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당 한계 넘으려는 독일좌파의 정치실험
독일 좌파 대안정당운동, 구호보다는 내용이 문제

 

최재한 ajhberlin@freechal.com

 

   
▲ 연이은 선거 참패와 지지율 하락으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슈뢰더 총리
2002년 총선에서 간발의 차(3석)로 재집권에 성공한 독일 사민당(SPD)이 2차 대전 이후 최저의 지지율로 홍역을 앓고 있다. 총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던 사민당은 지난 6월 13일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21.5% 득표에 그쳤고, 특히 최초 창당 지역인 아이제나하가 있는 튀링엔 주의회 선거에서는 구동독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26%)에도 뒤진 14.5% 득표로 제3당 신세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43%라는 낮은 투표율을 보인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가 2006년 차기 총선의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은 사민당 지지자 상당수가 녹색당이나 민사당 지지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녹색당의 경우, 베를린(22.7%)/프랑크푸르트(25%)/뮌헨(23.3%) 등 대도시에서 학생과 지식인 그리고 공무원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사민당을 추월했다. 한편, 지난 총선에서 5% 득표에 실패해 중앙정치무대에서 사라졌던 민사당은 구동독지역의 사민당 이탈세력을 끌어안고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사실 사민당의 지지율 하락은 우경화된 개혁프로그램인 '아겐다2010'과 함께 시작됐다. 국민들 대부분은 사민당이 140년 간 지켜오던 '사회적 정의(soziale Gerechtigkeit)'라는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사회적 국가(Sozialstaat)'의 기반을 흔드는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국민들의 집권당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7월 초 제1공영방송(ARD)이 실시한 가상총선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사민당의 정당지지율은 23%에 불과해, 야당인 기민(CDU)/기사(CSU)연합이 얻은 45%의 절반 수준이었다.

역설적으로 더욱 보수적인 당론의 야당이 사민당 개혁정책이 불러온 국민적 저항의 반사이익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한편, 독일노총(DGB) 위원장 좀머는 사민당의 노동시장정책인 하르츠법안IV이 "실업자를 지원하기보다는, 그들을 빈민화로 내모는 정책"이라고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여야가 사회경제정책을 통해 보수적 힘 겨루기를 하는 정치적 상황이 새로운 대안정당운동에 불을 지폈다.

