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지금 [PD 수첩]에서 한국과 미국은

일 씨 피랍사건을 몰랐는가?라는 프로를 하네요.

다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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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2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리모콘이 어디로 갔나...

balmas 2004-06-2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나니, 제목이 좀 다르네요.-_-;;; 그래도 이런 시점에 이런 프로를 방영해준 [PD 수첩]이 너무 고맙군요. MBC 홈페이지에 [PD 수첩] 격려글이라도 남겨야겠네요.
[PD 수첩] 화이팅!!

balmas 2004-06-3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D 수첩] 게시판에 갔더니 조선일보,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반동세력의 알바들이 정말 많더군요. 완전히 도배가 되었더군요. 잘 보신 분들은 가셔서 한 마디씩 격려 말씀 남겨주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로쟈 님에 대한 세번째 답변

지난 번 요구한 대로 로쟈 님은 긴 답변을 써주었다. 로쟈 님의 우정에 깊이 감사한다. 특히 로쟈 님의 답변이 매우 비타협적이라는 점에서, 그의 우정은 더욱 감사하게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다. 차이와 갈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정, 그 우정이야말로 상상적인 동일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 우정이 좀더 정확한 독해와 평가에 근거한 것이었다면, 더 가치 있고 유효한 것이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의 우정은 의지에 그친 게 아닌가 한다. 그에게 답례 우정을 베풀기 위해서는 적어도 인식론적 측면과 정세적 측면에서 답변을 해야 할 텐데, 정세적인 문제들에 대한 답변을 위해 그가 제시하는 인식론적 논의들에 대한 검토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내가 보기에 그의 인식론적 논거들은 얼마간 막연한 상투어들의 나열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논의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는 감성적으로는 지나치게 비장한데 인식론적으로는 좀 막연한, 또는 무딘 편이다. 예컨대 “‘더 좋은 세상’(=당신들의 천국)을 만들고자 하는 (숭고한) ‘혁명’(혹은 ‘정권퇴진운동’)”이라는 등식이 성립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정세적인 문제들에 관해 몇 가지 지적하는 것으로 그치겠다. 나의 우정의 부족함을 용서하시길. 

첫째, 로쟈 님의 답변에서 당혹스러운 건 그가 나를 윤리주의자의 범주에 집어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 또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AP 통신의 보도와 관련된 나의 태도를 윤리적인 것으로 재단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노무현 정부에게 화가 나지만, 나는 “노무현 정부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라는 글에서 나의 개인적인 도덕적 분노를 거의 표현하지 않았다. 내가 제기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도덕적으로 잘못이므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했으므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이 아니다. 나는 이 거짓말(노무현과 미국이 어떤 식으로 사실을 은폐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므로, 정확히 말하면 외교부의 거짓말)이 객관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나의 주관적인 도덕적 판단을 제시한 게 아니라, 이 도덕적 쟁점이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지, 어떤 정치적 파장을 미칠지 예상하고 평가해본 데 불과하다. 그러니 나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왜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 balmas 님의 ‘분노’”라고 말할까? 나는 그 글에서 내가 도덕적으로 분노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전혀 없는데 ...

  또 하나 당혹스러운 건 그의 일반론이다. 그는 말한다. “모든 정부가 거짓말한다, 거짓말하지 않는 정부가 어디에 있는가?” 누가 뭐라고 했는가?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또 그는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알다피시 거짓말이 ‘발각’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했는가? 그런데 발각되지 않았는가? 거짓말임이, 적어도 외교부의 거짓말임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게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반동세력에서 이 문제를 물고늘어질 것이라고, 또는 이 문제를 최대한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열심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말했을 뿐이다. 실제로 AP 통신 문의 여부에 대해 외교부가 시인을 한 바로 그날 밤, 열린 우리당에서는 외교부장과 국정원장 경질론이 대두되었다. 외교부장관은 그렇다치고 누구도 국정원장이 이 문제에 연루되어 있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열린 우리당 스스로 당내 회의에서 국정원장 경질론을 제기했다(이는 국내 주요 일간지에 모두 보도된 사실이다). 이걸 보고 도둑 제발 저린다고 하지 않는가?

