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교토라는 이름에 끌려 읽게 되었다.
어딘가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한달은 살아보아야 가능하리라는 생각때문인지 요즘 `ㅇㅇ에서 한달 살기`가 유행처럼 된 듯한데 이 책도 출판기획편집자로서의 삶에 지친 서른살의 어느 날, 한달간의 휴가를 받고 교토로 건너간 저자의 책이었다.
나도 요즘 강하게 교토에서 한 한달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2008년도에 나온 책이라 유홍준 교수님의 일본답사기보다 먼저 나왔는데, 저자는 교수님의 답사기가 일본편이 없음을 아쉬워 한다 ㅎㅎ
총 열네편의 편지로 교토에서의 일상을 전해주는데,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가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답사공부처럼 읽힌다면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일반 여행자의 시선이라서 둘의 비교가 너무 재밌었다.

예를 들면 덴류지 거기 정원은 한국의 갈빗집 정원 같아. 킨카쿠지는 금색 지붕 빼고 뭐 볼게 없어. 단체 관광 온 중국인들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대나무 숲엔 모기가 엄청 많아. 사진이랑 달라.... 일본의 인공적인 정원은 보다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어. ㅎㅎ 얄짤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북적대는 유명 관광지말고 일본인들의 생활터전인 가모강변에서의 사색이나 한적한 `철학자의 길`을 맘껏 걸어보는 여유는 한달 체류자만이 가능한 일이라 읽는 내내 부러움이 밀려든다.

더구나 답사기엔 빠져 있는 맛있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원두의 향까지 느껴지는 듯 향기로웠다. 그러고보면 대학 다닐때 호텔 커피숍에서 잠깐 알바를 했었는데 그때 주로 일본인들이 이용하던 호텔이라 아침 일찍 다들 커피마시러 내려와 하루를 커피숍에서 시작하던 게 참 신기했었다. 그 당시 우리는 원두는 상상도 못하고 맥스웰 커피에 설탕과 프리마를 적절히 배합하여 마셨는데 말이다 ㅎㅎ 그 쓴 커피를 아침이라고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내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네. 원두커피 없는 아침은 상상도 못하겠으니 말이다. 암튼 일본인들의 커피 사랑이란!

그리고 이 책에서의 또 하나의 수확은 우동집이다. 긴카쿠지에 있는 오멘이라는 우동집의 나다이오멘에 대한 저자의 칭찬이 인상적이라 한번 먹어보고 싶다. 가히 면요리의 통합챔피언이라 할만 하다니! 인터넷을 뒤져보니 지금도 성황리에 영업중이던데(주로 관광객이 많더라) 그렇게까지 맛있진 않았다는 평도 있었다. 과한 기대가 낳은 결과인가?

암튼 이 책은 나보다 먼저 여행한 친구가 보내주는 편지같은 느낌이라서 가볍게 읽을만하지만 여느 여행서적처럼 가벼운 정보만을 다룬 책은 아니라 좋았다.


댓글(3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2-0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2-01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이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교토에서 한 달 살기!! 괜찮죠
저는 몇 년 전 `제주에서 한 달 살기`책을 읽고 뿅~~~♡
정말 애들 여름방학때 한 달 살아볼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상상만으로 행복하기로 그쳤었어요
여행서책은 상상만 해도 행복해서 넘 좋아요 상상이 끝나면 찐한 아쉬움에 한숨이 절로 나오긴 하지만요ㅋ

저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위험요소만 없다면 교토 문화도 둘러보고 지브리 애니메이션 박물관도 가보고 싶고 설국풍경도 보고 싶고~~죽기전에 꼭 둘러보고 싶네요^^

살리미 2016-02-01 12:55   좋아요 2 | URL
저도 귀가 얇야서 여행서를 읽으면 너무 가고 싶어 몸살을 앓아요. 그래서 한동안 여행서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요즘 다시 괴로워졌어요.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싶어서요.
애들 중학교 가고 난 후엔 너무 바빠져서 국내여행도 다들 시간맞춰 짬을 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얼른 애들 졸업시키고 프리해졌으면 좋겠어요 ㅎㅎ

물고기자리 2016-02-01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여행을 계획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준비를 꼼꼼히 하고 계시는군요^^

싫증 날 때까지 어디서든 한 달씩 유랑하며 살아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ㅎ

살리미 2016-02-01 13:02   좋아요 1 | URL
별다른 준비랄 건 없고 유홍준 교수님 답사기만 쭉 훑어봤는데, 이 책은 우연히 발견했어요. 관광이 아니라 제대로 여행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정말 한달은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ㅎㅎ
저도 예전엔 이렇게 한달 훌쩍 나가서 살다 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맘처럼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항상 현실에 묶여있어서 말이죠 ㅎㅎ

세실 2016-02-01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인의 커피 사랑은 우리보다 원조군요^^
일본의 동네 카페에서 드립커피 마셔보고 싶네요.
전 일단 제주에서 한달 살기를 목표로 정했답니다.

살리미 2016-02-01 15:23   좋아요 1 | URL
세실님의 목표가 꼭 이루어지길 바래요. 제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ㅋ 제주도는 정말 한달은 살아봐야 그 가치를 느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들의 커피 사랑은 정말 광적이죠. 10월 1일이 커피의 날이라고 하고요, 새해 선물로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원두 선물이 인기가 있대요 ㅎㅎ

서니데이 2016-02-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교토에 대해 계속 책읽고 준비하고 계신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6-02-02 15:07   좋아요 1 | URL
관심이 생겼을 때 두루두루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책은 평소엔 잘 읽게 되질 않을거 같아서요. 답변이 많이 늦어버렸네요?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해피북 2016-02-0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어요. 그런데 필터지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른 맛이나서 이걸 먹어야할까 버려야할까 하면서도 계속 홀짝 거리고 있답니다 ㅋ

교토에서 온 편지라는 어감이 참 좋아요. 저도 가끔 유홍준 교수님 답사기보고 검색해보면 책에서 미처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대나무 숲에 모기처럼말이죠 ㅎ 그러니 책으로 읽으며 느끼던것과 실제 느껴보는 것 그런 재미가 여행이 아닐까해요. 오로라님의 일본 여행기도 기다려집니다 ㅎ

