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아도 풍요로운 순간들




요즘 들어 무언가를 꼭 채우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어떤 날은 할 말이 없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고,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조용한 하루가 고맙고,

비워진 냉장고 속에서도 남은 재료로 소박하게 한 끼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게 진짜 풍요가 아닐까?'


예전에는 채워야만 안심이 됐습니다.

시간표를 꽉 채워야 부지런한 것 같았고,

냉장고를 가득 채워야 잘 사는 기분이었고,

옷장에 옷이 많을수록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둘 비워나가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실은 나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단 걸요.

가득 채운 물건보다 제자리를 찾은 여백이 더 아름답다는 걸요.


오늘 아침,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바람이 다녀갔습니다.

햇살이 벽을 따라 길게 퍼졌고 그 길을 따라 잡초들이 무성하게 피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채우지 않았지만 모든 게 이미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나만 잠시 멈춰 선 느낌.

하지만 그 멈춤이 어쩌면 진짜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시간, 정리된 공간 그리고 텅 빈 것 같지만 충분히 나를 채우는 어떤 순간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얻으려고 애쓰지만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숨소리, 햇살, 바람, 고요함.

그것들만으로도 하루가 꽉 찼다고 느낄 수 있다는 건, 내 안에 풍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있는 것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아주 조용히 다가오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018-10-20

원제 : The Selfish Gene (1976년)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책 소개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론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과학 고전입니다.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파격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인간의 본성과 이타성 그리고 삶의 목적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자는 유전자를 이기적 존재로 정의하면서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생명체의 행동조차도 사실은 유전자 복제를 위한 전략이라는 통찰을 전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우리는 생존 기계이다. 유전자의 운반자이며 보호자다."


이 문장은 도킨스가 바라본 인간 존재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개체가 아닌 유전자가 진화의 단위이며 우리는 그들의 전략적 도구일 뿐이라는 통찰은 진화론을 넘어 철학적인 물음으로 확장됩니다.



■ 책 속 메시지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바라봅니다.

진화의 주체가 개체도 집단도 아닌 유전자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는 것이죠.

특히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생명체의 행동도 사실은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협력, 양육, 희생까지도 모두 유전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생명의 본성, 인간의 도덕성, 사회적 관계까지 새로운 프레임으로 조명하게 만듭니다.



■ 하나의 감상


생명과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유전자와 진화에 대한 궁금증은 늘 제게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도서들을 꾸준히 읽어왔고 그중에서도 『이기적 유전자』는 단연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유전자를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로 보고, 생명체란 결국 유전자를 운반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라는 과감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개념이 오히려 협력, 이타성, 도덕성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은 처음엔 다소 역설적이지만 읽을수록 설득력을 갖추고 다가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에이드리언 레인의 『폭력의 해부』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범죄를 단순한 사회적 일탈로 보지 않고 유전자와 뇌구조 같은 생물학적 기반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필연적인 과학적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범죄자는 타고나는가?'라는 도발적 물음이 인간의 자유의지, 도덕 판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지요.


「폭력의 해부」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0478181606


『이기적 유전자』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단순히 과학 이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유전자에 의해 조율되는 기계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가진 감정, 선택, 도덕성은 그 정교한 진화의 산물임을 일깨워줍니다.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작동 중인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 질문은 곧 제 삶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는 하나의 철학으로도 다가왔습니다.

참 신기하죠? 제가 그간 리뷰했던 과학책들 일부는 이렇게 철학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전자는 그 자체로 이기적이지만 우리는 그 유전자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지능적 존재라는 점입니다.

즉, 유전자의 논리를 아는 인간은 결국 그 이기적 설계마저 넘어서려는 존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지 생물학서가 아니라 인간과 진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통로였습니다.

저자의 신작인 『불멸의 유전자』와 문화적 진화와 독립성을 다룬 『위어드』도 함께 읽어보세요.

과학과 철학, 인간 본성에 대한 통합적 성찰을 이어가고 싶은 분이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책입니다.