  더 당혹스러운 건 “『조선일보』는 “이게 정부인가?” 따위의 말을 할 자격도 권리도 없다”는 로쟈 님의 말이다. 누가 뭐라고 했는가? 『조선일보』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이런 말을 실제로는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큰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너희들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도덕적으로 일갈하는 것보다 그들의 자격 없는 발언이 정치적으로 어떤 계산에 근거하고 있고 어떤 효력을 미칠지 따져보는 게 더 현실주의적인 게 아닌가? 그러니 나는 당혹스럽다. 내가 윤리주의자인가 로쟈 님이 윤리주의자인가? 왜 내가 (로쟈 님이 분류하는) 윤리주의자의 범주에 들어가야 하는가? 왜 내가 『조선일보』와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고 노무현 씨를 공격하려 한다(로쟈 님의 첫번째 답글 중에서)는 황당한 중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둘째, 나는 로쟈 님이 현재의 정세에 관해 일말의 지식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는 “모든 사안마다 <프레시안>과 더불어 <조선일보>의 입장을 검토하고자 하는, 정세분석의 유력한 근거로 삼고자 하는 ‘열의’가 나로선 ‘부조리’하게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게 부조리한지 잘 모르겠다. 사태를 좀더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여러 세력의 입장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닌가? 도덕주의 (또는 혁명주의) 입장에서 벗어나 좀더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사태를 보려면 말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신문 하나라도 좀더 꾸준히 정독해야 할 듯하다). 그는 말한다.  “그래서, ‘중도보수’로서의 열린 우리당보다 먼저 손봐줘야 할 건 ‘수구세력’으로서의 조선일보이고 한나라당이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인가?” 한번 물어보자. 현재의 정세에서 수구세력으로서의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을 먼저 손보는 건 어떻게 가능한가?

이라크 파병강행에 대해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열린 우리당이 동의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테러응징론과 국가간의 약속의 중요성을 파병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열린 우리당에서는 현재 이라크 전투병 파병 동의안을 검토 중에 있고, 이런 열린 우리당의 ‘전향적 자세’에 대해 조선일보와 조갑제는 격찬하고 있다. AP 통신 사태로 불거진 김선일 씨 진상 조사에 대해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은 국정 조사에 동의하고, 그 대상을 외교부 직원과 이라크 주재 대사관 직원에 대한 조사로 한정하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어제 사설에서 진상 조사 촉구를 비판하면서 외교부 직원의 노고에 대해 국민들이 너무나 모른다고 질책하면서, 파병반대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요컨대 진상 조사 축소와 파병철회론 배제에 대한 열린 우리당, 한나라당, 조선일보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의 ‘공조’를 통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29일 재적의원 2백86명 중 찬성 1백21표, 반대 1백56표, 기권 5표로 부결됐다. KBS 뉴스는 시민들의 성난 반응을 내보내고, 열린 우리당은 비난이 빗발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매우 도덕적으로).

몇주 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열린 우리당이, “당이 내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 마디에 부랴부랴 취소하고 원가 공개 불가 방침을 내세웠고, 한나라당은 분양 원가 공개를 주장했다.

2주 전부터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행정 수도 이전에 관한 논쟁인데, 열린 우리당은 이전을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 및 (이명박이 시장으로 있는) 서울시는 천도론을 내세우며 이전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게 최근 몇주 간 일어났던 중요한 정치적 쟁점들이다.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파병에 관한 문제이다. 자 그러니 로쟈 님께서 어떻게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먼저 손볼 수 있는지 말씀해주길 바란다.

  내가 볼 때 로쟈 님은 정치적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고, 현 정세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는 분이다(그건 그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가 내 글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내가 혁명주의자=윤리주의자처럼 비쳤기 때문인데, 아마도 정치에 대한 그의 유일한 관심은 수구보수세력을 경멸하기, 혁명주의자들을 냉소하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앞에서 말했듯이 윤리주의자가 아니며, 오히려 내가 보기에 윤리주의자는 로쟈 님이다.

