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제인 에어>를 처음 만난 건 어렸을 때 청소년용으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통해서였다.

사고가 다 자라지 못했던 때에 읽은 책에서 나는 그저 불행하게 자란 제인 에어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스토리라고만 생각했다.

 

그 후 몇편의 영화를 통해 제인 에어를 다시 만났고,

완역본으로 한번 다시 읽어보기도 했는데 그 때는 또 제인 에어와 함께 로체스터경에게서 나쁜 남자같은 매력을 느꼈다. 미쳐버린 아내를 끝까지 보살피는... 그 운명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만나도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그를 연민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영화로 제인 에어를 만났던 것의 단점인 듯 한데 제인과 로체스터사이의 서사에만 관심을 가져서 주변 인물들이나 배경으로 처리되어버린 역사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진 리스라는 작가가 <제인 에어>에서 묘사된 버사의 이미지에 열받아서 그녀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서야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책을 구입해놓긴 했는데 읽지는 못하고 있을 때

난 막연히 그 내용을 버사와 로체스터는 원래는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이를테면 영국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영국의 문화에 적응을 못하고 점점 미쳐갔기 때문에 로체스터로서도 어쩔수없이 그녀를 가두어야만 했다는...) 비극적인 상황이 되었다고 상상해보곤 했다.

마담 보바리를 읽고 당시 진보적인 여성의 운명은 다른 소설들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나가 궁금해서 다음 읽을 책으로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나는 식스센스급의 반전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아직도 씌워져있는 선입견의 굴레에 비관했다. (아.. 나는 아직도 이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이다....반성하고... 가볍게 입놀리지 말고...더 많이 읽고 생각해라... )

 

우선 펭귄클래식 코리아의 세계문학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은데 소설을 읽기도 전에 서문으로 해설이 실린 것을 보고는 실망스러웠다. 선입견을 줄 것 같았고 그 소설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금 읽어보다가 서문을 건너뛰고 본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본문을 읽으며 본문의 주해를 참고하다보니 주해가 엄청 자세한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이게 펭귄클래식의 특징이었는데 주해가 자세하니 그 시대의 배경을 이해하기 좋아서 소설을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그만큼 더 소설에 빠져들었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싶은 해설도 있었지만 독자적으로 작품을 이해하고픈 사람에게는 거슬릴 수도 있겠으나 나처럼 초보 독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고 다음에 고전을 읽을 때에는 펭귄클래식 판본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전 문예출판사의 세계문학 ebook을 구입한 내게는 무척 슬픈 깨달음이었지만 그때 내가 사고 싶었던 펭귄클래식 세계문학 전집 세트가 품절이 되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크레마는 반응이 느려서 그때 그때 책 뒤쪽의 주해를 읽어보는 걸 포기했을 것이므로...)

 

이 소설도 1830년대 영국의 제국주의과 식민들의 상황에 대해 알고 있어야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많았기에 배경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도움이 되었다. 당시 크리올이라 불렸던 식민지 태생의 영국인들에 대한 부분이라든가, 식민지에서 노예노동을 이용하여 대농장을 경영했던 노예주들, 그 밑에서 일했던 노예들, 노예해방령이 내려진 이후 몰락하는 식민지 노예주들과 그들의 대농장을 값싸게 인수하려고 식민지에 들어온 영국인들,그에 대항하는 원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아뭏든, 내 맘대로 상상했던 소설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로체스터에게 매번 실망했다. 그리고 태양을 담은 여자 버사가 아닌 앙투아네트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고, 자유로운 영혼 크리스토핀의 현명함에 새삼 놀랐다. (크리스토핀 만세!!)

 

내가 끝까지 책임 질 줄 아는 불행한 가장 로체스터라 생각했던 인물은 진 리스의 소설에서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찌질이로 그려졌다. 아버지와 형에 의해 팔려왔다고 생각하는 로체스터는 그 열등감 때문에 앙투아네트를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도 제국주의와 가부장제의 사상에 철저히 길들여진 인물이라 결국 열등감을 가부장적 권력으로 해소하려고 한다. 자신을 크리올에게 팔려온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에게 그런 불만조차 내색할 수 없는 인간이었던 로체스터는 (그가 아버지에게 쓰는 불만의 편지는 끝내 부쳐지지 않는다) 자메이카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 자연의 생생함이 싫고 앙투아네트의 생명력이 싫고 그들만의 문화가 싫다. 그것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더욱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혈통적으로도 못난 유색인종일 뿐인 그들이 그들만의 언어 파투아로 자신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고 그들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 아내의 재력에 기대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크리올이라는 것이 불만스러운 그는 자메이카에서의 잠깐의 신혼생활에서 앙쿠아네트가 주도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그녀의 존재를 없는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녀에게 앙투아네트가 아닌 '버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인형처럼 대한다. 단지 여자에 대한 호기심일 뿐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결정적으로 그녀를 모함하는 대니얼의 편지를 읽고는 그 사실여부를 파악하려고도 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을 가진다. 앙투아네트를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이제 그만 놓아주라는 크리스토핀의 말에 그는 격분하여 이렇게 다짐한다.

 

# 허영에 찬 어리석은 인간. 사랑하도록 만들어졌다고?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너는 어떤 연인도 갖지 못하게 돼. 나는 너를 원하지 않고, 어떤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기회는 없을 테니까.

 

# 그녀는 이 장소를 사랑한다고 말했지. 그래. 이것이 그녀가 이 장소를 마지막으로 보는 기회가 되게 해주지. 그녀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을 쳐다보겠어. 눈물 한 방울. 나는 그 텅 비어 증오만 남은 광녀의 얼굴은 보지 않을 거다.

