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신간평가단님의 "13기 신간평가단 100분을 발표합니다. "

저도 몇 번 신청했다가 떨어졌는데 이번에 됐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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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정리의 힘 - 삶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공간, 시간, 인맥 정리법
윤선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8월 초에 여름 휴가 였다. 어디 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집에만 있었다. 남들은 그게 휴가냐고 하는데, 나한테는 그게 휴가가 맞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아마도 지난 2년 간 가장 소망한 일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다. 책이나 읽자고 고른 <하루 15분 정리의 힘>(이하 <하루 정리>)때문에 휴가 내내 '정리'만 했다.

 

사실 난 정리를 좋아한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걸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고,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친구 집에 놀러가면 인형놀이하다가 친구방 정리하고 그랬다. 혼돈계, 복잡계가 눈 앞에 선연한데 도저히 가만히 둘 수 없다. 그렇다고 정리의 '달인'이 될 만큼 특별한 정리법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또 움직이는 것이 '정리의 힘'이었다.

 

이런 내가 '정리법'에 눈을 뜬 계기는 대학시절에 읽은 '아무 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란 책이었다. 제목만으로도 강력했다. 그때의 나는 집안에 있는 물건을 여기서 저기로 옮기고 먼지를 닦는 일만이 '정리'라고 생각했다. 한 번 수중에 들어온 물건을 버린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책은 일단은 '버리라'고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내용이 집을 아홉 분할하면 각 구역마다 관장하는 기운이 있는데 가령 어느 한 쪽이 잡동사니로 막히면 건강이나 돈을 잃을 수 있다는 등 미신적인 부분이었다. 바로 그 부분에 설득당해서 집 안에 있는 것들을 버리고 또 버렸던 기억이 난다. 정말로 많이 버렸고, 심지어 버려서는 안 될 것들도 버린 뒤에 후회하기도 했다.(추억의 물건은 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버린 뒤에 느낀 '홀가분함'. 그 뒤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물건을 갖고 싶다' 즉 견물생심에서 상당히 벗어났다고 할까.(그렇지만 갖고 싶은 것들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무소유 정신은 아니지만, 소유욕을 줄이면서 정말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하다. 결국 '버리는 과정'은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한 작업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하루 정리>를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버림'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이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진 까닭은, 지금의 나는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의 방식이 아니다, 라며 매일 투덜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왜 투덜이가 되었지? 이런 나로부터 어떻게 벗어나지? 그때 돌아본 서재와 옷장과 서랍과 책상의 쌓여있는 물건들, 물론 정리벽 때문에 곱게 쌓여있지만 너무 많게 느껴지는 물건들을 보자 갑갑했다.

 

그때부터 아무 생각없이(정신을 차려보니) 정리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작업이었다. 더이상 풀지 않을 영어 문제집(토익책)과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 쓰지 않은 노트, 메모지, 펜, 샘플로 받은 화장품 등등.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무엇을 버릴 지 떠올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없는 방에 몇 권의 책과 단순한 옷 몇 벌과 스탠드 아래 노트북만 놓인 채 가벼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나'를 꿈꾸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 모습이 내가 원하는 것인가? 이건 거의 승려인데.(무소유 쩌는) 불심이나 도심을 닦을 마음은 전혀 없지만, 거의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상태가 많은 것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상태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휴가가 끝난 지금까지도 나는 무엇을 버릴 지 의식하고 있다. 저번 주말에는 버리지 못하던 잡지 몇 권을 청산했다. (좋아하는 기사만 스크랩) 그래도 여전히 잡지들이 남아있다. 사실 <하루 정리>에는 정리에 관한 여러 방법이 들어 있는데, 내가 귀퉁이를 접어 놓고 반복해 읽은 부분은 -단 하나뿐인 소중한 삶을 남의 것으로 만들지 말자. 삶을 정리하여 비우고, 나눈 자리에 진짜 소중한 것들을 새로 채워가자(120)-이다. '진짜 소중한 것으로 채우기' 삶이 한 번뿐이라면 그럴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채워진 공간을 비울 때 오는 조용한 쾌감도 느껴볼 만 하다. 한동안 나는 많은 물건을 의식적으로 대할 것 같다.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좋다. 나중에 빈 공간을 다시 채울 때는 정말로 좋아하는 것들이 거기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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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철학책을 읽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인문학'적 성장을 위해 철학을 부러 찾아다니는데, 나는 저항적으로 철학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니면 그런 시기에 놓여 있을 뿐이다.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게 싫어, 싫어, 하면서 피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도피. 그러나 이유있는 도피일 수 있다. 대학원에서 주구장창 읽어야 했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책들, 시험 준비하면서 읽은 문예사조, 미술사조, 스터디하면서 읽은 벤야민, 바르트, 푸코 등등 실은 주구장창 읽었다면 진정한 지식인으로 거듭났을지모르지만 게을러 터져서 수업 전 날, 세미나 전 날 슥- 훑어보고 공부한 척 했었으니,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시간만 흘렀다. 그래도 가끔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여길만한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기도 했으니 소득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아름다운 문장들만 골라 다시 읽고 밑줄을 쳐둬야지. 밑줄을 안 쳤더니 어딜 보고 좋아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한 줄 읽고 열 줄 쓰려 했던 그 욕심에서도 벗어나고 싶다.