살리미 2016-02-02 15:12   좋아요 1 | URL
핸드드립의 묘미가 매일 달라지는 커피맛인듯 해요. 필터지가 바뀌거나 커피의 상태에 따라서, 혹은 내리는 날의 기분에 따라서도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듯 하거든요.
이 책은 정말 편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대나무 숲에 모기떼가 극성일줄은 정말 몰랐어요 ㅎㅎ
설에 제주도 갔다가 바로 떠나는 여행이라 무리한 일정때문에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시댁이 워낙 대식구라 명절만 지내도 사실 힘들거든요 ㅎㅎ

해피북 2016-02-02 15:25   좋아요 0 | URL
우앗. 제주도에서 가는 일정이셨군요. 아고 그럼 정말 피곤하시겠는걸요. 저는 설날에 음식하고 여러가지 신경쓰는 날이면 그날 저녁엔 시댁이 떠내려가라고 코를.....쪕! ㅎㅎ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얼마나 아픈지몰라요. 지금부터라도 영양가 있는 음식드시며 체력 보강하셔야겠는걸요 ㅎ

살리미 2016-02-02 15:3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ㅎㅎ 늘 몸이 먼저 반응을 하거든요.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데 평소에 잘 관리 하다가도 시댁만 가면 관리가 안되요ㅋ 시댁이라 특별히 불편한 것도 아닌데 간만에 가면 만나야 할 사람,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몸이 힘들어요. 오죽하면 우리 시어머니는 제가 항상 아픈 줄 안다니까요 ㅎㅎ
원래 명절에 다녀오면 며칠 누워 요양해야하는데 ㅋㅋ 바로 일본으로 가려니 사실 걱정이랍니다. 제발 놀러다니느라 아픈 건 잊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ㅎㅎ

서니데이 2016-02-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2월에 일본으로 여행떠나실 예정이시군요.
오늘도 따뜻하고 좋은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6-02-02 19:02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2016-02-03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0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오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서니데이 2016-02-06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지금쯤 명절준비로 많이 바쁘실 것 같아요.
연휴지만 어른들은 할 일이 많으시지요.
좋은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6-02-06 21:59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제주에 와서 오랜만에 식구들하고 바쁘게 지냈어요^^ 낼부턴 본격 명절 준비를 해야지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6-02-0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설날 잘 보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살리미 2016-02-15 14:1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답이 늦었네요^^
저는 잘 돌아왔고 푹 쉬고 있어요 ㅎㅎ
얼른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텐데 아직은 할 일이 너무너무 많네요.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2016-03-05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6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6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0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12-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2016-12-29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30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에서 교토는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천년의 고도이기때문에, 우리가 경주에 가면 볼 게 많은 것처럼 교토도 유적과 명소가 많은 까닭이다.

답사기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그 나라의 역사가 머릿속에 어렴풋이나마 정리가 된다는 것이고, 유물을 통해서 역사의 흐름을 살피니 그 문화의 특징을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학교다닐 때 일본 역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니 도요토미 히데요시니 하는 이름들이 왜 그렇게 헷갈리는지 자주 `도쿠가와 히데요시` 라고 했던 나는 이 나이가 먹어서야 일본이 조금 정리가 되었다 ㅎㅎ
역시 역사란 유물과 유적으로 정리하는 문화사, 생활사로 접근하는게 훨씬 쉽고 재미있다.

유홍준 교수님은 일본 답사기 네 권을 통해서 일본의 대략적인 역사와 문화적 특징들도 소개해 주시고, 한일간의 문화적 교류에 관한 내용도 치우침이 없이 설명하시고, 사심없이 높은 문화적 수준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가하면 아쉬운 점은 또 콕콕 짚어 주신다.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번역되어 읽어 볼 일본의 독자들까지 염두에 두시며 양국이 오해나 편견없이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양국이 과거 긴밀한 문화적 교류가 있었기에 일본을 답사하다 보면 일본인들은 내력이 있어서 그 곳을 찾지만 우리에게도 그 곳을 찾을만한 사연이 있어 다른 외국 여행과 달리 우리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된다고 하셨다. 가까이 있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친구처럼 서양의 역사를 읽을 땐 느끼지 못했던 교감이 일본 역사를 읽으면서는 곳곳에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중일 모두 동아시아 문화의 주체로 서로 자기 몫을 당당히 하면서도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답사기를 통해 일본의 문화를 쭈욱 훑어보니 일본 문화는 어떤 유행이 있으면 그것을 정형화 해서 하나의 양식으로 널리 퍼뜨린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인들이 `유도리`가 없기로 유명하다는데 그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예외가 거의 없다보니 빠르게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진다. 그러니 서양인들이나 다른 문화 사람들이 보기에 일본문화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명징하게 이해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禪은 인도에 뿌리를 두고 중국에서 태동한 개념인데 일본이 세계로 퍼뜨렸다. (선의 일본식 발음인 ZEN으로 번역되어 서양에서 젠 스타일이 대유행을 했다)
일본의 선종 사찰에서는 참선의 개념을 명상을 위한 정원과 다실에 녹여내었고 그 고요하고 정갈하고 단순하면서도 깊이있는 형식이 일본 문화의 한가지 전형적인 스타일이 된다. 거기에 일본인 특유의 미적 감각이 더해지니 일본만의 특별한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찌감치 서구와의 문물교류를 적극 수용하다보니 외국에 이름을 날리는 학자들도 많이 배출되어 일본이 아시아 문화의 종주국처럼 자리잡은 것이다.

내게 건축을 전공하신 작은아버지가 계시는데, 작은아버지 댁의 인테리어는 내겐 로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깔끔하게 다듬어 놓은 정원과 한옥과 양옥의 장점을 잘 버무린 듯한 정갈하고 단아한 실내 구조를 보며 나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답이 나왔다. 바로 서양인들이 젠 스타일이라 부르는 선종 사찰의 다실과 정원, 담벼락 등에서 따온 디자인인 것이다. 특히나 내가 좋아했던 거실 한 쪽 벽면은 `도코노마`라는 형식 그대로였다. 아마도 건축 공부를 하시며 일본 건축에 많은 영향을 받으신 모양이다.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아~ 이건 일본 다실 구조네요~` 라든가 `정원은 일본의 석정에서 모티브를 따오셨군요~` 라고 아는 척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ㅎㅎ
잘난척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이 책을 한 번 휘익~ 읽었을 뿐인데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뜻이다.

