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동시대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전기를 쓰는 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아주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어떻게 쓰는가가 문제다. 비타는 올랜도라는 젊은 귀족 남성이 돼야 한다. 리튼도 써야 한다. 사실 그대로. 그러나 환상적이어야 한다. (울프 일기 195쪽)


이 짤막한 일기 글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의 시작을 알 수 있다.

걸작 <등대로>를 쓰고 난 이후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자 약간 장난스런 기분으로 쉬는 마음으로 시작한 소설이 바로 <올랜도>다. 그녀의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를 주인공의 모델로 하면서 연대기를 쓰듯 또는 연애편지처럼 가볍게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책의 시작은 다른 버지니아 울프의 책처럼 어렵지 않다.


16세기 끄트머리 이제 열일곱살이 된 올랜도는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아름다운 귀족 소년이다.

얼마나 귀족이냐고?

그의 집에 엘라자베스 1세가 방문할 정도로.....

그 여왕의 방문의 날 그는 여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 식탁옆에서 종이와 맥주를 마주한 뚱뚱하고 초라해보이는 남자를 스쳐지나가는데 그는 바로 세익스피어.

그 때 느꼈던 기묘한 감각은 문학에 대한 올랜도 평생의 희구를 암시한다.


여왕은 그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여 그를 궁정으로 불러 궁정귀족의 지위를 주고 그는 귀족청년으로서 승승장구한다.

그가 러시아의 공주 사샤를 만나기 전까지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사샤에게 빠져드는 올랜도, 첫사랑은 너무도 강력하여 그의 눈과 정신 모두를 멀게 하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걸 버릴 수 있는 청년으로 만든다.

세상에 어려움이라고는 모르는 이 광기야말로 젊음의 특권인것을 어쩌겠는가?

하지만 사샤는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많은 것이 복잡해보이는 여인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주인공은 올랜도이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둘이서 떠나자고 약속한날 그녀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고, 그날 내린 비로 런던의 얼음이 모두 녹아 런던은 대홍수에 휩싸인다. 

사나운 흙탕물이 쏟아지는 광경 속 수많은 집들과 사람들이 하염없이 떠내려가면서 보이는 온갖 광경의 묘사는 압권이다. 

떠내려 가는 얼음조각들 위에서 무릎을 꿇은 사람,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이, 성경을 읽는 사람, 개과천선을 맹세하며 기도하는 사람, 멍한 사람, 허세를 부리며 노래하는 사람, 아일랜드인에게 이 재해의 책임을 돌리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사람, 자신의 은주전자 같은 보물들이 가라앉는걸 차마 보지 못해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 한 페이지의 묘사에 온갖 인간의 모습이 모두 자리잡은듯 하다.

이전 <등대로>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던 버지니아 울프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면이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결국 올랜도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러시아로 떠나는 사샤의 배다.

첫사랑의 배신 앞에 놓인 올랜도에게 다다른건 부서진 옹기 하나와 지푸라기 하나(59쪽)다.

그의 젊음의 한 때가 끝났다. 


나는 <올랜도>를 반쯤 장난스런 문체로, 사람들이 단어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 매우 분명하고 평이하게 쓰고 있다. 그러나 진실과 환상은 주의깊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울프 일기 201쪽)


아직은 그래 아직은 괜찮다. 읽을만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일기에서 얘기하듯 분명하고 평이하게 쓰고 있다지 않은가말이다.

실연 후 올랜도는 궁정에서 쫒겨나다시피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잠에 빠진다. 

이번의 첫 잠은 그리 길지 않다. 일주일.

첫사랑의 아픔이란 격렬할 뿐 그리 깊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의 생활은 고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고독해지는 순간 자기 내면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고, 올랜도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필생의 작업이 될 그의 단 하나의 작품 <참나무>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쓰야할지 모른다.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들은 어쩌면 울프 자신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랜도는 그래서 도움을 줄 사람을 구하기로 하고, 이 때 등장하는 인물이 니콜라스 그린이라는 작가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야말로 뻔뻔한 사기꾼에 가까운 이로 올랜도의 글에는 관심이 없다.

자만에 가까운 자의식에 가득찬 이 인물은 자신이 필생의 역작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줄 후원자가 필요했을 뿐.....

