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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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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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

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금방 듣고 또 들어도

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


어디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

이 목소리 들었던가……

서툰 것만이 사랑이다

낯선 것만이 사랑이다


오늘도 너는 내 앞에서

다시 한번 태어나고

오늘도 나는 네 앞에서

다시 한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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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같은



멀리서 머뭇거리만 한다

기다려도 쉽게 오지 않는다

와서는 잠시 있다가 또

훌쩍 떠난다

가슴에 남는 것은 오로지

서늘한 후회 한 조각!


그래도 나는 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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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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