또, 요즘 정리에 관한 책들이 부쩍 많이 나오는데 저자들이 유독 일본인이 많은 이유도 이런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정말 얄미울 정도로 정리를 잘한다. 정원 하나를 만들어도 인공미 90 자연미 10정도의 비율로 만든다. 그에 반해 우리는 꾸미지 않은 듯 꾸민 것을 좋아하여 정원을 만들때도 거의 자연을 그대로 두고 인공적인 배치는 한두개 정도 포인트로 준다. 그래서 인공적인 디자인의 느낌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일본의 정원이나 유적지를 보면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오래 보면 질리는 구석도 있다. 반면 우리는 뭔가 꾸미지 않고 어수선 한 듯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어 그 깊이가 끝이 없다. 일종의 형식을 갖추어 깔끔이 다듬어진 유적지들을 쭈욱 보다가 이런 유전자를 타고나서 지금도 그렇게 `정리하자`고 책들을 많이 내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딱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는 탓에 답사를 하면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정원이네요. 솔직히 말해서 일본의 이런 정원을 보면 한편으론 한국인으로서 주눅이 들어요. 우리나라엔 이런 스케일의 정원이 없죠?˝

그런말 하면 교수님 열받으신다 ㅎㅎ.
우리 문화, 우리 역사엔 관심도 없었으면서 남의 문화에 경탄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지적도 하신다.

그래서 보길도에 있는 윤선도의 정원 `원림`을 소개하시는데, 원림이 무엇인지, 차경정원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리나라 정원의 압권이란다. 교토가기 전에 꼭 그곳부터 답사하라고!
그러고보니 보길도는 아직 가보질 못했는데 이 책에서나마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답사기를 읽으면 가봐야 할 곳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내 평생에 여기를 다 보고 죽을 수 있을까?` 싶어지는 게 단점이다. 교토만 해도 열번은 더 가보고 싶어졌는데 도쿄도 홋카이도도 오키나와도 규슈도 가고 싶고, 요즘은 또 오로라보러 아이슬란드도 가야겠고, 대만도 배낭여행 다녀와야 하고.... 끝이 없다. 보고싶은 책도 끝이 없고 가고싶은 곳도 끝이 없고... 아... 인간의 욕망은 대체....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다락방님 표현을 빌리자면 아..... 인생.... ㅠㅠ
그러니 교수님 말씀처럼 와유를 배워야지. 아쉬운대로 앉아서라도 세계를 누빌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대목이 너무 많은데... 도시샤 대학의 윤동주 시비도, 고려미술관의 설립자 정조문 얘기도, 너무나 감동적이었던 유홍준 교수님 어머님의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써버렸고... 다 쓰기엔 글이 너무 길어지고 나는 뒷심도 부족하다. 게다가 지금 올림픽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무려 한일전이다!! 아들래미가 자꾸 말을 시켜서 도무지 집중을 못하겠다. 아쉽지만 이만 끝내야 한다. 말하지 못해 정 아쉬운 것은 다음에 또 튀어나오겠지. 송곳처럼 ㅎㅎ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1-3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같은 곳이죠.사진빨 아주 잘 받는 곳이죠.

살리미 2016-01-31 00:48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사진 찍으시는 분들은 욕심나시겠어요. 근데... 오늘 주말인데 소주 한잔 맛있게 드셨나요? ㅎㅎ 아까 올리신 글 보고 저도 한 잔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1-3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토...꼭 갑니다 ㅎㅎ 맛갈나게 가보고 싶게 글을 쓰셨어요~^^

살리미 2016-01-31 01:25   좋아요 0 | URL
ㅎㅎ 쓰다 만 것 같은 글을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ㅋ
하필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일본하고 축구를 하는데다가 막 골이 터지니 도무지 집중을 못해.....도 이기니 좋네요 ㅎㅎㅎ

달팽이개미 2016-01-31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몸이 들썩이는 리뷰에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나라인지라 꼭 한번은 알고 싶은 마음이라서 무작정 1권을 구입해 놓았어요 ㅎㅎ 4권까지 완독 후 언젠가는 일본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만 한가득이에요 ^^ 영화며 만화며 드라마며 좋아하는 것들도 많고요~~~ㅎㅎ

살리미 2016-01-31 10:55   좋아요 0 | URL
저도 일본이 망언을 할때나 근대사를 공부할때마다 막 이를 갈고 치를 떨거든요. 그런데 또 그와는 별개로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요. 진짜 미운정 고운정이죠. 일본 답사기 1권 구입해놓으셨다니까 달팽이개미님도 슬슬 교수님의 마법에 빠지시겠네요^^ 요즘 부쩍 일본 여행도 많아진 것 같은데 가기 전에 꼭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아직 1권을 안읽었다는 ㅋㅋ 제가 나라랑 교토 쪽으로 갈거라 1권 규슈는 아직 못읽었어요 ㅋㅋ )

책읽는나무 2016-01-3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쓰다 만 리뷰라니요??
이만큼도 지금 책도 읽고 싶고,교토도 가고 싶고~둘 다 하고 싶게 애를 동동 태우셨잖아요ㅜ
유홍준 교수님의 입담이 또 오로라님을 완전 홀려버렸구나!!짐작가능해서 음~~저도 홀린 듯 했어요ㅋ
작은아버님의 자택은 저도 가서 구경하고 싶군요~일본식의 구조라고 하시니~어떤 것일까?궁금하였어요

살리미 2016-01-31 11:04   좋아요 0 | URL
요번엔 책을 읽고 리뷰는 쓰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제가 그동안 답사기에 대해 너무 많은 글을 올린것 같아서요 ㅋㅋ
그런데 막상 책을 덮고나니 뭔가 허전하면서... 자꾸 뒤가 켕기는거예요. 글을 쓰면서 후회했지요. 그때 그때 좋은 이야기가 나올때 하나씩 쓸걸~~ 쓸게 너무 많잖아ㅠㅠ 하고요 ㅋㅋ
제주도의 작은아버지댁은 사진을 찍어놓은게 있으면 좋았을텐데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고요, 사실 그 집은 지금은 팔아버리고 또 다른 곳에 집을 지어 이사하셨는데 그곳도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풍 디자인을 많이 반영한것 같아요.
제가 올린 첫번째 다실 사진처럼 거실 한쪽에 도코노마라 해서 화병같은 걸 올릴 수 있는 낮은 단을 두고 창을 열면 정원이 보이게 하는 그 구조를 제가 너무 좋아했거든요. 저기에 차를 한잔 놓고서 책을 봐도 너무 좋고 거기 드러누워서 바깥 경치 구경하기도 너무 좋겠다 싶어서요^^

해피북 2016-01-3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는 그게 문제인거 같아요. 자꾸 엉덩이가 들썩여지고 지금 당장 달려가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필력! 그에 못지않은 필력을 오로라님께서도 가지고 계시니 책을 읽은 독자로서, 또 오로라님 글을 열렬히 읽는 팬으로서 이중고 아닌 이중고를 ㅜㅜ.

