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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다-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수전 손택| 데이비드 리프 | 김선형 옮김 | 이후

문학사의 매력덩어리, 가끔은 프랑수아즈 사강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지성미까지 겸비한 쎈 언니는 수전 손택이 아닐까. 삶 자체가 문학으로 도배된 사람, 한 줄 만 읽어도 좋은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수전 손택에게도 미성숙한(?) 20대 시절이 있었다니. 게다가 일기도 열심히 썼다니. 탐내지 않을 수가 없다.

 


요조, 기타 등등-그녀의 어쿠스틱 에세이
요조 | 중앙북스

예전에 요조 홈피에서 그녀의 방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어찌나 요조답던지. 왜 요조는 요조답지 않은 것이 없을까 싶었다. 반전매력이랄만한 것은 없지만, 딱히 그런 걸 계발하지도 않는 사람인 것 같아 더 좋았다. 조용조용한 노래를 조용조용 부르는 요조. 별 거 없어보이는 데 어쩐지 항상 매력적이다. 소박한 글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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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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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인가 출판계에서 스님들은 대세 작가가 되어버렸다. 법문을 설파한다는 목적이 베스트셀러 시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독교 서적보다 불교 서적이 유행인 것은 우리의 고민을 '번뇌'로 '집착'으로 명명하고 그것과 이별하라고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역시 불교 쪽이기 때문일까. 여하튼 나도 '번뇌'와 '집착'으로 얼룩진 자신을 어떻게 당장에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찾아들곤 한다. <인생수업>은 참 고맙게도 알라딘에서 보내준 책이지만, 평소 이런 문제를 책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므로 내 책장에서는 다소 찾아보기 힘든 종류의 책이었다.

 

정답은 늘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늘 그것을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것. 하지만 삶이 어려운 것은 정답은 한 가지이고 문제는 여러 가지 이기 때문이다. 적용이 어렵고, 적용할 지혜는 부족하다. <인생 수업>을 읽다보면 극단적인 사례들도 나온다. 이혼, 투병, 죽음 등 한 인간이 감당하기가 벅찬 아픔들을 겪으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나를 고민하며 스님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쉬이 읽히지만, 마음 한 편이 무겁고, 그 사이 스님이 내린 결론이 참 명쾌하다.

 

책 중에 '지금 잘하면 선연이 되고, 지금 못하면 악연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어떤 상황이든 '지금'을 더 좋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좋은 인연을 불러 들이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은 마음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토록 긍정의 힘을 외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왜 긍정의 힘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 책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남편을 간병하면서 자신도 암4기인 아내가, 모든 것이 힘들어 놓아버리고 싶다고 할 때, 스님은 그 아내에게 하루를 더 살아가는 힘은 바로 남편을 간병해야한다는 아내의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무거운 책임이 하루를 더 살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마이너스라고 여겼던 그것이 플러스가 되는 순간, 인식의 전환이 곧 마음가짐의 전환이 된다.

 

'오늘'에 대한 집중, 살면서 잊어버리기 쉬운 진리를 이 책은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책을 보면서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성공에 대한 책들 사이에 한 권 놓아둘 만하다. 번뇌는 어쩌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우리의 일부, 긁어도 긁어도 계속 떨어지는 부스럼 같은 것일지 모르겠지만, 완전한 제거가 아니더라고 꾸준히 그것을 씻겨 줄 필요는 있으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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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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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을 처음 발견한 곳은 학과 실습실에서 굴러다니는 A4용지였다. 노란 잠수함이 나오는 단편이었다. 누군가에게 복사를 부탁해 한 부를 집으로 들고 와서 읽지도 않고 그냥 두었다. 아주 나중에 여기서도 저기서도 김중혁 이야기를 하니까, 아차 싶어서 읽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왠지 책으로 계속 만나게 될 것 같다. 소설이 아니면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타입같아 보였다고 할까. 그 생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김중혁은 그림도 그리고, 라디오도 진행하고, 소설이 아닌 다른 글들도 쓰고 하지만 여전히 소설가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소설이 아닌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타입이었지만, 그의 모든 활동은 결국 소설로 연결되고 있으니, 어린 나이에 섣불리 든 생각, 아니지, 직감이 어느 정도 맞았던 것이라 하고 싶다. 그러니까 정말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는 김중혁에게 작가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호감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 중에 작가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인물들은 언제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말하자면 내가 사랑하는 건 그들의 리듬이었다. 정작 나 자신을 음악적이라거나, 음악을 애호한다거나, 표현할 수는 없어도 그런 사람들은 참 좋아한다, 감히 음악이 정말 좋아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게 노래>는 '김중혁 산문'이라고, 책 표지에 소박하게 소개되어 있다. 본격 음악 에세이, 소설가의 사운드 트랙, 같은 그럴 듯한 문구가 보였다면 이 책의 사랑스러움은 10%쯤 감소했을 것이다. 어쩐지 상상이 된다. 책 표지에 뭐라고 쓰죠? 고민하는 작가와 이런 저런 마케팅적인 단어를 나열하는 출판 마케터, 오랜 시간 고민하다 지쳐서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걸 뭐라고 해야 되겠어요, '산문'이잖아, 살짝 투덜거리는 작가의 모습 같은 것.(어쩌면 너무도 계산적으로 '산문'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낸 영민함 같은 것) '산문'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김중혁이 그린 일러스트가 함께하면서 이 책은 더더욱 사적인 무엇이 되어버린다. 이 산문을 한 줄 한 줄 읽고 있으려니 이 작가는, 남녀가 모인 어느 무리 속에서 유독 나에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이성 같다고나 할까. 물론 나는 그 이성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편안하고 친밀한 매력이 계속될수록, 다른 이성들의 핸섬한 외모나 모델 같은 비율보다 그의 소박한 정서에 더 끌린다고 해야할까. 여튼 그렇다. 그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이렇게 재미있고 섬세한지 감탄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스타일이야말로 헤어날 수 없는 마성의 존재,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게 노래>는 살짝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지난 명절 때