 

아.... 찌질해. 나의 로체스터가 이렇게 찌질한 인간이었다니. 열등감에 사로잡혀 그 열등감을 비뚤어진 권력으로 보상하려는 인간만큼 찌질한 인간이 어디 있는가. 물론 그도 고분고분 감정을 숨겨가며 그 시대의 교육을 받고 자란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피해자일 수 있다. 그러나 약자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는 그를 변호할 만한 한가지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가져야 하고, 가정의 천사가 되도록 길들여질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자아를 가질 것을 요구한 샬롯 브론테도 크리올이었던 앙투아네트에게까지 챙겨 줄 여력은 없었던 것일까? 샬롯 브론테가 그녀에게 보여준 관용이라면 <제인 에어>에서 그녀가 해친 인물들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것, 제인에게는 그녀의 결혼식 베일을 찢어버리는 정도의 위해만 가했다는 정도다.  제인 에어조차도 소설에서 당당한 여성으로 우뚝 서기엔 너무 힘든 난관이 많았으므로 그걸 읽는 나도 앙투아네트에게는 관심을 줄 여력이 없었다. 저 여자는 왜 미쳤을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여성이 해방되었다는 현대에 버젓이 살고 있으면서도!

 

그래서 진 리스가 소설속에서 앙투아네트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식민지 국민들을, 여성을 다시한번 이해 할 수 있게 해 준 것 뿐만아니라 이토록 생생하게 자메이카의 자연과 문화와 역사를 이해 할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로체스터의 결혼의 실패가 어떤 이유에 의해 피치 못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로체르터가  찌질한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설정에 공감한다. 진 리스는 이 소설에서 앙투아네트와 크리스토핀을 통해 관습과 제도에 물든 자아가 아닌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품고 있는 생생한 존재로서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 시선을 장착한 채 다시한번 <제인 에어>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아....나의 로체스터는 갔지만 ...나는 이제 어느 한쪽의 시각에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자제하는, 좀 더 신중한 독자가 될 것이다.

 

 

 

 

 

 

길게 찢어진, 검은 동자의 눈. 서글픈 이방인의 눈. 그녀가 아무리 영국 순수 혈통의 크리올이라지만, 크리올을 영국 사람이나 유럽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 (101쪽)

그 노래가 흰 바퀴벌레에 관한 거예요. 나를 말하는 거죠. 그게 이곳 사람들이 대농장을 경영하던 우리 백인 모두를 부르는 이름이에요. 그들 종족이 아프리카에서 그네들을 노예상인들에게 팔아먹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우리들에게 붙여준 이름이라고요. 영국 여자들이 우리를 백색 검둥이라고 부르는 것도 들어왔어요. 그러니 당신들과 이곳 유색인종들 사이에서 나는 내가 누구며, 어디가 내 나라인지,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내가 왜 태어난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아요. (149쪽)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183쪽)

"정의라고요? 나도 그 말을 흔히 들어왔어요. 그렇게 차디찬 단어가 존재하다니. 나도 그 단어를 믿어보려고 했지요."
아직도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글자를 종이에 적어보곤 했어요, 여러 번. 그러나 항상 그 단어는 아주 새빨간 거짓말을 담고 있더군요. 정의가 어디 있어요?"
그녀는 럼주를 한 모금 더 마시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네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는 나의 어머니, 어머니에게 정의가 무슨 역할을 했나요? 흔들의자에 앉아 죽은 말과 죽은 마부들에 대해 얘기하던 불쌍한 어머니, 그리고 악마같이 생긴 검둥이가 슬픈 어머니의 입술에 키스할 때, 어머니에게 정의가 어디 있었나요? 그 검둥이가 슬픈 어머니에게, 마치 당신이 내게 키스하듯 키스할 때, 정의가 어디에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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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1-16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거예요 ㅡ항상 !^^
ㅡ저는 이말을 밑줄 쳐 주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많은 면면들을 보고싶고 이해하고싶고
그러면서 중심도 지키고 싶은 그런 욕심많은 저..를
표현하는 말같아서 좋거든요.
잘 읽고 가요..
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와 제인 에어와
우리들의 폭풍의 언덕을 위해...
열렬한 응원을 놓고 갑니다!^^

살리미 2016-01-16 19:34   좋아요 2 | URL
그 문장이야말로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견해와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비록 제 현실은 늘 선입견과 편견에 시달리지만요 ㅎㅎ

[그장소] 2016-01-16 19:39   좋아요 2 | URL
선입견과 편견 마저도 면면 인 거거든요..
어느때 보면 ㅡ그렇게 착실한 기록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그러니 그것도 무시할 수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한 ㅡ인간이니까.

CREBBP 2016-01-1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클래식이 원래 그런거였군요. 저 얼마전에 50권 세트 감성편인가 이죽으로 사서 햄릿 읽었는데 주석이 엄청 많더라구요. 근데 더는 안파는군요. 열린책들 200여권짜리도 있어 겹치는 거 많은데 하도 싸길래 그냥 샀거든요. 더 안판다니까 나머지 50권도 살껄 하는 생각이..
영국인인데 식민디 노예상들도 차별했군요. 런던에서도 신분에따라 말씨며 뭐며 다 달랐다고들 하던데 암튼 그런거 꽤도 따지는 사람들인 거 같아요 ㅋ. 제인 에어 저에게도 엄청 의미있던 소설이었는데 역시 소녀 취향의 책들이라 정당한 세계관적 성찰이 부족했던 거군요. 그거 다시 읽고 이거 읽어야 겠네요

살리미 2016-01-17 00:33   좋아요 1 | URL
저도 그 감성편과 이성편 싸게 나온 바람에 결국 리더기까지 질렀는데 못사고 말았답니다 ㅎㅎ 저는 원래 책읽으면서 주석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책엔 주석이 너무 자세하게 그 배경까지 일일이 설명해 줘서 이해하는데 엄청 도움됐어요. 앞으론 주석을 꼼꼼히 챙겨 보려구요 ㅋㅋ 특히나 이 책은 친절한 주해가 없었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듯 하고요. 그 때 당시 자메이카의 상황을 다 알수 없었을테니까요. 책 읽으면서 엄청 메모도 많이 했는데 리뷰엔 거의 적지 못했어요.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느끼실 거예요. 얼마나 이 소설이 좋은지요!! 문학을 이해하는데 굳이 해석이 필요하겠나 싶기도 하겠지만 그 시대적 배경을 자세히 이해하는 건 분명 작품이해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인에어도 제게 있는 이북 보다는 펭귄 클래식 버전으로 다시 읽어볼까 해요.
아... 암튼 리뷰가 엉망이긴 한데 이 소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백만배 더 좋았어요.

