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 꽃잎보다 붉던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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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범신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내가 소설에 관심이 없던 시절이 길어서 그의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몇해전 <은교>라는 영화를 보고도 원작을 한번 읽어봐야지 했을 뿐 읽지는 못했다.

그는 계속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했고 <소금>이 나왔을땐 평도 너무 좋아서 꼭 한번 읽어봐야지 했는데 결국은 이 작품에 먼저 닿았다. 사랑을 믿지 않는 메마른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많이.......촉촉해졌다.

첫페이지에 작가의 말을 대신한 듯한 작가의 글이 있다. 사실 처음엔 있는 줄도 모르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뒤 조금은 멍해진 마음으로 다시 첫 장을 넘겨보니 아마도 부인에게 쓴 글인 듯도 하고 오랫동안 작가를 사랑해 온 팬에게 쓴 글인 듯도 한 작가의 글이 있었다.

# 사랑에서, 주호백과 닮은 당신, 나는 그러나 정염과 슬픔 사이의 골짜기를 낮은 포복으로 갈팡질팡 여기까지 왔네. 사랑의 끝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그야 당연히 사랑이 있지!˝ 당신은 담담하게 대답했어. 내가 한없이 비루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 나는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네. 사랑의 지속을 믿지 않는 남자 곁에서 그것의 영원성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온 오랜 당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허락을 구하면서, 나이 일흔에 쓴 이 소설을 부끄럽지만 나의 `당신`에게 주느니, 부디 순하고 기쁘게 받아주길!
2015년 10월 내 생일 저녁에


이야기는 한 할머니(윤희옥)가 죽은 남편(주호백)의 시신을 닦아주고 마당 매화나무 아래에 묻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정성이 어찌나 지극한지 장례식도 없이 혼자서 마당에 묻겠다는 의식이 별로 의아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나서 할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을 읽어보는데 거기엔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2005년 할머니의 생일날,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한 할아버지의 계획을 마다하고 신촌의 라면집에서 조촐한 생일 파티를 한 날, 왜 구태여 당신이 그 곳을 찾아갔는지 다 알고 있노라고, 당신의 모든 추억은 기실 당신보다 내가 더 샅샅이 기억하고 있다고, 당신만을 평생 보고 산 나와 달리, 당신은 평생 동안 한사코 나를 보지 않았다고, 당신은 가인 형만을 품고 살았다고, 내가 당신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비밀을 당신에게 들키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앞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을 죽이지는 않고 당신의 뇌만 꺼내어 바꿔놓고 싶다고.
평생을 할머니만 바라보며 복종의 삶을 살았던 남편인데 일기장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놓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할아버지는 뇌출혈과 치매를 앓고 있었고 그 병간호를 하는 할머니에게 문득 문득 모진 말을 해대곤 하였다. 그 평생의 억울함이 터져나온 것 같은 마음을 보듬으며 할머니는 비로소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간절해진다. 그동안 너무나 불공평했던 사랑을 이제 수평으로 맞추고 싶어져서 자기 자신도 파킨스 병에 걸렸다는 걸 알면서도 병간호에 최선을 다한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욕을 하고 막 대할수록 할아버지 앞에서 몸을 낮추고 빌고 또 빌면서 그제서야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자신을 원망한다. 그렇게 생의 마지막 순간에 뜨겁게 사랑하고 너무나 보내기 싫은 남편을 떠나 보내는 나만의 의식을 치르고 나서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게 된 할머니.
일주일 후, 할머니는 파출소에 가서 `실종` 신고를 한다.

