가 원한 건 새로운기억이었다.
- P100

웨스트핀칠리의 방에서 세상을 향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내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잔인해지고 타락하는 건지.
누군가를 못살게 굴거나 고문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인지정상인 사람인지. 백인 남자가 흑인 아이 뒤를 쫓도록 개를풀었는데 모두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때, 이웃도 경찰도판사도 선생님도 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라고 말할 때과연 삶은 살 가치가 있는 건지, 괜찮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고? 괜찮지 않다고 여길 그런 사람들이과연 세상에 충분히 있기나 한 걸까?
- P125

우리 집에 꿀과케첩과 땅콩버터 병뚜껑이 제자리에 있는 법이 없는 이유를뚜껑들도 우리처럼 제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한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에서 자랐고, 내가 어느 쪽에 속한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 P125

얼마 후에 중국인 가게 주인이 산길을 올라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면서 내게 다시 한 번, "살다 보면 간혹, 어디서시작하느냐보다는 어디서 그만둬야 좋을지 알아야 할 때도 있기 마련이지요"라고 말했다.  - P130

 "알고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는 종류의을 두고 우리는 어찌 하는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우리는 어찌하는가."
- P134

작가에게 있어 자기만의 방보다도 유용한 것은 전력을 공급해 줄 전기 연장선,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각각 사용 가능한 어댑터들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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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6-09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찌찌뽕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6-11 11:30   좋아요 0 | URL
오!! 찌찌뽕 반가워요. ㅎㅎ 저는 지금 살림비용까지 읽었는데 이번 주 리뷰를 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요. ㅎㅎ
 

이제 그는 임무를 완수했다. 경비병은 총을 바닥에 놓고, 난간에 나와 그가 다치질 않았기를 바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실제로 어둠 속에서 라차리는 쓰러지지 않은 듯 보였다.
그랬다. 라차리는 여전히 서 있었고, 말은 그와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사격 후의 정적 속에서 절망적으로 내뱉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모레토, 네가 날 죽이는구니!"
그 말을 내뱉고 라차리는 서서히 앞으로 고꾸라졌다. 트롱크는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여전히 꼼짝도 않았다. 그러는 동안 요새의 미로를통해 전쟁에 관한 웅성거림이 퍼져나갔다.
- P122

그날 아침 가시거리에 있는 사막의 삼각지대로 시선을 돌려 바라보던 그는, 이미 자신이 죽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꿈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꿈에는 언제나 부조리하고 혼란스러운 뭔가가 있는 법이라, 모든 건 가짜고 때마침 깨이나게 되리라는 막연한 느낌이 결코 가시지 않는다. 꿈에서의 일들은 정말이지 명확하지도 물질적이지도 않아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 무리가 행진하는 황량한 평야 같은 건나타날 수가 없다.
- P133

필리모레 대령이 이미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있다. 어떤 나이에 이르면 희망하는 데 큰 수고가 따르고, 더는 스무 살시절의 믿음을 되찾지 못한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그는 헛되이 기다렸다. 그의 눈은 지나치게 많은 명령서들을 읽었고, 너무나 오랜 세월 아침마다 변함없이 황량한 그 저주받을 평야를 봐왔다.
그래서 외인들이 나타난 지금, 대령에게는 거기에 분명 (실수만 아니었다면 너무나 좋았을) 어떤 실수가 있다는 확신이 든다. 어딘가 끔찍한 실수가 도사리고 있음이 틀림없다.
- P141

낡은 나무선반에 끈질긴 생명의 탄식이 다시 고개를 드는 시절이다.
아주 오래전 행복했던 한때, 그 나무는 파릇파릇한 열정과 힘으로 충만하고 가지에서는 새싹들이 움트곤 했으리라. 그러다 나무는 벌채되고말았고, 봄이 온 지금 갈라져나간 나무의 온갖 조각들에서 영원히 점점더 작아지는 생명의 고동이 다시 힌번 깨어나는 것이다. 예전에 품었던잎과 꽃들은 이제는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아 균열 같은 소음을 만들어낸 뒤, 이듬해까지 잠잠할 것이다.
- P176