해피북 2016-01-1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펭귄 클래식에 그런 장점이 있는 줄 몰랐어요. 어떤 책은 정말 배경지식 없이 읽는게 버거워 포기 할 때가 많은데 따로 찾을 필요도 없다니 꽤 괜찮네요 ㅎ 그리고 아직 제인에어를 읽지 못해서 로체스터의 면모를 알지 못하지만 저는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오로라님의 마지막 구절 `신중한 독자가 될 것이다`가 깊게 다가오는 구절이었답니다 ㅎ

살리미 2016-01-17 02:00   좋아요 1 | URL
신중한 독자가 되기는 어려울 거란걸 알고는 있어요 ㅎㅎ 저는 금사빠거든요. 앞뒤 안가리고 금새 사랑에 빠져버려요ㅋ
그래도 노력은 해보려고요. 억울한 캐릭터는 없는지.. 작가가 미쳐 신경쓰지 못한 캐릭터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독자가 되려는 노력을 해보려고요~ ^^

에이바 2016-01-1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bbc 드라마도 있어요. 볼만합니다...

살리미 2016-01-18 21:5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너무 보고싶은데 파일 구하기가 힘들어요 ㅠㅠ
 
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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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마음에

선생님의 책들을 가만히 쓸어보고

생전의 영상들을 찾아본다.

올해의 목표에  선생님의 책들을 정독하는 것을 넣어본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들도 마저 구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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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17 0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로라님 덕분에 신영복 교수님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어요. 동영삼 감사합니다. 아직 이 책 읽지 못했는데 꼭 구입해 곁에 품고 두고두고 봐야할것같아요. 지금쯤 교수님은 서오릉에서 지키지못했던 약속에 안타까워하시지나 않을까 그런 생각이드는 밤이예요. 저도 올 해 열심히 정독하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까지의 멀고 먼 여행을 함께 해요...

살리미 2016-01-17 10:01   좋아요 0 | URL
선생님의 성품이 다 드러나는 일화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주는 관심, 그들을 동정하는게 아니라 인간으로 존중하는 태도...
선생님께서 봄이면 진달래꽃 달고 서오릉에 계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나서 이 영상 올려봤어요.
저도 책을 가지고 있기만 했지 정독하며 읽은 적이 없어서... (선생님의 깊은 내공을 따라갈 자신도 없고요) 그래서 부고가 더 아쉬웠나봐요. 올해는 꼭 같이 읽어봅시다!!
 

풍요보다는 궁핍을, 기쁨보다는 아픔을 더 보아야 한다고 늘 깨달음을 주시던 쇠귀 신영복 선생님의 갑작스런 부고를 들으니 놀란 마음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분은 아프지 말고 더 오래 사셔야 한다고 욕심부리고 싶었는데...
좋은 사람들은 떠나지 말고 항상 곁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들어와서 문득 들은 부고에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한없이 슬퍼집니다.
책상위에 놓인 선생님 서화달력의 문구들이 그런 저를 조용히 타이르는 것 같네요.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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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6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1-17 0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번에 서화 달력을 받아서 너무너무 기뻤어요. 이런 귀한 달력을 어떻게 봐야하나 뒷면에는 멋진 그림과 글이 있고 앞면에는 뒷면의 그림을 축소한 달력이 있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뒷면을 택했는데요... 해가 지나도 두고두고 간직할 달력이 되었어요 ㅜㅜ
 
[eBook] 보바리 부인 - 문예 세계문학선 052 문예 세계문학선 5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민희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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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벼르던 이북리더기를 나에게 선물했다.  워낙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종이책이 아니면 집중이 잘 안되긴 하지만 책장에 책을 더이상 쌓아두기도 미안하고 태블릿으로 책을 읽으면 눈이 너무 피로해짐을 느끼는 탓에 눈이 편안하다는 장점 때문에 검색할 때 보았던 그 모든 불만사항들을 감안하고 지른거다.

 

크레마를 지르고 세계문학전집 세트를 지르고 기분좋게 읽어보려는 순간..

불편함이 너무 커...터치와 화면전환이 느리다는 것 쯤 참아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눈은 편하다만 너무 불편해 ㅠㅠ 내가 생각보다 조급한 사람임을 뼈저리게 느끼면서...특히.. 서점들을 등록하느라 터치패드 입력해야 할 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최신 기종이라면서 너는 왜 이모양인거니...

책을 읽다가 하일라이트를 하려고 하는데 터치가 느리고 이상해서 잘 안돼...범위설정하기도 힘들어... 하일라이트 메모가 안되니 다시 노트에 받아적어...이 천지개명한 시대에 무슨짓이냐....

 

게다가!! 리디북스에서는 엄청나게 싼 가격의 전집구성을 사면 리더기를 그냥 준다....

뭐지.. 이 바보가 된 기분은...불편함을 감수하는 바보라니... 어차피 너는 알라딘 호갱이니까 감당하렴...하지만 불쑥 불쑥 욱하고 치민다.

답답함에 쓰던 태블릿으로 읽기도 했다. 그럴거면....왜 굳이 크레마를 선물한거야?...선물?... 좋아...어차피 선물이잖아...선물이 항상 맘에 들란 법은 없으니...

 

이렇게 정신분열상태를 겪다보니 더욱더 소설에 빠져들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바리 부인>이기에 크레마로 읽은 첫 소설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그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고 싶던 소설!

