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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작고하신 이윤기 선생은 이름만으로도, 이미 모든 걸 말해준다.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릴 때 당연하듯 한편에는 이윤기 번역가가 있었다. 우리가 카찬차키스를 떠올릴 때 조르바를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이윤기를 떠올릴 때 장미의 이름, 조르바, 그리스 신화를 먼저 그려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3년 전 우리 문단의 큰 별 하나가 졌을 때, 그 쓸쓸함과 숙연함은 문단 내부의 것만은 아니었을 테다. 이렇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의 딸 이다희 번역가가 아버지의 글을 모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 학산문화사
어쩌면 나는 책보다,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한다. 그곳의 아늑함과 떠도는 먼지, 부지런한 서점 주인과 책을 고르는 사람들. 보르헤스가 천국을 도서관과 같을 거라고 했던가. 만약 천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 역시도 햇살이 잘 비추는 도서관을 선택할 것이다. 책이 있는 풍경이 때로는 자연만큼이나 광활할 때도 있다. 그것은 읽혀지기 위해 존재할 때보다 보여지기 위해 존재할 때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잘 있지 말아요-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 알에이치코리아
정여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설마 이 사람이 평론가일까 싶었다. 차라리 소설가에 가까운 이름이었다. 하성란, 조경란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적인 이름이었다. 언제였던가. 대학에서 무슨 심포지엄 같은 것을 했을 때 우리는 정여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당시 상당히 값이 나가던 탭북을 책상에 올려놓고 말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사람이, 바로 그녀임을 깨달은 건 그녀를 보고도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 짧은 광경은 아직도 내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녀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말 도드라졌다. 그녀의 글도 그렇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소설로 인정을 받았으므로 오직 소설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루야마 겐지는 무섭다. 소설가의 각오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이 사람은 타협을 불허한다.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일을 바라는 건, 허약하다. 역시 대적하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마루야마 겐지가 잔가지를 모두 쳐내면서 소설에 집중하는 그 독한 방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