니콜라스 그린과의 관계 역시 당연하게 인간에 대한 환멸과 배신으로 끝난다.

올랜도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나 확신 없이 누군가에 기대 삶의 기쁨을 찾거나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것은 그저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그린과의 관계가 보여준다. 여인이든 시인이든 관계의 끝이 허망한 것은 똑같다.

2장에서 올랜도의 삶은 고독을 지나 이제 다른 인생의 기쁨을 찾기 위한 온갖 시도로 점철되어 있다.

파티, 집장식, 전원생활 등등등....

그러나 그가 진정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그의 조용한 방에서 <참나무, 한수의 시>를 쓰고 또 쓸 때이다.

지워지는 것이 많아 늘 처음 시작점과 쓰여진 양은 달라지지 않지만....

그러나 그의 글은 현란함은 다듬어지고, 그의 장광설은 억제되었으며, 산문의 시대가 따뜻한 샘을 얼어붙게하고 있었다. (101쪽)

이런 올랜도에게 다시 자칭 루마니아의 대공부인 해리엇 그리젤다라고 하는 여인이 찾아온다.

올랜도의 초상화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며 올랜도의 집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는 매일 찾아오는 이 여인의 존재는 수상쩍다.

그 수상쩍음이 무엇이었는가는 책의 뒤편에 다시 등장한다.

기대하시라...... 입이 딱 벌어진다. 

어쨌든 이 여인의 구애는 올랜도를 곤혹스럽게 하고 도피하고싶게 만든다.

올랜도는 이제 터키 대사가 되어 터키로 떠난다.


<올랜도>, 이것이 이번 가을의 중심 과제다. 평론을 쓰고 있을 때는 하루나 이틀 아침을 제외하고는 결코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없다. 오늘 아침에 제3장을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뭔가 배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농담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런 평이한 문장이 좋다. 그리고 기분 전환으로 시도해본 양식도 마음에 든다. 물론 깊이가 너무 없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튀겨놓은듯. (울프 일기 202쪽)


깊이가 없다뇨. 

버지니아 언니 책 중에 이정도로라도 책장이 넘어가 주는 책은 이 책밖에 없었다고요.

그리고 이걸 평이하다고 하다뇨. 그저 등대로나 델러웨이 부인에 비해서 읽기가 좀 나은건 맞지만 이걸 평이하다고 하면 언니의 정신세계는 도대체 어디쯤에 위치해있는건가요?

그럼에도 언니의 문장은 여전히 사람을 혹 빨아들이니 그냥 계속 깊이가 없는 채로 가주시는건 어떨지요라고 막막 주장하고 싶은데..... 인생이 어디 뜻대로 되는게 있던가? 책도 내가 작가가 아니니 뜻대로 안 될게 뻔하고말이다.


터키대사로 콘스탄티노플로 간 올랜도는 매일 아무 의미없는 형식적인 외교적인 절차를 되풀이한 덕분에 공을 인정받아 공작도 되고 출세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는 어디서나 화제 만발이고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하지만, 그의 내면은 공허하다.

그리고 공작의 관을 쓰던 날 올랜도는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그의 꿈속에 순결, 정절, 겸손의 여신들이 들어와 올랜도에게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붓고, 진실을 외치는 고함들속에서 올랜드는 깨어난다.

이제 그는 여자가 되었다. 

이제 올랜도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집시와의 방랑이라는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다가 이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다. 여인으로서....

여성으로서의 경험에 대한 올랜도의 생각은 "여성들은 타고나기를 순종적이지 않으며, 순결하거나 향기롭거나 세련된 차림을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 없이는 인생의 즐거움 어느 하나 향락할 수 없는, 이 미덕들을 지겨운 훈련을 통해 얻을 뿐이다"(139쪽)라는 말에 집약되어 있다.

남성으로서의 올랜도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이 이제 올랜도에게 다가온다.

자유롭게 살던 남성 올랜도는 여성적 미덕들로 추앙받는 것들이 그저 참고 견디는 훈련을 통해 강제된 것일 뿐이며, 남성일 때는 중요하지 않던 옷이 여성일 때는 다른 사람의 존중과 친절을 얻어 낼 때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심지어는 이제 여성이 된 그녀는 남성이 없이는 자신의 재산을 소유할 수도 없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인간 올랜도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여성 올랜도는 남성 올랜도와 완전히 다르다고 인식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전에 올랜도를 터키로 가게 했던 지겨운 루마니아 대공부인 해리엇이 다시 등장한다.