 

원래 읽지 않아도 읽은 것만 같은 것이 고전이라, <보바리 부인>을 읽지 않아도 나는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영화로도 보았고 여기 저기서 들은 풍월이 있으니...

그러나 훌륭한 소설을 읽고나면 늘 그런 생각이 들듯이 내가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어떡할 뻔 했나...읽지 않고도 안다고 생각했다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나를 느끼게 되었다.

 

#사람에게도 인도산 식물처럼 그것을 위해 준비된 땅과 특수한 기온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엠마는 확실히 시골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였다. 마치 잘못 심어진 식물처럼... 의지에 상관없이 잘 자랄 수 없는 식물처럼... 현실이 비루하다고 느껴지면 모든것이 안좋게 느껴지고 삶에 애정을 갖기가 힘이 든다. 그럴수록 애착을 가질 대상이 필요해지는데 그런 대상을 갈구할 수록 권태로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플로베르는 어떻게 이렇게 결혼 생활에 권태로운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걸까? 그것도 그 옛날에..

주르 드 고티에가 '보바리즘'이라고 불렸던 이 테마는 인류보편의 정서인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야기속에 녹아있다.

 

나는 읽으면서 미셀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여자 주인공 마고가 자주 떠올랐는데 그녀 또한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마고도 너무 좋았지만 사실 남편 루의 매력에도 흠뻑 빠졌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샤를도 루 못지 않게 훌륭한 남편이다. 다만 엠마나 마고는 너무 예민한 사람들이라 작은 감정의 소용돌이에도 핵폭발의 위력을 느끼는 사람들이고 샤를이나 루는 자기 생활에 우직한 사람이라 변화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엠마의 감수성은 수도원 시절 읽었던 낭만주의 문학에서 온 것이다. 따뜻하고 먹을 것만 충분하면 행복이라는  사람들의 사고와 그것만으로는 행복하지 않아서 괴로운 엠마의 사고는 늘 충돌되어서 삶이 공허하고 그것을 메울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그런 강박에 시달리니 엠마의 시선은 점점 좁아지고 마침내는 남들은 다 알아볼 만한 사기꾼 같은 사람에게 마음을 홀랑 주어버리기도 하고 현실을 점점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

번번이 좌절하는 그녀의 사랑을 보상이라도 하듯 또 다른 사랑에 빠지고 사치를 일삼는 엠마를 보면 <종이달>의 리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녀들 모두 '네 잘못이야'하고 돌을 던지기엔 너무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플로베르가 "마담 보바리는 바로 나다"라고 했듯이, 엠마는 꿈도 희망도 없이 평범하고 지루하고 무능하면서 진보라는 자만심에 빠져있는 당시 부르주아에 대한 작가의 혐오를 그래도 보여주는 듯하다. 소설을 읽지 않았으면 잘 몰랐을 약제사 오메나 상인 뤼르에 대한 작가의 묘사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신부들과 대비되면서 이야기 후반부를 거의 이끌어가다시피하는 진보주의자 오메의 이중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엠마의 장례식에서까지 본질보다는 허위와 위선에 쌓여 쓸데없는 논쟁을 일삼는 그들을 보며 역시 정치란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란 걸 느낀다.

 

철저히 궁지에 몰린 마지막 순간에 엠마가 끝까지 당당했던 점이 마음에 든다. 역시 엠마는 손가락질이나 받을 만한 여자는 절대 아니었다. 그녀가 남자들에게 원했던 건 값싼 사랑 따위가 아니었는데, 그것을 싸구려로 만들어버린 건 남자들의 이기심이었다. 엠마가 어려워졌을 때 도움을 청하러 찾은 남자들이 끝내 이기적인 모습들을 들켜버릴 때 엠마는 시원하게 내지른다.

 

# 그럴수록 그녀는 자신 속에서 강한 자존감과 긍지를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심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경멸감을 느꼈다. 그녀는 호전적인 기분에 한껏 흥분했다. 남자란 남자는 모두 갈겨주고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하나 남기지 않고 몽땅 유린하고 싶었다.

 

돈이 없어서 못 주겠다는 로돌프에게도  

 

#그렇게 가난하다면 총 손잡이에 은장식따위는 하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이 가난뱅이에게는 무엇이든지 다 있군요...저였으면 무엇이든지 다 당신에게 드렸을거예요.... 이 두 팔로 노동을 하겠어요.... 당신이 안계셨으면 나는 행복하게 지낼수도 있었던 거예요.. 

 

속 시원하게 내뱉어주는 엠마. 자살은 이렇게 당당한 그녀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반면 그녀의 불륜을 은밀하게 비웃던 고귀하신 사람들은 샤를이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자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뺏어 먹으려고' 덤벼든다. 엠마가 자살을 선택했다면 샤를의 죽음은 타살처럼 보인다. 이 모든 상황에서 최후의 승리자, 영웅이 되는 것은 그의 꿈이었던 레지옹도뇌르 명예훈장을 받는 오메.

플로베르는 염세주의적인 시선으로 이런 기막힌 현실을 풍자하고 있었다.

 

반면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주연으로 나온 <마담 보바리>에서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함으로써 엠마가 너무 충동적이고 나약하게만 그려졌다. 그녀 내면의 공허함과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결핍감같은 것들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으니 그저 그런 불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케빈에 대하여>에서 너무 강렬한 인상이었던 탓인지 남주 에즈라 밀러 역할도 어쩐지 몰입이 안되었다.

영화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었겠지만 나는 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 더 플로베르가 칭송받는 이유를 분명히 알 것 같다. 권태- 불륜-파멸로 이어지는 식상한 모티브를 갖고 낭만주의가 쇠퇴하고 자본주의가 정착하는 시기를 제대로 포착해내는 힘. 이래서 모든 작가들이 플로베르 플로베르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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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12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자북 이거 좀고민중입니다.
책 부피때문인지 책장에 책이 쌓이고 ..먼지도 쌓이고...

