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진행 중일 때 우리는 그때까지의 일은 깡그리 잊는다. 그 직전까지는 우리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양. 행복은 오직 현재 시제로만 발생하는 감각이다.  - P14

온 세상이 죽도록 상상해 온 ‘여자‘가 ‘어머니였다. 향수에 젖은 환상으로 우리 삶의 명분을 바라보는 이러한 현상을 재조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작 우리 부터가 어머니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온갖 활개 치는 환상을품고 있었으며, 한술 더 떠 그에 못 미치거나 실망을 주고싶지 않다는 욕망을 저주처럼 달고 있었다. ‘사회 구조가상상하고 정치화한 ‘어머니는 망상임을 미처 납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은 어머니보다 이 망상을 더 사랑했다.  - P24

신가부장제는 우리에게 수동적이되 야심 찰 것을, 모성적이되 성적 활력이 넘칠 것을, 자기희생적이되 충족을 알 것을 요구했다. 즉 경제와 가정 영역에서두루두루 멸시받으며 사는 와중에도 우리는 강인한 현대여성이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만사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게 일상사였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 P25

둘째 단서는 백인 아이들이 속으로 흑인 아이들을무서워한다는 사실이었다. 무서워한다는 건 걔들이 흑인아이들에게 돌을 던지고 다른 못된 짓을 하는 걸 보면 알수 있었다. 백인은 흑인을 무서워했는데 이건 백인이 흑인에게 못된 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한테 못되게 굴면안전하지 못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안전하지 못한 기분이 들면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남아공의 백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 P52

아빠가 사라졌다.
탄디웨가 욕조에서 울었다.
피트는 이마에 구멍이 생겼다.
조지프는 손가락을 물어뜯겼다.
싱클레어 선생님이 종아리를 때렸다.
수박이 그새 자랐는데 난 거기 없었다.
마리아와 엄마는 멀리 있다.
조언 수녀님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빌리 보이는 감옥에 있다.
- P85

정치와 빈곤이 마리아를 자기 자식들로부터 격리시켰고 그 대신 돌봐야 하는 백인 아이들로 인해, 자기의 돌봄 아래 있던 모든 사람과사물로 인해 마리아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하루가 저물 무렵에야 그는 삶의 활력을 빼앗고 피로감을 안기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성품과 생의 목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신화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내 다른 기억들에 관해서라면알고 싶지 않다. 영국에 도착했을 때 내가 원한 건 새로운기억이었다.
- P100

웨스트핀칠리의 방에서 세상을 향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내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잔인해지고 타락하는 건지.
누군가를 못살게 굴거나 고문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인지정상인 사람인지. 백인 남자가 흑인 아이 뒤를 쫓도록 개를풀었는데 모두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때, 이웃도 경찰도판사도 선생님도 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라고 말할 때과연 삶은 살 가치가 있는 건지, 괜찮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고? 괜찮지 않다고 여길 그런 사람들이과연 세상에 충분히 있기나 한 걸까?
- P125

우리 집에 꿀과케첩과 땅콩버터 병뚜껑이 제자리에 있는 법이 없는 이유를뚜껑들도 우리처럼 제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한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에서 자랐고, 내가 어느 쪽에 속한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 P125

얼마 후에 중국인 가게 주인이 산길을 올라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면서 내게 다시 한 번, "살다 보면 간혹, 어디서시작하느냐보다는 어디서 그만둬야 좋을지 알아야 할 때도 있기 마련이지요"라고 말했다.  - P130

 "알고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는 종류의을 두고 우리는 어찌 하는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우리는 어찌하는가."
- P134

작가에게 있어 자기만의 방보다도 유용한 것은 전력을 공급해 줄 전기 연장선,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각각 사용 가능한 어댑터들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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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6-09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찌찌뽕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6-11 11:30   좋아요 0 | URL
오!! 찌찌뽕 반가워요. ㅎㅎ 저는 지금 살림비용까지 읽었는데 이번 주 리뷰를 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