심지어 남자로.... 그는 해리엇 대공부인이 아니라 해리 대공이었던 것이다.

올랜도처럼 성별이 바뀐 것은 아니고 같은 성별인 올랜도의 초상을 보고 한눈에 반한 그가 여장을 하고 올랜도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의 집 근처로 왔던 것.

이제는 올랜도가 여자가 되었으니 그는 여장을 멈추고 남성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인다.

아 이정도면 찐사랑인가?

올랜도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올랜도만을 바라고, 그는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이 돋보인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므로 올랜도는 그런 맹목적인 구애에 당혹해하고 벗어나고싶을 뿐이다.

사실 이게 현실이지. 그리고 올랜도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의 맹목적인 사랑에 기대어서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올랜도는 올랜도 자신이 무엇인지를 여전히 고민하고 찾고 있다.

그녀의 내면에는 남자와 여자가 혼재해 있어, 하나의 성이 전면에 나서는가 하면 다음에는 다른 성이 우위에 서고(167쪽) 있는 중이다.


<올랜도>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쩌다 그처럼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일까! 마치 태어나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을 밀쳐낸 듯하다..... 정신은 풍자적이고, 구조는 환상적이다. 정확히 그렇다. (울프 일기 206쪽)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빨리 썼다. 이 책은 전체가 농담이다. 그러나 즐겁게 빨리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울프 일기 212쪽)

다루고 있는 소재가 더 재미있으며, 인생에 더 애착이 있으며, 더 폭이 넓다고. 사실을 말하자면, 장난삼아 시작했던 일이 뒤에 가서는 진지해진 것이다. 그래서 통일성이 부족해졌다. (울프 일기 218쪽)


<올랜도>에서 시간은 순차적인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

300년을 산 올랜도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잠이 들고 어느 지점에서 훅 시간이 지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100년전의 사람이 그대로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맹목적으로 올랜도에게 구애하는 루마니아 대공이 그런 인물이다.

그러므로 300년의 시간을 선형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미리 포기하고 읽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듯이 이 책은 환상에 그 구조를 두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말이 되냐고 하는 질문은 살짝 접어두어야 한다.

5장에 이르면 이제 19세기다. 

5장의 시작은 19세기 영국 사회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영국의 기후 변화와 그것이 인간의 심성에 끼치는 영향, 남녀의 성차가 오히려 강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현실등을 묘사하는데서는 그녀가 얼마나 민감하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 내에서 자아를 완성해가는 올랜도는 자신이 찾고 싶은 것을 "인생! 연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생! 남편!"이 아니라...

그러나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시대정신은 여성에게 철저하게 억압적이었고, 이전의 보다 느슨한 사회를 살아왔던 올랜도에게는 구속과 패배로 느껴진다.(여기서 영국인인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 나라의 각 시대에 대한 평가도 엿볼수 있다.특히 여성의 위치에 입각한면에서.)

빅토리아 시대를 상징하는 복장이 크리놀린 드레스라면 올랜도에게 이 드레스는 자유로운 삶을 구속하는 억압에 다름 아니다.(크리놀린 드레스는 옷 자체로 여성억압을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 드레스를 입기 위해 허리를 극단적으로 조이는 모습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리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이 드레스는 이후 어떤 저택에 화재가 났는데 남자들은 다 무사히 탈출했는데 크리놀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작은 문을 통과하지 못해 대부분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후 엉덩이 부분만 부풀린 버슬 드레스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영화 올란도의 한 장면>


소설 <올랜도>에서는 이처럼 곳곳에서 복장을 매개로 한 여성 억압과 사회적 편견을 보여주는 곳이 등장한다.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예리한 시선이 미치지 않은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잠시 올랜도는 시대정신에 굴복해 결혼을 열망하지만 이 열망은 진정한 열망이 아니라 시대에 어떻게든 편승해보려고 결혼을 열망하는 듯이 자신을 속여보기도 하고, 몰래 결혼반지로 유행하는 스타일의 금반지를 사서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한다. 