살리미 2016-01-12 12:44   좋아요 1 | URL
저도 전자책을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이유로 질러봤거든요... 확실히 태블릿으로 보는 것보다는 눈이 훨씬 편하지만.... 느려도 너~~무 느리네요. 이정도일줄은 사실 몰랐어요...
그래도 애써 위로하고 있어요. 책을 백권이상 넣어도 가뿐하고.. 들고 다니며 읽기도 좋고요.. 밧데리도 엄청 오래갑니다.
그래도... 불편해요 ㅎㅎ

블루플라크 2016-01-1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살리미 2016-01-12 13:0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너무 재밌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고전이라 좀 지루할 줄 알았더니 ㅋㅋ

AgalmA 2016-01-12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e북은 안 써봐서 모르겠는데, 알라딘 e북은 일할 때 듣기모드로 하는데요. 성우 목소리가 맘에 안 들어요ㅜㅜ 너무 수다쟁이 모드...

살리미 2016-01-12 13:02   좋아요 1 | URL
알라딘 e북에서 저도 듣기모드를 해봤는데... 적응안되더라고요. 왠지 기계음같고... 리디북스는 좀 더 부드럽게 들리던데... 크레마에서는 그나마도 안되는듯 해요.

초딩 2016-01-12 13:02   좋아요 2 | URL
종이책 사면 이북 주면 좋겠어요 ㅎㅎㅎ 어차피 책값 할인 10프로 밖에 못하니 :-)

살리미 2016-01-12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완전 공감 ㅋㅋㅋ

기억의집 2016-01-12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자책은 미스터리나 만화는 괜찮더라구요. 읽을만 했고 사실 왠간해선 전자책 사고 싶은데, 전자책도 메모리를 차지하는 건 마찬가지더라구요. 게다가 팔아먹을 수가 없어서 결국 다시 종이책으로 복귀했어요. 종이책 사고 읽고 한 몇달 있다가 팔아서 다시 책사고... 약간이라도 보탬이 되서 그냥 종이책으로^^

저는 고전은 작년 봄인가, 기쁨의 집인가 읽고 그 이후 손도 못 대고 있는 것 같아요. 읽을 거리는 넘쳐나는데,,, 마담 보봐리, 는 이십대에 읽었던 것 같은데, 참 저 불륜이란 주제가 나이대에, 삶의 경험치에 따라 달라지더라구요. 저는 이십대에 읽었을 당시에 그럴 수도 있지 그냥 그런가보다 읽었는데, 지금 보면 보봐리가 한심해 보여요. 아니 불륜하는 것들 다들 한심해 보여요! 왜들 그렇게 사니? 싶어서.!!! 그러면서도, 이런 작가들의 풍자가 있었기에, 서구의 결혼관도 많이 변화된 거라 봐요. 여전히 배우자 몰래 바람 피지만, 많은 경우 이혼하고 재혼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면서 남자들에게 전적으로 기대지 않으려는 여자들의 경제적 독립도 이루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읽은 기쁨의 집도 노처녀(그 시대에 기준으로) 주인공이 잘 사는 남자 만나려 하는 이야기였는데, 경제력을 갖출 능력이 없다는 게 비참해 보이더라구요. 상당히 재밌게 읽은 소설이긴 하지만, 감정의 뒤끝은 씁쓸했던 작품이었어요~

살리미 2016-01-12 15:49   좋아요 0 | URL
저도 전자책에 대해선 불만인게 중고로 팔수가 없어서.... ㅋ
그럴람 가격이 더 낮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전 세계문학세트를 사고 싶은데 전자책이 너무 저렴하게 나오니까 리더기를 사서 문학전집을 넣어놓고 질리도록 읽어볼까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봐두었던 펭귄클래식 세계문학세트는 리더기를 산 순간 품절이 되어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ㅠㅠ
완전 지대로 호갱노릇을 했답니다 ㅠㅠ

마담 보바리는 아마 저도 지금 읽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좀 더 젊었을때라면 느낌이 또 달랐겠죠. 막연히 전해들은 내용으로는 엠마가 무척 한심해보였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그 시대적 상황에서는 충분히 당당했던 여성인 것 같았어요. 영화로 봤을땐 엄청 열받았거든요.

서니데이 2016-01-12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전자책리더기 사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리뷰를 읽고 당분간은 안 사기로 했어요. 어쩐지 종이책이 좋을 것 같아서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6-01-12 18:28   좋아요 1 | URL
종이책이 백배 좋아요^^ 전자책리더기도 나름 편리한 것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좀...
아이패드로 책을 봐도 되는데 그건 제 시력이 감당을 잘 못하는 거 같고.. 아이패드 기능을 이북리더기에 기대하는건 무리인가봐요.
게다가 리더기가 터치에 너무 느리게 반응을 하니까 책 보다가 앞장을 자주 넘겨보는편인 저는 답답해 죽어요 ㅎㅎ
서니데이님~ 종이책의 사각한 질감을 더 느껴보시는 저녁이 되시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1-1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펭귄에서 나온 종이책으로 읽었어요. 진짜 백 년 전에 씌여진 소설이라고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예리했어요. 샤를과 그들의 딸의 비극적인 결말을 봤을 땐 엠마가 밉기도 했지만 이해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였어요 엠마는. 저도 방물장수 뢰뢰(펭귄판에는 이렇게 표기..) 랑 약제사 오메에 대한 페이지 할당이 참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어음은 진심으로 무서웠어요 ㅠㅠ 플로베르는 진짜 작가임에 분명하죠!ㅎㅎ

살리미 2016-01-12 20:00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딸 베르트는 무슨 죄예요 ㅠㅠ 저도 몇번이나 딸이 불쌍해서 그렇게 자란 베르트의 이야기를 후속편으로 쓰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ㅎ
어음 막 날아올때 저는 영화 종이달과 화차가 떠오르면서 역시나 빚은 무서운거란 생각이 ㅎㅎ 이게 정녕 백년전 작품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다락방 2016-01-1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정말 실망이었어요. 영화를 보기 전에 부랴부랴 책을 읽은 거였는데 책이 엄청 재미있었거든요. 영화속에서는 캐릭터가 다 살아있지 못하고 개성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얼마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렇게 오로라님 리뷰 읽으니 좋으네요. 흣.

