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이지만 둘째 딸 병원 예약 때문에 일찍 일어남요. ㅠ.ㅠ

고3인 딸이 그림을 그리는데 며칠 전부터 양쪽 손목이 다 많이 아파졌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 선생님이 혹시 인대가 찢어졌을 수도 있다고 초음파 찍자고 해서 오늘 예약을 잡아놓았던 것이다.

일찍이라고 하지만 사실 예약시간에 거의 맞춰서 일어난 바람에 밥도 못먹고 둘이서 병원으로 휙 달려갔다.

간 김에 어깨 통증이 심한 나도 진료를 봤는데 나는 상황이 더 심각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안되는 관계로 일단 물리치료로 통증을 완화하고 시간 될때 본격적인 검진을 하는걸로....


다행히 검사 결과 아직은 염증수준이라 약먹고 물리치료하고 손목보호대 사용하고 하는걸로 결론이 났다.

염증치료제랑 진통제 처방 받고 둘이서 물리치료 받으러 올라갔는데.;....

아뿔싸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다냐?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거 같아서 둘이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 수다를 뜬다.

딸이 요즘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


"엄마 휴대폰 안 가져왔는데 심심해, 엄마 폰에는 게임은 안 깔려있어?"

"엄마 폰에 게임이야 고스톱 딱 하나 있지"

"고스톱 해볼까?"

"그러던지..."

"그건 어떻게 하는거야?"

"비슷한 그림 맞추면 돼"

그렇게 폰을 넘겨줬더니 딱 한판만에 내가 모아놓은 소중한 나의 게임머니를 다 날려먹었다.

나는 빠직!!!!  딸은 낄낄낄~~~


"근데 엄마 배고프다"

"나도... 근데 물리치료 마치면 너 학원가야하는 시간인데 어떡하지? 샌드위치 사서 차에 가면서 먹을까?"

"샌드위치 싫어. 아 갑자기 팬케익이 너무 너무 먹고싶다"

"야 시간 없어서 집에 가서 팬케익 만들어 먹을 시간 안되는데.... 지금 치료 마치면 바로 학원가야 하잖아, 학원 쨀래?"

"그건 안돼"

"음........"


"딸아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우리집 근처에 브런치 유명한 곳 있잖아. 물리치료 그냥 째고 가서 팬케익 먹을까?"

"그래도 될까?"

"물리치료는 다음 주부터 원래 가던 작은 병원 가서 받고, 약 먹음 되지?"

"엄마도 아프잖아"

"야 몇년을 아프던걸 지금 당장 물리치료 안한다고 어떻게 될것도 아닌데, 먹고싶은거 못 먹으면 입 삐뚤어져."

"맞아 그건 그래....."


그렇게 의기투합한 우리는 순서가 거의 다된 물리치료를 취소해버리고, 우리집 근처 브런치 카페로 향했다.


너무 만족스럽게 맛난 팬케익과 브런치에 딸은 오렌지 쥬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오늘 너무 행복했다.


"엄마 역시 우린 행복한 뚱땡이 돼지야"

"그래 나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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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2 15: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딸과의 대화 너무 재밌어요. 팬케익도 엄청 예쁘고 맛있어 보이지만 저는 베이컨과 계란 쪽으로 마음이 기우네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2 15:38   좋아요 4 | URL
이 집이 저희 동네에서 브런치 맛집으로 소문난게 몇년 됐는데 오늘 처음 가봤어요. 빵도 맛있고 베이컨도 딱 제가 좋아하는 굽기였서 좋았긴 한데.... 좀 전에 속이 느글거려서 비빔면 먹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6-12 15: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행복한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바람돌이 2021-06-12 15:38   좋아요 3 | URL
오 저와 딸의 선택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음식이 맛있어서 더 행복했어요. ^^

미미 2021-06-12 15: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요즘 고스톱 게임 너무 무섭던데요. 저는 할 줄도 모르지만 엄마 게임 충전해드림 바로 억단위로 날리시더라고요.
어깨통증 많은경우 자꾸 팔 큰 원으로 돌리심 많이 좋아져요(자꾸 뭉치는 경우라면요)🤭

다락방 2021-06-12 15:47   좋아요 3 | URL
어깨 통증.. 팔 큰 원 큰 원…(메모메모)

미미 2021-06-12 15:53   좋아요 4 | URL
목이랑 심하게 뭉칠땐 뭉친쪽 귀를(분명 뻗뻗해져 있음)이리저리 접고 당기고 주물러줌 제법 풀려요ㅋㅋ
ㅡ어깨 풀기의 달인 미미

바람돌이 2021-06-12 18:28   좋아요 3 | URL
고스톱 게임 돈 충전해서 쓰면 안되는데.... 그거 순식간에 없어져요. 그냥 재미로 없으면 없는대로 게임에서 주는 머니로 가끔 해야죠. ㅎㅎ
제 어깨는지금 뭉치는 정도가 아니라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그걸로는 어림도 없고 결국 병원신세를 져야 할 거 같아요. ㅠ.ㅠ
다락방님 아직 괜찮으시면 미리 미리 스트레칭으로 어깨를 풀어주시면 예방할 수 있겠죠. 그 예방을 안하고 방치해서 이 지경이 된게 저예요. ㅠ.ㅠ

미미 2021-06-12 18:43   좋아요 1 | URL
현질?은 절대 안하지용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2 18:47   좋아요 2 | URL
맞아요. 현질 금지! 정답입니다. ^^

scott 2021-06-12 16: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바람돌이님
넘 좋은 어무이!
딸에게 모든 주파수를 맞춰주시는 ㅎㅎㅎ
서울 보다 부산 브런치 양이 엄청 푸짐 하네요.

