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반대를 위한 전쟁피해자 도보행진에 함께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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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당분간 할 기회가 없을 듯해서, 답을 올려보겠다.


01. 당신은 책을 좋아합니까? (좋든 싫든) 그럼 그 이유는 뭐죠?

- 싫어하면 이 나이에 아직 결혼도 안 하고 공부하고 있겠수?
책은 내용도 좋아하지만, 디자인도 좋아하고, 책을 만질 때 느끼는 질감(매끈매끈한 종이, 코팅한 종이보다는, 펄프의 촉감이 느껴지는 종이가 좋다. 외국책들 중에 실로 꿰매고 약간 거슬거슬한 촉감을 주는 책들이 있는데, 이게 왔다다^^), 냄새(크, 냄새! 어떤 책들은 화학약품 냄새를 많이 풍기는데, 어떤 책들은 냄새를 맡으면, '바로 이거야!'하는 감탄이 나온다. 정말 페티시즘이 따로 없군-.-;;;), 가벼움 등등도 좋아한다.
  외국 책을 이야기해서 좀 미안하긴 한데, 프랑스 대학 출판부(PUF)에서 내는 "총서" 중에, 코팅하지 않은 표지 위에 파스텔풍의 원색을 칠하고, 맨 위에 출판사 표시, 약간 상단에 저자 이름과 책 이름, 하단에 간단한 "총서" 무늬가 들어간 책들을 내는 총서가 있다. 이 총서에서 나오는 책들은 웬만하면 다 산다.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수수하면서 운치가 있는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냄새 좋지, 촉감 좋지, 가볍지, 책값도 별로 비싸지 않다. 물론 내용들도 좋다(왠지 제일 부차적인 이유인 듯한 느낌이 드는데 ...^^) 

02. 한 달에 책을 몇 권 정도 읽나요?

- ㅎㅎㅎ 그거 정해 놓고 세면서 책 읽는 사람도 있나?
다른 분들도 대개 마찬가지일 텐데, 일정하지 않다. 특히 요즘 논문들을 써야 할 일이 자주 생기는데, 글을 쓰다 보면 책을 읽는 것도 들쭉날쭉해진다. 글이 잘 안 되면, 스트레스 받아서 보름 동안 책 한 권 읽기도 힘들 때가 있다.ㅜ.ㅜ 대신 또 이런 압박감에서 벗어나면 해방감 때문에, 책을 마구 읽게 된다.
  대략 한 달에 한 10여권 정도 읽는 듯하다(또는 그 정도는 읽으려고 노력한다).


03. 특별한 독서 취향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 특별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고, 대개 그 때 관심을 갖는 분야들을 집중해서 읽는 편이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가령 요즘은 최근 논문을 쓰고 있는 분야와 관련해서 근대 정치철학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읽다가 보면, 근대 정치철학의 역사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나 쟁점들이 나오니까, 다시 고대 정치철학이나 중세의 정치철학에 관한 책들을 같이 읽게 된다. 게다가 개인적인 철학적 관점이 분석적인 것보다는 역사적인 것에 가깝고, 분석적인 것은 역사적인 것에 의거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계통을 따라서 책을 읽게 된다. 
  그러니 오히려 좀 불행하다고 해야 할 만한 취향이다. 마음 놓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지 못하니 ... -.-;;;

04.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뭐죠?

-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라고라? ㅋㅋ 물론 스피노자에 관한 책이죠.
사실은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올 봄에 프랑스에서 나온 스피노자의 심리철학에 관한 책이다(샹탈 자케Chantal Jaquet, {신체와 정신의 통일L'unit  du corps et de l'esprit}, PUF, 2004). 소장 스피노자 연구자가 쓴 얇은 책인데, 내용은 매우 알차서, 공부하고 논문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되어 매우 기쁘게 읽고 있다.
  한글책은 푸코의 {광기의 역사} 이규현 옮김(나남, 2003)을 읽고 있다. 왜냐구? 다음 학기 강의 교재거든. 강의 준비용으로 읽고 있죠. 예전에 불어본으로 몇 번 읽어보려고 하다가, 분량에 질려서(또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사전을 자주 찾아야 했고 ...) 결국 중도에 포기하곤 했는데, 마침 반갑고 고맙게도 완역을 해줘서 강의 준비겸 읽고 있죠.
  좀 길긴 하지만 보너스로, 인상적인 한 대목을 인용해 보자.

[284쪽] 광기가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오직 비이성과 관련해서일 뿐이다. 비이성은 광기의 매체이다. 오히려 비이성은 광기의 가능공간을 규정한다고 말하자. 고전주의 시대의 인간에게 광기는 비이성의 자연적 조건, 심리적이고 인간적인 뿌리가 아니라, 단지 비이성의 경험형태일 뿐이다. 그리고 광인은 인간이 타락하는 곡선을 동물성의 폭발까지 따라가면서, 인간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인간생활의 모든 형태를 아주 멀리에서 에워싸는 비이성을 드러나게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결정론 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둠 쪽으로의 열림이다. 고전주의 시대의 합리주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어쨌든 우리의 실증주의보다는 더 능숙하게 비이성의 은밀한 위험, 절대적 자유의 그 위협적 공간을 감시하고 인식할 줄 알았다.
  니체와 프로이트 이래 현대인은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허약함의 징후, 비이성의 위험이 나타나는 징후를 읽어낼 수 있음으로 해서 모든 진리에 대한 비판지점을 밑바닥으로부터 찾아내는 반면에, 17[285쪽]세기의 인간은 이성이 최초의 형태로 표현되는 확실성을 사유의 자율적이고 직접적인 현존에서 발견한다. 그러나 이것은 고전주의 시대의 인간이 진리의 경험을 통해 우리보다 비이성에서 더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코기토가 절대적 시작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심술궃은 악마가 코기토보다 선행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심술궃은 악마는 꿈의 이미지이고 감각의 오류인 그 심리현상들의 모든 위험이 요약되고 체계화되어 있는 상징이 아니다. 심술궃은 악마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절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매우 엄밀하게 말해서 비이성의 가능성이자 비이성의 위력 전체이다. 그것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유한성의 굴절 이상의 것이고, 인간의 저편에서 인간이 진리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결정적으로 방해할지도 모르는 위험, 즉 어느 정신이 아니라 어느 이성의 주된 장애물을 가리킨다. 심술궃은 악마의 영원히 위협적인 힘이 잊혀지게 되는 것은 코기토에 의해 계시되는 진리가 마침내 심술궃은 악마의 그림자를 완전히 없애기 때문이 아니다. 실존과 외부세계의 진실에 이르기까지 이 위험은 데카르트의 성찰과정을 굽어볼 것이다. 비이성은 고전주의 시대에 세계가 세계 자체의 진실에 따라 시작되도록 하는 요소[를 형성하고], 이성이 이성 자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영역을 형성하는데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심리현상에 부합하거나 심지어는 인간의 비장감에 상응할 수 있을까? 고전주의에서 광기는 결코 비이성의 본질 자체로, 심지어는 비이성의 발현물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도 간주될 수 없을 것이다. 비이성의 진실을 말한다고 자처하는 광기의 심리학은 결코 생겨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광기에 고유한 중요성을 광기에게로 되돌려줄 수 있으려면, 광기를 비이성의 자유로운 지평 위에 다시 위치시켜야 한다. 