그러면 나는 혁명주의자인가? 한 마디로 말하면 나는 혁명주의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말 두 가지 길만 남은 것 같습니다. 하나는 부시와 국내외 수구세력의 손아귀에서 꼭두각시로 놀아나는 노무현 정부를 바라보면서 그 고통을 모든 국민이 감내하든가, 아니면 그에게 궁극적 책임을 묻고 그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리든가.”라는 나의 주장은, 칸트식 어법으로 말하면 일종의 가언판단에 가까울 것이다. 곧 끝내 노무현이 파병을 철회하지 않고 국내외 수구반동세력과 동맹을 맺는다면, 그러면 노무현을 끌어내려서라도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그렇게 하려고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혁명주의자의 주장인가? 마르크스주의 용어법대로 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변혁하자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헌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뜯어고치자는 것도 아니고, 파병을 강행하는, 국내외 수구반동세력과 동맹을 추구하는 정권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니, 이 파병 때문에 국민들과 우리 민족이 입게 될 피해를 두고볼 수 없으니, 이 파병으로 인해 이라크 민중들이 입게 될 피해를 묵과할 수 없으니, 이 파병 때문에 부시의 대 이라크 정책이 탄력을 얻고 그 결과 어떤 형태로든 부시의 재집권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으니, 정권퇴진운동을 벌여서라도 파병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혁명주의자의 주장인가? 오히려 이는 정치학에서 시민불복종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그런 식의 혁명이 있다는 건 나로서는 금시초문인데, 아는 게 있으시면 좀 가르침을 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로쟈 님은 파병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파병에 반대한다면, 파병을 강행하면서 부시 및 조선일보, 한나라당과 같은 국내외 수구반동세력과 객관적 동맹을 맺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읍소해야 하는가? 그래도 그들이 파병을 강행한다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저런 조롱투의 구절들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고 싶지만, 로쟈 님 말마따나 이렇게 객담을 주고받을 만한 여유가 없어서 이 정도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재답변은 얼마든지 환영하는데, 앞으로는 엉뚱한 중상과 지루한 여담 대신 실제의 논의에 기반하여 본론만 주고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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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제 글 "노무현 정부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에 대한 로쟈 님의 반론, "정치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1-6)에 대한 저의 제반론입니다. 로쟈 님의 반론은 로쟈 님의 서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포월 2004-06-3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머리와 감정이 복잡해지는군요...

balmas 2004-07-0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방향으로 정리가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군요.
 

* 한국 철학사상 연구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최원 님의 글 [이 땅의 그 모든 능동적인 시민들께 부탁드립니다]를 올려놓았더니, 다음과 같은 답글들이 달렸습니다. 혹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퍼왔습니다.

 

이병창 (2004-06-28 13:15:37)  
 
글쎄, 노무현 정권의 퇴진 운동을 벌리기는 것은
좀 무리한 주장 같은데..........

설혹 퇴진했다 해서, 더 나은 정권 예를 들자면
민주노동당 같은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도 없어 보이고
오히려 한나라당이 복귀하지나 않을까요?.

그러므로 어떻든 이 정권 하에서,
파병철회 투쟁을 벌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다행히 연말까지만 버티면,
부시가 떨어지고, 미국의 압박도 줄어들테니
국히의 파병동의도 연말까지고
그래서 실제로 파병을 철회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지금 정부가 파병철회의 마음이 있더라도
(사실 있는 거 같지 않기에 문제이지만)
정부가 당장 파병철회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파병의 시기를 연말을 넘기도록 유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해요. 
 
 
balmas (2004-06-28 15:20:49) 
 
이런저런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파병철회가 됐든, 파병연기가 됐든, 실제로 파병강행을 막아내는 것입니다. 견해의 차이는 차이대로 남겨두고, 우선 파병철회(또는 파병연기) 구호를 외치면서 집회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balmas님에게 (2004-06-28 16:52:42) 
 
저도 최원씨와 balmas님의 의견, 즉 '노무현 정권 퇴진'을 전면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은 결코 파병철회를 하지 않을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만 해도 그렇습니다. 한나라당과 열우당은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천정배 같은 의원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민단체와 함께 이 법의 비민주성을 비판했는데도 말입니다. 이렇듯 열우당 정권은 이제 더 이상 최소한의 개혁이라는 이미지마저 소진된 정권입니다. 이런 정권에 무엇인가를 더 바란다는 것 자체가 고인을 두번죽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병창 (2004-06-28 18:42:52)  
 