저두 일본 역사에 대해 정말 무지했는데요
답사기보며 나름 정리해서 조금 연도도 보이고 역사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다 까먹은거 같지만요 ㅋㅋ 그 책이 나왔을 당시에 읽어놓은 터라 가물거리긴 하지만요. 저는 그 책에서 유홍준 교수님의 어머님 이야기와 서점 방문기가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숱하게 답사기 읽어도 어머님 이야기는 두세번 나왔지요. 어머님도 답사기에 나오는 곳에 가보고 싶으시대서 모셨던 이야기가요. 그런데 깊은 이야기는 없으셨는데 일본기에서 집의 내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좋았어요. 그리고 서점이야기.. 교수님도 책을 구하기위해 다니신다던 이야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ㅋㅂㅋ.

살리미 2016-01-31 11:18   좋아요 0 | URL
유홍준 교수님 평소 말씀하시는거나 신문에 투고하신 글을 읽어봐도 어떤 인품과 사상을 지니신 분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어머님에 대한 자세한 사연을 읽고 나니까 역시 그런 어머니가 계셨기에 저렇게 반듯한 아들로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위안부 징용을 피하기 위해 급히 시집온 이야기나, 교수님 친구분들이 열명이 넘게 찾아와 자고 가도 꼭 아침밥 해먹이고 보내셨다는 얘기, 수배 당한 친구들 숨겨준 얘기 들으며 그 어려웠던 시절의 강한 어머니상이 절로 그려지더라고요.
그 시절을 살아내신 할머니들 보면 공부는 못했어도 인생 경험에서 나온 지혜들이 엄청나시잖아요. 신문에 실었다던 `우리 어머니의 이력서`라는 글은 정말 전문을 다 옮기고 싶을만큼 좋았어요.
그리고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에서만 봐도 일본의 중고책 문화가 너무 부럽잖아요. 그렇게 많은 책방과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책들... 그게 일본 문화를 일으킨 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일본도 지금은 책 시장이 힘들어졌다곤 하지만 누가 하나도 안 읽을것 같은 책 나온거 보면 아직도 일본 사람들이 대부분 ㅋㅋ 영화도 정말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장르도 계속 만들잖아요. 오타쿠적인 기질이 충분합니다만 교수님 말씀처럼 어떤 문화적인 흐름을 바로 정형화해서 자기문화로 만들어내는 힘은 놀라운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6-01-3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31 18:45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도요~~ ㅎㅎ
 

 

작년에 보았던 저스틴 커젤 감독의 영화 <맥베스>는 스크린 가득 풍겨나던 뿌연 안개의 이미지와 스코틀랜드의 대자연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내가 애정해마지않는 대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두말 할 필요없이 훌륭했고, 같이 본 친구는 지루하다 했지만 나는 그들이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계속 두근거렸다.

주인공들의 대사가 원작을 그대로 반영한 것도 고전의 느낌이 물씬 나서 좋았는데 그 때문에 집에 가면 바로 원작 맥베스를 읽어보리라 다짐했지만, 그 다짐마저도 뿌연 안개 속으로 흐려져 사라지다가.... 어젯밤, 읽던 책 한권을 끝내고 조금은 뿌듯하고 조금은 허무한 마음에 갈팡질팡하던 손이 책상위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이 책으로 나를 인도했다.

 

예전엔 세익스피어 특유의 시적인 대사들이 좀 오글거려서 읽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고난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지 대사가 매우 리드미컬하게 울리며 비장함을 자아내었다.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건 고웁다"는 말처럼 충신이던 코도의 영주가 역적으로 판명나 처형당하고, 믿었던 맥베스가 덩컨왕을 죽이고, 아름다울것 같던 권력이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되는 이 삶의 아이러니! 선과 악이 뒤섞여 혼탁해지는 이 상황이 작품 속에서도 내내 안개와 바람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환상처럼, 환영처럼 시종일관 뿌옇게 깔리던 안개와 거친 자연에서 불어오던 바람은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삶의 허무와 절망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안개와 바람의 파토스"라고 평했는데 너무 적절해보인다.

 

전장에선 그렇게 강한 맥베스였는데 왕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급격히 흔들리던 눈빛은 그가 양심으로부터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역설적이지만 자신의 죄를 너무나 잘 알고 갈등하기 때문에 점점 더 극한 악으로 내몰리는 맥베스. 무너져가는 그를 그런 눈빛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마이클 패스벤더말고도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내게 올해 오스카상 수상권한이 주어진다면 남우주연상은 마이클 패스벤더에게 줄 것 같다. 지난주 <스티브 잡스>를 보고 나서 마음이 완전히 마이클에게로 넘어갔다. 디카프리오...미안...)

 

그리고 욕망앞에서는 여성성도 없애버리고 나약한 맥베스를 계속 다그치던 맥베스부인.  영화는 원작에는 없던 그들 부부의 아이 장례식으로 시작하는데 아이를 잃은 슬픔을  겪은 그녀지만 맹세한 목표앞에서라면 '젖을 빠는 아이에게 젖꼭지를 확 뽑고 머리통을 부셔버렸을거란' 단호함을 보다 더 부각하기 위해 그렇게 각색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맥베스 부인조차도 거듭되는 살인에 정신줄을 놓고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 건 우리는 모두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어쩔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고, 반대로 그런 양심의 가책조차 없다면 과연 인간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된다.