어, 다들 어디 가셨어요?????


05.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거죠?

- 호오, 어려운 질문이군.
그렇지만 쉽게 답변하자면 이렇죠. 전공 책들이야 권위자들이 좋다고 인용하고 칭찬하는 책이나 글들이, 정말, 좋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것들 찾아 읽죠.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종류의 권위자들이 별로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학술지의 서평들도 자주 봐요. 아무래도 좋은 책들이 서평의 대상으로 선정되는 데다가, 또 그 서평에서도 칭찬받는 책들이 있으니, 그런 책들은 사서 읽어도 손해가 없겠죠.^^
  전공밖의 책들이야, 여러 경로를 통해서 도움을 받죠. 알라딘 서평도 보고, 님들 추천하는 도서들도 보고, 이런저런 분들한테 추천도 받고. 그러니 딱히 기준이 없는 셈인데 ...
  결국 그 얘기군,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본다는. ㅋㅋ 

 
06. 책은 사는 편인가요, 아니면 빌리는 편인가요? 빌린다면 어디에서 빌리죠?
 
- 대개 사서 보죠. 관심을 갖고 있는 책 중 도서관에 없는 책들이 많은 데다가, 줄긋고 여백에 그때그때 생각들을 적고 하는 일들을 즐기는 편이라, 필요한 책들은 사서 보게 된다. 더욱이 내가 사서 보는 책들은 대개 독자가 많지 않은 책들인데, 그런 책들을 애써, 열심히, 때로는 기쁘게 내주는 사람들이 고마워서, 없는 돈 쪼개서 산다.
  한 가지 아쉬운 것(사실은 좀 열받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잘 책을 안 산다는 점이다. 생활하기 빠듯해서 그런다 하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전임으로 재직하고 있는 선배들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도 그렇고, 책을 안 산다. 전임으로 있는 선배 하나는 집안도 넉넉한데, 꼭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자기는 원래 책을 안 산다나 ...;;; 그리고 (이건 진짜 좀 열받는 일인데) 전공책은 빌려보거나 아니면 한글본은 아예 사지 않으면서, 처세술 책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있다 ...... 이런 거 보면, 인문학 위기니 어쩌니 하면서 남 탓할 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워매, 이렇게 말하고 봉께, 완전 자화자찬이구만 ... -.-;;;).
  딴 이야기 하나 하자면, 가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 연필로, 펜으로 줄을 긋고 낙서해 놓은(게다가 어떤 놈들은 도서관 책에다 웬 역자, 저자 욕을 그렇게 해놓는지 ...) 책들을 볼 수 있다. 그놈 참, 가정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지,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지, 잡을 수 있다면 잡아다가 야단을 쳤으면 좋겠는데, 끌끌.
  그리고 요즘은 그래도 사정이 좋아진 편인데, 가끔 도서관에서 자료를 검색하다 놀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전문가들이 여럿 있는(또 마땅히 있어야 하는) 분야인 데도, 해당 분야의 책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인데 공부를 안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나 혼자만 보면 된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지식이야 같이 나누는 데 참뜻이 있을 텐데, 혼자만 보지 말고 도서관에 책을 주문해서 학생들이랑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볼 수 있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여러분, 도서관에 책들 좀 주문합시다!!!


07. 특히 좋아하는 작가와 싫어하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뭐고요? (장르 불문하고)
 
- 선호가 좀 뚜렷한 편이다(사실은 게으르다는 뜻도 있지. ㅋㅋ 그러니 문학평론 같은 건 애당초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국내 작가들에 관해서는 말을 안할란다. ㅎㅎ 괜히 이런저런 소리 했다가 구설수에 오르면 뒷일을 감당하기 힘들다. 출판 관계자들도 여기에 자주 기웃거리는 것 같던데.
그러니 궁금하셔도 참으세요!^^
  좋아하는 작가는 뭐, 오규원 선생 같은 시인이나 최인훈 선생이나 조세희 선생 같은 소설가, 페터 빅셀 같은 산문가, 존 버거 같은 평론가 등등이죠. 왜냐구요? 얘기하자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 그냥 좋은 거죠, 뭐. 필이 오니까.
  아!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그렇다고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뭐랄까, 위압감을 느끼는 작가가 있죠. 보르헤스가 그런데, 이 양반 앞에만 서면(사실은 이 양반 책만 읽으면^^)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느낌 ... 하여간 보르헤스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제가 즐겨 읽는 철학자들도 대단한 인물들이지만 위압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데, 보르헤스는 정말 ......
  보르헤스 이후에도 계속 소설 쓰는 양반들이 존경스럽더라구요, 저는. 저 같으면 못썼을 것 같은데.


08. 특히 좋아하는 장르와 싫어하는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거죠? 그 이유는 뭐고요?
 
- 장르를 구별해서 좋아하고 싫어할 만큼, 장르를 잘 몰라서 ... 그런데 무슨 장르인고?????