노무현 정권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분노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파병반대를 정권퇴진으로 연결시킨다면
이는 파병반대 주장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오히려 장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으로
파병반대의 주장이 좀더 대중적으로 확산된다면
노무현 정권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좀더 인내를 가지고
파병반대 내지 철회라는 주장을 중심으로
우리가 단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balmas (2004-06-29 00:04:35)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왔더니 글이 두 개 더 달려 있어서 답변을 씁니다. 우선 제 생각에 동의해주신 분에게 감사드리고, 차분하게 입장을 밝혀주신 이병창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저는 노무현 씨는 굉장히 위험한 정치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늘 극단적인 대립선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양 편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제합니다. 이 대립선이 너무 첨예해서 그의 지지자들은 대개 어쩔 수 없이, 다소의 불만이 있더라도 그의 편을 택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정치는 그어지는 선이 수구와 개혁, 반동과 민주주의의 선이라면 비교적 명쾌하게 동의하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지난 번 탄핵 정국이 그랬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노무현 씨가 그어놓은 선의 경계가 이렇게 모호한 경우, 또는 오히려 객관적인 이해관계에서 볼 때 국내외의 수구반동세력과 같은 편에서 그가 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경우, 이런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노무현 씨를 지지하는 분들의 판단과 행동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그 이전처럼 노무현 씨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래 지지했던 노무현 씨, 노무현 씨의 정책과 정치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또는 이병창 선생님께서 원래 지지했던 노무현 씨의 모습을 계속 지켜주길 원하신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번에는 노무현 씨에 맞서 노무현 씨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이상, 우리의 희망은 이런 게 아니라고 분명히 외치면서, 노무현 씨의 잘못된 선택,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일어서셔야 합니다. 노무현 씨가 극단적으로 그어놓은 대립선 안에,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합리적인 정정, 교정의 여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에 그런 여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노무현 씨는 영영 수구반동세력과 객관적, 주관적으로 같은 편이 되어버릴 것이고, 여러분은 더 이상 노무현 씨를 바로잡을, 그의 극단적인 정치를 교정할 수 있는 여지조차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살려야 할 분들은, 저처럼 처음부터 노무현 씨를 지지하지 않았고, 그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던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병창 선생님과 같은 분들입니다. 노무현 씨를 지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노무현 씨처럼 극단적인 선택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의 극단적인 정치를 적절하게 교정할 수 있을 때에만 여러분은 노무현 씨를, 노무현 씨의 원래 모습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노무현 씨를 지지하는 분들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지만, 또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민주주의를 바라고 민주주의를 확대하길 원하는 한, 우리는 아직도 같은 편에서, 같은 길 위에서 함께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노무현 씨를 지지했고, 또 지금도 지지하고 계신 분들께 부탁드리거니와, 여러분들이 노무현 씨를 지켜드리고 싶다면, 이번에는 그의 정책에 맞서 그를 지켜야 합니다. 이 불가능한 가능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오는 6월 30일 <이라크 '주권이양' 사기극 항의 국제공동행동>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이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balmas (2004-06-29 00:09:36) 
 
아,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습니다. 노무현 씨의 보위에만 열을 올리는 극단적인 보위론자들을 비판하고, 그들이 노무현 씨의 정책을 바로 잡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촉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일 역시 저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이병창 선생님 같은 분들, 여러분들이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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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런 일이 ...

 

제목만 보고 다들 긴장하셨을 줄 압니다.

사실은 대단한 일은 아니고 ...

집회 갔다가 집에 돌아와 메일을 여니 알라딘에서 메일이 두 통 왔더군요.

"[알라딘] 주간서재의달인 Top30을 축하드립니다. "

"balmas님께 적립금이 지급되었습니다. "

순간 드는 두 가지 생각 ...

1) 오래 살다보니, 아니 알라딘 서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별 일이 다 있구나.

2) 지난 일주일동안 미친 듯이 퍼나르고 댓글 달고 페이퍼 쓰고 해서 처음으로 겨우 주간 서재의 달인 Top 30을 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서재의 주인장들은 ...