7월 3일 베를린에서는, 90년대 사민당 대표로서 당내 좌파세력을 이끌었던 라퐁텐의 측근들로 구성된 '선거대안2006'과 노조활동가, 반세계화 운동세력들이 중심이 된 '이니셔티브 노동과 사회적 정의' 소속 4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선거대안 노동과 사회적 정의'라는 모임이 공식적으로 발족됐다. 이미 전국적으로 70개 지역의 1만 명이 의기투합한 새로운 대안정당운동은 하계휴가가 끝나는 올가을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해서 좌파정당의 창당과 내년 5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 선거 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진(西進)에 실패하고 있는 민사당과의 관계설정을 위해서 프로그램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대안정치운동은 사회적 저항의 일환으로 기존 정치권에 대해 우선 4가지 항목을 요구하고 있다. ◇하르츠법안IV 철회. ◇노동시간연장 철회. ◇사회적 국가의 보장과 혁신. ◇부유세 도입. 그들은 실업수당/사회부조의 삭감과 노동시간연장(주당 35시간→40시간)을 반대하고, 사회적 국가로서 양질의 교육과 의료체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자산세를 재도입하고 최고세를 47%로 인상하는 등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발기인 상당수가 노조관계자인 대안정당의 좌파적 요구들은, 계급의식으로 잘 무장된 조직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유인효과를 거둘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조직화되지 않은 하층계급들 상당수도 지난 6월 선거에 대거 불참여했고, 좌파적 포퓰리즘 선동에 이끌릴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기에 대안정당의 주된 공략대상이다. 제1공영방송의 "새로운 좌파정당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는 확실히 지지할 것이고, 37%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질문했을 경우, 그 답변이 각각 9%와 49%에 달했다. 그리고 젊은층, 노동자, 실업자를 대상으로 설문했을 때, 그 잠재적 지지율은 더욱 높아진다. 정당전문가인 발터교수(괴팅엔대학)는 라퐁텐(전사민당대표)이나 기지(전민사당대표) 같은 좌파적 명성이 높은 인사들이 참여하고, 몇 가지 쟁점에 대한 구체적 대안만 제시한다면 새로운 대안정당이 비례대표를 배분받을 수 있는 5%조항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그는 만일 서독지역에서 집권여당에 실망해서 선거불참을 결정한 절대다수를 투표장으로 동원한다면, 10% 지지율의 상당한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좌파 대안정당운동에 대해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먼저 야당인 기사연 사무총장 죄더는 "현재 독일에 필요한 것이 경제적 실상도 파악하지 못한 또 하나의 좌파정당이 아니다. 그 존재는 독일을 더욱 괴롭힐 것이고, 실망스런 반쪽짜리 공산주의자나 노조관계자가 더 이상 잠재적인 세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그들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그리고 여당인 사민당 지도부는 '사생아'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일단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애써 평가절하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구당위원장 샤르타우는 노조를 향해 야당의 정권탈환이 노동자들에게 재앙이기에 사민당과의 협력이 필연적이며, 당장 신당 창당에서 손을 뗄 것을 호소했다. 한편 부대표 폭트는 "베를리너 차이퉁(BZ)"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안정당운동에 참가하는 당원들을 모두 출당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내부단속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부단속에도 불구하고 당내 좌파세력의 합류로 대안정당운동이 탄력을 받게되면 사민당은 비상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슈뢰더 총리의 스타일로 봐서, 좌파 대안정당세력들에게 무릎을 꿇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슈뢰더 총리는 독일의 사회적 국가가 현재 모습으로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지율 급락을 '고통스러운 수치'로 표현하면서도, '아겐다2010'의 성공을 확신하면서 계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피력했다. 오히려 그는 슈피겔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조는 내용적으로 아무 것도 제시하지 못하는 서비스공공노조 위원장 브지르스케 같은 사람이 노조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를 반문해 봐야한다"면서 그간 개혁정책에 딴지를 걸었던 노조지도부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이에 노동계는 발끈해서 새로운 대안정당운동에 적극 참가하자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서 사민당내 노동블록은 개혁정책에 대한 노조의 우려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당과의 이해관계에서 노조가 제1선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당지도부에 호소했다.

올가을 브란덴부르크, 자란트, 작센을 시작으로 쉴레스비히홀스텐 그리고 내년 5월 사민당의 텃밭이자 최대인구 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연이어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만일 여기서 연합세력에게 모두 패한다면, 사민당은 상원격인 분데스라트의 3분의 2라는 절대의석을 야당에게 내주게 된다. 따라서 야당은 예산안 심의를 포함해서 여당이 제출하는 모든 법안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민당은 정권의 정당성마저 위협받아, 야당에 의해 점차 가시화되는 조기총선이라는 국민적 압력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사민당 대표가 된 뮌터페링은 "가재는 게편"이라는 논리로 좌파세력들의 반란을 무마할 수 있다고 희망할런지 모른다. "노동운동은 단지 사민당과 노조가 어깨 걸고 나갈 때 성공할 수 있다"며 사민당으로 뭉쳐야하는 당위성을 역설한 그의 좌파적 레토릭만으로는 추락하는 사민당 지지율의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45년 전 사민주의자들은 소위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채택해서, 주요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목적을 포기하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껴안았다. 이때부터 사민당은 사회주의적 목적과 맑스주의적 사상을 버리고 대중정당으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대안정당운동도 단순히 '아겐다2010'을 보이콧하는 차원을 벗어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관건이다. 만일 대중의 정서에만 호소하고 슬로건성 구호나 남발하는 우파적 포퓰리즘을 답습한다면, 새로운 대안정당운동도 자본주의의 극복은커녕 개조도 불가능한 정치적 깃발 꽂기에 불과할 것이다. 독일 정당사가 새롭게 서술될 지 여부는 조만간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번역 검토-1

몇 사람에게 이 책에 관한 서평을 쓰겠다고 약속을 한 뒤 몇달 동안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이제서야 간단하나마 서평을 쓰게 되었다. 이처럼 늦어진 이유는 물론 이런저런 다른 일들 때문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또 다시 말도 안되는 오역으로 점철된(그럴 것이라고 예상되는) 데리다 번역본을 원문과 하나하나 대조해가면서 짜증내고 분노하고 한숨쉬고 하는 지겨운 일을 될 수 있는 한 피해보려는, 자연적인 심리적 또는 생리적 거부반응 때문이었다(그럴 걸 왜 약속을 했던가 ... 무용한 정열이여!). 