살리미 2016-01-12 20:04   좋아요 0 | URL
그죠~~~ 전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봐서요.... 미아도 좋아하고 시대극을 넘 좋아하니까 왠만하면 좋을법한데, 중간에 몇번 졸기도 했어요. 소설을 안 읽은 사람은 당췌 인물들 캐릭터도 잘 알수가 없어서 그저 엠마가 바람피는 얘기로밖엔 안보이고... 마지막 장면도 영화에서 각색된 것보다는 소설이 훨~씬 낫더라고요.

cyrus 2016-01-12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베르가 `마담 보바리는 바로 나다`라고 언급했음에도 실제로는 마담 보바리를 소설 속 가상 인물쯤으로 여겼습니다. 보바리처럼 소설에 탐닉하는 실제 여자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책 읽는 여자들은 나태해지고, 간통에 빠질 수 있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플로베르의 왜곡된 여성성이 마담 보바리를 탄생했던 거죠. 이와 관련된 정확한 내용은 슈테판 볼만의 《여자와 책》에 있습니다. 《마담 보바리》 독서에 참고가 될 겁니다. ^^

살리미 2016-01-12 21:2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서 플로베르가 엠마에 대한 묘사를 굉장히 나쁘게 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니까 상당히 엠마를 진취적으로 그려서 놀랐거든요. 오히려 샤를이나 로돌프, 레옹이라든가 오메나 뤼르같은 진보적인체 하는 남자들이 더 문제적으로 보이더군요.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당시의 생각은 샤를의 어머니인 보바리 노부인의 입을 통해, 또는 은연중에 뒷담화나 하는 남자들을 통해 드러나지만 엠마는 그때마다 당당하더라고요. 그들의 위선을 비웃을 줄도 알고요.
안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니 다른 분들은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싶었어요. <여자와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비로그인 2016-01-12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휴대폰 > 샘 > 카르타로 왔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장점 : 눈과 머리가 아프지 않음.
단점: 폰보다는 약간 느리다는 것. 이고요...

그리고 제가 느낀 전자책의 장, 단점은... (먼저 단점부터)
단점 : 구매했지만 소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음, 끝으로 가까워지면서 드는 긴장감이 덜함 (몇 장 안 남았는데 결말이 어떻게 될까? & 이제 끝나는구나! 하는 느낌이 종이책이 좀 더 강함. ← 전자책은 빨리빨리 끝내고 싶다.. 라는 마음이 저 두 가지를 합친 것보다 좀 더 크네요.), 책장을 넘기는 손맛이 덜함.
장점 :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하고 (마음 같아선 방의 벽 한 면이 책장이었으면, 삼면이 책장이었으면 싶음.) 사들이는 속도 >>> 읽는 속도 때문에 책을 들일 때마다 007작전 급으로 몰래 들이고 들통나면 수차례 경고를 받는데 전자책을 이용하고 나서는 원하는 책을 사도 들킬 일이 없음. 이네요.

살리미 2016-01-12 21:52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백프로 공감합니다. 책장을 후루룩 후루룩 넘기는 맛이 없는게 단점이에요. 손맛이 없죠 ㅋㅋ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려고 화면터치해서 책 페이지 확인하려면 또 느려서 속터지고요 ㅎㅎ
그런데 저도 요번에 세계문학전집 구입하고도 남편은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 그 쪼끄만거 하나에 쏙 넣어놓으니 아무도 몰라 ㅎㅎㅎ 이게 엄청 좋긴 하더라고요.

살리미 2016-01-12 21:52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크레마 카르타가 샘보다는 좀 낫긴 한가요?

하양물감 2016-01-13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
보바리 부인은 눈에 안들어오고
북리더기만 눈에 들어와요,ㅋㅋ

저도 고민 중이었는데 조금 더 참아야겠어요.

살리미 2016-01-13 00:30   좋아요 1 | URL
ㅎㅎ 보바리 부인께 죄송합니다^^ 이게 크레마로 첨 읽은 소설이어서 ㅋ
너무 크레마 흉만 봐서 쫌 그런데.... 정말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건 확실합니다!! 방금도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안와서 크레마는 가방안에 있고 곁에 있던 휴대폰으로 알라딘 e북 좀 읽었더니 몇페이지 못보고 눈이 너무 피곤해져요.
그렇지만 눈이 건강하시다면 굳이....... ㅋㅋ

해피북 2016-01-1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래서 저는 오로라님 오로라님이라며 팔랑팔랑 책을 담아보아요 ㅎ저는 시대물을 많이 읽지 못해서 사회적 분위기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해요. 특히 <안나 카레리나>나 <카르마조프의 형제들><고리오영감>도 빨리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구요.

그리고 이 책 이북이라서 오~~리더기로 읽으셨구나 했는데 답답하셨다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큭큭 거렸어요. 그래도 눈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ㅎ 저는 요즘 시력이 걱정스러울 정도거든요. 자주 침침하고 야맹증도 심해지구 눈 앞이 뿌얗게 끼는 느낌도 드는데 저녁시간에 특히 심해지는거 같아요 ㅜㅜ

살리미 2016-01-13 01:01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도 난시가 좀 있으신가요? 저는 난시가 심해서 책을 좀 읽으면 앞이 뿌옇게 되면서 졸려요 ㅎㅎ 그래서 항상 눈건강을 신경써야 한답니다. 특히 태블릿으로 전자책 보면 삼십분도 안되서 사태가 심각해져요. 그런점에서 리더기는 아주 훌륭하긴 하더라고요. 피로감을 거의 못느꼈어요. 그러나!!! 너무 느려..... 참아줄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촌스러움..... 어찌할건지...
오죽하면 애들이 보고 웃어요... 이 촌스런 기기는 무엇인가....이러고요 ㅋㅋㅋ
그래도 사용하다보니 나름 정이 들고는 있습니다만 ㅋ 작아서 갖고 다니기 편하기도 하고요.