존경심을 감출 수 없군요,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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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심이 2004-06-2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안그래도 님 서재에서 좋은글 많이 읽고 있습니다. 축하드려요..

balmas 2004-06-2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심이 님께서 저를 더 쑥스럽게 만드시는군요.
그래도 축하를 해주시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메시지 2004-06-29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nrim 2004-06-2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릴케 현상 2004-06-2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람스님은 진작에 몇 번 했을 줄 알았습니다.

balmas 2004-06-2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축하의 말들이 쏟아질 줄이야 ... (두번째 놀람, 말문이 닫힘 ...)
으, 저도 조만간 이벤트라도 한 번 해야겠군요 ...
 

제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 같으면 대통령 탄핵사유에 해당할 만한 문제다"라고 했던 것은, 가령 닉슨 같은 경우를 염두에 두고 했던 이야기입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사임했던 것은 도청 여부가 아니라 거짓말을 했기 때문 아닙니까?

부시가 이라크에 있지도 않은 대량 생화학 무기 공장을 트집잡아, 후세인과 빈 라덴의 연계를 트집잡아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는데, 실제로 이 일들은 다 근거없는 거짓말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의회나 언론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은, 지난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가 그만큼 맹목적인 애국주의에 빠져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겠지요.

더욱이 이는 미국의 소위 이중적인 성격, 곧 대외정책에서 드러나는 야만적인 제국주의적 성격과 국내정치에서 유지되는 철저한 법치 민주주의적 성격과도 관련되겠지요. 다시 말해 만약 부시의 거짓말이 이라크라는 먼 중동의 “독재국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국 국내 문제를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이것이 언론이나 의회에서 공개적인 쟁점이 되었다면, 이는 전혀 상이한 양상으로 전개되었을 거란 뜻입니다.

지금 열린 우리당에서 현재 외교부장관과 국정원장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것은, AP 통신 문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옮겨가는 것을 차단하려고 한다는 것, 그만큼 열린 우리당 내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닙니까?

<" So you act with them (strategecally)? To achieve '파병철회'? To me, it's absurd!..>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저는 솔직히 제가 왜 이런 질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글을 잘 읽어본다면, 제 이야기가 이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게 분명할 텐데, 어떻게 제 이야기가 "파병철회를 위해 조선일보와 전략적 동맹을 맺겠다"는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지 궁금하군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 이야기는 이 사안을 계기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반동세력과 전략적 동맹을 맺음으로써 노무현 정권을 타격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AP 통신 문제가 노무현 정권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은 제 생각이 아니라, 모든 언론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 객관적 사실이 현재의 정국에 미칠 영향, 다시 말해 각각의 세력들이 이 사실,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 주의깊게 관측, 예측하고 거기에 근거해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반동세력은 AP 통신 문제로 노무현 정권의 목줄을 움겨쥐고,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 이 문제를 계속 활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은 이미 파병강행을 통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반동세력과 객관적 동맹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AP 통신 문제까지 불거진 이상,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수구반동세력의 주도권에 좌우되어 나갈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런 의미에서 노무현 정권의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고 말한 것입니다. 정권 초창기부터 도덕성을 그렇게 강조해왔던 정권이 김선일 씨 피랍사실을 사전에 알고서도 그것을 묵과했다면, 이 문제는 파병강행론 때문에 이미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노사모 내부에서 또다른 분열의 소지를 제공해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이 무능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한 정권이라고 비난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수구반동세력들은 최대한 활용할 것이구요.

자 그러니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조선일보]와 수구반동세력이  AP 통신 문제를 계기로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과 시스템 붕괴를 공격하고 나서니, 거기에 맞서 우리 노무현 대통령은 그럴 분이 아니다, 모든 것은 아랫놈들의 잘못이다, 수구반동언론은 중상모략을 당장 중지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이는 결국 파병철회라는 문제를 결정적으로 회피하고 문제를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과 무능성으로 집중시키려는 수구반동세력의 포석에 그대로 말려드는 게 아닙니까?

로쟈님은 또 ["또는 오히려 올바른 싸움의 쟁점과 방향을 제기하고 사람들을 이쪽으로 끌어모으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Is it political judgement, if not, ethical judgement?.. And, as you know, Josun has no right to say "이게 정부인가?". Why we shoud refer to Josun's view to protest Noh? Is it political judgement (accorfing to which Josun has 'power')? If so, you opinion is perflexing to me!... ]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로쟈님의 논평이 당혹스럽습니다. 다른 점에 관해서는 위의 답변으로 어느 정도 해명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하고, 아직 남은 문제는 도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의 구분입니다.