  그 약속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 더 미루면 결국 쓰지 못할 것 같아서, 엊그제 집에서 책을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원래는 구내서점에서 이 책을 읽을 생각이었으나, 며칠 전 원서를 끼고 구내서점에 가보니, 아뿔싸! 한 권 있던 책이 이미 도서관에 납품되었단다. 이런!! 그러니 어쩌겠는가, 약속을 이미 해놓았으니, 책을 사서라도 읽어야지 ... 그래서 결국 3만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이 책을 사고 말았다. 제발 번역이 괜찮아야 하는데, 제발 그래야 하는데라고 되뇌이면서 ...).

  그래서 책을 읽었는데(또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 읽고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역시 실망스럽다고 해야 할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지 사실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많이 썼다는 점이다. 사실은 출판사 쪽에서도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 같은데, [역자 후기]에 따르면 일본어 번역본에 실린 역주(140여쪽에 달하는 분량이라고 한다. 존경할 만한 자세다)를 번역해서 역자에게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애를 쓴 결과, 70여쪽을 읽어본 것에 기초해서 말하자면, 그래도 읽을 만한 번역본이 되었다. 다시 말하면 전혀 말도 안되는 오역들이 매쪽마다 나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이 번역본은 여전히 불만스럽고 문제가 있는 번역본이다. 몇 쪽에 한 두번씩 상당히 중대한 오역들이 발견되고 있고, 이 오역들은 데리다의 논의의 핵심 내용과 관련되어 있어서, 비록 한 두 개의 오역이라 할지라도 2-3쪽에 걸친 논의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번역본은 사소한 몇 가지 잘못들을 범하고 있는데, 이런 잘못들이 번역본만 읽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큰 불편함을 준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가령 이 번역본에서는 “écriture”라는 데리다의 핵심 개념을 어떤 경우에는 “에크리튀르”로 표기하고, 어떤 경우에는 “문자”나 “문자 언어”로, 또 어떤 경우에는 “기호표기”나 “글쓰기”로 번역하고 있다. “문자기록”이나 “기록” 같은, 이 개념의 의미를 훨씬 충실히 살려낼 수 있는 번역어가 있음에도, 이처럼 한 단어를 여러 개의 번역어로 표현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렇게 해서는 개념의 통일성을 제대로 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번역본만 읽는 독자로서는 그때그때마다 원어를 상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더 나아가 역자는 어떤 경우에는 “inscription”을 “문자 언어”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혼동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역자는 “production”이라는 단어를 앞부분에서는 줄곧 “창출”이라고 번역했다가 30여쪽 뒤에서부터는 다시 “생산”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이 경우 누가 이것들 모두가 “production”이라는 단어의 번역어라고 생각하겠는가? 더욱이 데리다는 관념, 이념, 의미 등과 같은 사유활동의 결과들은 어떤 신학적이거나 정신적인 창조물이 아니라 물질적인 기록작용의 결과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produc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창출”이라고 번역한다면, 데리다의 의도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과를 낳고 만다.

  또한 역자는 “renvoi”나 “renvoir”, 또는 “renvoir à”라는 말들을 “되돌려보내기”(21), “...으로 귀결된다”, “...으로 되돌아가며” 등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문장의 의미가 전혀 이해될 수 없다. 이 책에서 사용된 “renvoi”라는 단어는 기호들이 외부의 사물을 가리키지 않고 기호들끼리 서로서로 참조하는, 또는 지시하는 것을 가리킨다. 곧 차이들의 체계로서의 기호체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다. 아울러 “renvoir”나 “renvoir à”는 “되돌려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에 준거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각각의 논의 맥락들이 이해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자주 쓰이는 “effacer”라는 단어도 이 책에서는 “소멸하다”로 주로 번역되고 있는데, 이 역시 이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effacer”라는 단어는 “écriture”라는 개념, 곧 “기록”이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단어로, “지우다”, “삭제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소멸하다”로 번역하게 되면 독자들이 데리다 논의의 의도와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직 고작 70여쪽을 읽어봤을 뿐이지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그래도 뒤로 갈수록 번역이 나아진다는 점이다. 읽어갈수록 계속 더 번역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

  이제 이 책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오역의 사례들을 제시해볼 생각인데, 여기서는 가벼운 오역은 놔두고 논의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오역들만 검토해보겠다.