09. 소설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 특별히 좋아하는 인물은 별로 없는데 ...... 좋아한다기보다는 뭐, 동병상련이랄까(^^), 토니오 크뢰거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 

-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있죠.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수도원장(맞나???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 같은 인물이죠. 아시다시피 전형적인 이념의 화신인 인물인데,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이런 인물을 혐오하고 싫어하게 만들려는 게, 에코가 은근슬쩍 조장하는 이데올로기 같아서죠.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또는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적절할 텐데, 인간주의적 이데올로기 ...
  "싫어하는" 것하고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하고 어떻게 다르냐구요? ^^  전자는 '나하고 별 관계가 없는 거다' 하고 생각하면서 비판하고 멀리 하는 거고, 후자는 한때나마 그런 거와 가까웠다고 생각하는(또는 '아직까지도 가깝다고 생각하는'일지도 모르지 ... 다시 말하면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는 거지) 사람의 태도겠죠. 말되나???


10. 일반적인 책말고 만화책도 좋아하시나요?

- 아시면서, 창피하게 뭘 이런 질문을 ...


11. 만화책 중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이나 작가를 꼽아본다면요?

- 이것도 아시면서, 자꾸 그러시네. 


12. 만화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 특히 좋아하는 인물은 별로 없죠.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정도 ... (내가 생각해도 너무 고리타분한데 ;;;)
- 특히 싫어하는 인물도, 별로 없죠. 만화책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만화책의 악당들은 좀 단순화되고 전형화된 인물이어서 싫어하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싫어할 만한(?;;;) 악당이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13. 기억에 남는 대사나 문구가 있다면 말씀해보시겠어요? (만화든 소설이든 그 외 어떤 장르든 - 책)

- 기억에 남는 대사라 ...
이런 게 있죠.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대사인데(누가 한 말인지는 까먹었요. 10여년 전에 봤으니 기억이 잘 안나는 게 당연하지) "좀 피곤한 스타일이군."
왜 기억에 남느냐 하면, 10여년 전 수업 시간의 일 때문이죠. 그 때 데리다 발제를 했는데, 데리다의 논변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불만이 쏟아졌어요. 그래서 농담반진담반으로 "좀 피곤한 스타일이죠"라고 했더니, 한 사람이 자지러지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 (결국 {드래곤볼}을 읽은 사람은 그와 나 둘 밖에 없었다는 뜻 ...)


14. 특별히 게임, 영화 등 다른 매체로 제작됐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거죠?

- 본 게 있어야지, 뭐. {이나중 탁구부}는 영화로 만들기 힘들겄죠? 그림 중에 나오는 거북이 알낳는 포즈로 게임은 만들 수 없을까 ...... (진지하게 고민중)


15. 다른 매체로 제작된 것 중, 좋았던 작품과 나빴던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역시 어떤 장르든)

-아, 나는 영화 {패왕별희}가 좋더라구요. 그림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원작소설은 아마 그만 못했을 것 같더라구요. 보지는 않았지만 ...^^


16. 번역도서를 읽을 때, 특별히 선호하는 번역(자)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누구의 어떤 작품?

- 글쎄요, 안정효 씨나 이윤기 씨의 번역이 좋은 것 같던데.(ㅎㅎㅎ 너무 뻔한 얘기를 했나?) 그런데 이윤기 씨는 가끔 오버할 때가 있고, 안 좋은 버릇도 있죠. 처음 책 나와서 사면, 그 다음에 책 쪼개서 재판내는 버릇 말이죠. 재판본까지 사라는 말인지 뭔지 ... 그게 꼭 이윤기 씨 책임은 아니겠지만. 그 외 여러분의 전문번역가들이 계신 것 같던데,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 같아서, 굳이 뭐 ... 
  제 전공과 관련된 번역자 중에는 강원대 사회학과 이상률 교수의 번역이 좋죠. 번역이 정확하고 우리말 문장도 매끄럽죠. 불어와 독어를 다 잘하는 보기드문 역자들 중 한 사람이고. 서강대 강정인 교수도 정치철학의 고전들 및 해설서들을 많이 번역해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고전 번역들 중에는 중역인 경우가 있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말입니다.
  번역은 많이 하는데 오역도 자주 보이고 문장도 거친 분들은, 번역의 노고를 칭찬해줘야 할지 정색하고 비난을 해야 할지 좀 난감하더라구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분들 중 몇 분은 번역계에서 은퇴(?^^)를 하셨지만.


17. 그 번역작가의 어떤 면 때문에 그를 선호하게 되었나요?

- 어라, 위에서 다 이야기했는뎁쇼.


18. 번역된 작품과 국내 작가의 작품 중에서 우선 순위를 두어 읽게 되는 도서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글쎄요, 분야에 따라 조금 다른데.
전문 서적들은 번역된 책들(아니면, 주로 원서를)을 읽는 경우가 많고, 소설이나 시, 그외 문학 작품들은 국내 작가의 작품을 주로 읽죠.
전문 서적은,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데, 아무래도 외국 학자들의 수준이 좀 높은 것 같으니까, 대개 외국 서적들을 읽게 되죠. 반대로 문학 작품들은, 사실 요즘은 별로 보는 것도 없지만, 정서적·실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많고 수준높은 작품들도 많고 번역의 질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다만 ... 김훈 씨 소설이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볼까말까 생각중. 볼 만하던가요???

 
19. 요 근래 읽어본 것 중 가장 최악이었던 책은 어떤 것이죠?

- 책을 가려 읽는 편이기 때문에 최악의 책을 읽을 확률은 적은 편이다.
  굳이 들자면, {불량배들}(책의 중요성에 비하면, 번역이 정말 ... 그렇다), 외국 책으로는 Pensee et rationnel: Spinoza, Harmattan, 2003라는 책이다(저자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흠흠 ...). 수학박사겸 스피노자 전공자가 쓴 철학박사 학위논문인데, 기대를 많이 해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더욱이 출판사도 상당히 명망이 있는 대형 출판사이고, 학위논문 지도교수도 상당히 유명한 철학자인데(물론 헤겔 전공자이긴 하다만), 좀 의외다.
  학위논문을 반드시 출판해야 하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학위 논문을 출판하는 게 매우 어렵고, 더욱이 유명한 출판사, 유명한 총서에서 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유명 출판사, 유명 총서에서 나온 학위논문은 100이면 100 모두 "summa cum laude", 곧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찬사와 함께 최고점수를 받은" 학위논문들이며(그리고 대개는 고등사범학교 출신들이다), 저자들은 곧바로 대학에 전임강사로 취직이 된다.
  위의 책의 경우는 유명 총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상당히 명망이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어서, 비싼 돈주고(35유로, 우리 돈으로 하면 줄잡아 약 5만원!!! 으악, 생각해보니까 더 분통터진다!!!) 구입했는데 ...... 으흑.
   이 책이 도서관에도 들어와 있어서, 혹시 나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얘기해두는 거다. 5만원의 값비싼 교훈.
 