 

맥베스가 왕위에 오르고 복수에 집착하는 폭군이 되어갈 때 분열된 리더를 가진 조국 스코틀랜드는 절망의 나라가 되어간다. 스코틀랜드의 귀족 로스가 잉글랜드로 피신해있는 맥더프에게 전하는 스코틀랜드 상황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를 바 없어서일까?  책임을 느껴야 하는 자들이, 양심을 가져야 할 자들이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저 불쌍한 스코틀랜드만도 못한 나라가 아닌가.

 

# 아, 불쌍한 나라!

  못 알아볼 지경이오. 어머니가 아니라

  무덤이라 할 수밖에 없는 그곳에선

  무지한 자 말고는 어떤 것도 웃지 않고

  탄식과 신음과 대기 찢는 비명을 토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으며, 격렬한 슬픔은

  흔해 빠진 감정 같소. 조종을 듣고도

  누구인지 안 물으며, 착한 사람 목숨이

  모자 위의 꽃보다 더 빨리 시들어

  병들기도 이전에 죽습니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벌레 2016-01-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릴 때 읽어서 주인공의 심리를 깊이 읽어내지 못하고 난해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오로라님의 글을 읽고 나니, 영화로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살리미 2016-01-29 18:08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보고나면 책읽기가 수월해지실 거예요. 저도 이 책 오래전에 사놓긴 했지만 읽고 싶진 않았거든요 ㅋㅋ
영화가 원작의 대사를 거의 사용하고 있어서 영화한편 보는게 소설 한권 읽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해피북 2016-01-29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로라님. `삶의 아이러니`라니요 (봐야할 영화와 읽어야 할 책 추가되는 소리가 들려요ㅋ) 오로라님 덕분에 눈이 충혈 되도록 봐야할 영화가 넘쳐나고 손가락이 짓물도록 읽어야할 책들이 장바구니에 넘쳐나고 있어요 ㅋ 오로라님은 북플을 물들이는 안개와 바람같은 존재신거같아요. ㅎㅎㅎ

살리미 2016-01-29 19:55   좋아요 0 | URL
하악!! 무슨 말씀을 ㅋ 철저히 주관적인 제 느낌이라 저는 책임질 수 없습... 같이 간 사람은 내내 졸았다고요 ㅋㅋ

초딩 2016-01-29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슬쩍 담아 갑니다~

살리미 2016-01-29 19:5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렇게 주워담아온 책들이 도토리처럼 한가득이에여^^

2016-01-29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9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 페인팅 때문인지 북플로 사진을 보니까 주연배우가 눈을 감은 줄 알았어요. ㅎㅎㅎ

살리미 2016-01-29 20:1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의도적인 것인지 영혼없는 좀비 같아보이기도 하네요. 이중적으로.

지금행복하자 2016-01-2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못보고 다운만 받아놓고 또 못보고 ㅎㅎ
꼭 봐야겠어요...불끈!!

살리미 2016-01-29 23:20   좋아요 0 | URL
장엄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였어요. 큰 화면으로 보면 더 좋지만 저도 다운받아서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6-01-3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를 놓쳤어요.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살리미 2016-01-30 07:32   좋아요 0 | URL
개봉당시 워낙 상영관도 없었고 영화도 금방 내려버렸었죠. 놓치기 쉬웠습니다. 이 정도급의 영화가 그렇게 홀대받아서 되나 싶더라고요. 즐거운 관람되시면 좋겠습니다^^

유부만두 2016-01-3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책 다시 펼쳤어요!! 영화 번역이 훨씬 멋졌지요. 아 그 안개 경치.. 그 중후한 대사들!
영화에서 마지막 처리...노을이 내리는 장면과 그 소년의 뒷모습으로 재해석되는 게 정말 멋졌어요!

살리미 2016-01-30 13:43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저도 영화에서 새롭게 각색된 부분까지도 영화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책만 읽었을땐 그런 감동을 못받았을뻔했어요. 마지막 엔딩씬도 원작엔 없던 것이더군요. 다시금 피바람이 불것이라는 암시처럼 붉게 일렁이는 화면...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다시 한번 더 보고싶어져요!!

비로그인 2016-01-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베스가 영화로도 재밌다고하니 한번 시도해보싶네요~

살리미 2016-01-31 00:44   좋아요 0 | URL
네, 꼭 보실 기회가 생기셨음 좋겠어요^^ 원작과 다른 점도 좀 있으니 비교하면서 보셔도 재밌을거예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선생님의 책을 다시 꼼꼼히 읽어본다.

세상이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라는 것.

그러므로 지극한 독서보다는 사색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세상 어느 곳에 있든지 배움이 부족한 곳은 없다고 하는 가르침에,
늘 실천의 현장에서 멀어지는 것을 염려하고, 경험이 없는 너무나 흰 손에 의하여 쓰여진 지적 권위를 멀리 하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자주 나를 돌아보았다.

많이 읽기보다 많이 생각하기!

책 속에 빠져서 현실을 놓치지 않기!

이 책을 읽으며 다짐한다.

징역속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맨 처음 시작하는 일이 책을 읽는 일입니다. 그러나 독서는 실천이 아니며 독서는 다리가 되어 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역시 한 발 걸음이었습니다. 더구나 독서가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까닭은 그것이 한발 걸음이라 더디다는 데 있다기 보다는 `인식- 인식- 인식....`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현실의 튼튼한 땅을 잃고 공중으로 공중으로 지극히 관념화 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279쪽)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315쪽)

봄은 내의와 달라서 옆사람도 따뜻이 품어줍니다. 저희들이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죄송하지 않고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148쪽)

잎새보다는 가지를, 조락보다는 성장을 보는 눈. 그러한 눈의 명징이 귀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72쪽)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16-01-29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좋은 기회가 있어 회사 작은 세미나실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직접 들었습니다. `감옥` 에서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곳에서동화되고 거기에 머문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들을 이야기해주셨을 때, `지행합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다운 지성인이구나 라구요.
책을 읽지 않아서 문제고,
책을 읽어도 생각하지 않아서 문제고,
책을 읽고 생각해도 행동에 옮기지 않아서 문제다.
라고 어떤 분이 이야기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
저도 다짐해봅니다 ^^ 관념속에 주저 앉지 않기로.