또한 점차 자신을 잃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맞춰지는 자신의 행동양식, 마음의 변화에도 당황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묘사하는 것은 정말 버지니아 울프만이 할 수 있는 서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자연과 주인공의 마음을 교차시키면서 온갖 비유들을 모두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복속시키는 길고 긴 서술이 장황하지 않게 주인공의 마음에 독자가 깊이 감정입하도록 고조시키는 글쓰기의 힘은 박력 그 자체다.

이러니 어떻게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 빨려들지 않을 수 있을까?


어쨌든 모두가 예상하듯이 올랜도는 자랑스럽게 이런 굴복에서 벗어난다.

올랜도가 누구인가?

300년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온갖 삶의 과정과 심지어 여성과 남성의 삶까지 모두 섭렵한 인물이 아닌가?

이런 인물이 비인간적인 시대적 억압에 굴복한다면 이 소설은 살아남지 못하지 않았을까?


자신을 잃어간다는 초초감속에서 헤매이는 순간 올랜도에게 진짜 사랑이 나타난다. 

그들은 만난지 몇 분만에 약혼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쉘, 당신은 여자예요!" 그녀가 외쳤다.

"당신은 남자예요, 올랜도!" 그가 외쳤다.(221쪽)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이 남자에게도 올랜도에게도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다.

그들은 둘 다 남자일수도 여자일수도 있는 그저 자존감과 자신의 고유성과 삶을 가진 인간으로 묘사된다.

올랜도와 달리 이 남자에게는 어떤 구체성도 부여되지 않는다.

그는 올랜도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그리고 바람이 불면 항해를 위해 떠난다.

사랑과 결혼이 서로의 삶의 형태를 간섭하지도 바꾸지도 않는다.

각자 자기의 삶을 살고 그리고 사랑한다.

이제 올랜도는 자신의 필생의 과업인 <참나무>시를 완성할 수 있다. 


그녀는 자기 시대와 싸울 필요도 없고, 그것에 굴복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바로 그 시대에 속하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남아있었다. 그런고로 이제 그녀는 글을 쓸 수 있었고, 실제로 글을 썼다. 그녀는 쓰고, 쓰고, 또 썼다.(234쪽)


올랜도는 이제 마음껏 "신난다. 신난다."를 외칠 수 있는 인간, 세상이 바뀌어도  불변하는 것이 있음을 자각하고 누릴 수 있는 인간, 삶의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으로 드디어 태어난다.


그러나 <올랜도>는 확실하고 분명하고 압도적인 충동이 가져다준 결과물이다. 나는 장난을 하고 싶었다. 나는 공상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이것은 중요한 사실인데) 사물에 만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 이 기분은 아직도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울프일기 232쪽)


확실히 <올랜도>는 이전에 읽은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와는 많이 다른 책이다.

아마도 맘껏 상상하고 환상을 창조하고 싶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이 반영된 탓일테다.

그럼에도 이 책은 누가 봐도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라는 것을 조금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온갖 사물과 상황과 정경들을 주인공의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서술이 버지니아 울프의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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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1-19 00:3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랜도를 울프 일기와 함께 읽었어요.
그래서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고 너무 무겁게 접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버지니아 울프가 아니면 이 소설을 누가 쓸 수 있을까요!
그냥 올랜도가 버지니아 같았어요^^

바람돌이 2022-01-19 00:57   좋아요 7 | URL
작년에 이어 버지니아 울프 전작 읽기에 계속 도전 중입니다. 읽다보니 올랜도가 처음과 뒷부분이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좀 고전햇어요. 그래서 좀 더 이해해 보려고 사두었던 울프일기를 펼쳐 읽었는데 이게 의외로 도움이 되더라구요. 버지니아는 이 책을 비타에게 헌정하고 그녀를 모델로 했다지만 저도 오히려 버지니아 그녀 자신으로 읽히더라구요.