『불멸의 유전자』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09368727

『위어드』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934595790



■ 건넴의 대상


사회적 행동을 진화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분

진화론을 넘어서 삶의 구조를 생물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인간 본성과 도덕성에 대한 과학적 질문을 품고 있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정말 눈부시지 않나요? 이런 세상, 이런 아침이 정말 사랑스럽지 않으세요? 전 개울이 여기까지 웃으면서 오는 소리가 들려요. 아침이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 아니에요? 화창한 아침이라 정말 기뻐요. 하지만 전 비 내리는 아침도 정말 좋아해요.그래도 고통을 견디기에는 화창한 날이 더 좋아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강 머리 앤』




■ 하나의 사유


일요일 오후, 조용한 서재에서 앤의 목소리가 흘러옵니다.

세상의 모든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마치 숲길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문장이었습니다.


삶이란, 어느 날은 비 내리는 아침 같기도 하고 화창한 아침 같기도 합니다.

앤은 이 둘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견디는 날이 화창하다면 더 나을 수 있다는 태도가 얼마나 따뜻하고 성숙한 마음인가요.


가끔은 아무 일도 바뀌지 않았는데 아침 햇살 하나에 기분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앤처럼요.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각자가 가진 문제는 여전하지만, 그 모든 것들 위로 햇살이 내려앉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좋은 날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좋은 날이 우리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금 저의 이 평범한 하루도 누군가의 시선엔 충분히 눈부신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앤처럼 아침 햇살을 반기고 바람을 느끼며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이 문장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조용히 건네주세요.

말 한 줄,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음 주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한 문장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당신의 일요일에, 이 조용한 사유가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025-05-30

원제 : The Genetic Book of the Dead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전자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시간을 새긴다.




■ 책 속 밑줄


이 뱀은 거미가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과 놀라울 만치 흡사한 방식으로 꼬리를 움직인다. 정말로 진짜 같다. 뱀이 굴에 몸을 숨긴 채 꼬리 끝만 내밀고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새가 이 거미를 잡으려고 덮치면, 새는 뱀에게 잡히고 만다. 이런 기법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다시금 되돌아볼 가치가 있다.



아귀의 성생활은 기이하기 그지없다. 앞 절에서 말한 내용은 모두 아귀 암컷에게만 적용된다. 수컷은 ‘꼬마’다. 암컷보다 수백 배 더 작다. 암컷은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꼬마 수컷을 꾄다. 수컷은 턱을 써서 암컷의 몸으로 파고든다. 그런 뒤 자기 몸의 앞부분을 소화시켜서 없애고, 암컷의 몸에 묻힌 상태가 된다. 뒷부분만 약간 암컷의 몸 밖으로 튀어나온 형태가 되는데, 암컷이 필요로 할 때 정자를 채취하는 생식샘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화강암에 새긴다는 말은 이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DNA 정보는 복제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한다.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무한정, 잠재적으로 영원히 복제되면서 후대로 계속 이어진다.



코끼리물범의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가 과거를 돌아볼 때, 길게 이어진 수컷들의 몸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하렘을 차지한 소수 우두머리 수컷들의 아주 비대하고, 크게 트림을 해 대며 살이 출렁거리는 몸들을 본다.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고 달랑거리는 코를 살아 있는 나팔로 써서 고함을 질러 다른 수컷들을 위협하는 몹시 호전적인 수컷들이다.



흡충은 달팽이의 행동을 조작해서 낮에 돌아다니게 만든다. 그러나 그 행동은 달팽이가 겪을 곤경의 시작에 불과하다. 흡충은 한살이의 한 단계에서 달팽이의 눈자루로 침입한다. 그러면 눈자루는 기괴하게 커지며, 길이 전체를 따라 눈에 띄게 고동치는 듯하다.

그 결과 눈자루가 기어다니는 작은 모충처럼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눈자루를 눈에 확 띄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새가 쉽사리 쪼아서 뜯어 먹는다.



우리 몸은 유전자를 위한 이동수단일 뿐, 유전자의 목표는 오로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이다.



■ 끌림의 이유


도킨스는 우리 몸이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선택한 운송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전자의 무한 반복이라는 개념은 기존 생명학을 넘어선 진화 이해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데 책에서 느껴지는 장엄한 유전자의 여정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 간밤의 단상


DNA는 이중나선 구조로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 물질의 일종입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 DNA의 이동의 편리를 위해 DNA가 엉겨붙으며 굵직한 구조체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염색체라고 합니다.