살리미 2016-01-29 07:12   좋아요 1 | URL
오~ 직접 강의를 들으셨군요. 부럽습니다.
신영복 선생님 돌아가셨을때 고종석씨가 트위터에 또 경쟁하듯 애도의 물결이 일겠다며 자신은 선생의 책을 읽었지만 그분께 배운 것은 없다고 글 올린 걸 보고 매우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배운게 없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 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에서도 늘 배우고 깨닫는 삶을 사셨는데 말이죠.

초딩 2016-01-29 10:41   좋아요 1 | URL
아...제가 세상 뉴스와 담을 쌓고 지내서 오로라님 댓글보고 알았습니다. 고종석씨말...
누군가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등의 저자시군요. 지인을 통해서 그 책을 조금 넘겨보고 매료되어 사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단념해야겠군요.
언론에서 편의적으로 난도질해 토막으로된 `인용`이나 `사실` - 지극히 매도된 - 을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 기사에 대해 또 매몰차게 응대를 하셨던데...
두둔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책 사는 것을 `단념`했다고 했고요.
심기가 불편한 말을 한 고종석씨가 저와 개인적인 연이 있어 무엇인가를 `풀고` `화해`할 수 없으니깐요.
공인이고 자신이 뱉은 말들이 어떻게 이용될지 잘 아시는 분이니, 어쩌면 프랑켄슈타인처럼 자신의 `괴물`을 `방기` - 의도적으로 - 했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게 어떤 마켓팅이든.
`다른 사람에게 존중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라고 유태인들은 말한다고합니다. 그런 큰 선물을 주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독자인 저도 그분에게 선물을 주고 싶지 않네요 :)

살리미 2016-01-29 12:30   좋아요 1 | URL
고종석씨 책이 평도 좋고 저도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을 읽고 굉장히 좋았던 경험도 있어요. 그런데 취중 트위터를 너무 자주 하시는게 문제더군요. 그분 자유로운 사상이야 이해는 가지만.... 이번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을때마다 그런 비아냥거리는 말투의 트윗을 올려요. 자기의 개인적인 공간이라는데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유명인이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고 나름 사회의 지식층이라는 사람이 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의도적으로 그러는건가 싶기도 하다가 공허한 사람이 술에 취해 여기다 이러는구나 하고 말기도 합니다만, 지식인으로 존경받을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여겨져서 그 후엔 아무리 좋은 책이 나왔다고 해도 사고 싶진 않더라고요.

초딩 2016-01-29 12:25   좋아요 0 | URL
무거운 제재인데, 그래도 이렇게 오로님과 이야기하니 좋으네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1-29 0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천의 대상이라는 말... 곱씹어보고 있어요~ 생각만으로 주저앉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 당장 일어나 내일 숙제부터 해야겠어요...하기싫어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그러고만 있거든요~~
실!천!

살리미 2016-01-29 07:15   좋아요 0 | URL
저도 늘 자신없는 부분이 `실천`이에요^^ 저도 당장 해야할 일이 산더미 ㅠㅠ
책속에서 백마디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한번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또 다짐에만 그치지 않도록 애써볼랍니다!! ㅎㅎ

해피북 2016-01-2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익! 빨리 읽고는 싶은데 자꾸 손이 다른 쪽으로만 움직여요ㅜㅜ 이놈의 손을! ㅎ 예전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언니가 이 책을 읽는걸 봤었는데...그 언니와 깊은 인연을 만들어놓지 않는게 후회스럽더라고요. 분명 마음 따뜻한 사람일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ㅎ

살리미 2016-01-29 13:23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에요^^ 자꾸 손이 딴데로 가요 ㅎㅎ 그래도 숙제하듯이 꼬박 꼬박 ... 천천히 읽었어요. 이번에는 꼭 신영복 선생님 전작을 쭈욱 훑어보려고요.
전 이 책을 맨 처음 십년터울나는 우리 새언니가 너무 좋다고 추천해주어서 비교적 일찍 보게 되었어요. 사실 그땐 초반부분 좀 빼고는 지루하다고 느꼈어요. 많이 어렸을때니까 ㅎㅎ
지금 다시 읽는 느낌은 참 많이 다르네요. 읽다가 아... 나도 세월을 많이 보냈구나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 ㅋ


고양이라디오 2016-01-2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선생님의 첫번째 글 참 와닿네요. 독서는 한 발 걸음이다. `인식- 인식- 인식`
저도 신영복선생님의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윽... 또 다시 독서고 인식이네요ㅠ

살리미 2016-01-29 23:18   좋아요 0 | URL
선생님의 편지글 모음이니 굉장히 다양한 선생님의 생각들이 묻어나있어요. 교도소안에서 독서로 시간을 대부분 보내시다보니 항상 실천하지 못함을 경계하시는 듯 보였고요.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화가 났던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라디오님 분노에 찬 리뷰 잘 읽었습니다^^

댓글 달려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먼댓글로 난생 처음! 남겨봅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는지?ㅎㅎ)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가 나왔을 때 저는 사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진 요즘 대학의 실정을 잘 모르고 있었고, 청년들이 힘들다고 해도 별로 감이 오지 않았었고, 부끄럽지만 저역시도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취업이 안되는 거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등록금이 그렇게까지 비싼지, 그때문에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신용불량자의 신세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그렇게 힘든 청춘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 몰랐습니다. 대학 졸업생들의 어려움이야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되는 일이니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대학 내에 그렇게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차별과 자기들만의 선긋기문화는 거의 짐작을 못할 때였어요. 다만 우리 애들과 아이 친구들이 크는 걸 보면서 얘네들이 대학가면 어떤 생활을 할까 고민이 되던 참에 이 책 읽고 정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죠. 제가 사는 곳 분당도 강남 못지 않게 사교육열풍이 어마어마한데 그 열풍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정말 대학가면 그렇게 될 것 같았거든요. 그 미친 사교육 열풍에 시달리던 저는 얼른 대학만 가라...하고 있었는데 대학이 이런 모습이라니!! 그렇다면 정말 변해야 한다. 대체 왜 아이들이 이렇게 되어가는 걸까?하는 고민을 안겨 준 책이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 글을 읽다보니 제가 너무 꼰대적인 시선으로 책을 읽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읽은 지 오래 되었고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책이라 지금 책이 없어서 다시 확인을 해보진 못했어요.