20. 요즘의 도서 시장에 대해 어찌 생각하세요?(가령, 특정 장르의 문제나 인터넷 서점의 미래 등에 대하여)

- 글쎄요, 이미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웬만큼 해서 또 하기는 그렇고. 나중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면 그때 하기로 하지요.

21. 최근 읽은 작품 중 괜찮다 싶은 책 세 권을 꼽아보시겠어요? 왜 그 책들을 골랐나요?

- 버나드 마넹 {선거는 민주적인가}(후마니타스). 고대 그리스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대의정치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매우 보기드문 책이다. 정치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적극 추천하고 싶다.
- 뤼디거 자프란스키, {니체: 그의 생애와 사상의 전기}(문예출판사). 이 책도 다음 학기 강의 부교재로 사용할 예정이어서 읽어봤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좋은 책이더군요. 외국에서는 니체 사망 100주년(2000년)을 전후해서 주목할 만한 니체 평전들이 여럿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한 권이 자프란스키의 이 책이죠. 이 책은 2000년에 독일에서 출간된 책인데, 니체의 생애와 사상의 전개과정을 생동감 넘치면서도 균형 있게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니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강추!!!   
- 한 권은 읽고싶은 책으로 하자. {호첸플로츠} 시리즈! 어렸을 때 동서문화사에서 딱다구리 문고로 나온(맞나???) {대도둑 호첸플로츠}라는 책을 읽고 또 읽던 기억이 난다. 알라딘에서 몇 쪽을 슬쩍 봤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을 듯하다(쯧쯧 ... ).


22. 앞으로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 나는 책의 과거와 현재가 더 궁금한 사람이긴 한데, 잘 되겄지, 뭐.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책에 관한, 아니, 종이에 관한 데리다의 기막힌 글(정확히 말하면 대담이다. 데리다의 대담, 몇몇 뛰어난 대담들은 좋은 즉흥연주를 듣는 듯, 아니 보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대담기록은 일종의 라이브 공연 기록이라 할 만하다. 악보 없는 라이브 공연. 실제로 데리다는 존 콜트레인과 즉흥연주를 했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존 콜트레인이 피아노 연주하고 있고, 데리다는 옆에서 생각나는 대로 떠들고 있더라구요 ...)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 번역해서 사람들과 같이 읽고 싶다. 이런 글들 때문에, 나는 데리다를 좋아한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지롱? 미안∼∼∼∼∼ 
 

23. 앞으로 책을 쓰게 된다면 어떤 책을 쓰고 싶고, 쓰게 될 것 같나요?

- 글쎄 일단 스피노자에 관한 책들을 출판해야겠죠. 학위논문도 내야 하고, 좀더 대중적이고 개론적인 책도 하나 써야 할 것 같고. 아직 계획일 뿐이지만, {알튀세르의 유령들}이라는 논문모음집도 하나 내야 할 것 같고. 기타 몇 가지 계획들이 있다(아직 좀 막연해서 밝히기는 뭐하지만). 조만간 실현될 듯한 책들도 있지만, 아직 좀더 오랫동안 궁둥이를 혹사해야(불쌍하군;;;;;) 빛을 보게 될 책들도 있지 ... (마치 니체 같군. 니체는 책을 구상하는 걸 좋아했다던데, 사진으로 보니까 책 제목에 목차까지 다 잡아놓은 게 한 두개가 아닙디다. ㅋㅋ)
  그런데 사실 지금으로서는, 내가 내고 싶은 책은, 스피노자 원전을 번역하는 일이지. {지성교정론}과 {신학정치론}을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간 내에 내고 싶다. 물론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만 ...
  그리고 이 번역본들에 대한 주석본들도 함께 내고 싶다. 번역 겸 주석본을 내든, 주석본을 따로 내든 간에. 빨리 내고 싶지만, 3-4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스피노자 저작 영어판 편집자 중 한 사람은, 1권은 1985년에 내고, 2권은 20년째 작업중이더군요. 번역한 거 이 사람 저 사람(물론 스피노자 전문가들이죠)한테 나눠주고 읽혀가면서. 그런데도 오역들이 있더라구요, 참.)
  그리고 다음에는 ...... 나도 몰러.^^ 


24. 제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이 있다면 무엇을 권하고 싶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 특별히 추천한다, 그것도 한 권만? 그런 건 없다. 좋은 책, 감동적인 책, 의미 있는 책, 가치 있는 책, 오래 두고 읽고 싶은 책,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지는 책, 출판해준 것 자체가 고마운 책 등등이 어디 한두 권이겠는가?
그리고 사실 좋은 책들은 다들 나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더라. 오히려 내가 추천받고 싶다(특히 수수께끼님한테는 신세를 많이 지고 있죠.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
 

25. 알라딘 서재 중 즐겨찾는 곳이 있다면 대략 몇 군데이고, 그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공식적으로는 네 군데로 해놨지만, 사실은 매우 많다. ㅋㅋㅋ 내가 하나라도 댓글을 달아놓은 서재는 내가 즐겨찾는 서재라는 증거다. 물론 댓글을 안 달아놓은 곳 중에도 있지만.
그럼 왜 네 군데만 해놨냐구? 그거야 뭐 ... 사실은 ... 왜냐면 ... 에또 ...
으으 ... 솔직히 고백하자면, 서재폐인이 될까 두려워서다. ㅜ.ㅜ 생각해보라. 내가 다니는 모든 곳을 즐겨찾기 해놓으면, 매일 같이 수십편, 아니 수백편의 [마이페이퍼]가 올라올 것이고, 그러면 궁금해서 그것들을 안 찾아볼 재간이 없지 않겠는가?
나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재폐인이 되지 않으려고. 왜냐?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거든!!!
  그런데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실은 이미 준서재폐인이 돼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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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거제도의 승리 : 추첨과 선거 사이에서
    from both of us can co-exist 2010-04-18 15:17 
      1. 서론고대 아테네 이외에도 시민이 권력을 행사한 정치제도에서는 부분적으로나마 추첨이 사용되었다. 로마 시민의회에서는 추첨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용되었고 이탈리아 공화국에서는 행정관 선발에 추첨이 사용되었다. 베네치아는 1797년까지도 추첨제를 사용하였는데 새롭게 등장한 대의정부들은 자국을 공화국이라 자처하였음에도 추첨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17, 18세기의 정치적 문필가들은 공화주의의 전통, 즉 추첨의 사용에 대해서 잘 알...
 
 
nrim 2004-07-2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전문분야에 관한 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재밌네요.
데리다와 존 콜트레인의 즉흥연주.. 꼭 번역해서 보여주세요.. 데리다는 하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흥미가 생가는군요.... 자막으로 공연실황을 직접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건 너무 많은 걸 바라는거겠죠. ㅎㅎ

릴케 현상 2004-07-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규원 선생! 흠 좋아요
참 이벤트 하는 법 가르쳐 줄 수 있나요?