# 죽은게 아니다. 영원한 실종이다. 갚아야 할 죄가 있다면 남은 인생에서 다 덜어내어 살아 있을 때 그와 수평을 이루고 싶다. 남은 꿈은 그것뿐이다. 내게 남겨진 시간은 그러므로 당연히 실종된 그를 찾아 헤매는 고단한 과정에 바쳐질 터이다. 발바닥엔 물집이 생기고, 입술은 부르트고, 삭은 관절들은 걸음걸음마다 내려앉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굽잇길마다 비바람이 불고 물길마다 그 법이 깊을망정. 죄를 벗어 기워 사랑의 값을 완성하고자 하는 길일진대. 그 굽잇길 그 물길이라 할지라도 왜 더러 꽃인들 피어 있지 않겠는가. (30쪽)

주호백은 윤희옥보다 세살이 어렸다. 그리고 사랑에 있어서는 늘 약자였다. 평생을 함께 살면서도 `누나`라고 불렀는데 그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하자 가끔 `당신`이라고 부른다.

`당신`

# 당신이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나는 눈물겨웠다. 그와 나의 관계에서 우리가 절실하게 가닿고 싶었던 수평적 관계가 완성되는 느낌이 그 호칭에 깃들어 있었다. 발작이 심해질 때 분노에 차서 이년! 저년! 하고 나를 부른 적도 물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내재된 분노를 푸는 데 일조했다. 나는 그러므로 그 호칭 역시 싫지 않았다. 그의 분노를 쇠약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훨씬 더 참혹한 욕도 기쁘게 들을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다. 그리고 차츰 그는 나를 희옥누나 혹은 누나라고 불렀다. 그의 기억이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와의 관계를 수평적이라고 느낀 건 당신이라는 호칭을 들을 때였다. 눈물겹고 따뜻하고 또 공평한 낱말이었다.(349쪽)

소설에서 나는 주호백의 한결같은 사랑에 감동했고, 윤희옥의 아련하고도 슬픈 첫사랑에 울었고, 세상과 타협할 줄 몰랐던 김가인의 짧은 생에 마음 아팠다. 그리고 결국은 공평하고 진정한 사랑으로 완성되어 가던 주호백과 윤희옥의 삶을 보면서 사랑이란 것은 퇴색되기 마련이라고 믿으며 더이상 어떤 노력도 해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267쪽)


지금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서 `당신`이란 말을 듣는다면 바로 그런 기분일 것 같다. 사실 나에게 `당신`이란 말은 평소에 서로의 호칭으로 자주 쓰는 말은 아니다. 남편도 평소엔 당신이란 말을 쓰지는 않는데 가끔 편지를 쓸 때면 당신이라고 부른다. 그 때의 느낌이, 편지를 받았다는 기쁨과는 또 다른 어떤 미묘한 감정이 들곤 했는데 그게 `당신`이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걸 이 소설을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세월과 함께 삶의 물집들이 쌓이고 쌓여 온갖 감정들이 곰삭은 말, 눈물겹고 따뜻하고 공평한 말 `당신`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의미가 새삼 와 닿을 것이다.

처음엔 너무 평범한 제목이 아닌가 싶었는데 작가가 역시 괜히 한국 문학의 거장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일상의 말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작가의 힘을 느낀다. 그것만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내가 미처 몰랐던 우리말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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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1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덕분에 `박범신`작가도 알게 되었어요.ㅎ 그러고보니 저도 한국 소설을 무척 무지 읽지 않은거 같아 반성스런 마음도 듭니다. 이 소설에서 부부사이에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당신`이라는 의미는 `너`라는 의미를 넘은 그 무엇. 애뜻한 그 무엇이 포함된 단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실종신고` 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살리미 2015-12-14 22:19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죽은 남편을 마당에 묻는 다거나 그러고나서 실종 신고를 한다거나 하는 설정 자체가 워낙 독특하기도 했고 그들의 사연이 또 기구하기도 해서 무척 재밌게 읽었답니다. 이 소설에서 주호백은 일생을 윤희옥만 바라보며 그녀의 아이를 키우고 온갖 희생을 다하는 인물인데 비해 젊은 날의 윤희옥은 주호백이 안중에도 없었던 사람이었어요. 애초에 너무 기우는 사랑이었죠. 그러다 칠십이 훨씬 넘은 나이에 깨닫게 되는 사랑과 그 사랑의 공평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참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 소설에서 `당신`이란 단어의 특별함이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글솜씨가 없어서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읽고 나서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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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내편중 제 3편 양생주(養生主)와 제 4편 인간세(人間世) 정리.