그래서 가물가물한 제 기억에 의존해서 고양이라디오님 리뷰를 읽고 느낀 점을 써볼게요.

 

1. 저자가 모든 '자기계발서'와 '자기계발서의 붐'을 반대한다는 점에 대해선 '자기계발서'라는 게 뭔가 하는 개념이 먼저 서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자도 밝혔다고 하셨는데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를 계발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란 끝없이 배우고 자신을 고양시키는데서 즐거움을 찾는 존재죠. 제가 어떤 책을 읽고 저를 돌아보고 앞으론 삶을 이렇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면 그것이 무슨 장르든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저자가 이 책에서 비판하는 자기계발이란 것은  하고싶은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업이나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서 스펙을 쌓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죠. 다만 다른 모든 가치를 뒤로 한 채 스펙쌓기에만 몰두하게 하는 '자기계발'을 조심하라는 것 같아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한참 '자기계발서'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죠. 사회가 불안하면 자기계발서가 잘 팔린다고 하던데 저도 한 때는 자기계발서에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사실 이 분야는 제가 학생때엔 거의 없던 장르죠. 그래서 한동안 제가 혹 한게 아..남들은 이렇게 사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구나 싶어서예요. 매일매일 반성의 나날을 살았습니다 ㅎㅎ 특히나 기업체에서 직원들에게 엄청난 자기계발서를 나눠주던 때라 우리집 책장에도 남편이 그때 가져온 자기계발서가 지금도 책장 여러칸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한동안 열심히 읽다가 저도 어느 순간 이게 모냐...죄다 내 탓이고... 나만 잘하믄 될 것 같은데...내가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도 않고...역시 난 안돼...이런 악순환에 빠져버리곤 했죠. 그래서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자기계발서의 폐해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당시엔 그런 분위기도 없었고 모든 잘못은 순전히 내 탓인 것만 같았답니다.

 

저자가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그런 맥락이 아니었을까요?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니까요. 저는 이미 자기계발서들에대해서는 이력이 난 사람이라 그 책들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저자가 인용한 부분들을 보면 어떤 점을 염려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두권과 그런 류의 책들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지는 않은 채 개인의 노력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을 경고하는 것으로 읽혔지 모든 자기계발서를 비판했다고 보여지진 않았어요. 그리고 다른 책들은 안읽으면서 그런 자기계발서만 읽는 것은 저도 분명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2. 학교의 서열화에 대한 내용은 저는 아이들을 통해 무슨 전설처럼, 요즘은 대학 가면 이런다더라~ 하는 식의 얘기만 듣다가 이 책에서 직접 언급된 내용들때문에 엄청 충격받은 부분이었습니다. 우리 때도 본교와 캠퍼스간의 차이나 지방대의 설움같은 것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더욱 세분화되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지잡대라고 경멸하고 수시충, 지균충, 분교충 등 이젠 거의 벌레 취급을 하는 것이나 우리 땐 학과 티 제발 입으라고 해도 안입고 다녔는데 그렇게 개성을 중시할 것 같은 아이들이 과잠(학교 학과 잠바)을 만들어 자랑스럽게 입고다닌다는 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보면 모두 사실이라서 더 소름끼쳤었고요. 물론 우리집 애들이 하는 말로 모든 아이들을 일반화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요즘 제 큰아이가 대학입시를 치르면서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그 책에 나오는 대학생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올해 단원고 특별전형이 있었잖아요. 딸아이 친구들의 반톡을 보면  세월호 사건이 나자마자 "경쟁자가 줄어들었다"라는 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고, 단원고 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을 만든다니까 자기들 입학정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거품물고 비난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왜 그 아이들은 노력도 없이 가고 싶은 학교를 가는 거냐고요.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을 때 우리 예쁜 아이들이...자기또래 친구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는 정말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던 저는 진짜 충격이었어요. 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지경이 되었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 아마 그런 시기에 읽었던 책이라(저는 2014년 10월에 읽었네요)  더 제겐 이 책이 충격이었겠죠.

그리고 작년에 단원고 특별전형이 있는데 아이들은 또 울분을 토하더군요. 물론 그 심정은 알만 합니다. 자기들은 죽을만큼 토할만큼 공부하는데 인서울대학을 가기도 어렵거든요. 그런데 걔네들은 '수학여행 이후에 심리치료나 받다가 아무 대학이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불합리합니까. 올해 생존자 졸업생이 75명이던데 65만 수험생중에 75명에게 베풀 아량도 없어진 겁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실제로 딸아이 친구는 어느 대학 입학 면접시험에서 조별 대기하는 중에 단원고 특별전형은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걔네들은 양심이 있냐고, 사실 이런 대학에 점수 경쟁도 없이 들어오면 살아남기 쉽겠냐고 서로들 침튀기며 얘기하는데 유독 한 학생만 말이 없어서 수줍음이 많은 아인가보다 했더니만 면접장 들어가서 보니 단원고생이더라 하는 얘기를 제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우리 아이들을 보는 제 심정이 저자가 학생들을 보는 심정과 같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사례 통계를 내기 위해 대학생들을 인터뷰하죠.  지방대생과 인서울대생의 실제 학문의 역량에 차이가 있는지 객관적 차이로 입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을 겁니다. 왜 그걸 학생들이 입증해야 하는가, 교수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게 고양이라디오님 의견인 듯 한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학생들이 지방대생과 인서울대생들이 실력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 생각이 타당한지 객관적 증거를 들어 설명해 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대부분 학생들은 객관적 증거가 아닌 애매모호한 근거로 대답을 하죠. 지방대생은 지각을 자주 하더라, 연예인 얘기를 많이 하더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하더라  등의 주관적이거나 고정관념들을 대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거죠. 교수가 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학생들을 골려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너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대보라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책에서 교수가 제시간 객관적 증거도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이 책이 그 것을 증명하기 위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3.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인용된 부분, 지금은 종잣돈을 벌 때가 아니라 더 고민하고 방황해봐도 좋을 때다 하는 부분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저는 틀리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에서 자기 주변 제자들을 보면서 그 책을 썼을텐데, 물론 서울대에도 어려운 학생들도 많았겠지만 요즘 서울대 입학생들의 실태를 보면 사실 최저생계를 걱정할 정도의 청춘들은 아닐 것이라는게 짐작은 갑니다. 정말로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 노력하고 싶어도 당장 최저생계비도 없어서 알바를 나가야 하는 학생들이 봤을 땐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은 없겠죠. 그리고 이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욕먹진 않았을 겁니다. 이 책을 너무 감명깊게 읽은 사람도 많으니까 그렇게 오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거고요.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간과하면 안될 것은 그렇게 아프니까 청춘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당장 입에 풀칠 하기 어렵고, 스펙 쌓고 싶지만 나가서 알바 하지 않으면 학비조차도 감당 할 수 없는 아프기만 한 청춘들도 많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차별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을 시간은 있어도 자기 옆에 있는 어려운 친구들을 생각할 시간, 왜 그들이 나랑 동등한 선에서 경쟁을 하지 못하는 가를 배려할 시간은 없어보이기에 좀 과하게 보일 정도로 자기계발서를 비판 한 건 아니었을까요?