10쪽
“[루소의 텍스트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제1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제시된 명제들에 긴밀하게 종속되어 있다.] 이 명제들이 요구하는 바는 독서를 할 때 최소한 그것의 중심축은 역사의 고전적 범주들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사는 사상사와 문학사는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철학사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축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는 고전적인 규범들을 존중해야만 했다. 아니면 적어도 존중하려고 애썼다. 비록 시대라는 말이 이러한 고전적 규범들이라는 결정 요소들로 완벽하게 규명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는 역사적 총체성과 마찬가지로 구조적 형태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부분은 큰 문제는 없는데, 두 가지 정도가 눈에 걸린다. 우선 독서의 “중심축은 역사의 고전적 범주들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와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축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는 고전적인 규범들을 존중해야만 했다. 아니면 적어도 존중하려고 애썼다” 사이의 관계가 불분명하다. 이 양자의 관계를 좀더 분명히 밝혀야 독자들이 논의의 전개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마지막 문장이 잘 이해가 안되는데, 이는 역자가 원문의 “이 규정들ces déterminations”이라는 지시대명사를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을 보자.

원문 p. 7
“Cellis-ci exigent que la lecture échappe, au moins par son axe, aux catégories classiques de l'histoire: de l'histoire des idées, certes, et de l'histoire de la littérature, mais peut-être avant tout  l'histoire de la philosophie.
  Autour de cet axe, comme il va de soi, nous avons dû respcter des normes classiques, ou du moins tenté de le faire. Bien que le mot époque ne s'épuise pas en ces déterminations, nous n'avions à traiter d'une figure structurale autant que d'une totalité historique.”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문제점을 감안해서 다시 번역하면, 위의 번역문은 다음과 같이 수정될 수 있다.
“이 명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요구한다. 곧 독해는, 적어도 그 중심축은 역사―사상사 및 문학사는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철학사를 포함하는―에 대한 고전적인 범주들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중심축 주위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고전적인 규범들을 존중해야 했다. 또는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시도했다. 비록 시대라는 단어가 하나의 구조적 형태와 하나의 역사적 총체라는 규정들로 소진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러한 규정들을 다루어야 했다.”

그 다음 문장을 보자.
15쪽
“이러한 부적절함은 언제나 이미 운동을 야기시키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무언가가 이 부적절함을 있는 그대로 나타나게 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이를테면 책임지는 것을 [16쪽]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 문장에서는 “부적절함”이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분명치 않다. 이는 우리가 앞의 문장들을 인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역자가 “inadéquation”이라는 단어를 “부적절함”이라고 번역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그리고 “운동을 야기시키기 시작했었다”라고 했는데, <어떤 것>의 운동인지가 분명치 않다. 이 역시 번역의 잘못 때문에 생겨난 모호성이다.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것을 [16쪽]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역시 불어 단어의 뜻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다. 원문을 보자.

p. 13
“Cette inadéquation avait toujours déjà commencé à donner le mouvement. Mais quelque chose aujourd'hui la laisse apparaître comme telle, en permet une sorte de prise en charge ...”

이 문장들 전체를 다시 번역해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불일치[문자기록의 표음화가 세계 문화를 독점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시점에 과학의 진보는 문자기록의 표음화에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는 것]의 운동은 항상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어떤 것이 이러한 불일치의 운동에 대해 일종의 부하(負荷)prise en charge를 허락함으로써, 이 운동이 있는 그대로 나타나게 만들고 있다.”

보다시피 역자는 “불일치”라고 번역해야 할 “inadéquation”을 “부적절함”이라고 번역해서 논의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나아가 역자는 “donner le mouvement”이라는 숙어를 너무 곧이곧대로 해석해서 “불일치가 <다른 어떤 것의> 운동을 야기시키다”로 번역하고 있는데, 현재의 문장에서 이는 불일치 자신의 운동을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prise en charge”라는 어구 역시 “책임지다”는 뜻을 가진 “prendre en charge”라는 숙어와 혼동하고 있는데, 이 어구는 그런 뜻이 아니라 이미 작용하고 있는 운동에 새로운 동력원이 공급되었다는 것, 곧 부하를 받았다는 것을 가리킨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07-1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에 관한 검토 첫번째 부분입니다. 변죽은 요란하게 울려놓고 정작 내용은 빈약해서 민망하기 짝이 없군요. 앞으로 적어도 2장 [언어학과 문자학](전체 분량의 1/4 정도)까지는 내용을 검토해서 올리겠습니다. 나머지는 시간관계상 생략 ......(^^;;;)
하지만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밀려 있는 터라, 매일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3일에 한번씩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또 약속 ...-.-;;;).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쁜 번역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번역도 아닙니다. 구매 여부는 알아서 판단하시길 ...