또 하나 나는 두꺼운 책은 읽지 않는다. 정확히 읽을 수 없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책 읽는데, 두꺼운 책은 아무리 보석 같아도, 문자그대로 무겁기만 하다. 무거운 보석은 목에 걸 수가 없으니까. 결국 얇디 얇은 책으로 눈길이 간다. 그래서 서울 올라갔다가, 혼자 쓸쓸히 내려오는 길에 구입한 '피로사회'는 부피와 무게와 디자인과 뭐랄까 그 책을 만든 출판사까지도 마음에 들어버렸다. 조그만 가방에 지갑, 핸드폰, 책만 넣고 왔다갔다하는 일주일 사이에 읽었다. 그 시기에 정말 피곤해서, 나는 왜 이렇게 맨날 피곤한거지, 비타민을 먹어도, 홍삼을 먹어도 몸이 노곤노곤하네, 아무 것도 못하겠다, 생각도 하기 싫다, 이런 상태였다. 그렇게 피곤한 상황에서 '피로사회'를 읽는데, 신기하게도 '당신이 피로한 건 이런 저런 이유 때문입니다'하고 말하는데, 그 말 만큼은 전혀 피로하게 들리지 않았다. 


긍정성의 과잉이 당신을 지치게 한다.


맞다.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우리를 피해자로 만들기 위해 가해하는 나쁜 짓을 하고 있다. 성과사회인 현대사회는 당신에게 말한다. 물론 나에게도 말한다. 


당신은 할 수 있어. 멈추지 마세요.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다의 노예가 되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이런 말을 들으면 뭔가 잘못된 시스템이야, 하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계속한다.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불안한 이 긍정성으로 계속한다. 나 역시 할 수 있다의 노예. 할 수 없다, 그만 하자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그만'이라는 그 말은 그 다음에 무엇을 상상해야 할 지 알려주지 않으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만'일지도 모르겠다. 니체가 그랬다. 인간은 '중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그건 배울 필요도 없다. 무슨 일인가 시작하면 이내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리니까. 그것은 저자의 말대로 '중단하는 본능'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중단을 외치는 '분노'(분노는 중단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는 감정적 시발점이다) 대신, 중단하고 싶다는 그 간당간당한 마음, 짜증과 신경질만 남아있다. 그래서 매일 부모님을 붙들고 징징거리는 것일지도. 아니면 너무 친한 친구, 내 말을 너무 잘 들어주는데 어려움 없이 자란 친구, 그런 친구한테 징징거리는 것일지도. '징징거리는 그 모습'은 귀여운 것도, 연약한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폭력적이고 간사한 것인데, 이것도 계속된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한 '징징거리기'도 계속 되는걸까. 그럼 나는 할 수 없다고 믿을까. 난 할 수 없어, 안 할 거야, 못하니까, 이런 좌절로 가는 게 맞는 건가.


물론 극단적으로 대척점으로 가는 건 이상하다. 이것이야말로 최강의 꼬장이다. 그러니까 해야 될 것은 '과'하지 않는 것. 할 수 있어, 나 완전 할 수 있어. 이런 마인드를 매일매일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때론 피로하지,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늘 잘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반댈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잘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겠지, 이런 것이라도 마인드 컨트롤 해야겠다. 자신을 과다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밀어넣는 것도 폭력일 수 있다.(학대의 수준이라면) 그러니까 쉴 때는 좀 쉬자. 의도하지 않게 철학책을 읽어버렸는데, 이건 정말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이었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고, 얇았으니까.(지하철에서도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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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비]스터디메이트/팝클로이드/팝클락/역 타이머/스톱워치/알람시계/수험시계/탁상시계 - 스터디메이트(곰돌이) 핑크
SJ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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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톱워치로 공부하면 효율적이라고 해서 구매한 시계. 귀여운 미니 사이즈, 하지만 학습용 스톱워치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고, 시간의 소중함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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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레빗 - 1집 It's Spring [재발매]
제이 레빗 (J Rabbit) 노래 / 미러볼뮤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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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이래빗의 '요즘 너 말야'를 무한 반복하던 시간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을 수 있는데, 어떤 시기에 어떤 노래는 나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 제이래빗이 그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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