도서관여행자 2004-07-2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수업이나 종종 읽는 책들에서 데리다를 가끔 접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어려운 거 같아요ㅜㅜ 스피노자는 제게는,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인데 전에 스피노자에 관한 글을 읽고서 관심이 생겼는데요, 번역 기대할게요. 힘내세요~ ^^

포월 2004-07-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게도 [법의 힘]이 나왔고 재미있게도 콜트레인과 데리다라니! 아~ 콜!! 입니다.

balmas 2004-07-3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포월님은 오랜만이시네요.
엑스리브리스님, 데리다가 쉽지는 않은데, 생각만큼 또 그렇게 어려운 철학자도 아닙니다. 좋은 번역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더 나아가 아주 매력적인 논의를 전개하죠. 문제는 번역자들이 독자들이 논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죠. 스피노자에 관심이 생기셨다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군요.^^
자명한 산책님, 저한테 [이벤트 하는 법] 물으셨어요? 저도 안해봐서 잘 모르는데, <그냥> 하면 되는 것 같던데요. 좋은 핑계를 하나 골라서 명분으로 내세우고, 벌떼같이 몰려오는(^^) 사람들을 잘 가려낼 수 있는 문제들 몇 개 출제하고, 경쟁자들을 물리친 분들을 위한 몇 가지 상품을 준비하면 되죠, 뭐. 이벤트 하시려구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
ㅎㅎ 느림님 역시 좋아하시는군요. 제 생각에는 둘이 <공연한> DVD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근데 재미있을라나???

nrim 2004-07-2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재미는 모르겠고... 무척 신기할거 같아요.. -0-

balmas 2004-07-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미는 없겠죠?

가을산 2004-07-2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발마스님의 책이 나오면 알려주실거죠?

balmas 2004-07-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형씨라, ... 젊은 분이군요. 한번 읽어봐야지.
가을산님, <발마스>의 책은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올 텐데, 어떡하죠?^^

바람구두 2004-07-2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balmas 2004-07-2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MANN 2004-07-3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재미있네요 ^^
책에 대한 페티시즘이라... 거칠하고 종이냄새가 나고 가벼운 책, 좋아요 ^^
요즘 코팅한 종이나 너무 매끈한 종이로 책이 많이 나오던데, 정이 잘 안 가요;;

balmas 2004-07-31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어라, 바람구두님 닮아가네 ...)
사실은 프랑스에서도 점점 그런 책들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디자인도 화려해지고 종이도 매끈해지고 책값도 훨씬 비싸지고 ... -.-;;;

MANN 2004-07-3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리고 만화책 추천도... 여기다 해도 되겠지요?;;

우선,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전18권 완결)랑 <20세기 소년>(16권, 미완). 이 사람은 무엇보다도 만화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요. 비밀을 던져주고 서스펜스를 쌓아가며 독자를 몰입시키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요. 각각 '요한'과 '친구'라는 특색있는 악역이 나오는데, 이들의 아우라가 상당히 크다는...

그리고,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26권, 미완)ㅡ압도적인 작품이에요. 자기 키보다 큰 검을 들고, 왼쪽 눈이 멀고 오른쪽 손은 의수인 인간미라곤 전혀 없으면서 앞을 가로막는 것은 사람이고 괴물이고 베어버리는 주인공 가츠가 유명하지요. 반영웅적 신화라고 할까요? 운명의 아이러니와 폭력을 극단까지 보내보려는 만화 같아요. 거칠고 운동감이 넘치는 그림도 굉장하구요. (부연하자면, 1권을 보면 그림 잘 그린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겠지만;; 5권쯤 되면 볼만하고, 10권쯤 되면 잘 그린다 싶고, 15권쯤 되면 입신의 경지랍니다;;)

이와키 히토시의 <기생수>(애장판으로 새로 나와서 8권 완결)도 좋아요. 인간과 똑같이 생겼으면서 지적 능력도, 육체적 능력도 인간을 능가하는 '기생수'를 등장시켜서 지구 위에서의 인간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지요. 보통 인간을 위협하는 침입자는 개별적인 인격은 잘 드러나지 않고 집합적인 '인간의 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만화는 그런 상투적인 시각을 피하고 있고, 기생수들의 다양한 퍼스낼리티도 그리고 있어요.

MANN 2004-07-3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세 개가 넘어버렸...지만;;)

아래에서 어느 분이 이토 준지를 추천하셨고하니, 저도 조금 이야기할게요. 개인적으로 '공포물'이라는 분류가 사실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터라 이토 준지의 만화도 '공포물'이라고 간단히 분류되는 게 별로 맘에 안 들고요... 이토 준지에게서 감탄스러운 것은 초현실적인 상상력(사실 대개 기괴한 상상들이죠;)이에요. 특히 두렵지만 현실화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하고 있는 일들을 형상화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런 상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준지의 그림체도 상당하구요.

이 사람 작품은 단편집이 17권(시리즈로 나온 거)+1권(후에 따로 출판된 거), 소용돌이(전3권), 공포의 물고기(전2권)가 있는데... 굳이 자세하게 쓰는 건 이 사람의 단편들이 모두 균일하게 훌륭한 건 아니라서 그래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단편집 2권<얼굴도둑>, 11권<길없는 거리>, 12권<시나리오대로의 사랑>, 14권<터널괴담>, 15권<사자의 상사병>이랑 <토미에> 시리즈(단편집 3, 4, 17권이에요)랍니다.