쎈연필 2004-07-1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도 모르는 게 많지만, 공부하듯이 정성껏 읽겠습니다(읽고 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항상 고맙구요, 응원합니다.

balmas 2004-07-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그렇게들 말씀하시면 쑥스럽죠.^^
 

[프레시안]

 

"가지 마라. 그 길은 사람의 길이 아니다."

[문인 39인의 '반전평화 게릴라 글'] "이라크전쟁은 백년전쟁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정부에 대해 이라크 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반전평화 거리 시화전을 열고 오후 7시반부터는 3시간동안 시낭송회를 갖는다.
  
  작가회의는 이날 행사 개최와 관련, "전쟁은 인류의 근본적인 도덕을 말살하는 페스트요, 파병은 세계의 양심인류들에게 치명적인 독균을 매개하는 행위에 다름아니다"며 "문학 고유의 가치를 살려 반전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양심사회세력에게 기운을, 국민들에게는 문학적 감성으로 양심을 건드려 '꺼트릴 수 없는 촛불을 지키자'고 외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번 행사는 연속적인 반전평화운동에 합심하겠다는 작가들의 의지를 밝히는 연대의 한마당이며, '거리에 뒹구는 아픈 말들을 거두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작가의 소임이 아니겠느냐'고 우리가 내걸었던 질문에 스스로 화답하는 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작가회의는 "우리는 죽음-학살보다 더 확실한 현실을 본 적이 없기에 파병 앞에 붙은 어떤 수사도 인정할 수 없다"며 "내가 살기 위해 죄없는 누군가를 죽일 수 없나니 그 마음이 죽음을 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앞서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파병을 왜 해서는 안되는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담은 '게릴라 글'을 모았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의 도움으로 문인 39인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고은
  
  김일병 가지 말아라
  이라크 전쟁은 가장 추악하고 가장 비겁한 전쟁이다
  장소위 가지 말아라
  이라크 전쟁은 백년전쟁이다
  결코 내일 모레 끝나지 않는다
  
  홍일선
  
  聖반미론
  
  아주 오래된 유프라테스 강물 속으로
  달이 태어나는 시간
  푸른 올리브나무 잎새에 덮힌
  아버지의 주검을 바라보는 한 소년이 있다
  아, 신성한 반미반제 해방전사가 태어나시는 시간이다
  
  강은교
  
  신이여, 세상 벽에 가득한 저 지는 꽃잎들 돌아
  쓰다듬으소서 평화의 뿌리
  펄럭이소서 평화의 날개들
  
  문동만
  
  현실론 웃기지 마라, 나는 죽음보다, 학살보다, 확실한 현실을 본 적이 없다
  
  전성태
  
  굴종의 댓가로, 남의 피 묻혀가며 얻어야 하는 평화라면 그렇잖아도 불쌍한 이 존재 참으로 쓸쓸합니다. 악마와 손을 잡은 이 민족을 용서하소서.
  
  하종오
  
  고 김선일씨의 절규를 되새겨야 한다. 제발 , 부디 떠나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의 절규부터 들어야 한다.
  
  박남준
  
  파병, 그것은 미국의 침략전쟁을 위한 대리전이다.
  슬프다. 내 조국은 정녕 자주주권국가인가?
  세상의 모든 생명과 평화의 이름으로 외치나니
  어떠한 국가 경제적 이익과 명분으로도 파병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이원규
  
  그 동안 피학살자로만 살아왔는데 이제 당당히 학살자의 반열에 올라서니 감개무량하다.
  
  송호필
  
  한미동맹, 국익을 말하기 전에 솔직히 이 땅은 미식민지라고 인정하고 파병하자.
  
  김수열
  
  파병은 절대 안 된다. 대신 장미와 토마토를 보내고 싶다.
  
  정우영
  
  우리의 젊은이들을 침략전쟁의 하수인으로 내몰지 말라. 그들이 전쟁터에서 맞설 사람들은 적이 아니다. 바로 이라크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다. 우리의 자유와 평화가 이라크에서 전쟁광에게 유린당하는 것이다.
  