 

  장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삶, 생명이다. 무조건 오래 살아 천수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에 초월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을 잘 가꾸어가는 것이  장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인 듯 하다.

그러다보니 이 대목은 유학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수양'을 목표로 하는 유학에서는 때로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삶과 올바름을 함께 지킬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올바름을 택해야 한다고 하기때문이다.

 

  주희도 <양생주설>에서 '노장의 학술은 의리의 당부는 따지지 않고 단지 그 사이에 의지하여 자기 몸을 온전히 보전하고 재앙을 피할 생각만 한다'며 장자의 인생관을 격렬히 비판한다. 분명 장자의 사적인 생존을 도모하는 태도는 주희가 보기에는 현실에 무기력한 지식인의 태도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주희가 장자를 무조건 비판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는 높이 평가했다. "후세의 불교에 나오는 좋은 말은 모두 장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장자는 도체(道體)를 알았던 사람이라고 제자들에게 평가하기도 했다.

 

  양생주편에서 장자는 소잡는 백정 포정의 이야기와 권력자에 의해 다리가 잘린 우사, 노자를 조문하는 진일이라는 인물을 빌어 양생을 이야기한다.  양생은 태어날 때가 되면 태어나고 죽을 때가 되면 죽는 생사의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지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장자에게 삶을 방해하는 것들은 모두 피해야 할 대상이다. 권력을 추구하거나 지식을 쌓는 것도 그 목적이 전도되어 양생을 방해한다면 악인 것이다.

 

  <인간세>편에서 장자는 나도 살고 남도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어찌보면 얄팍한 처세술 같아서 비판 받을 수도 있지만 공맹처럼 천하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하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인간 세상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보존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 점이 현대에 장자가 환영받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장자는 충신 관용봉이나 비간이 명예를 따르다가 죽음을 당했고 백이와 숙제가 지조를 지키다가 굶어 죽은 것도 비판을 하는데 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삶을 해친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자들은 기회주의라고 비판 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장자는 그런 사람을 내세워 생명을 경시하는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구조적 기만성을 폭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민중총궐기때 물대포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백남기 농민의 경우 장자가 볼 때 양생을 못한 경우다. 즉 장자가  만약 '백남기는 삶을 해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나가지 말아야했다'라는 의미로 말한다는 것은 장자식의 돌려차기 기법으로 '공권력을 사용해서라도, 소수의 희생을 가져오더라도 질서를 바로잡겠다'라고 말하는 생명경시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개인의 생명이 존중되지 못하고 개인보다 국가라는 개념을 더 강조하여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이길 원하는 이 정권에서 장자를 읽으며 가장 가슴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명말 청초의 사상가 왕부지가 "이 편은 난세를 넘어 스스로를 보존하고 남을 보전하는 묘술을 추구한 것이니 군자가 깊이 취할 점이 있다"고 한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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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14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배운 가장 최고의 독서법은 옛글에 빗대어 오늘날에 적용하며 익히고 배우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오로라님은 무척 잘 읽고 이해하고 계신거 같아 부럽기도 합니다 ^~^