그러면 요새여 영원히 안녕, 더 머무는 건 위험할 테니. 너의 간단한수수께끼는 풀렸고, 북쪽의 사막평원은 계속해서 황량하게 남으리라.
결코 적들은 오지 않고, 너의 먼지투성이 성벽을 공격하러 오는 이는아무도 없으리라. 영원히 안녕, 오르티츠 소령이여. 더는 이 초막 같은요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한 친구여. 당신처럼 다른 많은 이들이너무나 오래 희망을 고집해왔다. 시간은 당신들보다 훨씬 빨랐고, 당신들은 다시 시작할 수 없으리.
- P179

밤에는 유쾌하게 즐겨보려는 결심으로 늦게까지 집밖에 있었다. 매번 젊은이답게 사랑을 찾고 싶은 평범하고 막연한 기대를 품고 외출했지만, 매번 실망하여 돌아왔다. 그래서 그는 혼자 집으로 향하는 길이싫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집은 외롭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 P183

한때 간직했던 희망과 전쟁의 환상, 그리고 북쪽에서 내려올 적에대한 기대가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났다. 도시의 문명사회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지금, 그러한 꿈들은 유치한 광기처럼 보였다. 어느 누구도 그러한꿈을 믿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러한 과거를 웃어넘기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요새를 떠나는 것이었다.  - P206

"타타르인들… 타타르인들... 당연히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 그러다 그대로 믿게 된다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실제로 일어난 일이지."
- P211

었었다. 그 역시 사랑스럽고 순수했었다. 어쩌면 어느 늙고 병든 장교가 발걸음을 멈추고 쓸쓸한 놀라움으로 어린 그를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불쌍한 드로고." 그는 중얼거렸다.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무엇보다 자신이 세상에 혼자이며, 스스로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느 누구도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그는 깨달았다.
- P275

그는 그 경계 끝에서 어두워져가는 동심원의 그림자가 자기에게 다.
가오는 걸 느꼈다. 시간문제이리라. 어쩌면 몇 주나 몇 달쯤, 하지만 몇주나 몇 달 역시 죽음에서 우리를 갈라놓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다. 그러니까 삶은 일종의 장난으로 전락한 것이다. 자부심을 내세운 내기를 위해 모든 것을 잃고 만 것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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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게야. 틀림없어. 군인들 얘기를 믿게. 어떤 사람은 이 얘기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얘기를 하거든. 하얀 탑들을 보았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연기를 뿜어내는 화산이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네. 거기서 안개가 나온다고 말이야. 심지어 오르티츠 대위님도 뭘 보았다고 확신하신다네. 벌써 오 년쯤 된 일이지, 그분 얘기로는, 검고 긴얼룩처럼 생긴 지대가 있는데 숲이 틀림없어 보인다더군."
- P39

어른거리는 석유램프 불빛에서 벗어나 간이침대에 누워 있던 조반니 드로고는, 자신의 삶을 곱씹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이날 밤 - 오, 그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삼 같은 건 달아나버렸을 것이다 - 바로 이날 밤, 그에게서 시간의 돌이킬 수 없는 도주가 시작되었다.
- P60

조반니 드로고는 지금 제3보루 내부에서 자고 있다. 그는 꿈을 꾸며웃고 있다.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행복한 세계의 달콤한 이미지들이 밤이면 그를 찾아온다. 그기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언젠가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납빛 바다가 잎에 있고 하늘은 온통 흐린 잿빛인 그 아래, 주변에는 집도 사람도 나무도, 심지어 풀 한 포기조차 없이, 태곳적부터 모든 것이 그러한 곳에서 멈춰서게 될 자신을,
- P63

그들의 행운과 모험, 그리고 적어도 각자가 한 번쯤은 경험할 기적같은 시간이, 저 북쪽 사막으로부터 올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불분명해지는 이 막막한 우연을 위해, 군인들은 인생의 전성기를 요새에서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 P71

이 모든 일상이 지금은 그의 것이 되었고, 그것들을 포기하는 건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한데 이제 드로고는 요새를 떠나려면 얼마나 안간힘을 써야 하는지, 또 요새의 삶이 하루하루 별반 다르지 않은 나날들을 얼마나 어지러운 속도로 삼키게 될 것인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어제는 그제와 똑같았고, 그는 그날들을 더는 구분할 수 없을 것이었다.
사흘 전 일이든 열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든 똑같이 까마득하게 여겨질터였다. 그렇게 그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도피하고 있었다.
- P92

그러니까 경비병이 흥얼거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추위나 처벌에, 사랑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적대적이고 거친 산의 소리였다. 얼마나서글픈 오해인가, 드로고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게 이런 식일지 모른다. 주위에 우리와 비슷한 존재가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얼음과 바위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에게 인사를 하려 하지만 팔은 힘없이 떨어지고 미소는 사라져버린다. 우리가 철저히 혼자임을 깨닫게 되므로.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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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맛이 있다.