  이상락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싸움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테러리스트는 혼내줘야 합니다.
  부시: 물론입니다.
  노무현: 살상무기 보유를 인정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부시: 그 의견에 적극 찬동합니다.
  노무현: 중동평화를 저해하는 무법자는 응징해야 합니다.
  부시: 두 말 하면 잔소리지요!
  노무현: 한국은 파병할 것입니다. 한국의 젊은 문인들도 앞다퉈 파병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부시: 오우, 희소식입니다! 난 당신과 한국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한국군 언제 출발합니까?
  노무현: 이미 지중해에 도착해서 이스라엘로의 진격 준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미군은 왜 코빼기도 안 보이지요?
  
  박철
  
  국민이 원치 않는 일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맹문재
  
  부시여, 이라크는 당신 집이 아니오. 집을 뺏는 일은 천벌 받을 죄. 죄를 용서받으려면, 하루 빨리 당신 집으로 돌아가시오.
  
  김재영
  
  이 땅 젊은이들을 죽음의 땅에 보내 얻는 국익으로,
  온 국민 입에 고깃덩이를 물린들 우리가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남송우
  
  이라크 파병은 진정한 평화와 생명의 의미를 오래 전에 잃어버린 강자들의 자기변명이다.
  
  박종헌
  
  우리가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한다면 추악한 미국의 대리전쟁 수행자로 영원히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략국가가 되고 말 것이다. 한 민족의 주권을 빼앗기도 하고 내어주기도 하는 부시 정권의 침략전쟁에 더 이상 우리가 휘둘릴 수 없으며, 이라크와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도 없다.
  
  김용택
  
  부모 잃은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느냐?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사람들한테 총 쏘러 가지 마라.
  
  공선옥
  
  파병, 이라크가 원하냐, 부시가 원하지!
  
  신현수
  
  식민지에서 감히 미국 놈들 허락도 안 받고, 그날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지방도 56호선을 걸어간 죄로, 그리하여 이 땅 식민지 한반도에서 식민지의 딸로 태어난 죄로, 그리하여 미국놈들 장갑차에 깔려 죽은 게 효순이 미선이의 잘못인 것처럼, 선일씨 당신이 목 잘린채 그날 2004년 6월 22일 오후 10시20분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으로 35km 지점에 아스팔트 위에 폭탄과 함께 묶여 내동댕이쳐진 것도, 그리하여 우리와 아무런 원한도 있을 수 없는 이역만리 이라크에 당신의 모가지가 나뒹굴게 된 것도, 다, 당신 잘못입니다. 당신의 죄입니다. 아, 아, 이 저주받을 야만의 땅 식민지 한반도의 아들로 태어난 죄.
  
  이경자
  
  평화는 어머니다
  제발 어머니를 죽이지 마라!
  
  안도현
  
  이라크에 군인 대신 평화를 파견하라!
  
  정도상
  
  머리 아프게 하지 마라
  평화만 생각하면 골치가 지근거린다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평화 아닌가
  
  방현석
  
  전쟁과 테러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인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네 목덜미에 끝내 사막의
  바람보다 더 날카로운 비수를 꽂아버린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먼길을 얼굴 없이 돌아온 네게
  차마 이렇게 치켜들 수 없는 뜨거운 목을 놓고,
  
  유영갑
  
  아직도 우리나라는 젊은 피를 팔아서 먹고살아야 할만큼 가난한가.
  국익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파병은 하지 말아야 한다.
  
  김희수
  
  내 조국의 산하가 외세에 짓밟혔던 쓰라린 기억을 금세 잊었단 말인가. 다시는 이 땅의 어머니를 울게하지 않기를. 조국이여, 당신의 아들들이 탐욕과 광기의 이 전쟁에 말려들지 않기를...
  
  김재호
  
  모든 침략전쟁에 반대한다. 또다시 침략국 미국의 용병이 되는 걸 반대한다. 파병을 철회하라.
  
  김창규
  
  미국의 부시가 믿는 하나님은 약소국가를 침략 전쟁으로 살육하는 하나님이다.
  그런 나라의 속국의 목사인 나는 미국을 반대하고 파병을 적극 반대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는 나라나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없기 때문이다.
  
