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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부터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었다. 아마도 스무살부터 그런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처지들이 늘어가면서, 혼자있는 시간에 익숙해져야겠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고는 했었다. 그래서 부러 혼자 영화를 보았고, 사람이 많은 식당의 구석에서 혼자 밥을 먹곤했다. 나름대로는 '혼자'라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훈련을 해둔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혼자 있어 본 적이 없었다. 일곱 살 때부터 혼자 집을 지키고는 했지만, 그것은 완전한 고독감을 모르던 때부터의 일이라 두렵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세상을 조금 더 알게되고 고독의 다른 형태들을 하나 하나 경험해갈수록 사는 것이 점점 두려워진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 된 것이었다. 나의 연습은 두려움을 선험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했던 일종의 계산이었다.
언제부턴가 그런 연습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 않아도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간다고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아오야마 나나에의 <혼자 있기 좋은 날>을 읽고 나서 내가 진정으로 혼자가 되기 위해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았던 사람들과 끊임없이 헤어지고 또 다시 새로운-그러나 영원하지 않을-관계를 맺고, 결국 자기 자신만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어지러운 삶. 치즈짱은 그런 삶 속에서 누구에게 칭얼대거나 위로받으려 하지 않고 현실 속으로 계속 발을 내디딘다. 치즈짱의 무심한 듯한 그 용기에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평범한 치즈짱들은 그렇게 묵묵하고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피부는 덧없고 유약하게 느껴졌다. 이럴 때, 나도 치즈짱과 같은 경험이 있어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라고 쓸 수 없는 것이 한심했다. 그녀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여자다. 나는 그저 그런 여자를 유심히 바라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녀들이 나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다. 나는 책을 읽고 있으니, 한결 낫지 않을까, 그런 오만은 부끄러운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안도 밖도 없다. 그건 하나다. 라고 말한 일흔 한 살의 할머니처럼. 담담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다. '삶'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피상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걸 보면, 그 때보다 지금 삶에 밀착해있어 가뿐한 마음이다. 피상성 안에서 사는 사람의 얼굴은 세상 사람같지 않게 붕 떠있거나, 어두운 기색이 농후하지 않던가. 이렇게 책을 읽는다는 것이 지금보다 내 발을 땅에 디딜 수 있게 해준다면 좋겠다. 내가 섭취하고 읽은 것을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말이다.
어쩐지 커다란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