흠흠;; 덤으로 맘편하게 웃을 수 있는 만화 3개만 더...;; 김나경씨의 <사각사각>, 2등신 캐릭터로 만화가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그림도 귀엽고 재밌어요. 그리고 우스타 쿄스케의 <멋지다 마사루>랑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종종 <이나중 탁구부>나 <우당탕탕 괴짜가족>과 같이 '엽기개그만화'(;;)로 분류되는데 이들하곤 스타일이 달라요. 문법과, 논리와, 만화적인 클리셰와, 상식적인 진행을 모두 깨는 게 목표라고나 할까요;;

(너무 많이 썼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이미 사셨다니 통과... 짬짬히 보셔요~ ^^;

balmas 2004-07-3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너무 많은 거 아냐???
이제 보니 만화의 대가군 ...
 

 

“만화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행”
[인터뷰] 한국일보 연재 ‘호두나무왼쪽길로’ 출간한 만화가 박흥용씨

 

안경숙 기자 ksan@mediatoday.co.kr

 

   
▲ 이창길 기자 photoeye@
“바람이 불면 나는 날개를 편다. 깃털 핥는 바람 소리. 날아봐. 날아봐…”

아이는 마을 어귀에 있는 커다란 호두나무 아래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돈을 벌러 서울로 떠났다. 호두나무 위에서는 영동역을 지나가는 경부선 기차소리가 들린다. 기차를 타면 엄마가 있는 서울에 갈 수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한번도 호두나무 바깥세상을 겪어보지 못한 아이는 그렇게 기차소리를 따라 엄마를 찾아나서곤 했다.

열아홉이 돼서야 엄마가 재가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는 늘 엄마를 기다리던 호두나무를 불태운 뒤 무작정 오토바이를 끌고 호두나무를 벗어난다. 아이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만화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만화가 박흥용씨. 지난해 3월부터 1년동안 한국일보에 연재한 <호두나무 왼쪽길로>가 올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코믹 어워드 부문에서 작품상 부문의 장편/연재만화상과 함께 만화스토리상을 받았다. 올해로 8회를 맞는 SICAF는 국내 최대의 만화·애니메이션 전시 행사로 8월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서울시청 앞 잔디공원 등에서 열린다.

  호두나무 바깥세상 연결고리는 ‘오토바이’

<호두나무 왼쪽길로>는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여행 만화이자 성장 만화다. 주인공 박상복의 고향인 충북 영동에서 출발해 김천, 함양, 남원, 목포, 부산, 밀양, 문경을 지난다. 영동을 중심으로 ‘8자형’으로 돌아다닌다.  여행 도중에 역사적인 사건을 만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얘기도 나온다.

   
▲ ⓒ 이창길기자
박흥용씨는 “연재가 되던 지난 1년 동안 독자들의 반응이 어떤지 잘 알 수 없었는데, 좋은 작품으로 평가해 줘서 고맙다”면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도 결국은 여행인데, 만화를 통해 짧게라도 자신을 찾는 전국 여행을 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힌다.

그러면서 큰 주제를 가진 만화를 신문에 매일 연재한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작업이었는지 털어놓았다.

“일주일 단위로 원고를 끊어서 마감했어요. 20대 때 여기저기 쏘다녔던 경험대로만 쓰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변해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보려고 만화에 나오는 장소를 일일이 다녔죠. 그러다 보니 지방 취재에 2~3일, 만화 작업에 2~3일이 걸려 쉴틈없이 일주일을 보냈어요. 독자들에게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니며 취재했고, 돌아오면 다시 그걸 조립했죠. 기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초읽기 마감’에 시달리다 보니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컴퓨터로는 펜화의 묘미 살릴 수 없어”

아이가 호두나무 바깥세상과 만나는 수단은 ‘오토바이’다. 이는 박씨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는 한때 자전거로 엄마를 찾아 떠나려고 하는데, 몇 시간 못 가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는 걸 깨닫고는 오토바이로 바꾼다.

상복은 뚜렷한 목적 없이 일단 호두나무를 벗어나지만, 첫사랑이었던 경희 누나로부터 ‘딸기’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딸기의 등장과 함께 상복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목도하게 되는데, 박씨는 광주의 상처를 피하지 않고 재조명했다.

“처음에 광주 여행을 했을 때가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2~3년 전이었죠.거기에 중국인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의 화교 학교를 우연히 들렀더니 학교를 관리하는 사람이 ‘누구냐. 나가달라’면서 경계하더라구요. 왜 그런 경계심을 갖는지 의아했고, 그러다가 이런 사람들이 객관적인, 비교적 다른 시각으로 광주를 봤다면, 한발 거리를 둔 상태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접했을 때는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 ⓒ 이창길기자
<호두나무 왼쪽길로>에는 광주뿐만 아니라 현대를 사는 여러 사람이 나온다. 신혼여행 온 고아 부부, 자살을 시도하는 명예퇴직자, ‘이태백’ 청년 실업자, 치매에 걸린 노인…. 상복은 이들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성장한다.

긴 여행을 마친 상복은 다시 고향 영동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태워버려 밑둥이 잘린 호두나무는 ‘애타는 기다림이 없어지니까 마음 속 가득했던 기대의 신비가 다 사라져 버린’ 현실이다. 여행의 목적인 ‘딸기’는 찾지 못했지만, 그것은 결국 돌아가신 아버지였음을 암시하면서.

인터넷 때문에 출판만화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박흥용씨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출판만화는 인터넷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다고 강조한다.

“독자들이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만화를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컴퓨터 화면은 펜으로 그린 가는 선을 다 날려 버리기 때문에 펜화의 묘미를 살릴 수 없습니다. 펜화에서 얻어지는 감동들은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죠. 긴 이야기를 읽을 때도 출판 만화가 좋습니다. 아무리 편해도 컴퓨터 앞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겠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탱화(불교의 신앙을 그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자랐고, 형은 유화를 그렸지만, 동네에 살던 만화가와 ‘접선’하면서 오랫동안 만화와 함께 해 온 박흥용씨.

<내 파란 세이버>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등으로 ‘작가주의 만화가’로 평가받는 박씨는 그 형용어구에 맞게 나이가 들수록 고향, 흙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본능을 다룬 만화에세이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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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22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이 양반도 양반되기는 어려울 듯.
여름아이, 아니 자명한 산책님이 좋아할 만한 인터뷰군.
새 책이 나왔다구? 그럼 또(-_-;;;) 주문해야지 ...