또한,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 그 자체를 유전자라고 하죠.

DNA는 스스로를 복제하고 유전정보를 통해 유전자 발현이 일어나게 합니다.

직접 유전자 발현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발현 과정은 DNA에서 전사된 전령 RNA(mRNA)가 지닌 코돈에 의해 진행되죠.


자고 일어나면 내 몸이 곧 유전자의 무대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습니다.

유전자는 세대를 넘어 계속되기 위해 우리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작가 같은 존재입니다.

나라는 개체는 그 긴 이야기의 한 장일 뿐이지요.

저자는 단순히 과학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아와 행동이 유전자라는 드라마 속 인물임을 조곤조곤 설명합니다.

그렇다보니 나 자신의 삶이 아닌 그 삶을 기록하는 유전자의 관찰자처럼 느껴지며 그 순간, 나를 둘러싼 일상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전작인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 에드윈 게일의 「창조적 유전자」도 추천합니다.

꽤 오래전에 읽긴 했는데 이번에 저자의 신작 소식에 저도 다시 읽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오후에 「이기적 유전자」의 리뷰를 짤막하게 줄여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 건넴의 대상


유전자 중심 진화 이론에 관심 있는 독자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생물학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사람

과학적 통찰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저자 슈테판 셰퍼

서삼독

2025-05-16

원제 : 25 Letzte Sommer

소설 > 독일소설




삶은 계절처럼, 그 끝보다 또 다른 시작을 기억하게 합니다.




■ 책 속 밑줄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더는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고, 더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다지 건강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해넘이를 바라보고, 산에 더 많이 오르고, 강을 더 자주 헤엄칠 것이다.



나는 왜 나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나? 타인의 기대를 충족하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사람이나 일 대신, 돈을 벌기 위한 일로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던가?

하지만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왜 스스로에게 더 자주 허락하지 않았을까?

왜 살면서 더 이상 모험을 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고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났으랴?



게다가 전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근육을 쓸 때처럼 인내와 절약과 결핍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서요. 모든 것이 언제나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서는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특히나 소중하죠.



스물다섯 번의 여름.

이 하나의 단어, 이 하나의 숫자. 여기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었다.

내가 눈을 감았을 때, 사방이 완벽하게 조용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 순간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오늘은 어떠세요?"

카를의 대답은 두 문장뿐이었다. "인생에서 이 이상 뭘 더 바랄 수 있겠어요. 지금 이대로 좋아요."

나는 이제 정말로 완벽하게 할 말을 잃었다.



■ 끌림의 이유


이 소설은 정석적인 삶을 살아오던 40대 남자 주인공이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은둔 농부 카를을 통해 멈추는 법부터 느끼는 법, 돌아보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성공과 효율에 매달리며 잃어버린 순수한 순간들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이 마음 깊은 곳을 울렸으며 남은 계절을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도록 초대하는 메시지가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특히 책은 소설이지만 인문 에세이의 느낌도 줄 만큼 마음 속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호수 위 빛이 잔잔히 흔들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주인공처럼 저도 어느 순간부터 이미 살아온 삶에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카를과 마주하며 가장 소중한 꿈은 무엇인지, 모험할 용기는 아직 남았는지, 삶의 기준이 나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들을 떠올리는 순간, 남은 삶을 어디에 집중할지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선명해졌습니다.


당신은 주어진 남은 계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세상이 규정지은 인생의 정석에 맞춰 외부의 요구에 따라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길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방에서 나와 현관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깜깜한 어둠이 어느새 푸르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곧 해가 뜨기 위해 준비하는 새벽녘, 저는 제 안의 계절을 좀 더 알아가며 차분하게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P.S.

제가 예전부터 끄적이던 글들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몇몇 주제는 책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니 에세이도 꼭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hanainbloom

구독과 라이킷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건넴의 대상


지금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하루하루에 마음이 가는 분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고 싶은 분

남은 삶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보고 싶은 분

문장으로 계절과 마음의 결을 함께 느끼며 읽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