해피북 2016-01-13 19:37   좋아요 0 | URL
네! 난시도 있고 짝눈이라서 피로를 많이 느끼는거 같아요 ㅎ뭐니뭐니해도 눈 건강을 지키는 일은 게을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ㅎ 저는 중고샵에 놀러가서 봤는데 ㅋㅋ 아담한 사이즈는 마음에 들던데 신랑이보더니 웃더라고요. 장난감 같다면서 말이죠. ㅎ 그래도 정 듬뿍 느끼시며 리더기 소식 종종 들려주세요 ㅎ

비로그인 2016-01-13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만 놓고 본다면...
1. 샘은 프론트 라이트가 없어서 책을 읽고 있다가 주위가 어두워지면 더 읽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독서를 끝내야 하는데 (독서등을 켜놓고 볼 수도 있지만 <밝기 조절이 되는 등이라도> 지나치게 밝아서 옆에서 같이 자는 사람이 있다면 독서등은 무용지물. 방을 혼자서 쓴다면 형광등을 켜든 독서등을 켜든 상관없는데 혹여 가족 중 누군가 방에 불을 켜져 있는 걸 발견하고 들어와서 보고 안 자냐고 타박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경우도 무용지물.) 카르타는 이 기능이 있어서 옆에 자는 사람이 있어도 지장을 주는 것 없이 실컷 책을 볼 수 있음. (난 독서가 중간에 끊겨도 괜찮다. 나중에 날이 밝을 때 보면 된다.. 하면 상관없고 필요하시다면 이왕 보는 거.. 불을 지하 100층 느낌의 최저까지 줄일 수 있으니 자체발광이 편하지요.)
2. (저 같은 경우에는) 휴대폰만 쓰다가 일단 샘을 사면 열린서재를 통해 그동안 구매한 모든 전자책들을 편하게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교보는 이용 안 함.) 막상 써보니 알라딘 & yes24에서 산 전자책을 받으려고 하자 화면에 `pdf 준비 중` 이란 문구가 뜨고 다운은 아예 안돼서 (어떤 사람은 다운은 받았는데 책을 보는 건 안된다고 함. 해결 방법을 검색해봤는데도 답은 전혀 나오지 않았음. 다운이 안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 보는 게 안되더라..는 글, 댓글만 있있음.) pdf 책만 따로 휴대폰으로 받아놓음.-_- 카르타는 괜찮았음. (카르타도 열린서재 있음.)
3. 단순히 책만 본다면 샘을 써도 상관없지만 타사 전자책 앱의 새로운. 최신 기능까지 원하신다면 카르타를 쓰심이... (샘 버전 진저브레드)
4. 샘을 쓸 때는 못 느꼈는데 카르타로 책을 열어서 보니 그 화면이 종이책 같았음.

(샘을 쓰다가 리페나 카르타로 넘어오면 신세계다...!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샘의 장점 : 다른 기기에 비해서 액정이 튼튼한 편임. (막 굴리고 다니며 편하게 쓴다는 사람도 있고 샘은 외부용, 카르타는 집용.. 으로 구분해서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손이 전혀 없지는 않음.)

저도 이번에 리디북스에서 한 대국민 독서 지원 프로젝트에 4차 도서 목록이 (리페라도 써보고 싶었음. 고전도 좋지만 DMB가 주된 목적.) 당겼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눈물을 머금고 흘려보냈네요.ㅠ

살리미 2016-01-13 06:28   좋아요 1 | URL
아~ 이렇게 자세한 리뷰를 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샘이랑 크레마카르타랑 리디북스 페이퍼 중 고려하다가 크레마 카르타 질렀는데 그 중 잘한 일이였네요^^

2016-01-13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1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도 pdf 파일로 나오는 것도 있을텐데, 서비스가 되지 않는군요.
오로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13 20:18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pdf파일을 보는데는 크레마 카르타가 제일 낫다고 하더라고요. 리디북스는 폰트가 깨져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걸 봤어요.
저는 전자책들이 모두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들이라 크레마 카르타가 딱이긴 합니다^^
그리고 전자도서관도 연동해서 대여해서 보는 전자책도 잘 들어오고요~ 빠르기만 하면 차암~~ 좋을텐데 ㅎㅎㅎ
요즘은 나갈때 크레마 들고 나가요~ 자꾸 자꾸 친해지려고요~ ㅎㅎ

서니데이 2016-01-13 20:22   좋아요 2 | URL
저는 pdf파일 보기 편하면 전자책 단말기를 사 볼생각이었거든요. 설명 더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거서 2016-01-14 23:3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우리나라 전자책의 문제점 중 하나를 집어내셨어요.