  박일환
  
  전쟁이 잉태할 수 있는 것은 파괴와 약탈과 광기와 혼돈과 불모의 대지와 승리자의 음흉한 미소 같은 것들이다. 어디에도 생명과 평화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서정홍
  
  아들아, 사람이 절대 해서는 안 될 게 있다.
  뭐냐고?
  억압에 못 이겨 자신을 파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
  이런 짓이 바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아들아, 가지 마라. 그 길은 사람의 길이 아니다.
  
  유용주
  
  전쟁은 무덤만을 생산한다고 했다. 스스로 묘지관리인을 자청하는 부시 미 정권을 위해 우리 대들보인 젊은이들을 이라크로 보낼 수는 없다. 벌초 및 허드레잡일을 하는 데는 역시 미군이 마땅하다.
  
  이현수
  
  내 아들을 전장에 보내느니
  차라리 내 심장에 칼을 꽂으마!
  
  손세실리아
  
  내 몸을 빌어 세상에 나온 나의 아이들이 엄마인 내게 오래 전부터 일깨워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고귀한 절대 가치다. 엄마인 내가 생명사상의 스승인 내 자식을 전쟁터로 떠밀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별아
  
  전쟁 앞에 손익을 따지지 마라.
  죽음, 공포, 살육과 분노는 모든 것을 파괴하니,
  황폐한 영혼은 더 이상 어떤 꿈도 품을 수 없다!
  
  정혜주
  
  파병, 굴복이다!
  
  박두규
  
  자유,화해,평화,상생,인권,생명,생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해온 것이 부끄럽다. 인간의 생명을 제물로 삼는 백정의 나라 미국에 무릎을 꿇는 것이 국익이라고 말하는 천박하고 비열한 자본옹호주의가 역겹고, 그게 엄혹한 현실이라고 말하는 정당과 지도자를 지지했던 것이 부끄럽다. 생때같은 젊은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외치는 것이 전부인 것이 부끄럽다.
  
  윤동수
  
  살고 싶다! 절규하는 국민의 생명을 저버리는 나라.
  오, 우리는 파리보다 못한 목숨을 이어가는 대한민국 국민.
  우리의 생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국익 앞에서 버려진 헌신짝이어라!
  죽은 파리떼와 헌신짝이 쌓여서 마침내 무덤을 이룬 나라!
  대통령이? 국가가? 아니다, 그들은 국민의 생명을 나몰라라 했음을.
  오, 누가 그 무덤에서 우리를 숨을 쉬게 해주랴.
  
  이인휘
  
  텔레비전 화면 속에선 이라크 어린이들이 비명의 눈물을 흘리고
  텔레비전 밖에서는 내 어린 딸이 안타까워 눈물을 흘린다
  부시의 자궁을 핥아대는 정치꾼들
  그 눈물이 강물이 되고 파도가 되고 해일이 되어
  다 쓸어버렸으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은위로 2004-07-14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아, 가지 마라. 그 길은 사람의 길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
위의 말이 가슴에 제일 와닿네요. 사람의 길이 아니다.라는
가지 말았으면, 가서는 안되는 길에 제발 보내지만 말아주었으면. 어떻게든 막아주었으면.
파병에 커다란 관심이 없었지만 한 사람의 죽음뒤로 또다시 파병을 꺼낸다는 것은...

balmas 2004-07-1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인 듯 ...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서 오늘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고(이런 ...),
이번 주 안에 서평을 쓰기로 약속한(아, 부담감! 약속은 쉽게 하는 게 아니야 ... -.-;;;)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를 읽고 있다가 서재에 들어와보니, 댓글을 남기셨군요. 반갑습니다.

어떻게든 파병을 막아야죠. 문제는 눈썹 하나 까딱 안하고, 한미동맹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 정부인데 ... 저는 파병을 막기 위해서는, 파병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 정부와 맞서 싸우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실제로 파병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렇겠죠.

아 참, [헌법 제 5조]라는 노래 들어보셨어요?
"대체 한미동맹이 무엇이길래 ..."
 

이라크 파병을 반드시 막읍시다



정부는 8월 초 자이툰 부대 파병을 계획대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라크로 보낼 군수물자가 선적되었습니다. 파병재검토 결의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은 채, 15일이면 임시국회가 폐회됩니다. 이라크 파병을 막기 위한 마지막 투쟁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라크 추가파병 재검토'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장에게 "의장직권으로 재검토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달라"고 요청하며 국회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에서는 14일 수요일 이라크 파병 결사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스몹' 등 파병에 반대하는 여러 가지 평화 행동이 진행 중입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힘을 내어 파병을 반드시 저지합시다.