로드무비 2004-07-2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두나무 왼쪽 길로> 기대됩니다.
늘 좋은 기사 퍼다주셔서 감사합니다.^^

balmas 2004-07-2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말씀을 ...
좋은 기사 같이 읽으면 더 좋은 거죠, 뭐.^^

2004-07-23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4-07-2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자명한 산책님, [문익환 평전을 만화로 낸다면 이희재님과 박흥용님 중에 누가 더 어울릴까요?]가 뭐 그렇게 큰일날 말이라고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기"로 질문하셨어요? (ㅋㅋㅋ 너무 했나?)
제 생각에는 두 분이 동시에 그린 다음에 평가를 하면 좋을 듯한데요. 그렇게 되면 독자들에게는 행복한 일일 텐데 ...^^

릴케 현상 2004-07-2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사실은... 두분 다 할 생각이 없을까 봐... 걱정이어서

로드무비 2004-07-25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희재님을 좋아하지만 막연하게 문흥용님이 더 어울릴 듯.

balmas 2004-07-25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박흥용(엥, 문흥용?????) 한 표요~~~
이희재 추천 없습니까?
알라딘에서 투표를 해서, 집단 건의를 한번 해볼까요? ㅋㅋ

로드무비 2004-07-2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담도...^^

릴케 현상 2004-07-2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흥용 한 표라^^ 고맙습니다.
 

느림님이 10000힛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혹시나 하고(아, 부질없는 희망이여 ... -_-;;;) 가봤더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세 가지의 이벤트인데, 첫번째 이벤트는 해당사항이 없고, 두번째 이벤트를 보니 ... 분명히 제목이 보이는 책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이런 !!!)

헉 ... 그런데 느림님 왈,

"흠흠.. 타이핑 하는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가장 잘 보이는 몇권은 제가 먼저 올리겠습니다. ^^;;;

1.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3. 외딴방
4. 오페라의 유령 5. 체 게바라 평전 6. 그의 20대"

결국 나의 수고를 자진해서 덜어주시니, 할 게 없다 ...

그럼 세번째 이벤트는, 하고 봤더니, 문제 왈,

"nrim이 유일하게 전작품을 다 모은 만화작가가 한명 있습니다. 그 작가는 누구일까요?
(이벤트2에 올린 사진 속에 답이 있다지요. ^^)"

이럴수가, 나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니 -_-;;;;; 만화는 한 권도 아는 게 없다는, 이 비장의 진실을 ...(사실은 한 10여권 정도는 안다. 대단하군, 정말)

그래서 결국 이벤트 참여는 타의반 자의반 무산되고, 일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반추해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만화가가 꿈일 정도로 만화를 탐독했었는데, 어찌 이리 되었는고. 그렇다고 만화(가)를 경멸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직도 만화가는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호감의 대상인데, 어찌 만화(가)에 대해 이리 무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아는 만화가를 한번 생각해보았다. 박재동, 허영만, 오세영, 이희재, 이현세, 김**(둘리를 그린 만화가는?), 홍승우, 정훈이(한겨레는 매일 보니까) ... 이 정도면 그래도 상당하군.

그리고 지난 봄에 후배 부인(후배와 후배 부인은 내가 모두 잘 아는 사이다)에게 받은 만화책 두 질이 있다. 제목은 [그린힐]과 [크레이지 군단].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 내가 [이나중 탁구부](저자 이름은 까먹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후루야 미노루라고 나온다. 반갑군)를 감명깊게(사실은 배꼽빠지게 ...) 봤다고 했더니, 후배 부인이 감동해서(내가 그럴 줄 몰랐다나 ...그런데 칭찬이냐 비웃음이냐 -_-;;;) 나에게 넘겨준 만화들이다. 가장 아끼는 걸작이라고 하면서 ...

집에 와서 봤더니, 재미는 있더군. 하지만 역시 [이나중 탁구부]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벌써 7-8년 전쯤인 듯한데, [한겨레 21]에서 설날 특집으로 만화를 몇 권 소개해준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만화"라는 소개 문구와 함께. 그래? 그렇담 한번 웃어보자, 고 마음먹고, 책 대여점에서 4권을 빌려봤다.  낄낄낄낄낄낄낄 x 10 ... 나는 아직도 이 만화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안 보신 분들(?)은 한번 보시길 ...) 이 만화를 보면서 계속 낄낄거렸더니, 집안 식구들이 지나다니면서 모두 한 마디씩 비웃음의 멘트를 날렸다.

"얼씨구?"

"드디어, 미쳤냐?"

"뭐 잘못 먹었냐?"

"철학도 곱게 해야지 ..."

"만화에 스피노자라도 나오냐?"  등등

아, 그 때의 감동이 새롭게 밀려오는군 ...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샜는데,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심기일전, 앞으로는 만화책을 부지런히, 틈틈히 읽어보자, 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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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22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고수들 앞에서 부끄럽지만... 파이브스타스토리즈 꼭 읽어보세요...

starrysky 2004-07-22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림님의 이벤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된 처지로서, balmas님께 감히 동병상련을 느끼옵니다. ^-^ 느림님 문제, 저로서는 너무 어려웠다구요.. ㅠㅠ
전 만화를 참 좋아하면서도 요새 많이 보지 못해 만화 고수이신 알라디너님들과 약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빨리 최신 인기물까지 따라잡아야 할 텐데요..

balmas 2004-07-22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브스타스토리즈]라 ... 당장 주문을 넣어야겠군. 그런데 도대체 이번 달엔 책을 얼마나 사는거야?????
ㅋㅋㅋ 동지가 한 분 계셨군요. 사실은 숨은 동지들도 여러분 계실듯 ...

