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 간 하늘은 청명하기 이를 데 없고, 구름조차도 너무 맑아 눈이 부시다.

간밤의 비로 새벽에 집앞 하천이 넘쳤었는데 순식간에 물은 다시 빠지고, 오전부터 공원 관리하시는 분들이 분주하게 나와 흙탕물이 번진 산책길을 청소하신다. 

내가 매일 운동하는 저 길이 저렇게 늘 누군가의 노력으로 유지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참 감사하구나 싶어진다.

이 세상 살아가는거 순전히 내 힘으로 살아간다고 착각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의 일상이 유지되는걸 확인하는 순간이 있다.

또한 저렇게 나의 노력 또한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어주고, 삶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지 뭐 이런 기특한 생각도 하는 아침이다.


우리집 아이들이 중딩일 때 모두 하는 질문이지만,

"엄마 대학은 꼭 가야 돼? 안 가면 안돼"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대답이

" 아니! 꼭 가야 돼는건 아냐? 안가도 돼. 근데 중요한게 대학은 여름방학 겨울방학 합치면 방학이 5개월이야. 심지어 방학숙제도 없다? 이렇게 좋은 방학을 태어나서 한번 누려봐야 사는데 억울하지 않지 않을까? 음~~ 그래서 엄마는 너네가 대학을 갔으면 좋겠어. 뭐 가기 싫으면 말고..... "


올해 대학 1학년이 된 둘째 딸은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진짜 나에게 물었다.

"엄마 진짜 이제 방학 때 아무것도 안해도 돼? 공부도 안해도 돼고 숙제도 없어? 와 진짜 좋다~~~~ "


저 때는 몰랐지. 

이게 아이들을 위해서는 좋은거지만 헌신적인 엄마인척 해야 하는 나에게는 불행이라는 것을....

방학이 되면 모두 모두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을....

심지어 다들 나가는 시간도 달라 어떤 때는 아침밥상을 세 번이나 차려야 한다는 것을..... 

울집 식구들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게 안주면 아무 말 없이 그냥 안먹고 나간다.

그냥 헌신적인 모성애에 빙의한 내가 밥 못차려줘서 안달인 형국.... 아 짜증나......


이제 겨우 방학 끝나고 어제는 다 나가고 혼자 집에 있는데 너무 좋은거다. 

근데 딱 하루만에 태풍덕분에 오늘 모두 집구석에......

심지어 다들 재택근무 + 온라인 수업 중이라 조용히 하면서 비는 시간 맞춰 밥 챙겨주고, 간식 챙겨주고....ㅠ.ㅠ


그래도 또 나무님 플레이팅사진에 감탄해서 밥은 못찍고(왜냐하면 다 먹었으니까...) 간식타임에 사진 한장.

어제가  남편이가 ops에서 사온 간식들. 옵스의 티라미수는 항상 진리다. 너무 맛있어.... 처음 먹어 본 초코무스도 역시....

그리고 친구가 만들어준 꽃다발, 읽고 있는 책.



요즘 집에서 놀다보니 동네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중이다.

도시에 사는 것의 혜택은 이런 공공기관들 이용이 쉽다는 것.

원래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도서관 1군데만 이용했는데 요즘은 도서관 이용에 완전 재미붙였다.

우리집 반경 2Km안에 공공도서관이 무려 4군데나 된다. 

이건 내가 구의 경계선에 살다보니 그런 것이기도 한데, 어쨌든 이 4군데의 도서관을 다 이용할 수 있으니 뭐 보고싶은 책이 새로 나오면 뭐든지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책은 보고싶어서 신청햇는데 막상 받아서 1장 정도 읽다보면 패스 하게 되는 책도 있고, 의외로 재밋어서 열심히 보게 되는 책도 있고.....

저기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는 곽재식 작가의 책으로 처음 읽는데 의외로 재밌게 읽고 있다. 


어쨋든 내일부터는 또 다들 나가줄테니 에헤라디여~~~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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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06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 참 좋은 동네입니다 ㅎㅎ 도서관이 무려 4곳. 꽃도 티라미슈도 이쁩니다. 옵스 티라미슈 저 유리컵 씻어서 씁니다 ㅎㅎ 병원에 있을 때 자주 먹었네요. 하늘 너무 쾌청해요 오늘.