만약 이런 것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다면[저는 솔직히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는 오히려 올바른 싸움의 쟁점과 방향을 제기하고 사람들을 이쪽으로 끌어모으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라는 제 이야기는 정치적이면서 도덕적인, 또는 오히려 윤리적인 판단입니다. 파병철회라는 문제는 국내 정치만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관계라는 점에서도 핵심적인 쟁점이고, 이 문제를 자신의 진퇴와 관련된 쟁점으로 악화시킨 것은 노무현 씨 자신의 잘못이지요[객관적인 한계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씨의 정치적 행동은 늘 그렇습니다. 타협의 여지, 합리적인 정정과 변화의 여지를 주지 않고, 늘 내편이냐 적이냐 하는 첨예한 대립선을 긋습니다. 이전의 문제들은 수구와 민주주의/개혁이라는 경계선 위에서 작용했던 만큼, 노무현 씨의 이런 극단주의적인 정치기술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파병문제를 계기로 그가 얼마나 위험스러운 인물인가, 얼마나 극단적인 성격의 정치가인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당성이 없는 전쟁에 참여해서 죄없는 사람들을 살해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제 2, 제 3의 김선일 씨를 낳을 수밖에 없는 파병에 반대하는, 무책임한 테러리즘에 맞서 평화와 정의의 연대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로쟈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의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씀이 있거나 제 이야기에 논평하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면, 이렇게 단편적인 코멘트를 달지 마시고 따로 페이퍼를 통해 말씀해달라는 점입니다. 단편적인 코멘트를 들으니 로쟈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는 좀 황당한 중상이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합니다. 오해가 있다면 좀더 정확히 풀고, 견해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좀더 정확히 드러낼 수 있도록 페이퍼를 따로 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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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 2004-06-28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은 모르겠지만...) 로쟈님은 balmas님이 밑에 조선일보 사설을 인용한 것을 보고 balmas님이 그 사설에 동의하고, 노무현 정부의 비도덕성의 근거로 인용했다고 해석하신 건가요? 제가 보기엔 balmas님은 이미 노무현은 자기 정치적 지지를 끌어내는 구호였던 '도덕성'이라는 것까지 수구세력에 저당잡혀버렸다는 증거로 조선일보사설을 제시한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동시에 파병강행 입장을 밝힌 노무현을 추켜세우기도 했지요. 수구세력은 이제 굳이 노무현을 자리에서 끌어내리지 않아도 자기 뜻을 펼 수 있는 입장이 되어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가 할 것은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 상실을 규탄하면서도 파병강행을 외치고 있는 수구세력에 박자를 맞춰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노무현을 끌어내리고 파병을 막는 것이다!ㅡ라는 것이 balmas님의 글의 의도로 보이는데요...

balmas 2004-06-28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almas 공식 대변인으로 삼아도 되겠구만.^^