어머니의 휴대전화에 노래를 넣어드리다가

어떤 가수들을 좋아하는지 여쭈어봤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류계영(몰라요),

박진석(박진영과 양현석을 합한 이름인가요),

강진(지역이 아니라 가수 이름인 거죠?).

그 후에도 모르는 가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내가 물었다.

"어머니는 현철이나 송대관이나 태진아는 안 좋아해요?" "난 별로야."

어머니가 쿨하게 대답하셨다.

아, 이런 트로트 인디 정신을 보았나.

나의 인디 음악 사랑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로군.

(24쪽)

 

 

 

써니힐은 해괴함을 숙성시키더니

결국 다음 앨범에서 <나쁜 남자>라는

불세출의 걸작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90쪽)

 

 

결정적으로 김중혁의 글, 아니지, 김중혁이란 작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작가로서의 '무게감'이 없기 때문이다. 에세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그의 어깨에 힘을 뺀 것일 수도 있지만, 에세이라고 해서 모두 이렇게 쓰는 건 아니니까. 내 멋대로이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평소에 힘을 빼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힘을 빼야 할 순간에 힘을 뺄 수 있다. 늘 자신감을 얻기 위해 난 멋져, 대단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이해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칫 폐가 될 수 있는 과도한 자신감을 지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그저 삶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 사람, 멋지지 않나. 김중혁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런 사람이 생각난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편안하다. 그저 음악이 듣고 싶다.

 

 

나는 소설가가 될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래도 명색이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니)

문장이야 틀리지 않게 쓸 수 있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도 얕고

관계에 대한 통찰력도 부족한 내가 제대로 된 소설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도 그 의문은 여전하고,

좋은 소설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위로가 있으며

(예술이 위로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위로를 위해

여러 명의 예술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94쪽)

 

 

 

이런 소박한 글들이 그의 노력에서 빗어진 결과물이라고 믿고 싶다. 소설가로서 에세이스트로서 충분한 경력이 있는 그가, 전혀 멋내지 않고 쓰는 문장에 가슴이 찡하다. 음악도 좋고. 멀지 않게 느껴지는 책, 이게 무슨 말이지 싶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참 따듯한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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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작고하신 이윤기 선생은 이름만으로도, 이미 모든 걸 말해준다.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릴 때 당연하듯 한편에는 이윤기 번역가가 있었다. 우리가 카찬차키스를 떠올릴 때 조르바를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이윤기를 떠올릴 때 장미의 이름, 조르바, 그리스 신화를 먼저 그려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3년 전 우리 문단의 큰 별 하나가 졌을 때, 그 쓸쓸함과 숙연함은 문단 내부의 것만은 아니었을 테다. 이렇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의 딸 이다희 번역가가 아버지의 글을 모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 학산문화사

 

어쩌면 나는 책보다,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한다. 그곳의 아늑함과 떠도는 먼지, 부지런한 서점 주인과 책을 고르는 사람들. 보르헤스가 천국을 도서관과 같을 거라고 했던가. 만약 천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 역시도 햇살이 잘 비추는 도서관을 선택할 것이다. 책이 있는 풍경이 때로는 자연만큼이나 광활할 때도 있다. 그것은 읽혀지기 위해 존재할 때보다 보여지기 위해 존재할 때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잘 있지 말아요-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 알에이치코리아