바람돌이 2022-09-06 16:55   좋아요 1 | URL
제가 구 경계에 살다보니 그렇네요. ㅎㅎ 저도 저 유리컵 씻어서 사용해요. 저 티마미슈 사악한 가격이 아마 그릇 가격인듯요. ㅎㅎ

파이버 2022-09-06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풍 걱정했는데 무사히 지나가서 다행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안전이 제일인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님 댁 근처에 도서관이 4곳이나 된다니 부럽습니다♡

바람돌이 2022-09-06 17:28   좋아요 3 | URL
그럼요. 안전이 제일이죠. 포항에서 주차된 차량 빼러 가신 분들이 행방불명이라니 걱정입니다. 아 태풍에 차보다 사람이 더 중요한데 말이죠. 설마 그렇게 급하게 물이 차리라고 생각을 못하신걸까요ㅠ.ㅠ
도서관이 많은건 좋은데 빌린 책도 너무 많아서 다 못보고 반납하기를 반복 중입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9-06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지나가고 쨍하게 나타난 맑은 하늘이 참 좋았던 하루입니다. 사진 찍는걸 잊었네요ㅎㅎㅎ
제가 사는 도시는 권역이 넓어서 도서관이 여러 개라고 해도 다니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이 2군데 정도 있는데 가는 곳만 가게 되더라구요. 1군데는 주변이 아직 공사중이라 시끄럽기도 하구요^^;
빌려서 보면 저는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져서... 빌려보는 책은 부담없는 책들로 보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2-09-06 17:39   좋아요 2 | URL
저는 저희집을 중심으로 동그라미로 한바퀴 휙 돌면 된다는..... ㅎㅎ
그중 한군데는 앞에 기가막힌 붕어빵을 파는 가게가 있어 좀 슬퍼요. 그거 사먹고 얼굴살이 또 포동포동....ㅠ.ㅠ
빌려서 보면 아무래도 좀 그렇죠. 그런데 또 산 책은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 생각하니 또 자꾸 밀리는.... 아 진짜 책의 세계는 뭘 먼저 읽을까로 내내 고민이라는.... ㅎㅎ

햇살과함께 2022-09-06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옵스 너무 좋아요~
저희 가족도 부산 갈 때 마다 옵스에 들러서 빵이랑 케익이랑 젤리랑 꼭 사먹어요.
이번 7월 휴가 때도 가서 잔뜩 사와서 저녁 한끼는 옵스로 해결 ㅎㅎ
바람돌이님 스푼과 컵이 너무 귀여운데요? ㅎㅎ

바람돌이 2022-09-06 17:56   좋아요 1 | URL
요즘은 어느 동네를 가나 맛있는 빵집이 다 있죠. 옵스는 특히 케익류랑 쿠키가 맛있는 듯.... 하지만 여기도 어찌나 비싼지 자주 사먹지는 않습니다.ㅎㅎ
스푼은 아이들 고등학교 다닐 때 쓰던거....스누피 컵은 항상 옳다고 생각합니다. 예뻐요. ^^

단발머리 2022-09-06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숙제 없는 방학을 위해 열공하는 아이들.. 넘넘 바람직합니다^^ 바람돌이님 상차림이 너무 우아해서, 밥 먹고 배불러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부럽습니다@@

바람돌이 2022-09-06 20:14   좋아요 1 | URL
열공이라뇨. 저희집에서 열공하는 사람 저밖에 없습니다. 중고딩때도 안하던 공부를 무슨 대학에서 하겠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9-06 23: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학을 가야하는 절대적인 목표!!
너무 창의적이고 기발하여 저도 써먹어야겠어요.
울집 둘째들...특히 막내가 농띠라..ㅋㅋㅋ
근데 아까 프레이야님 서재도 들렀다 왔는데 부산은 아름다운 도시군요?
꽃이 만발하네요??^^
바람돌이님 예쁜 곳에 따로 안다니셔도 되시겠어요. 이미 댁에서 예쁘게, 우아하게 티타임과 독서시간!!! 부럽습니다^^
지붕 없는 집에서요ㅋㅋㅋㅋ
저 아까 응? 하면서 한참 웃었어요ㅋㅋㅋ
옵스~ 저희 동네에도 있거든요. 저는 그집에 잃시찾 읽을 때 마들렌 사러 한참 뛰어갔었네요. 거리가 좀 있어서요ㅋㅋㅋ
예전에 부산에 잠깐 살았을 때, 둘째들 낳고 조리하고 있는데 남편이 옵스 빵이라고 한 봉지 사다줘서 처음 먹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전 세상에서 옵스 빵이 제일 맛난 줄 알았어요.ㅋㅋㅋ
근데 저희 동네 옵스는 그때 부산에서 먹던 그 맛이 왜 안나는지 모르겠네요? 가격은 여전히 비싸던데????