새파랑 2022-01-19 00:36   좋아요 1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은 <올랜도>를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 저는 울프 책중 이 책이 제일 어려웠어요 ㅎㅎ 시대와 공간이 급하게 변하다 보니 못따라가겠더라구요 ㅋ

<울프 일기>와 함께 읽으셔서 더 좋았을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01-19 00:59   좋아요 7 | URL
이 책이 초반에 좀 읽기 쉬워서 오 버지니아 울프 언니 고마워요 읽다가, 뒷쪽에서 뒤통수 확 후려치는.... ㅎㅎ
그래서 저는 울프일기도 같이 읽었지만, 이 글 쓰면서 거의 책을 다시 보다시피 했어요. 어떤 면에서는 등대로보다 더 어렵다는 느낌 이해가 가기도 해요. 뒷부분 읽으면서는 저도 막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

희선 2022-01-19 02: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올랜도는 삼백년이나 살았군요 시간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다니...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을 즐겁게 쓴 것 같네요 자신도 올랜도처럼 되고 싶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결혼도 그때와는 많이 달랐겠습니다 이것도 버지니아 울프가 바라는 거였겠네요


희선

골드문트 2022-01-19 06:23   좋아요 7 | URL
올랜도, 아직 살아 있어요. 어제 신도림역 3번 출구에서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민 온 건 아니고 잠깐 다니러 왔다고 BBC에서 얘기했던 게 기억나기도 하고요. 영어방송이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stella.K 2022-01-19 15:51   좋아요 4 | URL
골드문트님 또 취기가 오르셨나 봅니다. ㅋㅋ

희선 2022-01-21 00:02   좋아요 2 | URL
올랜도가 아직 살아 있군요 지금은 여성일지 남성일지... 여성으로 여성이 살기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1-22 16:22   좋아요 1 | URL
??? ㅎㅎ

바람돌이 2022-01-22 16:25   좋아요 3 | URL
여성이든 남성이든 한 인간으로서 소중하고, 결혼이든 뭐든 그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하는데 삶의 기쁨이 깃들수 있다는 점에서 올랜도는 지금의 모든 인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골드문트님이 비록 취기에 하신 말씀이지만 바로 이런 뜻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죠? ㅎㅎ

다락방 2022-01-19 08:2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오, 울프 일기와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된다니, 좋은 팁 얻어갑니다. 일단 그러면 울프 일기를 사야겠네요. 이런 참...

바람돌이 2022-01-22 16:12   좋아요 3 | URL
올랜도를 읽을 때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어느정도 지침을 주더라구요. 이번에 저도 처음 시도해봤는데 앞으로 울프 책 읽을 때마다 울프 일기와 함께 읽어야기 생각하게 되었어요. 울프 일기가 또 벽돌책이라 한꺼번에 읽기에는 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또 일기다 보니까 특정한 흐름이 없어서 리듬을 타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읽으니 울프 책도 이해가 잘되고, 울프 일기도 잘 읽어지고 1석2조라죠. ^^

책읽는나무 2022-01-19 08:5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도 꿀팁이에요^^
예전에 울프 책 읽다가 어려워 포기했었는데 전작하려고 일단 조금씩 책 사다 놓기만 하고 있거든요. 올랜도 책 보니까 솔 책인 것 같아 반가웠어요. 저도 솔 출판사로 깔맞춤 결정 내려 현재 두 권 모셔 놓았습니다ㅋㅋㅋ
그런데 울프 일기도 미리 읽어야 하는군요??
아........

바람돌이 2022-01-22 16:15   좋아요 4 | URL
아 나무님 울프일기 사신 페이퍼 봤어요. 죄송해요. 벽돌책이건 얘기 안해서....ㅠ.ㅠ
울프일기는 한번에 완독은 못하겠더라구요. 울프 연구자도 아닌 우리가 그냥 쭉 읽어내려가기에는 재미가 없어서... 어쨌든 일기잖아요. ㅎㅎ 울프 책과 함게 그 책이 출간된 연도 찾아 전후로 읽어주는 방법으로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 아 그리고 제 경우엔 울프 일기를 미리 읽는 것 보다는 책을 읽고 후에 읽는게 더 좋았던거 같아요.
저도 솔출판사 깔맞춤으로 사고 있는데 지금 6권 샀어요. 다음에 출항 읽으려고 준비 중.... 여기서 고민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등대로를 사서 시리즈를 완성하느냐 마느냐라죠. 물론 등대로에서 울프에게 혹 반한 저이니 아마 사겠죠? ㅎㅎ

미미 2022-01-19 09:3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 울프일기는 조금 읽다 말았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는 줄 알았으면 <올랜도>읽을 때 같이 볼껄 그랬어요! 바람돌이님 이 글, <올랜도>를 앞으로 읽을 분들에게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줄 듯 합니다. 다시 감동이 살아나면서 한 번 더 읽은 기분이예요 ^^ <올랜도>도 재독하고 싶어졌어요!!