릴케 현상 2004-06-2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의문이 드는군요. 미국과 다른 선진국 같으면 닉슨의 경우처럼 탄핵을 단행한다고 얘기하시는데, 과연? 그렇다면 우리가 미국처럼 이런 침략전쟁을 수없이 자행하면서도 노무현을 탄핵하고 민주적으로 정권이양을 해 내면 미국 수준의 선진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미국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고 님은 생각하시는지 의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탄핵을 하는 것만은 높이 사서 우리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노무현 탄핵 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이런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쩐지 찜찜합니다.
언젠가 촘스키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민주주의의 발전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 내의 권력다툼의 일환이었다고요...
탄핵해서 파병 막는다는 것이 발람스님의 생각인가요?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혹은 가능하지 않아서 하고야 말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balmas 2004-06-2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제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예로 든 건 단순한 사례를 가리키기 위해서 든 것이고. 미국 같은 선진국이라고 말한 건, 상식적인 수준에서 미국 같은 나라들은 법치민주주의가 철저하게 확립된 나라가 아니냐라는 점을 지칭하기 위해서 말한 거지요. 저는 분명히 미국의 대외 정책과 대내 정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을 미국의 정치 일반으로 확장시켜서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말한 것이고, 그것을 "법치민주주의"라고 표현한 겁니다. 촘스키의 말처럼 워터게이트 사건 때 정파들 사이의 권력 다툼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제 이야기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의회에서 논의되고 결국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임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법치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지 않느냐는 점을, 지나치면서 지적하고 싶었던 거지요. 제가 불필요한 예를 들어서 오히려 혼란만 초래했다면, 이 예를 배제하면 되겠지요. 꼭 이 예에 근거할 때에만 우리가 현재의 사태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여름아이 님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고 님은 생각하시는지 의문입니다.”라고 물으셨는데, 그렇게 정색을 하고 물으시니 좀 당혹스럽니다.^^ 제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경솔했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탄핵해서 파병막는다"는 게 제 생각이냐고 물으셨는데, 우선 AP 통신 문제는 사안 자체가 대통령 탄핵까지도 갈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제는 이걸 제대로 밝힐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지요. 제 생각에는 이 문제는 한나라/조선과 노무현/열우당 사이의 타협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나라/조선이 이 문제에 목숨걸고 노무현을 탄핵시키려고 노력할 만한 동기가 현재는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석달 전에 어설픈 탄핵해서 호되게 곤욕을 치렀는데, 또다시 탄핵정국으로 밀고나가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이 문제를 활용해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겠지요. 다시 말해 사태의 진상은 이리저리 은폐되고 최대한 외교부장관과 국정원장이 책임지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겠지요.

저는 이 문제의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문제를 파병철회라는 과제와 결합해서 제기하는 것이지요. 저들은 이 문제를 파병철회 문제와 분리시켜 철저하게 당리당략적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할 것이고, 그 경우 파병강행은 물론이거니와 이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불가능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탄핵까지도 갈 수 있는 사안이니까 당장 탄핵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오자는 뜻은 아닙니다. 탄핵이라는 문제는 일차적으로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노무현과 미국이 김선일 씨 납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파병을 막기 위해 이를 은폐했다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까, 먼저 탄핵이라는 구호를 제시하기는 어렵겠지요. 현재로서는 진상규명, 파병철회, 노무현 퇴진이라는 구호가 우리가 집중해서 요구해야 할 구호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기어이 파병을 강행해서 (더욱 더 생각하기 싫은 일이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테러 등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다른 나라의 침략 전쟁에 무모하게 동참해서 여러 국민들을 살상하고 피해를 끼친 것은 또다른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겠지요(법리적으로는 별로 자신이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정리해서 말하면 제 이야기는 탄핵을 해서 파병을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라(파병철회 요구에도 콧방귀를 뀌는데 탄핵하자고 그러면 저들이 알아듣겠습니까?^^), (1) AP 통신 사태는 대통령 탄핵으로 갈 수도 있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고, 현재 이 사안이 수구반동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 (2) 이 과정에서 진상조사라는 명목 아래 파병철회의 문제가 배제되고, 지루하고 시시콜콜한 문제제기로 쟁점을 흐리는 조사과정이 진행되면서 당리당략적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 (3) 이를 통해 노무현 정권은 대내외적인 수구반동 세력과 객관적 동맹을 맺는 데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포섭되고 통제당할 것이라는 점 (4) 따라서 저들의 논리에 말려들지 말고 파병철회의 구호를 분명하게 지키고,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의 문제를 철저하게 요구할 것, 곧 노무현 자신과 미국까지 포함하는 모든 관련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것. 그리고 파병을 강행하고 사태의 진상을 은폐하고 호도하려 하는 노무현 정권 퇴진의 요구를 제기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면 간단한 이야기를 공연히 모호하고 복잡하게 한 게 아닌가 부끄러워지는데-_-;;;, 제가 무언가 잘못 이야기한 점이 있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릴케 현상 2004-06-2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상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저는 솔직히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 일관된 입장을 갖지도 못하고 불안해하는 서민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님의 요지를 이해하겠습니다. 가끔 어리석은 질문들을 하는 편이니 아량을 베풀어주세요^^

balmas 2004-06-2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말씀을요. 여름아이 님이 질문해주신 덕분에 로쟈님이 왜 그런 질문들을 하셨는지도 좀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모호하게 쓴 잘못이 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