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로style샐러드
-한 접시에 담은 절대 영양식!
웅진리빙하우스
 
서점에 가면 꼭 보게 되는 코너 중 하나가 요리서적이다. 직접 요리를 한 적은 많지 않은데, 샐러드 같이 간단한 것은 재료를 사다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최근에 요리를 '잘 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 생각하게 됐는데, 어떤 재료를 어떤 식으로 응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령 타샤 할머니가 그렇게 오래도록 날씬하고 건강하게 살면서, 정원을 꾸미고 그림을 그리고 이웃과 나눌 크리스마스 칠면조를 구우며 살 수 있던 것은 그녀가 요리를 잘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자연주의자 스콧 니어링의 부인인 헬렌 니어링도 그렇다. 그녀가 쓴 요리책인 <소박한 밥상>을 보면, 일단 그녀는 '맛'이라는 것은 재료의 신선함과 재료들 간의 적당한 조화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고, 인생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의 저자 미레유 길리아노는 뵈브 클리코의 CEO를 역임하면서 일 년 중 300일을 외식으로 보내지만 요리와 재료에 관해 명민하게 대처할 줄 알고 바로 이런 영리함이 그녀를 날씬하고 건강하게 만들었다.(그녀가 과일을 냉장보관하지 않고 싱크대에 올려둔 채로 하루를 두는 것은 기억할 만하다. 덜 익은 메론을 싱크대에 둔 채로 잠이 들면 다음 날 집 안에 향기로운 메론 냄새로 가득해진다고 하니까.)
 
이런 정보에 근거한 여러 가지 동기(건강과 다이어트, 시각적이고 정신적인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두 권의 요리책을 주문했다. <고베 밥상>과 <비스트로 스타일 샐러드>.(재밌는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인터넷 서점에 '비스트로'를 검색하면 '레비-스트로스'가 나온다.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의 저자. 그에게도 먹는 건 중요했을까ㅎ) 그 중 <비스트로스타일 샐러드>는 예전부터 서점을 오가면서 언젠가 사야지 마음먹고 있던 책이었다. 웅진의 임프린트인 웅진리빙하우스에서 발간된 이 책은 따로 저자 표기를 하지 않았고, 비스트로 스타일을 음식점을 취재해 그 음식점들의 레시피 중 몇 가지를 공개해 두었다.
책에 나온 소개를 따르면 비스트로라는 말은 '프랑스 가정식 메뉴를 제공하는 소박하고 친근한 음식점을 뜻한다. 반면, 우리가 국내에서 비스트로 메뉴를 즐긴다고 말하는 것은 어원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즐기는 모습의 단편이 반영된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비스트로 샐러드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어진다. '끊임없이 오픈하는 감각적인 카페들이 점차 맛에 대한 집착까지 강해지면서, 비스트로의 거하지 않은 일품 요리를 응용해 카페 메뉴를 특화했다....오가닉과 웰빙 지향 추세를 적극 반영해 몸에 좋은 식재를 엄선하는 한편으로,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영양 밸런스와 맛, 볼륨까지 고려해 특제 샐러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잠깐 훑어봤는데 토마토와 양상추, 푸른 잎 채소, 치즈와 약간의 고기, 달걀, 양파가 필요할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살 수 있는 만큼 사서 저녁에 만들어 두고 자면 내일 아침 바로 꺼내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건강하고 날씬한 삶은 멀리 있지 않다는 희망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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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2011

  

나는 기본적으로 일본작가들이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양한 에세이를 비롯해 츠지 히토나리의 파리 체류기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작법서,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재밌게 읽어왔다. 무슨 연유인지 이번에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두 일본 작가의 에세이집이 동시에 출간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과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 이렇게 두 권이었고, 모두 주문하려고 보니 하루키 책은 수령을 며칠 기다려야해서 일단 에쿠니 가오리의 책만 주문했다. 토요일, (난생 처음으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책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날은 너무 피곤해 집에 돌아와 씻고 곧 잠들었으므로 일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책을 풀어봤다.

일단 띠지에 걸린 작가의 프로필 사진이 바껴있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틀어올린 청순한 옆얼굴에서, 앞머리를 내리고 브라운 오렌지 계열로 염색한 짧은 웨이브 스타일. 그러나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정갈함은 잃지 않았다.(사진과 실물이 상당히 다르기로 유명한 작가이긴 하지만) 친구 중에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을 좋아하는 이가 있어서 예전에 소장하고 있던 에세이집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친구에게 그 책을 준 것이 뿌듯한 한편, 문득 내 책장에 그 책이 없다는 사실이 쓸쓸할 때가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좋은 카카오로 만든 홍차 초콜릿이나, 바닐라 크림이 들어간 마카롱 같은 느낌이라 매일 먹고 싶은 건 아닌데 한 번씩 너무도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 아침, 첫 챕터의 '따뜻한 주스'를 읽었다. 구름 낀 어둡고 추운 날, 개와 두 시간에 걸친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그녀는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따뜻한 주스였다. 뭐가 어찌됐든 우선은 따뜻한 주스를 마셔야겠어, 그렇게 생각했다."(8,9) 그러나 그녀는 따뜻한 주스가 뭔지, 실제로 있기나 한지 모른 채로, 토베 얀손이 엮은 <무민 골짜기의 겨울>에 나온 따뜻한 주스를 상상하는 것으로 이 상상에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번 책은 출판사 측에서 꽤 신경을 쓴 모양으로 책 안 곳곳에 일러스트도 담겨있다. 예전에 배수아의 글에서 책에 그림을 담거나, 활자를 조정하는 일로 독자의 상상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듯 한데,(배수아의 소설 <붉은 손 클럽>에 그런 경향이 있었을 것이다) 책과 어울리는 일러스트라면, 오히려 독자가 상상하지 못한 부분을 끌어낼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물론 그럴 경우가 흔치 않겠지만) 어쨌든 이 책의 일러스트의 성공여부를 떠나 덕분에 선물용으로도 좋은 책이 된 듯하고, 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 한다면 속지에 이렇게 쓰고 싶다. 

'매일 조금씩, 식사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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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2011 

3차 지정 도서: 모임명은 단편소설읽기모임인데, 꼭 단편소설만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의 장르나 분량에 상관없이 읽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함께 읽기로 했으니까. 물론 아무런 필터링 없이 추천된 도서를 모두 읽는 것은 아니다. 기준이 있다면 '읽을 가치가 있는 책' 혹은 '마음이 끌리는 책' 정도일까. 원래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조르주 심농 중 무엇을 읽을까 고민했는데 심농의 책이 더 얇은 관계로 이것을 읽기로 했다.(책의 장르는 모르겠으나 분량은 상관하게 된다.) 열린책들에서 출간되는 매그레 시리즈는 홍보도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나 역시 '매그레'나 '심농' 모두 익숙한 이름이지만 본격적으로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참고로 심농은 하루만에 한 챕터를 쓰고 그것을 사흘 동안 수정한다고 한다. 신문기자 출신인 그의 문체는 하드보일드, 즉 군더더기가 없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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