바람돌이 2021-06-12 18:29   좋아요 4 | URL
딸에게 주파수를 맞추기보다 사실 저도 먹고싶었다는.... ㅎㅎ
저거 양이 좀 많아서 마지막에는 딸이랑 서로 한입 더먹기 운동을 했다죠?
그래도 브런치가 푸짐해야 하는데 서울은 식당마저 다이어트인가요? ^^

난티나무 2021-06-12 1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팬케잌 보니 프라하 팬케잌이 생각나 여행 가고 싶어지는 이 마음 어이하리오.ㅠㅠ
쿵짝 부럽습니다아.

바람돌이 2021-06-12 18:31   좋아요 2 | URL
여행부심은 지금 저도 절절 끓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딸이랑도 팬케익 먹으면서 야 우리 예전에 어디 갔을 때 먹은 팬케익 진짜 맛있지 않았냐 이러면서 먹었어요.
프라하는 저는 아직 안 간곳이지만, 이 사태가 풀리고 나면 다음 여행지로 꼽아놓은 곳인데 맛있는 팬케익까지 있다니 더더욱 설레네요. ^^

페넬로페 2021-06-12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고 3이군요. 더군다나 미대입시를 준비하니 더 힘들겠어요.~~치료 열심히 해서 얼른 나으라고 전해주세요.
브런치식당의 음식이 넘 맛있어 보여요
살찌더라도 많이 먹고 싶어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12 18:33   좋아요 4 | URL
튼튼해서 병원하고 진짜 관련없는 녀석인데 정말 고3은 고3이네요.
계속 병원 행진입니다. 저도 그러더라구요. 엄마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진짜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하고요.
우리나라 고3은 뭐 다 그렇죠. 불쌍한 놈들....ㅠ.
저 브런치 양이 많아서 다음에 남편이랑 먹어야겠다 얘기햇어요. 남편이 반 먹어주면 딱 양이 맞겠다 싶어서요. ㅎㅎ

새파랑 2021-06-12 1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 너무 맛있을꺼 같아요 따님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신거 같아 좋네요. 바람돌이님 고스톱도 하시는군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12 18:48   좋아요 3 | URL
남들 하는건 다합니다. ㅎㅎ 맛있었어요. 내가 차리지 않으니 더 맛있었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1-06-12 18: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 고3 어머님 중에 학원 쨀래? 라고 제안하는 어머님은 바람돌이님 뿐일듯 합니다. 너무 장하고 멋지십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진심)
브런치 카페 너무 이쁘고 팬케이크 맛나 보이네요. 브런치 카페에서 딸이랑 팬케이크랑 커피랑 함께 한다면 아... 더 바랄 게 없겠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한 하루입니다!

바람돌이 2021-06-12 18:53   좋아요 4 | URL
매일 가는 학원 하루쯤 짼다고 붙을게 떨어지고,떨어질게 붙겠습니까... ㅎㅎ 그래도 학교는 절대 째라고 안합니다. 그건 기본적인 성실성의 문제기 때문에요. 주말에 학원은 성실성의 문제를 넘어서는 과도한 노동이기 때문에 저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다 맡겨버립니다. 니가 힘들면 안해도 돼하고요. 그래서 우리집 애들이 공부를 아주 자유롭게 못합니다. ㅎㅎ
오늘 저기 앉아 있었던 1시간도 안되는 여유 시간이 아이 마음에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바람구멍이 되었으리라고 혼자 자뻑하고 있습니다. 맛있었으니 당연히 그러해야 하고, 비싸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그러해야죠. ㅎㅎ

붕붕툐툐 2021-06-13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원은 간다는 따님의 대답이 멋지네요~ 전 엄마가 그렇게 물어보면 무조건 ‘응!‘이었을텐데요~ 미대 준비하는 친구들 중 손목 아픈 아이들이 많더라구요.. 진짜 가여운 고3이여!!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람돌이 2021-06-13 01:48   좋아요 1 | URL
저도 고3이니 내색은 안해도 속이 타는거죠. 저 가야 한다는 말에 더 맘이 짠해진다는.... 우리 애들이 둘 다 그렇게 학원을 악착같이 다니는 아이들이 아니거든요. 하는만큼 거두리라! 누구에게든 적용되는 진리죠. ^^

희선 2021-06-13 0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본 그림... 따님이 미술을 하는군요 고3이어서 마음 쓸 게 많아서 아픈가 싶기도 하네요 평소보다 그림을 더 많이 그리는지도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님 멋진 엄마네요 병원에 갔다 같이 팬케이크 먹으러 가다니... 시간이 있었다면 바람돌이 님이 만드셨을지...


희선

바람돌이 2021-06-13 03:43   좋아요 2 | URL
모든 고3들이 가벼운 위장 장애는 기본으로 장착하고 살죠. 세상 무심할 거 같던 큰 딸도 그렇더라구요. 여기에 둘째는 손목을 많이 쓰니 아프기도 한거구요. 시간이 좀 있었으면 당연히 팬케익은 만들었을겁니다. 물론 저 카페의 팬케익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그게 참 맛의 차이가 별 의미없게 기본적인 맛이라는게 있잖아요. ㅎㅎ

레삭매냐 2021-06-1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을 뽀개고 무언가 하실 수 있
다는 패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째고 먹는 브런치는 더 맛나지
않았을까나 싶습니다 :>

모쪼록 따님의 손목과 건강이
신속하게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근데 팬케이쿠 부러웠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35   좋아요 0 | URL
일상이 살짝 깨질 때 느끼는 쾌감이 있죠. ㅎㅎ
전 팬케이크는 저거 한쪽 먹으면 한계고 딸이 다 먹었어요. 저는 저 브런치가 진짜 맛났다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