살리미 2015-12-14 22:1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해보는 것일뿐입니다. 어쩌면 오독일지도 모르지만요^^ 고전을 오늘날 다시 읽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려고 애쓰는 중인거죠^^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감독, 이상국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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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종일관 밝고 사랑스러운 가족! 장애가 있으니 분명 뭔가 슬픈 사연이 있을 거란 내 선입견을 부숴버리고, 이 부부는 정말 행복해보이며 그들과 세상의 소통을 담당한 딸과 아들도 `부모가 장애가 있으니 넌 이렇게 살아야 해` 하는 세상의 기대에 묻혀버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꾸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물론 그들이 가꾼 행복 속에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의 힘든 순간도 있었고 매순간 부모를 대변해야만 해서 너무 일찍 철들어야만 했던 사정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 가족의 매력에 푹 빠질 정도로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의 힘으로 삶을 반짝이게 만든다. 그들이 세상과 말하는 방법 `수어`로는 박수소리를 손을 반짝반짝 하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그 반짝임을 보는 순간 나도 또 한번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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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9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기대라는 것이 결국은 우리가 가진 편견일 수 있겠네요. 오로라님의 글을 읽으면서 결말이 좋은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로라님,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2-10 07:56   좋아요 0 | URL
네. 행복이라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였어요. 제 댓글이 너무 늦어버렸네요^^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시작하세요^^

해피북 2015-12-1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서니데이님 글에 공감합니다. ˝ 이렇게 사는게 행복이지 `라는 틀을 만들어 틀에 기대어 바라보며 판단하는 일은 늘 생각해봐야할 부분 같아요 ㅎ 저도 이영화 리스트에 담아봅니다^~^

살리미 2015-12-10 21:19   좋아요 0 | URL
요즘 본 두 영화가 우연히 비슷했어요. 이건 다큐고 미라클 벨리에는 실화에 바탕을 둔 극영화지만요. 둘 다 장애를 가진 부모와 장애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가족에 대해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이 밝고 건강하다는 것이었고요. 눈물짜는게 아니라 시종일관 웃음이 나요^^

cyrus 2015-12-1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이 장애가 있으니 부모는 이렇게 살아야 해`, 이런 편견이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힘들게 하는 말입니다.

살리미 2015-12-10 21:26   좋아요 0 | URL
저 영화에서는 감독이 청각장애를 가진 자기 부모의 삶을 찍는거에요. 어려서부터 청각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교육을 받은 감독은 ˝부끄러움의 의미보다 부끄러워하면 안된다는 것을 먼저 배웠다˝고 하죠. 부모와 세상의 소통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찍 철들고, 넌 부모가 장애인이니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시선 때문에 무엇이든 열심히, 악착같이 했다고 해요. 그러다 문득 자기 길을 가고 싶다고 학교도 그만두고 인도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세상의 편견에 마음 상한 적이 왜 없었겠어요. 그걸 이겨내고 더욱 단단해진 가족들에 참 보기 좋았어요.
 

책을 잘 정리하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아이들 어려서 보던 책들이 아직도 책장 가득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 책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혹시 알라딘 서재에서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나눠 드리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단행본들은 대부분 중고로 정리하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하거나 해서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전집입니다. 가끔씩 조카들에게 주거나 중고 사이트에 처분하기도 했는데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데 가져가라고 하는 것도 짐이 될 듯하고 중고사이트에서는 너무 제 값을 받기가 어려워서 그냥 갖고 있었던 책들이에요. 헐값에 팔아버리는 것보다 꼭 갖고 싶은 분께 드리는게 나을듯 해서요.
서재에 보면 초등생 자녀를 두신 분들도 계시고 혹은 이 책이 필요한 곳을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가끔 이웃님들이 하시던 책나눔에서 힌트를 얻어 필요한 분들께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나눔할 책은요~

웅진씽크빅에서 나온 <생각이 열리는 세계 문화 여행>입니다. 모두 20권 한세트고요, 각 나라별 옛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이어령 교수가 알기쉽게 설명해 주는 형식의 책입니다. (아이들보다도 제가 너무 좋아했던 책이라 아직 갖고 있었어요^^)
2004년에 나온 책이네요. 하지만 관리를 잘해서 책 상태는 아주 훌륭해요.

