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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다-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수전 손택| 데이비드 리프 | 김선형 옮김 | 이후

문학사의 매력덩어리, 가끔은 프랑수아즈 사강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지성미까지 겸비한 쎈 언니는 수전 손택이 아닐까. 삶 자체가 문학으로 도배된 사람, 한 줄 만 읽어도 좋은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수전 손택에게도 미성숙한(?) 20대 시절이 있었다니. 게다가 일기도 열심히 썼다니. 탐내지 않을 수가 없다.

 


요조, 기타 등등-그녀의 어쿠스틱 에세이
요조 | 중앙북스

예전에 요조 홈피에서 그녀의 방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어찌나 요조답던지. 왜 요조는 요조답지 않은 것이 없을까 싶었다. 반전매력이랄만한 것은 없지만, 딱히 그런 걸 계발하지도 않는 사람인 것 같아 더 좋았다. 조용조용한 노래를 조용조용 부르는 요조. 별 거 없어보이는 데 어쩐지 항상 매력적이다. 소박한 글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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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작고하신 이윤기 선생은 이름만으로도, 이미 모든 걸 말해준다.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릴 때 당연하듯 한편에는 이윤기 번역가가 있었다. 우리가 카찬차키스를 떠올릴 때 조르바를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이윤기를 떠올릴 때 장미의 이름, 조르바, 그리스 신화를 먼저 그려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3년 전 우리 문단의 큰 별 하나가 졌을 때, 그 쓸쓸함과 숙연함은 문단 내부의 것만은 아니었을 테다. 이렇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의 딸 이다희 번역가가 아버지의 글을 모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 학산문화사

 

어쩌면 나는 책보다,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한다. 그곳의 아늑함과 떠도는 먼지, 부지런한 서점 주인과 책을 고르는 사람들. 보르헤스가 천국을 도서관과 같을 거라고 했던가. 만약 천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 역시도 햇살이 잘 비추는 도서관을 선택할 것이다. 책이 있는 풍경이 때로는 자연만큼이나 광활할 때도 있다. 그것은 읽혀지기 위해 존재할 때보다 보여지기 위해 존재할 때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잘 있지 말아요-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 알에이치코리아

 

정여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설마 이 사람이 평론가일까 싶었다. 차라리 소설가에 가까운 이름이었다. 하성란, 조경란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적인 이름이었다. 언제였던가. 대학에서 무슨 심포지엄 같은 것을 했을 때 우리는 정여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당시 상당히 값이 나가던 탭북을 책상에 올려놓고 말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사람이, 바로 그녀임을 깨달은 건 그녀를 보고도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 짧은 광경은 아직도 내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녀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말 도드라졌다. 그녀의 글도 그렇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소설로 인정을 받았으므로 오직 소설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루야마 겐지는 무섭다. 소설가의 각오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이 사람은 타협을 불허한다.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일을 바라는 건, 허약하다. 역시 대적하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마루야마 겐지가 잔가지를 모두 쳐내면서 소설에 집중하는 그 독한 방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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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김중혁이 펭귄뉴스로 처음 등장했을 때, 이런 소설가가 한국 문단에 나타나줘서 정말 고마웠다. 80년대, 90년대 이념적이고 또 체념적인 문단의 한 시기를 거쳐 불현듯 등장한 유쾌한 작가들 중 김중혁은 그 첫번째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그 유쾌함은 에세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일상을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화려하지 않은 언어로 표현하는 담백한 능력, 문학적이되 문학에 침몰되지 않은 그의 수사법이 정말 좋다. 아마도 그 담백하고 감각적인 수사의 밑변에는 그의 노래들이 있었겠지. 모처럼 마음 깊이 기대되는 에세이가 나왔다.






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작년 즈음부터 '비우기'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것은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들의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옷장에 옷이 가득찼는데 무슨 옷을 입어야 할 지 모르는 건,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옷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많은 옷들이 선택지를 넓혀놓았고, 그 선택지가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무엇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자주 입게 되는 단 몇 벌의 옷이다. 그 이외의 것은 없어도 무방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적은 삶'은 가능하다.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다면 욕망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도미니크 로로의 에세이는 보다 실용적으로 적어지는 법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지극히 적어지는 것에도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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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a 2013-10-0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모든 게 노래>의 또릿또릿한 쌧노랑색 표지를 김토끼님 페이퍼에서 보니까 더더욱 반가운데요!! 10월에 함께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_+

김토끼 2013-10-21 20:59   좋아요 0 | URL
모든 게 노래가 선정되었네요^^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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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얼굴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독일 문학 앞에 고전적이라는 수식은 퍽 어울린다. 괴테, 카프카, 토마스 만, 브레히트, 체호프 등 대학 시절 서양 문학 교양강의에서 들었던 그 유명한 작가들을 이 책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저자의 별명이 '문학의 교황'이라 하니 기대치가 높다. 얼핏 몇 장 미리보기로 보니 개구진 초상화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으로 가는 문-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 송태욱 옮김 | 현암사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다. 그 상상력의 근거는 역시 책인 걸까. 하지만 그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훌륭해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감독이지만, 그 동안 그가 작업해온 애니메이션들을 사랑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이 책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월경독서 - 감성좌파 목수정의 길들지 않은 질문, 철들지 않은 세상 읽기
목수정 | 생각정원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목수정이라는 작가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첫 책에 '정치적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한동안 정치인인가 하고 오해도 했다. 정치인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도 정체를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쓴 글이 늘 주목받는다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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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a 2013-09-2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고르신 세 권 중 두 권이 뽑혔군요! <작가의 얼굴>은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이번에도 즐거운 독서하시길 :D

