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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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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종종 작가로부터, 출판사로부터 "책은 기획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곤 한다.(어떤 매체를 통하든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것이 곧 판매실적과 연결되는 세상에서, 기획 없는 출판시장이란 이제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떤 책들은 출판시장의 흐름에 비껴 서는 것을 목표로 제작되는 것도 있다. 어쩌면 수많은 책들이 실은 모두 출판시장을 겨냥하며 만들어졌으나, 그 자신의 운명은 그것을 비껴가게끔 되어 있는 줄도 모르겠다. <작가의 얼굴>이 도착했을 때, 나는 이 책이 그런 류의 책인가 싶었다. 독일의 저명한 문학 비평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부터 생소한 저자가 마흔 한 명의 고전 작가에 대해 짧은 글과 초상화를 남겼다. 이것을 엮어 책으로 냈다. 아마도 그 마흔 한 명 중 한 명이라도 독자가 관심이 있다면, 이 책도 몇 번 펼쳐 볼 수 있으리라. 나 역시 몇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이 책은 말하자면 순전히 우연한 계기에서 탄생했다. 1967년 회사로부터 브레히트 초상화를 선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액자에 넣어 벽에 걸고 난 뒤로 라이히라니츠키는 작가의 초상화를 모으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우연이 책이 되기까지는 비평가 특유의 기획성이 발휘되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특별히 잘 팔리는 책을 만들 속셈이 아닌-어쩌면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저 저자의 즐거움 때문에 기획된 책이 아닌가. 어쨌든 이 책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 술술 읽기 좋은 문학 에세이가 된 것이다. 한 작가 당 한 두 장 정도로 짧게 요약되어 있어 금방 읽고 넘어가기 좋다. 그리고 문학사 뒷편에 걸려 있는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우리의 실러는 결코 특별히 준수한 용모를 지닌 사람이었다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왜소한 몸집에 빨강머리였고, 창백한 안색에 병약해 보였으며, 콧날도 꽤 울퉁불퉁했다.......루도비케 시마노비츠라는 여성 화가는 뛰어난 예술가는 아니었다. 아마 대중을 너무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대중은 실러를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준수하고 건장한 젊은 주인공들. 그러니까 카를 무어, 페르디나트 폰 발터, 돈 카를로스와 포사 후작이나 막스 피콜로미니 등과 동일시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초상화는 미화되었다. (38,39쪽)



너무 잘생긴 실러 초상화에 대한 뒷 이야기, 하인리히 뵐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 등 그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오랫동안 고전이라는 품격에 짓눌린 사람이라면 더 읽어볼 만 하다. 카프카의 문학적 영향력의 경우 이것은 카프카 본인의 업적 뿐 아니라 '카프카 산업'의 업적이라는 말은 신랄하다. 토마스 만과 브레히트도 같은 부분이 지적된다. 저자는 카프카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레고리의 다양한 해석에서 찾는다. '독자의 수만큼 다양한 해석', 아마도 이것은 세대가 반복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완인 소설조차 우리는 꾸역꾸역 읽게 된다. 


나는 진짜 소설을 쓰는 소설가를 예술가보다 장인, 직업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들의 필력은 확실하다. 그래서 그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열림이나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일반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연마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서양 작가들이 고전의 반열에 훨씬 숱하게 오르는 것은, 동양 작가들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진정으로 기획성있게 제작해줄 출판의 흐름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작가들을 조명하는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 작가들은 거의 자신의 힘으로 자기를 알려야 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단순한 비평집으로 작가의 작품을 논하는 류의 책이 아닌, 애정을 갖고 그들에 대해 관심을 두는 <작가의 얼굴>과 같은 책이 국내에서도 자주 출판 되기를 기대해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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