이라크 파병 결사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
- 주최 : 파병반대 국민행동
- 일시 : 2004년 7월 14일 (수) 오후 7시 (민주노총은 오후 6시에 사전대회)
- 장소 : 광화문 열린시민마당 (1박 2일 투쟁 준비를 해오시기 바랍니다)
(촛불시위는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김원기 의원 홈페이지에 글쓰기
- 의장 직권으로 '이라크 추가파병 재검토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라!
- 국방위에 계류되어 있는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하라
- 정부와 여당은 선적물자의 출항을 중단하라
-
http://www.ok-kim.or.kr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07-13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니까 열린우리당은 박정희와 [조선] [동아]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키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을 14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행정수도 이전만으로는 한나라당, [조선], [동아]와 구별짓기가 잘 안되는지, 다시 또다른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었다.
한나라/[조선] [동아]와 노무현/열린우리당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해 근심하던 사람들을 위해 확실한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아마도 보름만 버티면 사람들은 파병에 관한 건 까맣게 잊게 될 거고, 다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그야말로 눈터지는 경계선 긋기에 국민 모두가 혈안이 될 것이라는 계산과 확신이 깔려 있으리라.
아,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파병 문제에만 집착하지? 대범하게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못하고, 수구와 개혁도 구분하지 못하고 ...... 미안해, 노무현 씨 ...
 

-.-;;;

엊그제 데리다의 근황에 관한 기사를 퍼오면서 댓글을 달아, 다음 주 월요일에 [법의 힘]이

출간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본의아니게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는데, 출판사 사정 때문에 좀더 늦어져서 21일 경에나 나올 것 같다고 하네요.

많이 기다리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좀더 기다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죄송 ...

 

그리고 며칠 전에 문학동네 자회사인 아트북스에서 데리다의 [자크 데리다 시선의 권리]라는 책이 출간

되었습니다. 이 책은 사실은 2년 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저에게 번역 의뢰가 왔던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어처구니 없는 계약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계약이 무산되긴 했습니다만 ... (야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마리-프랑수아즈 플리사르라는 벨기에의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집에 대해 데리다가 글을 쓴 책입

니다.

사진집은 레즈비언의 사랑과 그로 인한 두 쌍의 남녀 사이의 갈등에 관한 서사를 보여주는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데리다는 원서로 40여쪽(하지만 책의 판형이 큰 데다가 글씨가 작아서, 보통 책으로

하면 80쪽 이상이 될 것 같군요)에 걸쳐 상당히 난해한 논평을 달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좀더 신중을 기울여서 책을 구입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데리다의 글이 상당히 난해해서, 데리다의 철학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못한 경우 번역하기가 매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자 소개를 보니 번역한 분은 미술사를

전공하고 영국에서 공부한 분이더군요. 번역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정황상 번역의 상태에 대해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마리-프랑수아즈 플리사르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든가, 사진 자체를 워낙

좋아하는(이 사진집에는 상당수의 누드 사진들도 있는데, 매우 아름답더군요) 분들이라면 모를까,

데리다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 책을 사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우선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번에 약속만 드리고 아직 이행을 못했는데, 다음 주에는 기필코(!!!^^) 서점에 가서 [그라마톨로지]의

번역을 검토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시선의 권리]도 함께 검토해볼 생각인데, 문제는 틀림없이

비닐 포장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죠.

흐, 이걸 25000원이나 주고 사서 검토해야 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쎈연필 2004-07-10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겠습니다. 그라마톨로지는 사서 읽고 싶은 책이라서요... 시선의 권리도 많이 땡기네요. 늘 많이 도움얻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balmas 2004-07-1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사서 검토해보라는 말씀인 듯 ... ^^
알라딘 분들을 위해서라면 ...(마치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balmas 2004-07-1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민음사에서 나온 [그라마톨로지]는 정말 어이 없는 오역본이었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에는 번역이 잘 되었으면 좋겠군요.
읽어보지도 않고서 쓰레기니 잡동사니니, 기본적인 논리도 갖추지 못했느니 회의주의니 하는 류의 비판이 횡행하는 마당에 번역마저 형편 없다면, 또 좋은 입방아감으로 전락하고 말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