김토끼 2013-10-06 11:23   좋아요 0 | URL
읽고 싶었던 책이 선정되어 기분이 좋네요^^ 알마님도 에세이 부분 추천 리뷰로 선정되신 것 축하드려요. 저도 항상 애독(?)하고 있습니다. 알마님이 쓰신 페이퍼들은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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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신간평가단 에세이 분야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설레고 즐겁네요 :) 히힛

 

 

 

 

1.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엄마와 아들.

60세와 30세.

환갑잔치 대신 떠난 엄마와 아들의 300일간 세계 여행.

 

홀로 떠나는 여행을 권하는 시대에 엄마와 아들의 여행 이야기는 흔치 않다. 어느 순간 서로 소원해진 관계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일단 가자'고 말하지 못하고, 말한다 한들 부모는 자식에게 '그러자'고 대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렇게 하고, 이렇게 책으로 그 이야기를 전한다. 하던 일도 그만 두고 엄마 가게로 쳐들어가 '세계를 무대로 신나게 한 판 놀고 오자' 저질러 버린다. 이건 뭐지, 하며 무심결에 들어간 저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sneedle)에서 그의 따뜻한 진심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사진도 멋지다. 나도 모를 사이 평범하고 또 특별한 모자(母子)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2. 나의 핀란드 여행

 

별로 상처 받을 것도 없던 대학 시절, 오히려 상처라면 무료하디 무료한 나날이었을까. 그 몇 달간 내 전부였던 영화가 있었다. 바로 <카모메 식당>. 풍경좋고 할 일 없는 핀란드에서 일본 여자 세 명이 카모메 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저자 가타기리 하이리(미도리役)가 카모메 식당에 등장한 여자 중 하나인 것을 책 소개를 보며 알았다. 그래, 미도리는 만화 주제가를 부르며 나타났지...난 그 당시나 지금이나 그녀를 배우라 생각하기보다 그냥 미도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미도리가 핀란드 카모메 식당에서 일하며 여기저기를 하릴없이 돌아다니기만 한 게 아니라 이렇게 여행기까지 집필한 것이 당연지사라 여겨진다. 미리보기로 살짝 읽었는데 무엇보다 꾸미지 않은 글솜씨가 마음 편하다. 카모메 식당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3.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어쩌면 도시인의 판타지는 시골의 작은 책방같은 것일지 모른다. 대신 그 책방은 후줄근하고 너저분하면 절대 안된다.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판타지는 완성된다. 그리고 그 완성이 현실일 때 그것은 한없이 부러워진다. 바로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처럼. 독사 굴 같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름도 생소한 애팔래치아 산맥의 시골 마을 빅스톤 갭으로 들어간 애서가 부부는 그곳에서 자신들의 책방을 세계 최고로 사랑스러운 곳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나 같이 책과의 동거에 망상을 키우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이 아닌, 남들과 비교 불가능한 다른 삶은 충분히 가능하다는데, 그렇다면 당신,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음.. 글쎄 그 전에 나는 이 책부터 얼른 읽고 싶다. 

 

 

 

 

 

 

 

4. 여름의 묘약

 

문학 평론가 김화영의 프로방스식 산문.

스물 일곱, 프랑스 외무성의 지원으로 엑상프로방스에 머물게 된 한 청년은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한국문학의 유일무이한 불문학자이나 문학평론가로 살아가게 될 것을, 그 덕분에 우리가 카뮈와 장 그르니에를 읽고 프랑스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을. 그 시작을 상기하면 저자에게 프로방스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곳일 테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그 뜻깊은 순간에 공감하게 되리라. 제목도 잘 지었다. '여름의 묘약'이라는 이 달콤한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며 주문을 거는 듯하다.

 

 

 

 

 

 

 

5. 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사진이 많고 글이 적은 책을 좋아한다. 특히 여행 에세이라면 더욱 그렇다. 독자의 감성을 충분히 채워주고 저자의 모든 것을 표현하기보다 그만의 경험을 소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꽤 괜찮고 귀엽다. 나중에 손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는 저자는 여행지에 가면 한 곳을 정해 최대한 현지인인 척 머무른다고 한다. 여행지 100배 즐기기에 몰두하며 하루에도 수십 곳을 방문하는 여행이라는 노동에서 벗어난  여유로움이 책표지부터고스란히 느껴진다. 잠깐 스쳐간 사람이 아니라 오래 머무른 사람만이 담을 수 있는 감성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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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8-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13기 신간평가단의 일원으로서(에세이 분야) 인사차 들렀습니다.
참 뜬금없죠? 저도 쑥스럽기는 합니다.
활동 기간 동안이나마 자주 들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

김토끼 2013-08-22 21:3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꼼쥐님 페이퍼 가서 잠깐 보고 왔어요. 좋은 분 만나게 되어 반갑네요^^ 앞으로 자주 뵈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