바람돌이 2022-09-07 10:56   좋아요 2 | URL
우리집 애들은 둘 다 공부를 너무 싫어해서, 저렇게 대학가면 막 놀수 있다라고 말이라도 해야 가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전략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둘 다 참 잘 놀고 있습니다. 하기야 뭐 열심히 하나 놀아제끼나 취직 안되는건 똑같으니 나중에 후회라고 없게 잘 놀아라 뭐 그러고 있어요. ㅎㅎ
옵스는 이 동네도 몇군데가 있는데 역시 원조 해운대 본점이 또 제일 맛나다는..... 왜 그럴까요? ㅎㅎ

희선 2022-09-07 0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이 자기 할 일을 해서 자신이 살아가기도 하는군요 전기 수도 도시가스... 생각하면 사람은 많은 사람 도움을 받고 살죠 평소에는 그런 거 잘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만 생각해도 괜찮겠지요

태풍이 집안 식구를 모두 집에 머물게 했군요 바람돌이 님은 식구들 밥 챙겨주려고 애쓰셨군요 간식이 예쁘네요 예쁜 게 맛도 좋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9-07 10:58   좋아요 2 | URL
예뻐서 더 맛있기도 하죠. ㅎㅎ 아 근데 이렇게 달달한건 이제 그만 먹어야겠어요. 이상하게 요즘 자꾸 저런걸 먹을 일이 생겨서 얼굴이 계속 포동포공해지고 있다는..... ㅎㅎ
가끔이라도 나를 편하게 살게 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면 제 생활도 좀 더 성실해지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han22598 2022-09-07 0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는 시기...일시적이고 특정한 대상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어요.........으흐흐흐 바람과 돌님 ㅎㅎㅎ

바람돌이 2022-09-07 10:59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면 여름휴가가 한달쯤 되는 시대가 올까요? 저렇게 대학만큼은 아니라도 적어도 1년을 열심히 일하면 1년 중 한달 정도는 휴가가 있어야 재충전이 제대로 되고 삶의 질도 좀 올라가지 않을까 싶거든요.

새파랑 2022-09-07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시간을 잘 보내시고 있군요.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잘 빌리지는 않은데 가서 책 구경만 해도 좋더라구요 ^^

바람돌이 2022-09-07 11:00   좋아요 2 | URL
저는 도서관 갈때 세금내는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 열심히 빌리고 열심히 희망도서 신청해서 새 책도 받아보고 합니다. 그리고 서가들 사이를 거닐며 제목이 맘에 드는 책들을 꺼내보는 것도 좋구요. ^^

mini74 2022-09-07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
1.대학가면 실컨 논다
2.대학가면 이성친구 생긴다 는 개뿔 순사기라며 ㅎㅎ 엄마들의 2대 거짓말이라고 우리 조카들이 그러다라고요 ㅎㅎ저희 애는 둘러봐도 여자동기조차 찾기 힘든 ㅠㅠㅠ 하늘도 티라미수도 탐나네요 ㅎㅎ 제일 부러운건 도서관!! ㅎㅎ

바람돌이 2022-09-07 21:09   좋아요 2 | URL
저 1번과 2번을 저희집 큰 딸래미는 다 하고 있습니다. 공부빼고는 다 합니다. ㅎㅎ
둘째는 이성친구에게는 1도 관심없고, 오로지 공부를 안한고 놀아도 된다는 것에 너무 행복한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고딩때 공부할때만 우울증 걸리는 아이였거든요. ㅎㅎ
내일 미니님 동네 하늘도 맑을 것이며, 티라미수는 찾으면 맛난데가 미니님 주변에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도서관은 제가 어쩔수가..... ㅎㅎ

호우 2022-09-08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공도서관이 네개나 있는 동네라니 상상만으로도 멋집니다. 곽재식 작가 좋아하는데 읽어봐야겠네요.

바람돌이 2022-09-08 22:38   좋아요 0 | URL
구 경계에 살면 그렇게 되네요. ㅎㅎ 저는 곽재식 작가 처음 읽었는데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scott 2022-09-08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산의 하늘이
서울 보다 높고 청명해 보입니다!
(냠냠이도 항상 더 크고 맛나보임)

아이들 넘 착한 것 같은데요
놀아도 되나요?
(전 부모님에게 물어 본적이 없음ㅎㅎ)

바람돌이 2022-09-08 22:40   좋아요 0 | URL
태풍이 지나간 자리라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평소에도 그럴것 같네요. 일단 중국에서 쬐끔 더 멀잖아요. ㅎㅎ
저희집 둘째가 물어본건 허락을 요구한게 아닌데요. 대학에 숙제가 없다는걸 확인하는 의미였지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