 

정여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설마 이 사람이 평론가일까 싶었다. 차라리 소설가에 가까운 이름이었다. 하성란, 조경란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적인 이름이었다. 언제였던가. 대학에서 무슨 심포지엄 같은 것을 했을 때 우리는 정여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당시 상당히 값이 나가던 탭북을 책상에 올려놓고 말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사람이, 바로 그녀임을 깨달은 건 그녀를 보고도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 짧은 광경은 아직도 내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녀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말 도드라졌다. 그녀의 글도 그렇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소설로 인정을 받았으므로 오직 소설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루야마 겐지는 무섭다. 소설가의 각오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이 사람은 타협을 불허한다.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일을 바라는 건, 허약하다. 역시 대적하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마루야마 겐지가 잔가지를 모두 쳐내면서 소설에 집중하는 그 독한 방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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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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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종종 작가로부터, 출판사로부터 "책은 기획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곤 한다.(어떤 매체를 통하든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것이 곧 판매실적과 연결되는 세상에서, 기획 없는 출판시장이란 이제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떤 책들은 출판시장의 흐름에 비껴 서는 것을 목표로 제작되는 것도 있다. 어쩌면 수많은 책들이 실은 모두 출판시장을 겨냥하며 만들어졌으나, 그 자신의 운명은 그것을 비껴가게끔 되어 있는 줄도 모르겠다. <작가의 얼굴>이 도착했을 때, 나는 이 책이 그런 류의 책인가 싶었다. 독일의 저명한 문학 비평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부터 생소한 저자가 마흔 한 명의 고전 작가에 대해 짧은 글과 초상화를 남겼다. 이것을 엮어 책으로 냈다. 아마도 그 마흔 한 명 중 한 명이라도 독자가 관심이 있다면, 이 책도 몇 번 펼쳐 볼 수 있으리라. 나 역시 몇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이 책은 말하자면 순전히 우연한 계기에서 탄생했다. 1967년 회사로부터 브레히트 초상화를 선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액자에 넣어 벽에 걸고 난 뒤로 라이히라니츠키는 작가의 초상화를 모으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우연이 책이 되기까지는 비평가 특유의 기획성이 발휘되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특별히 잘 팔리는 책을 만들 속셈이 아닌-어쩌면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저 저자의 즐거움 때문에 기획된 책이 아닌가. 어쨌든 이 책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 술술 읽기 좋은 문학 에세이가 된 것이다. 한 작가 당 한 두 장 정도로 짧게 요약되어 있어 금방 읽고 넘어가기 좋다. 그리고 문학사 뒷편에 걸려 있는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우리의 실러는 결코 특별히 준수한 용모를 지닌 사람이었다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왜소한 몸집에 빨강머리였고, 창백한 안색에 병약해 보였으며, 콧날도 꽤 울퉁불퉁했다.......루도비케 시마노비츠라는 여성 화가는 뛰어난 예술가는 아니었다. 아마 대중을 너무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대중은 실러를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준수하고 건장한 젊은 주인공들. 그러니까 카를 무어, 페르디나트 폰 발터, 돈 카를로스와 포사 후작이나 막스 피콜로미니 등과 동일시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초상화는 미화되었다. (38,39쪽)



너무 잘생긴 실러 초상화에 대한 뒷 이야기, 하인리히 뵐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 등 그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오랫동안 고전이라는 품격에 짓눌린 사람이라면 더 읽어볼 만 하다. 카프카의 문학적 영향력의 경우 이것은 카프카 본인의 업적 뿐 아니라 '카프카 산업'의 업적이라는 말은 신랄하다. 토마스 만과 브레히트도 같은 부분이 지적된다. 저자는 카프카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레고리의 다양한 해석에서 찾는다. '독자의 수만큼 다양한 해석', 아마도 이것은 세대가 반복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완인 소설조차 우리는 꾸역꾸역 읽게 된다. 


나는 진짜 소설을 쓰는 소설가를 예술가보다 장인, 직업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들의 필력은 확실하다. 그래서 그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열림이나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일반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연마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서양 작가들이 고전의 반열에 훨씬 숱하게 오르는 것은, 동양 작가들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진정으로 기획성있게 제작해줄 출판의 흐름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작가들을 조명하는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 작가들은 거의 자신의 힘으로 자기를 알려야 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단순한 비평집으로 작가의 작품을 논하는 류의 책이 아닌, 애정을 갖고 그들에 대해 관심을 두는 <작가의 얼굴>과 같은 책이 국내에서도 자주 출판 되기를 기대해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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