서니데이 2016-01-14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14 20:09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오늘은 저녁에 바빠서 서재순례도 못돌고 ㅎㅎ
나중에 서니데이님 서재들러 인사드릴게요^^

달팽이개미 2016-01-14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리디북스 페이퍼로 책을 읽는데 손맛을 느낄 수 없음이 여간 답답한게 아니에요~~~ㅋㅋ 점점 활동의 범위와 강도가 세지는 8개월 아기를 보면서 낮에 종이책을 읽기란 하늘의 별따기라서 ^^;; 아기가 혼자 놀이에 집중해 있을때 쓰윽 펴면 어떻게 알고 기어와서는 낚아채는 속도가~~ㅋ 밤에 기계불빛에 의지해서 책을 읽을수밖에 없는지라 이런저런 아쉬운 점이 있어도 그나마래도 감사한 맘으로 읽고 있어요 ㅋㅋ 오로라님 글 읽으면서 어여 전집을 구매해서 야금야금 고전을 읽어봐야겠다..싶어요 ㅎㅎ

살리미 2016-01-14 20:57   좋아요 2 | URL
아! 달팽이개미님도 전자책 리더셨군요!! 책은 정말 8할이 손맛이었나봐요 ㅎㅎ 그래도 아기 돌보시면서도 책을 놓지 않는 모습 너무 멋지십니다!!
저는 펭귄 클래식 전집이 싸게 나왔을때 찜해두었다가 사실 그 전집 때문에 리더기를 샀는데 ... 세상에 리더기가 오자마자 펭귄 클래식 전집은 품절이 되어버렸더군요 엉엉 ㅠㅠ
아쉬운대로 문예 세계문학전집을 사서 읽고 있어요. 책이 잔뜩 있으니 뿌듯하기만 하고 자주 읽지는 않고 있네요 ㅎㅎㅎㅎ

서니데이 2016-01-1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16 00:18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불금이라고 신나게 놀다 왔더니... 슬픈 소식을 들었어요 ㅠㅠ 마치 제 잘못인것만 같이 ... 마음이 안타깝네요 ㅠㅠ

서니데이 2016-01-16 00:27   좋아요 1 | URL
밤 11시 정도에 인터넷 뉴스로 나오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조금 더 많이 나오고 있을거예요.

살리미 2016-01-16 00:28   좋아요 1 | URL
네. 지금 기사 찾아보고 있어요 ㅠㅠ 아직 담론 읽지도 못했는데.. 너무 아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레마 얻을 기회가 생겼는데 이 글 읽고 포기해야겠네요..

살리미 2016-01-16 13:16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안좋은 소리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저는 눈이 편하다는 장점 말고는 정말 불편하네요. 요즘 태블릿은 얼마나 빠르고 선명합니까. 그거 쓰다 리더기쓰려면 좀 답답해요.
 

여기서는 뺄셈만 배워요. 뺄셈은 아주 가볍죠.
고통을 빼고 두려움을 빼고 안타까움을 빼면
내게는 추억들만 남아요.

나는 매일매일
마술사처럼 `짠` 하고 추억을 꺼내 보여요.
그럴때마다 저 지상에선 비가 내려요.
내가 누렸던 기쁨만큼 빗방울이 떨어지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만큼 우산이 펼쳐져요.

(......)

태어날 때 갖고 태어난 내 모든 행운들을
집안 곳곳에 숨겨놓고 돌아오곤 한답니다.
이곳은 행운이 필요없는 곳이라서요.
내 몫의 행운들을 우리집에 두고 오면
잘 빼고 잘 챙겨둔 추억들이 곱셈을 한 듯 많아져요.

(......)

마음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오래오래 곁으로 보낼게요.
비가 오면 손을 뻗고요, 눈이 오면 혀를 내밀어주세요.
별이며 달이며, 자세히 보면 새로운 모양일 거예요.
제가 제 맘대로 디자인한 거예요.
좋다, 하고 말해주세요.

— 그리운 목소리로 혜선이가 말하고, 시인 김소연이 받아 적다. (김혜선. 2학년 9반. 11월 21일에 태어났다.)


오늘 혜선이네 반에서는 아주 긴 겨울방학식이 있었다.
사고후 세월호 분향소에 처음 갔을때 안산은 시민들의 행렬로 북적거렸었는데 오늘 다시 간 안산은 정적 그 자체였다. 차분히 옛날을 추억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였지만 어쩐지 쓸쓸한 마음 들었다.
게다가 교실에 시민들이 가득 들어찰 줄 알았는데 뒷반엔 빈자리가 많다고 해서 2학년 9반 교실에 들어갔더니 방학식 시작될 때 쯤해서야 빈자리가 겨우 찼다.
내가 앉은 자리는 수의사가 꿈이었다는 편다인 학생의 자리.
나는 오늘 편다인이다.
책상 위 노트를 펼쳐보았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메모도 없고 편지가 없어서 글을 쓴다는 선생님의 편지도 보였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에도, 엄마 나야 시집에도 다인이의 흔적은 없었다. 다인이가 어떤 아이인지 더 많이 알고싶은데...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최혜정 담임선생님을 대신하여 당시 단원고 교사였던 분이 임시 담임선생님으로 오셨다. 이름표를 나눠주고, 출석을 하나 하나 부르고, 선생님이 호명하는 학생은 나가서 소감을 발표하였다. 반장이던 소영이가 나가서 (오늘은 중년의 아저씨였다) 방학 소감을 얘기하고나자 선생님께서 `반에서 서기를 맡아 교무실에 제일 많이 들락거리고 제일 부지런했던` 다인이 나와서 소감을 말해보라 하셨다. 애초 뒤에 서서 구경이나 할 생각이던 내게는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는데, 이미 감정이 북받칠대로 북받쳐 있을때라 다인이가 되어서 말을 하는 순간 바보같이 말도 잘 못하고 울기만 하다 들어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정말 학생들이 되어서 방학을 하는 기분이 되었다. 친구들의 농담에 까르르 웃기도하고 친구가 울면 같이 울고... 세월호 합동분향소로 분향하러 가기 위해 교실을 나서는 순간 정말 방학을 해서 친구들과 헤어지는 기분이 되었다. 선생님께서도 우리들의 등을 토닥토닥 해주셨다 ㅠㅠ


# 다인아! 이 아줌마가 너 대신 방학식 하고 왔어. 분향소에 갔더니 다인이 영정앞에 아무 편지도, 선물도 없어서 빈손으로 간 걸 너무너무 후회했단다. 다음에 갈땐 꼭 정성껏 쓴 편지와 선물 준비할게. 아무 걱정없는 그곳에서 편안하게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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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0 2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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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0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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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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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17: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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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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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2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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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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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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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2 1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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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2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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