톡쏘는 맛, 오랫동안 우려낸 깊은 맛, 칼칼한 맛, 청량한 맛, 구수한 맛, 조미료범벅에서 느낄 수 있는 오묘한 맛 등등....

이 맛으로 책을 분류해봐도 재밌을 듯하지만 지금 그걸 다 꺼내보려니 잘 시간이고....

굳이 맛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 때문이다.

이 책의 맛은?

딱 심심한 맛이라고 하겠다.

뭔가 우와 하는 대목이 없다.

진짜 심심 심심.... 뭔가 소금을 더 쳐야 하나? 아니면 후추라도 뿌려야 하나?

그런데 그 심심한 맛이란게 또 은근히 끌릴 때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 맛, 은근히 끌리는 심심한 맛이다.

책은 순식간에 읽어지고, 아 심심해 하면서 덮게 되지만 은근히 끌리는 대목들이 있는 것.

사실 그 대목들도 책의 부제처럼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때문에 발생한다.

책 덕후가 아니라면 절대 이해하지 못할 뻘짓들을 모아봤다.

당연히 서재 지인들이라면 이 모두에 해당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나 역시 그렇다. ^^

 

 

 

 

 

 

 

 

 

그게 무엇이든 덕후의 삶은 꽤 풍요롭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고, 누리고 소장까지 할 수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같은 덕후끼리의 팬덤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책 덕후는 행복해지기 정말 좋은 덕후다.

다른 덕후에 비해 가장 싸게 누릴 수 있으므로 원하는 것을 왠만하면 소장할 수 있고, 책 덕후를 위한 도서관 문화는 우리 나라도 꽤 좋은 환경을 자랑하므로....

내가 피규어나 자동차나 비행기 덕후가 아닌게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그런의미에서 오늘 감사하게도 알라딘에서 오늘 내게 준 적립금을 몽땅 털었다.

오늘의 주문!

새 책들과 새로 나온 커피를 같이 맛보며 흐뭇할 다음 주의 나는 행복할 것이다.

덕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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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6-05 02: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심심해도 끌리는 게 있지요 다른 것보다는 책이 돈이 덜 들까요 저는 제 책이 아니어도 책이 많은 거 보면 기분 좋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 빌릴 때도... 요새는 책을 오래 못 봐서 별로 못 보지만... 다시 책 보는 데 시간을 더 들여야 할 텐데, 이런 생각한 지 좀 됐군요

바람돌이 님 사신 책 즐겁게 만나시고 커피도 맛있게 드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1-06-06 01:00   좋아요 3 | URL
그럼요. 제가 주변에 온갖 취미를 가진 사람을 봐도 책만큼 적은 돈으로 효과가 큰 취미가 없어요. 축구하면 축구공만 있으면 될 것 같죠? 아뇨 아뇨 신발이랑 축구복은 얼마나 비싸며 부대비용들이 얼마나 드는데요. 계속 계속요. ㅎㅎ 책이 제일 싸요. 저도 책이 많은 곳을 보면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누구네 집 서재든 다 좋더라구요. ^^

책은 화요일 배송이라니 천천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희선님 남은 일요일 편안한 주말 되세요. ^^

미미 2021-06-05 06: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다른 덕후들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책이 훨 재밌는데 그걸 모르고 저러고 있구나 하고...😳😆 도서관 마구마구 더 늘어났음 좋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06-06 01:03   좋아요 2 | URL
우리의 안타까움을 우리끼리만 나눌 수 있다는게 또 안타깝죠. ㅎㅎ
심지어 직장에서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제가 책 보는걸 너무 너무 부러워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보면 될텐데 말입니다. 아니 제가 무슨 재벌만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마구마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은 조금 작은 도서관들이 여기 저기 생기더라구요. 접근성을 높이는 이런 정책은 좋은 것 같아요. ^^