필요하신 분은 비밀댓글로 주소랑 연락처 남겨주세요. (혹시라도..... ㅋ 원하시는 분들이 많을 경우에는 댓글을 일찍 남겨주신 분께 드릴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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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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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5-12-0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탐나는 책들이네요~~ㅋ-ㅋ 여러 나라이름들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두근~~오로라님이 애장하셨던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아요~ㅎㅎ 이런 책도 있구나~하며 구경하고 총총 물러납니다..^^* 책나눔 하시는 분들 정말 멋져요!!!

살리미 2015-12-07 16:50   좋아요 1 | URL
올려놓고도 필요하신 분이 계실까 싶어 걱정이에요 ㅎㅎ 그래도 애정이 남아 있어서 아직 갖고 있던 책들이라 필요하신 분께 드리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15-12-0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울집에도 있어요^^
저도 아까워서 저책들은 좀 오래 간직하려는중였는데 오로라님도^^
2004년도에 나왔었군요~전 2008년도엔가?구입했었던 것같아요

꼭 필요하신분들 가져가셔서 아이들 재미나게 읽었음 좋겠네요^^

살리미 2015-12-07 16:53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전 저 책 아마 첨 나오자마자 샀을거에요 ㅎㅎ

2015-12-07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7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7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12-0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십니다^^
저도 무척 탐나지만 박지성처럼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양보하겠습니다ㅠㅋ

살리미 2015-12-07 22:59   좋아요 0 | URL
멋질거 하나도 없고요~ 어차피 중고에 팔아도 제값 못받는데 필요한 사람한테 가면 저도 좋아서 하는거예요^^

서니데이 2015-12-0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끼던 책이라서 좋은 분께 드리려고 하시는군요.
20권 한 세트라니 받는 분도 좋아하실 거예요.
다른 분들의 댓글을 보아도 그렇고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로라님,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2-07 23:02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제가 좋아해서 아직 갖고 있었어요. 읽지도 않을 건데 책장에 모셔두게 되는 이유가 뭔지 ㅎㅎ 책들을 떠나보내기가 쉽진 않네요. 아이들이랑 같이 읽던 추억도 있고 하니까. 그래서 더 좋은 분께 드리고 싶어요^^ 서니데이님 항상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5-12-0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요하신 분께 갔다니 저도 기쁘네요.
책 분양이 쉽지 않더군요, 떠나보내려면 늘 아쉬워요. ㅠㅠ

살리미 2015-12-08 12:43   좋아요 0 | URL
네. 좋은 곳으로 가게되어 기뻐요. 떠나보내는게 아쉽지만 다 끌어안고 살수는 없으니까 그 책 잘 읽어줄 사람한테 가는게 최선이더라고요^^

서니데이 2015-12-0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오늘도 잘 보내셨나요.
여기 서재는 노란색이 따뜻한 느낌이어서, 놀러오면 좋은 기분이 들어요.^^
오로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2015-12-0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현주 2015-12-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감 끝나지 않았으면 저도 댓글 달아보아요. 지금 6살 올라가는 딸이 있어서 이책저책 알아보던 중에 여기까지 왔네요. 기회가 된다면 꼭 제게 주세요^^
 

<자본론>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만 딱히 계기가 없어서 미뤄지고 있었는데 세상이 다시 한번 무르익어 요즘은 전 세계가 마르크스를 다시 소환하는 느낌이다. 그가 예언했던 자본주의의 몰락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해도 이미 자본주의는 그 자체의 모순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고, 피케티나 앵거스 디턴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김수행 교수가 자본론을 한국 최초로 완역한다는 소문이 있던 차에 갑작스런 부고 소식이 들려왔고 일생을 자본론의 번역에 매진하신 그 분의 삶을 돌아보노라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얼마전 자본론이 마무리 되어 나왔다. 완역이다보니 여섯권이나 되고 다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이 없어서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차에 한겨레 신문 팟캐스트 <디스팩트2>에서 헬조선에서 자본론 읽기, 줄여서 헬자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도 이참에 같이 읽어야지 하고 우선 자본론 1권 (상,하)을 구입하고 팟캐스트를 들어가며 읽고 있다.