쎈연필 2004-07-22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웁쓰... 이 글 정말 재밌네요... 이나중 탁구부를 그렇게 좋아하신다니... 정말 의외입니다 ㅎㅎㅎ
이런 모습 자주 보여주세요 ^-^

superfrog 2004-07-2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나중..을 재밌게 보셨다면 그린힐도 즐기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릴케 현상 2004-07-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다면 이토준지 만화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아 그리고 한국만화로는 박흥용을 보셔야지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nrim 2004-07-2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왠지 죄인이 된듯하군요.. 그래도 덕분에 발마스님이 만화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니 너무 기쁜걸요. ^^

balmas 2004-07-2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파이브스타스토리즈]는 일단 다섯권 주문했어요.
[그린힐]도 재미있더라구요. 그런데 워낙 [이나중]의 인상이 강렬하다보니 ...
이토준지라 ... 헉, 공포만화의 대가네요. 이런 공포물을 즐기시다니, 대단하시군요.
제가 박흥용 님을 깜빡했군요. 죄송.^^ 대단한 만화가지요.
자몽상자님 얘기는 아무래도 만화를 더 많이 보라는 격려인 듯 ...^^
느림님 죄인 맞습니다. 우롱죄. ^^

바람구두 2004-07-2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난 언제나 이벤트 해보냐...음냐음냐

balmas 2004-07-2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바야흐르 이벤트 열풍에 휩싸였군요. ㅎㅎㅎ
조만간 아무런 핑계라도 대고 한번 하심이 ...

바람구두 2004-07-23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럴까요> 흐흐.

balmas 2004-07-2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른 분들이 좀더 도와주시면, 바람구두님의 이벤트가 곧 열릴 듯합니다.
더욱이 213분이 즐겨찾기를 하고 계시다니, 동기야 충분한 듯한데 ...^^

바람구두 2004-07-2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하고 있는 거 아닌지요. 흐흐.
힘드네요. 이벤트하기도..

MANN 2004-07-25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엇; 이나중탁구부를 보면서 배꼽을 잡는 선생님의 모습이라니 잘 상상이 안 가네요 ^^; 뭔가 어려운 책이나 진지한 글만 읽고 진지한 글만 써 낼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ㅋ (편견인가;;)

앞으로 부지런히 만화책을 읽으실 거라면, 추천하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은데... ^^;

balmas 2004-07-2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걸루다가 세 개만 추천해봐 ...
 

 

가족 개념, 법이 규정할 필요없다
     
가족개념의 발상전환을 위하여’ 토론회

 문이정민 기자
 2004-07-04 23:57:36


“가족의 범위를 법에서 정의할 필요 있나.”

민법개정안과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개념 규정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가족위기? 가족변화? -가족개념의 발상전환을 위하여’ 토론회에서 이재경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는 “가족에 대한 정의가 과연 필요한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복지의 대상은 가족이 아닌 ‘개인’

2003년 국무회의를 통과한 민법 개정안을 보면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가족으로 한다’고 정의 내리고 있다. 또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에선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인 가족 규정은 실제 현실 속의 가족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재경 교수는 “우리는 흔히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잠시 주춤한다. 왜냐하면 누구를 포함시키고 누구를 제외해야 하는지 쉽게 판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을 그 외부와 경계가 분명한 단위로 여기지만 현실에서는 가족을 정의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가족의 다양성 담론에 확산되면서 그동안 비정상 가족으로 범주화됐던 가족들을 ‘다양성의 이름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진정한 다양성의 수용이라기 보다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한 변이 현상으로 보는 관점이었다”면서,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개정안의 가족개념 규정을 비판했다. 즉 “다양성의 수사가 민법개정안의 가족범위 규정이나 건강가정기본법의 ‘건강/비건강 가족’이라는 이분법과 결합하면, 이미 다양성은 담보되기 어렵다”는 것. 이 교수는 “가족의 범위나 경계, 가족원의 역할을 출계, 혈연, 성별 등에 근거해 규범적으로 정의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개인이 선택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생활이 제도적으로 지지되고 지원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가족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어떻게 정책지원 대상을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사회적 보호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즉 복지의 대상은 가족이 아닌 개인이 되어야 하며 개인을 통해 가족은 간접적으로 지원의 혜택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가족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수석연구위원은 “가족의 범위를 규범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일상적으로 가시화될 때 어떤 형태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표시했다. 또 ‘가족’을 단위로 국가의 정책을 시행하고자 하는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향성과 당장의 시책마련 사이에는 괴리가 있으며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이상을 추구하는 것에는 보다 깊은 논쟁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숙 교수(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는 “학자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념적 정의와 일반시민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념적 정의는 다르다”면서, “핵가족만을 고수하는 단일개념에서 벗어나 한부모, 재혼, 입양가족을 가족의 형태로 점차 수용하는 경향을 나타내지만 여전히 동성애, 공동체가족, 친지들과 동거하는 노인단독가구는 가족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부부관계와 부모자식관계를 필수조건으로 강조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런 이념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가족정책을 위한 가족에 대한 정의도 각 국가의 가족정책의 방향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가족정책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해 “가족에 대한 기본법이 생겼다는 데 의의를 두고, 사회적 관심환기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수정, 유의미한 지원법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유경희 상담소장은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해 “가족에 대한 기본법이기 때문에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존의 안정된 틀을 고수하기 위한 단편적 대응책보다는 가족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읽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족현실을 바탕으로 한 각각의 개별가족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과 현실의 괴리

박순덕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복지위원회)는 “가족을 법에서 개념 지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남편은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나지 않은 자녀도 부인의 동의 없이 남편 자신의 호적에 올릴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남편의 혼인 외 자식은 비록 법적으로는 부인과 다른 자녀들의 가족이지만 그들의 인식 속에는 가족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이혼해 엄마가 자녀들을 키우는 경우 비록 자녀들은 아빠의 호적에 그래도 남아 아빠와 계모의 법적인 가족이 되지만,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자녀들은 엄마나 계부와 호적이 함께 되어 있지 않아도 엄마나 계부를 가족으로 인식한다는 것.

박 변호사는 “아무리 법이 가족이라는 개념을 규정하고 싶어하고 규정한다고 해도 현실상 개개인이 인식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은 개인마다 그 차이가 많으므로 법과 현실이 괴리될 수밖에 없고 개개인이 인식하는 가족의 형태를 법에서 모두 개념 지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법은 보호가 필요한 개인이 있으면 그 개인을 통해 가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홍식 교수(전북대 사회복지학과)는 “복지국가의 위기를 빌미로 등장한 서구의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가족위기’ 담론임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가족위기 담론의 정치적 의도는 가족위기 담론을 통해 전형적 가족을 강화하는 이념적 근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복지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가족에게 강제함으로써 소위 비생산적 자원의 소모를 완화하자는 전략적 목적 속에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족위기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세계적 신자유주의 질서의 재편 과정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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