바람돌이 2022-01-22 16:17   좋아요 3 | URL
울프 책은 계속 재독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저는 댈러웨이 부인이랑 자기만의 방은 리뷰를 못썼는데 그 이유가 다시 읽어야 뭔가 울프를 제대로 읽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막 들더라구요. ㅎㅎ 나중에 울프 다른 작품들 다 읽고 나면 저 책들도 다시 읽고 울프 일기랑도 같이 읽고 리뷰에 도전할래요. ^^

단발머리 2022-01-19 1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울프 전집읽기 계획 세우고 딱 두 권 읽었거든요. 아.... <올랜도> 읽을 때 일기도 같이 읽었어야 하는 것을.
바람돌이님 계속 읽으신다고 하시니 저도 슬쩍 다시 계획세워볼까 합니다.

바람돌이 2022-01-22 16:18   좋아요 4 | URL
저도 작년에 전집읽기 계획 세웠지만 몇권 못읽었습니다. 뭐 그러면 어때요. 올해 또 도전하면 되죠. 그쵸? ㅎㅎ
단발머리님의 올랜도 리뷰 마음 설레며 기다리겠습니다. ^^

stella.K 2022-01-19 15: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옷 때문에 불타죽다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까마득히 오래 전에 <댈러웨이 부인> 읽다 포기한 적이 있는데
<올랜도>는 정말 흥미롭네요. 울프의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영화도 함 봐야겠군요.^^

바람돌이 2022-01-22 16:20   좋아요 4 | URL
저 드레스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싶습니다. 치마를 너무 부풀리다보니 안에 들어가는 심이 장난 아니게 강한 거라서 말이죠. ㅎㅎ 댈러웨이 부인보다는 저는 올랜도가 읽기 좀 나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인물이 좀 댈러웨이 부인보다는 흥미롭다고 할까요? 저도 댈러웨이 부인 보면서는 부인이 너무나도 맹숭맹숭하여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레이스 2022-01-19 19: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환타지같은 이야기 !
21년에 읽었는데 굉장히 오래된것 같은 건 소설내용때문일까요?

바람돌이 2022-01-22 16:22   좋아요 3 | URL
진짜 환타지인데 또 앞뒤 선후관계나 개연성 같은건 거의 밥말아먹은 것 같아서 논리에 익숙한 저같은 사람에겐 좀 그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럼으로써 환타지성은 더 강화된 것 같다는 생가도 들고요. 작년에 읽었는데 오래 된 것 같은 이유는 저는 지금 막 읽었으므로 내년에 답해드릴게요. ^^

mini74 2022-02-10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쓰셔서 부러웠던 글 ㅠㅠ 2관왕 축하드려요 *^^*

바람돌이 2022-02-12 01:04   좋아요 1 | URL
오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2-10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2관왕 울프네요 ㅋ 축하드립니다. 방학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

바람돌이 2022-02-12 01:0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2월 개학했다가 이제 다시 방학입니다. 한동안 엄청나게 바빴습니다. ㅎㅎ 문제는 다음주는 또 출근이라는.... 하지만 학생이 없는 학교 출근은 천국입니다. ^^

그레이스 2022-02-10 1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2관왕~~!

바람돌이 2022-02-12 01: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울프여사가 참 저에게 많은 것을 주네요. ^^

희선 2022-02-12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즐겁게 보시고 쓰신 글이어서 기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2-12 01:06   좋아요 1 | URL
버지니아 울프,김초엽 둘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더 기쁜게 맞는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2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스콧님의 사울 레이터 책이랑 이어 바람돌이님의 요 페이퍼를 읽고 구매한 울프 일기였었는데....
역시 나의 안목!!ㅋㅋㅋ
제 구매로 이어지게 만든 페이퍼가 당선되니 기쁩니다^^

바람돌이 2022-02-13 16: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콧님이 소개한 사울 레이터 책은 저도 이번달에 구매하려고 대기중이에요. 사진이 아무리 봐도 진짜 멋지더라구요. 나무님의 안목이야 항상 옳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