김수행 교수가 모두 네차례 개역판을 내다보니 역자 서문이 네개나 되는데 아마 나혼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른 본문을 읽고 싶은 마음에 역자서문은 건너 뛰었을 것이다. 근데 #헬자기는 한 회를 역자서문에만 할애했는데 읽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1989년 한글 초판이 나왔고, 1991년 1차 개역, 2001년 2차 개역, 2015년의 개역까지 역자 서문만 읽어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흐름이 보이는 것이다.

1989년 한글 초판 번역본을 내면서 김수행 교수는 87년 민주항쟁으로 학문과 사상의 공간이 점차로 넓어져 이 책의 출판이 가능했다고 민주영령과 민주투사 및 양심세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이 불후의 명작이라고 믿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최대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에 모든 정력을 쏟았다고 한다. 이때는 자본론 제 1권(상, 하)만 번역이 된 것이다.
1991년의 개역에서는 문장을 더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해 한자를 크게 줄이고 문장을 소설 읽듯 진행되도록 하는데 애썼다고 한다. 자본론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랬던 역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2001년의 개역에서는 한자를 완전히 제거하였고, 문장을 더욱 쉽게 풀어 썼다. 이미 이 시대에는 우리 사회가 IMF도 겪고 신자유주의의 악몽으로 서서히 진입하던 시절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어떻게 변혁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답의 하나가 분명히 자본론에 들어있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 다시 자본론이 개역되었다. 서문에도 밝혔듯이 2007 미국발 금융공황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문명 전체가 흔들리고 있고,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거대한 실업자와 빈민이 격증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치를 위해 국가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자본론을 다시 소환하고 꼭 읽어야만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15 개역판 서문만 읽어도 나는 너무 가슴이 끓어올라서 다시 한번 고인의 부재가 한스러워졌다. 이렇게까지 일생을 자본론을 쉽게 번역해서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바쳐왔다면 정말 일생에 한번은 꼭 읽어야 하지 않겠나! 집집마다 필독서로 구비해야 하지 않겠나! 자본론을 시작하신다면 이 8페이지나 되는 2015판 역자 서문을 꼭 챙겨 읽으시길 바란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죽이고도 1년동안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거부하는 현 보수정권은 언제나 집권세력은 오로지 자본가계급과 이들의 정치적 사상적 대변자들의 재산 증식과 권력 확대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체제의 기본 특징`이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거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하여 모두가 함께 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과제에 이번에 개역하는 <자본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한없이 빈다.
– <2015년의 개역에 부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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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 할배가 일생을 바쳐 번역한 것이니 책장에 모셔두어야지요... 4차례에 걸쳐 개정판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깊다는 것이고, 한국 출판 문화에서 한 사람이 네 차례`나 개정판을 손 본 적이 있나요 ? 사실, 쓰는 것보다 다시 읽고 오타 교정하고 다시 문맥 가다듬고 이러는 게 더 눈 아픕니다...

살리미 2015-12-07 10:24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책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서문이었어요. 4차례 개역이 모두 사실은 조금이라도 더 쉽게 쓰고자 해서였는데 그 이유가 조금이라도 더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더라고요. 저는 혹시 다 읽지 못할까 싶어서 일단 자본론 1권 상하편만 구입했는데 정말 그 정성을 봐서라도 전편 모두 책장에 모셔두어야 할 것 같아요. 이럴때 질러야지요 ㅎㅎ.

cyrus 2015-12-0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론>을 시작하기 전에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도 읽어봐도 좋습니다. ^^

살리미 2015-12-07 23:0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걸로 시작할까 했는데 그냥 확~ 질렀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같이 봐도 좋을듯 하네요. 좋은 팁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