새파랑 2021-06-05 08: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 많이 가지고 다니는거 완전 공감되요. 대부분 안읽고 그냥 가져오지만 ㅋ 바람돌이님 구매책 5권 다 저한테 있는책이네요. 완전 기쁨^^ 읽은 건 1권밖에 안되지만 ㅎㅎ 역시 돈도 별로 안드는 책 덕후가 제일인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6-05 08:33   좋아요 4 | URL
저두요
같은 질문 많이 받아요
왜이렇게 가방이 무겁냐?
책을 왜 이렇게 많이 들고 다니느냐...ㅎㅎ

바람돌이 2021-06-06 01:05   좋아요 3 | URL
책 많이 가지고 다니는건 전 포기한지 좀 됐어요. 예전엔 그랬지만 이젠 조금만 무거우면 어깨가 너무 아파서요. ㅠ.ㅠ 이번에 구매한 책들은 전부 서재지인들이 극찬하신 책들만 모았다가 산거라서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다 있을거 같아요. ^^

scott 2021-06-05 12: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 덕후의 삶은 꽤 풍요롭다.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고, 누리고 소장까지 할 수 있다면 더더욱!!]
이거슨 우리들의 모습 !! ㅎㅎ
책을 구입하고 소유 하는 이들의 삶은 화려함보다 소박함!
여전히 활자의 힘을 믿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

주말! 개미지옥 알라딘에 장바구니 탈탈 터는 재미로 !

바람돌이님도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에 탐승 하셨군요

웰컴~웰컴~

바람돌이 2021-06-06 01:11   좋아요 4 | URL
나는 고백한다는 도대체가 탑승을 안할 수가 없는.....
이 책 뽐뿌가 어찌나 많은지 말이죠. 사실 도서과에서 빌려 읽을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많은 분들이 소장용이라고 하시는지, 빌려보면 아마 보고 다 본책을 다시 사는 일이 또 벌어질 것 같아서 그냥 구입하는걸로요. ^^

han22598 2021-06-05 12:5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냄새 맡는 거 참 좋아했는데 ㅋㅋ 요즘은 대부분 이북을 사서,,그냥 이북 리더기를 두드리거나, 쓰다듬곤 해요 ㅎㅎ
먼가 아쉬운 마음이 좀 있긴 한데, 리더기가 반들반들해져가는 모습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바람돌이 2021-06-06 01:15   좋아요 2 | URL
한님은 외국에 사시니까 한국어 책은 아무래도 전자책이 편하시겠죠? 그래도 진짜 글로벌 세상이라 전자책으로라도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저라면 고마울 거 같아요. ^^ 리더기가 반질반질해지는 경지라니 그 모습도 보고싶네요. ^^

mini74 2021-06-05 16:5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펠리시아의 여정 구입 *^^* 적립금으로 책을 사면 뭔가 뿌듯한 느낌입니다 ~

바람돌이 2021-06-06 01:16   좋아요 3 | URL
ㅎㅎ 맞아요. 제 돈으로 사도 뿌듯하긴 한데 적립금으로 사면 살짝 뿌듯함이 올라가는 기분이랄까요? ^^

붕붕툐툐 2021-06-06 00: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심심한데 끌리는 맛, 평양냉면?? 저는 책덕후 아닌걸로 판명 났어요;;;;;;
올려주신 것 중 해당하는게 하나도 없네용~ 마음으로만 깊은 공감을~ㅋ 새책 받을 때의 기쁨 만끽하세용!

바람돌이 2021-06-06 01:19   좋아요 4 | URL
아 툐툐님 진짜 평양냉면은 심심하다던데 제가 사는 남쪽의 평양식 냉면은 하나도 안 심심해요. 꽤 자극적인 맛이라죠. 이 동네 음식이 심심하면 망합니다. ^^
그나저나 툐툐님이 해당사항이 하나도 없다는건 약간 의외, 하지만 툐툐님만의 덕후력이 있잖아요. 매일 명상에 대한 글을 올리고 생각을 알려주시는 건 제가 절대 못하는 대단한 덕후력이라고 생각해요. ^^

들꽃 2021-06-1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데비텅님책 두권과 펠리시아의 여정 주문했어요. 주문하고 당일배송받아 데비텅작가책은 바로 다 읽었어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최세희작가님번역이라 믿고 주문하기도 했어요. 전 소설은 잘 안 읽지만 바람돌이님 후기 읽고 역시 모르는 작가지만 주문했어요.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