 

<멈추면 보이는 것들>을 쓴 혜민스님도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하셨지만 항상 고개 숙여야만 하는, 항상 세상에 져야만 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점에서 비난도 많이 받으셨습니다. 직접 사과를 하시기도 했었고요. 이 책도 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이 읽으면 얻을 게 많을 순 있지만 이제 한참 사회의 모순을 공부하고 아,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구나...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것을 배워야 할 학생들마저 열광하며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라고 저는 봤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무슨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의 이런 현상들, 한참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로 세상에 반항할 나이인 대학생들이 왜 자기계발 논리에만 치우쳐 함께 손잡아야 할 이웃들을 '적'으로 보는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고민해 본 책이라고 봅니다. 왜 학교는 이렇게 서열화 되었고, 학생들은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스펙쌓기에만 열중하는가? 저자는 점점 취업사관학교,기업화 되어가는 대학과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과 사회에 맞춤형 인간으로 자기를 계발해나가려는 자기계발의 열풍이 이렇게 사회를 외면하고 각자도생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학생들에게 가기계발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대학생활을 누릴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다음 저서인 <진격의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그렇게 취업기계로 만드는 기업화된 대학의 문제점들을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또하나의 꼰대짓을 보일 수도, 논리의 비약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말 저자가 우려하는 점이 잘 전달 되었고, 저는 저대로 아이들에 대해 고민인 시점에서 많은 참고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 책이 출판 당시 굉장한 이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기성세대들에게 놀라움을 던져준 책이고, 우리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염려하던 대학의 현실을 이렇게 적나라 하게 보여준 책이 이전엔 없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자기를 계발하고 노력하는 학생들의 기를 꺾어 놓는다고 볼 수도 있고, 사실 일부 인서울대생들만의 사례라 크게 실감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고 봅니다. 이렇게 차별을 찬성하는게 아니라 열심히 사회에 참여하여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젊은이들도 많고요.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을겁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다수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번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라디오님께 제대로 답변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읽은지도 오래되었고, 제가 뭐 아주 정독하며 읽었던 것도 아니고, 사실 찾아보면 어딘가에 메모해 놓은 거라도 있을지 모르지만 귀찮아서 그것도 생략한, 게으르고 가물한 기억에 의존한 글이라 두리뭉술해서 핵심을 비껴갔을 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너무 형편없는 책은 아니었다는 제 느낌만은 전하고 싶었습니다^^


댓글(7) 먼댓글(2)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오로라^^님의 먼댓글 잘 읽었습니다ㅎ
    from 고양이책방 2016-01-29 01:21 
    오로라^^님 먼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로라^^님의 말씀 많은 부분 공감이 갑니다. 대략 98% 공감합니다^^ 저의 리뷰는 분노의 찬 리뷰였기 때문에, 중립과 객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는, 저자의 이 책이 중립에서 벗어나 저자 본인의 주관적 시선이 상당부분 개입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저또한 똑같이 날을 세워서 비판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의도와 맥락을
  2. 저자의 오류, 그리고 나의 오류
    from 고양이책방 2016-01-29 01:53 
    잠시 생각해보니, 저또한 너무 지나치게 저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기대가 너무 컸었나 봅니다. 그리고 자기계발서를 옹호하는 입장이다보니 너무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저자를 바라본 것 같고요. 저자는 20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인식시켜줬습니다. 어설프고 뻔한 해결책을 제시하느니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여기에서 수긍했어야 하나봅니다. 저자에게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것은 저
 
 
초딩 2016-01-2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번 빌려 봐야겠다는 생각 듭니다. :-)
제가 너무 독서를 편식하듯하고 있나 라고 생각되네요.

살리미 2016-01-28 21:47   좋아요 1 | URL
초딩님이 보시면 명쾌한 답을 주셨을텐데.. 저는 그저 느낌적 느낌뿐이라 ㅎㅎ
저는 너무 이것저것 읽다보니 깊이가 없어 걱정입니다^^

기억의집 2016-01-28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유병재가 아프면 환자다란 말이 떠 오르네요!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않지만, 오로라님 글에 공감해요. 저는 이 책을 일고 서열화가 생각보다 요즘 젊은 분들에게 뿌리 깊게 고착되어 있구나 싶었어요. 저는 47살이라 학력고사 세대고 연합고사 세대라 고졸이라고 해서 차별을 한 적은 없는데, 우리 세대가 아무래도 상위 상고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갔으니깐요. 딱히 상고를 나왔다고 차별적인 시선도 없던 세대라 그런지 차별에 찬성하는 모습이 낯설었고, 우리 사회가 이래서 점점 닫힌 사회가 되어가는구나 싶더라구요.혹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읽어보셧나요? 그 책 읽으면 미국이 오픈 사회라는 걸 그래서 지금아이티 산업을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지 알겠더라구요.

살리미 2016-01-28 22:4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이런 현실에 너무 충격을 받은데다가 마침 우리 딸이 알려주는 학교 현실하고도 너무 닮아서 저자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었다는 건 발견하지 못한거 같아요. 저자의 시각으로 현 문제를 진단해 볼 필요도 있다고 느꼈고요.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미국의 창의적 인재들은 대개 학교나 사회가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삐딱하게 자기 길을 간 사람들이 많잖아요. 미국도 불평등이 엄청 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꽃 필 수 있는 사회라는 점... 그게 부러운 거죠.

2016-01-29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9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29 02:14   좋아요 0 | URL
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